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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일즈 뉴스레터는 융합예술주간에 소개되고 있는 '디엔에이 아트랩 DNA Art Lab'과 '머신아트랩 Machine Art Lab'을 집중 조명하고 있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포항의 지리와 지질, 역사에 대해 해양 문명, 해양 문화, 도시 특성, 철강 산업, 포항 사람들의 시각에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벗어나 다른 시각 또한 적용하고 있습니다. 즉, 이번 리서치의 차이점은 기존 상징들의 재해석에 머무르지 않고, 융합이라는 방법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융합이라는 방법론을 사용하는 리서치에서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작가들은 선택하고 분석하는 대상이나 소재에서 물질 차원, 특히 나노 차원의 입자나 화학적 변화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또한, 빛, 소리, 전기, 뇌파 등의 속성을 통해 움직임과 관계성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도시 프로젝트인 만큼 도시 디자인에서도 물, 불, 바람과 같은 기후적 또는 환경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뉴스레서는 10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그리고, 가끔 다른 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
많은 기대 바랍니다. ✨
'8호: 컨버전스 서큘레이션, 김희은, 노순천, 안소희 🔀'
📆 2024년 10월 27일
📝 8호: 컨버전스 서큘레이션, 김희은, 노순천, 안소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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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포항 융합예술 프로젝트 참여 작가 김희은, 노순천, 안소희는 오는 10월 25일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열리는《제6의 섬 Sixisles》에서 '컨버전스 서큘레이션 Convergence circulation'이란 타이틀로 한 공간에서 작업을 보여줍니다. 컨버전스 서큘레이션의 공통 기반은 포항의 철공업 중심으로 산업화된 과정에서 남겨진 부산물이며, 그것을 각각 현상, 소리와 노이즈, 의식과 환상의 관점에서 재조명합니다.
전시에서 노순천 작가의 〈우는 쇠 Crying Steel>(2024)와 <떠는 쇠 Trembling Steel〉(2024), 김희은 작가의 〈메탈 레이브 Metal Rave>(2024), 안소희 작가의 〈환상극 Dreamplay〉(2024)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소개했다시피, 포항은 풍부한 지질, 해양 자원을 가진 자연을 지녔습니다. 동시에 대한민국 철강 산업을 이끄는 포스코를 위시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발달한 도시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국가 산단인 포항 제철소와 철강산업 단지는 환경오염의 문제를 아직 대비하지도 못한 채로 경제부흥을 위해 여념 없이 생산에 몰두해 왔습니다. 시민들도 모두 철강 보국으로서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린다는 일념하에서 모두 힘을 모았죠. 그 결과는 양가적이고 치명적입니다. 한편으로 경제부흥을 다른 한편으론 환경오염을 일으켰으나, 지금은 단지 환경문제가 심각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점이 치명적인 지점입니다. 양차 세계대전 이후 지구에서 인간이 새로운 권력구조를 재편하면서 행한 생산 위주 경제 시스템과 그에 부합한 도시 개발과 사회의 근대화 방식이 지구생태시스템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연구 결과들은 '인류세' 논의까지 이어졌죠.
지금 그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포항이라는 지역에서도 이 문제는 시급하고 위중한 현안입니다. 환경 오염 문제는 포항에서 아주 위중한 사안인데요, 한때 조개가 무궁히 채취되던 곳에서 조개들이 떼죽음으로 발견되기도 했죠. 흉흉한 소문을 넘어서, 포항 바다에서 나는 식자재에서 중금속이 검출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16년 6월 형산강 하수에서 채취한 재첩에서 식품 허용 기준치 이상의 수은이 검출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오면서 형산강의 오염 문제도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포항시는 국내외 전문가와 함께 퇴적물 처리 방법에 대한 조사와 대처 방안을 내놓기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2017년부터 광범위한 오염 원인 조사와 더불어 생태복원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공단 지역에서 발생하는 유해화학물질 유출 사고와 수질오염사고 발생 시 오염된 물이 형산강으로 바로 유입되지 않도록 저류하여 유입수의 수질오염 상황을 파악하여 처리하는 시설을 설치해 오염 인자를 차단하고 있습니다.
