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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지는 싸움이라면?

태도에 대하여

2023.04.17 | 조회 3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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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케이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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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빈 칸을 잘 채워 나가고 싶어서 골라본, 13번째 레터 사진. :) 
앞으로 빈 칸을 잘 채워 나가고 싶어서 골라본, 13번째 레터 사진. :)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 잘 지내셨나요? 저는 쉽지 않은 한 주를 보냈어요. 좋지 않은 일들이 있어서 마음도 힘들고 몸도 지치는 한 주 였어요. 이래저래 생각도 정말 복잡했고요.

처리해야 할 일들은 안과 밖으로 쌓여 가고요. 업무상 학회에 참석할 일이 있어서 일요일에도 일을 했습니다. (내 주말 돌려줘) 일주일 중 하루만 쉬고, 이 마저도 육아를 하다보니 '아~~~ 몇 일만 푹 쉬고싶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요.

드라마 <멜로의 체질> 보셨나요?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챙겨보진 못했지만 중간 중간 꽤 재밌게 봤었는데요. <멜로의 체질>에서 이런 대사가 나오더라고요.

사는 게 그런 건가? 좋았던 시간의 기억을 약간 가지고, 힘들 수 밖에 없는 대부분의 시간을 버티는 것.

멜로가 체질 중에서,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드라마, 멜로가 체질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공감 하시나요? 매일 매일 좋았던 일들만 가득하다면 좋겠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복잡한 마음을 다잡을 겸, 오늘 레터는 훌륭한 글들을 엮어 전해드릴게요. 구독자님께도 유의미한 글로 닿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합니다. :) 


글로 쓰지 않은 생각은 날아간다! 

1. 나는 항상 뭔가를 부지런히 썼다. 하지만 당장의 필요나 시간의 압박이 있지 않은 경우는 쓰지 않았다. 내 머릿속엔 여러 생각이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왔고 그중 어떤 생각들은 그대로 받아 적으면 완성도 있는 문장이 될 만큼 숙성된 생각이었지만 글로 쓰지 않은 생각들은 얼마간 내 안에 머물다 그저 날아가 버렸다. 어느 유명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은 향기와 같아서 그 순간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고.

2.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정지우 작가는 매일 내게 침입하는 평가의 기준들과 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딴 사람이었다면 다르게 말했을 것 같다. 자기 성찰 내지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쯤으로. 그는 그런 '보통의 언어'가 아닌 자신만의 언어로 말했고 그것은 말과 글에 예민한 나의 귀에 쏙 들어와 박혔다.

3. 신입사원들을 면접하던 때,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허용된 면접 시간은 15분쯤으로 다 같은 조건이었음에도 어떤 사람에겐 유독 끌렸다. 어떤 이에게는 조금의 생각이라도 더 듣고 싶어 이리저리 더 질문했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4.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나 'They Say'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 자기 언어를 가진 사람에게 관심이 가는 것.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매일 자신에게 침입하는 평가의 기준들과 '싸우는 일'이라는 답을 내놓는 작가처럼 말이다.

5. 3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새삼 알아차린 게 있다. 사회적 존재들은 다른 존재와 연결되지 않으면 외롭다는 것. 이때 글쓰기야말로 외로움을 다루는 매우 지혜로운 방법임을 여러 작가들로부터 듣는다.

6. 안쪽의 생각을 글로 써 꺼내 보였는데 좋다 해주는 이를 만나면 외롭고 불안했던 마음이 환해지는 거다. 글쓰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훗날 다시 후회하지 않기 위해, 또 내 안의 생각들을 더 이상 가뭇없이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꼭꼭 글로 써야겠다. 외롭기 쉬운 계절, 당신도 무엇이든 써보면 좋겠다. 

🔽 원문 링크 🔽


서로에게, 자신에게 친절하라 (허준이 교수, 서울대학교 졸업 축사)

1. 우리가 팔십 년을 건강하게 산다고 가정하면 약 삼만 일을 사는 셈인데, 우리 직관이 다루기엔 제법 큰 수 입니다. 쉼 없이 들이쉬고 내쉬는 우리가 오랫동안 잡고 있을 날들은 삼만의 아주 일부입니다. 먼 옛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와, 먼 훗날의 나라는 세 명의 완벽히 낯선 사람들을 이런 날들이 엉성하게 이어 주고 있습니다. 

2. 제 대학 생활은 잘 포장해서 이야기해도 길 잃음의 연속이었습니다. 똑똑하면서 건강하고 성실하기까지 한 주위 수 많은 친구를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지금 듣고 계신 분들(졸업생들)도 정도의 차이와 방향의 다름이 있을지언정 지난 몇 년간 본질적으로 비슷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합니다.

3. 이제 더 큰 도전,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끝은 있지만 잘 보이진 않는 매일의 반복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 수도, 생각만큼 힘들 수도 있습니다.

4. 이제 본격적으로 어른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 편안하고 안전한 길을 거부하라. 타협하지 말고 자신의 진짜 꿈을 쫓아라. 모두 좋은 조언이고 사회의 입장에서는 특히나 유용한 말입니다만, 개인의 입장은 다를 수 있음을 여러분은 이미 고민해봤습니다. 제로섬 상대평가의 몇 가지 퉁명스러운 기준을 따른다면, 일부만이 예외적으로 성공할 것입니다. 