김희은은 형산강이라는 줄기를 끼고 있는 국가 산단(포스코와 주변 산단)의 잔여물 중, 중금속이라는 요소에 주목합니다. 그러나 김희은은 오염물질인 중금속을 두고 국가산단과 강과 삶의 관계를 사운드로 승화시켜 냅니다. 작가는 중금속의 소리(불협화음)을 만든(작곡이라고 할까요?) 셈인데요, 다시 말하자면 '산업의 발전과 그에 따른 환경 변질의 반작용'을 사운드로 풀어낸 것이죠. 작가는 형산강 다리의 네 지점을 선택해, 중금속 농도가 높을수록 낮은 소리를 들려줍니다. 그 이유로, 낮은 소리일수록 우리의 몸으로 체감되기 때문이라고 전합니다.
기술 발전과 문명 발전이 남긴 지금의 현실, 그리고 그 작용들이 초래해온 여러 변화, 이 현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우리들의 모습을 단지 옳고 그름이라든가, 나쁘고 좋음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몸의 떨림이나 몸과 공간의 공명을 발생시키는 사운드라는 매개로 재연결시켜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김희은 작가는 어떤 멜로디를 두드러지게 하여 혹여 의미나 메시지가 편향되게 하지 않고, 단순한 음들의 진동을 통해서 우리가 중금속의 소리를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김희은의 〈메탈 레이브〉는 컨베이어 벨트를 산업 현장의 상징으로 사용하며, 그 위에 자석의 원리를 적용한 오브제들과 철재를 배치하고 변화시키면서 사운드를 생성합니다. 또한 포항 일대 자연환경에서 발견되는 중금속 농도 연구 데이터를 Max/MSP로 사운드화하여, 중금속의 성질과 농도값에 따라 변화하는 사운드를 구축해 냅니다.
김희은은 또한 포항가속기연구소를 방문하여, 가속기 원리를 사운드 설치 원리에 대입해 봅니다. 가속기에서 사용되는 "push and pull"의 역학을 자연적 현상, 물리적 현상, 기술적 조작의 과정을 생각합니다. 작가는 자연의 사운드(형산강 다리에서 녹음한 소리)와 기술의 사운드(숫자로 알 수 있는 전자음)의 속성을 비교해 봤고, 전시에서는 자연의 사운드를 마치 3세대 가속기(거대 자석의 배열로 전자의 속도를 가속하는 장치)의 배열에 착안하여, 공간에서는 4채널 공간 음향으로 전자음으로 조합한 소리들이 공간에서 순회하도록 배치했습니다.
이는 자연과 기술의 관계가, 그리고 그 사이의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 현상을 드러내는 것 이상으로, 그 내부의 섬세하게 얽힌 이들의 관계성을 사운드, 즉 어떠한 떨림으로 우리의 피부에 와닿게 합니다.
한편으로, 이 도시는 근대화를 지나 그 이후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포디즘(Fordism)- 포스트 포디즘(Post-Fordism)으로 이행하는 도시 모습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포항은, 작가들에게는 아이디어의 창고입니다. 끊임없는 생장, 그 가운데 보이는 변화들이 시시각각 떠오르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노순천은 6월부터 포항을 오가며 작은 쇳조각을 수집했습니다. 송도 해수욕장 주변 빈집에서 발견한 것들, 고물상 여러 곳을 방문하여 선택적으로 채집한 것들, 그리고 머신아트랩에서 이아피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인 철 스크랩들을 말이죠. 주인을 잃고 무심히 버려져 나뒹구는 것들, 쓰임을 다 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는 쇳조각들을 불러 모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듯합니다.
노순천은 철판과 철선으로 조형을 하고, 그들이 각각 고유한 진동 값(움직임 값)을 갖는다는 점을 포착하여 철판과 철선이 스스로 발생시키는 떨림이나 울림과 같은 현상을 소리로 듣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떠는 쇠〉는 우동 가락 같이 늘어진 불안정한 다리 여러 개가 넓고 긴 철판을 떠받치고 있고, 그 위에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낯익은 모양새의 쇳조각들이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무심히 놓여있습니다. 5개의 철판 아래는 스피커가 놓여있습니다.