5. 여러 변덕스러운 우연이, 지쳐버린 타인이, 그리고 누구보다 자신이 자신에게 모질게 굴 수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기 바랍니다. 나는 커서 어떻게 살까, 오래된 질문을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줍니다. 취업 준비, 결혼 준비, 육아 교육 승진 은퇴 노후 준비를 거쳐 어디 병원 그럴듯한 일인실에서 사망하기 위한 준비에 산만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6. 무례와 혐오와 경쟁과 분열과 비교와 나태와 허무의 달콤함에 길들지 말길, 의미와 무의미의 온갖 폭력을 이겨내고 하루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길, 그 끝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는 낯선 나를 아무 아쉬움없이 맞이하길 바랍니다.

7.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친절하시길, 그리고 그 친절을 먼 미래의 우리에게 잘 전달해 주길 바랍니다. 

🔽 원문 링크 🔽


태도에 대하여 

1. 일단, 어쨌든, 움직여보는 것의 중요함을 통감했다. 게다가 생각하는 것에만 너무 중점을 두다 보면 자칫 행동하지 않을, 움직이지 않을 부정적인 이유를 만드는 생각이 쓰인다. 나한테는 무리니까, 이것밖에 하니까, 라며 스스로에 대한 선입견을 만든다. 자신에 대해 모르는 것보다 나쁜 것은 나를이렇다라고 단정 짓는 것이다.

2. 나에겐 뭐가 있지? 내가 있지? 이렇게 생각이 뻗어나가면 하나의 내가 나를 바라보며 비웃고 있다. 아무것도 하잖아. 그냥 현실에 만족하고 살아. 그게 무난해. 실제로 행동을 옮겨보기도 전에아냐, 됐어. 따위가 .’이라며 부푼 마음을 누르는 많은 에너지를 쓴다.

3. 자신의 수준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나한테는 이것이 최선이야. 라고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용기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행동을 일으킨 다음 자신에게 맞는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릿속에서 선만 긋는 것과는 다르다. 확고한 생각이나 단단한 가치관이 되어주는 것들은 내가 자발적으로 경험한 것들을 통해서 체득된다.

4. 생각이 행동을 유발하지만 사실상 행동이 생각을 예민하게 가다듬고 정리해준다.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을 때는 일단 상황에 나를 집어넣어보는 것이 좋다. 가장 확실한 리트머스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용기는 그래서 필요하다. 

5. 애초에 완벽한 선택, 완벽한 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충족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정답 같은 선택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숱하게 실패한 선택들이 공존했을 것이다. 실패를 통해 나에 대해 알게 되고 틈을 보완하며 계속 스스로에게 인생 결정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패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주저앉는 것이다.

6. 인생은 근본적으로 지루하고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비관적 현실주의자인지라 아무리 애를 써도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애초부터 지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래 우울한 인생이라고 해서 그냥 놔둘 수도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태도일 것이다.

7. 알맹이 없는 긍정이나 낙관이 아니라, 냉철한 현실감각과 공정한 비관 위에서 시작되는 그런 결기. 일관된 삶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무언가에 몰두하며 살아갈 있다면, 나는 그것이 인생의 방황을 줄여주고 공허함을 최소화시킬 최선의 방법이라고 보았다. 


마지막 글은 임경선 작가님의 책 <태도에 대하여> 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에요. 사실 마지막 6번과 7번의 글을 다시 읽고 싶어서 들추었다가 구독자에게도 꼭 전하고 싶어서 레터에 실었습니다.

작가님의 글 처럼 인생은 어쩌면 애초부터 지는 싸움일 수 있지만, 그래서 힘겹고 우울하고 지치고 버거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에게 만큼은 떳떳하고 싶어요. 어느 책 제목처럼, 다만 잘 지는 법도 있으니까요. 

질 땐 지더라도, 스스로에게 떳떳해보죠 뭐. 해 볼 때 까지, 할 수 있는 만큼요. 나와 당신에게 우리 서로에게 친절하면서요. 그 과정에서 구름처럼 몽글몽글 떠오르는 생각을 마음속에서 키보드로, 또 모니터로 타닥타닥 옮겨가면서, 글도 남겨보고요. 

오늘은 (주말인데도) 일도 하고, 이렇게 레터도 썼고(!), 집안일에도 참여했으니 이만하면 잘 했다고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어요. 늘 레터를 못 쓸(?), 몹쓸 변명을 앞세우지만 그럼에도 매주 발행하고 있는 자신을 칭찬하고 싶습니다. 저 잘하고 있죠? 

오늘의 레터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번주에는 비가 온다고 하네요. 모두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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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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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mygnam

    1
    over 1 year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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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답글 (1)
  • BK luv GH

    1
    over 1 year 전

    태도에 대하여. 5. 애초에 완벽한 선택, 완벽한 확신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충족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정답 같은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숱하게 실패한 선택들이 공존했을 것이다. 실패를 통해 나에 대해 더 알게 되고 틈을 보완하며 계속 스스로에게 인생 결정권을 부여했을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실패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 것이다. _ 나의 '태도'에 대하여 : 언능 일어나자 GH아 (ㅋㅋ)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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