이들은 가만히 놓여 있는 듯하지만 눈으로 쉽게 인식되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떨림이 있습니다. 가청 주파수 범위 밖의 극 저음에 의해 생긴 떨림, 그 떨림에 의해 철과 철이 만나 생기는 미세한 소리는, 우리가 알기 어려울 정도의 기저 아래에 있는 것이 주변의 환경을 끌어들일 때 생기는 또 다른 효과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우는 쇠〉는 철제 부산물을 주조하여 선형의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최초의 전자악기 테레민과 연결되어 사람들이 다가가면 그 움직임에 따라 웅웅하며 소리를 냅니다.
작가는 포항을 상징하는 쇠붙이의 전자기장을 관객의 다가옴에 따라 간섭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우리의 귀로 감각할 수 있게 소리로 표현합니다. 우리가 얼마나 다가가고 연루되는지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작품은, 포항을 대표하는 철강 산업, 제철소, 포디즘, 기술과 같은 것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명하고 있음을 들려주는 듯합니다. 노순천은 〈우는 쇠〉와 〈떠는 쇠〉를 통해 사람과 철, 자연과 도시, 다가감과 멀어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고요하지만 확실한 떨림으로 전달합니다.
김희은, 노순천 작가는 조립 설비와 연속공정 기술을 이용해 표준화된 제품의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축적 체제를 일컫는 '포디즘'이 자연과 인간에게 미친 영향 관계를 그 흔적과 부속물로 알아봤다면, 안소희는 조금 더 미시적 차원으로 그 영향 관계를 조망하고 있는 듯합니다. 작가는 '포항'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산물부터, 도시를 걷다 보면 마주하는 포디즘의 잔재들, 그리고 그 이후, 포스트 포디즘 사회로 진입한 도시의 외연을 포착합니다.
안소희가 특히 주목하는 곳은 송도 해수욕장 인근입니다. 이곳은 포스코와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이자,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수많은 시민이 찾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도 했죠. 1976년의 기록으로는 12만 명이 찾아왔다는 기록도 남아있습니다. 송도 해수욕장의 명성은 백사장의 침식, 해수의 오염 문제 등 여러 요인으로 2007년 폐장으로 잠시 주춤하고 맙니다.
송도 해수욕장이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을 당시에도 수중발레 선수 포즈로 팔을 활짝 벌린 평화의 여상과 바다 한가운데 다이빙대는 이곳의 랜드마크였습니다. 주민들은 이곳을 기점으로 약속 장소를 잡기도 하고 이름을 딴 가게를 내기도 하는 등 현재까지도 송도 해수욕장의 중요한 조형물 중 하나입니다. 안소희는 현재 평화의 여상이 들고 있는 월계수 잎을 미역으로 바꿔 들게 해 작품에 등장시킵니다.
이후 2018년 포항시는 다시 한번 송도 해수욕장 인근을 해수변의 관광 네트워크의 거점으로 만들고자 야심차게 여러 워터폴리를 조성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워터폴리는 유리로 만들어진 전구 모양의 14m가량의 조형물입니다. 이 작품은 동해의 일출을 모티브로 하여 해오름을 형상화한 것으로, 유리로 만들어져 내부에서 형산강과 바다를 볼 수도 있습니다.
예로부터 포항 송도 해역에는 정어리가 많이 서식하여 어업장을 가득 채울 만큼 잘 잡히는 어종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어리 뿐만아니라 오징어도 그렇고 지금 동해안의 해수온에 따라 살고 있던 고유 서식 어종들의 생태도 바뀌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해수온에 민감한 정어리 떼들을 작품의 이미지로 등장시켜 송도에서 기억해야 할 것들을 불러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의식 아래 자리 잡은 포디즘적 사고방식과 포디즘적 삶의 방식과 그 존재 방식도 변하고 있지 않을까요? 혹은 포디즘적 인지는 이후 어떤 인지의 과정으로 전개될까요? 〈환상극〉이라는 타이틀로 안소희 작가는 송도 중심으로 만든 환상의 이미지들을 보여줍니다. 송도 환상극은 사실 인간의 무의식 속에 집적된 형태들이 만드는 새로운 차원의 이미지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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