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 25일에 개막을 하고 벌써 며칠이 지났습니다. 몇몇 기술적 구현의 어려움도 있지만 전시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시간 인터렉티브 방식을 오디오비주얼로 구현한다는게 쉽지 않은 일이네요. ^^
식사일즈 뉴스레터는 융합예술주간에서 퍼포먼스와 체험형 전시 형태로 펼쳐지고 있는 '디엔에이 아트랩 DNA Art Lab'과 '머신아트랩 Machine Art Lab'을 집중 조명합니다.
참여 작가들은 포항의 지리와 지질, 역사에 대해 해양 문명, 해양 문화, 도시 특성, 철강 산업, 포항 사람들의 관점을 담습니다. 또한 이번 리서치의 투사 관점과 접근 방법론적 측면에서 기존 상징을 재해석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현상과 작용과 변화 과정을 주목하려 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과학적 분석과 원리, 그리고 기술적인 해결을 활용하면서 그에 공공성을 덧붙입니다. 또한 예술이라는 공감 장치를 활용하여 도시 문제를 모두가 함께 풀어가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 이번 융합예술주간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애초 접근에서 작가들은 문제적인 소재를 선택하되, 그것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관점과 방법론을 고안하기 위해 그 소재나 대상의 물질 차원, 나노 차원, 화학적 변화 등 보다 근본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입니다. 또한 현상에 대해서도 빛, 소리, 전기, 뇌파 등의 속성적 측면에 주목해 움직임과 관계성을 파악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도시 프로젝트인 만큼 도시 디자인에서도 물, 불, 바람과 같은 기후적 또는 환경적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뉴스레서는 10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가끔은 다른 요일)에 찾아뵙겠습니다. 🙂
많은 기대 바랍니다. ✨
2024 포항융합예술주간 '제6의 섬'에 관한 내용은 홈페이지와 인스타그램을 참고해주세요.
'9화: 종간수화, 엄혜윤, 유준오, 이원만 🌲'
📆 2024년 10월 29일
📝 9화: 종간수화, 엄혜윤, 유준오, 이원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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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포항융합예술주간 《제6의 섬 The Sixisles》에서 <종간수화 種間水話>(2024)라는 타이틀로 멀티미디어 인터렉티브 아티스트 유준오와 국악 연출가 이원만이 협업 퍼포먼스와 전시를 선보입니다. 해당 작업은 문화예술팩토리(3층, 멀티미디어홀)에서 지난 10월 25일에 퍼포먼스로 먼저 소개되었습니다. 이후 전시 형태로 문화예술팩토리에서 11월 10일까지, 동빈문화창고에서 연동형태로 11월 17일까지 지속됩니다.
첨단 기술을 사용하는 작가와 국악 연출을 해온 작가가 분야와 장르와 세대를 넘어서 만났고, 서로 대화를 이어와 하나의 공연과 전시를 구현했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공연이라는 플랫폼에서 연출되었는데요, 여기서 몸의 기술과 미디어의 기술과 관객의 기술이 만납니다.
몸의 기술 측면에서는 전통악기와 소리라는 국악 요소가, 미디어 기술측면에서는 실시간 인터렉티브 구현이 중요한데요, 이는 사운드와 영상으로 표현됩니다. 무엇보다 관객 참여에 의해 작품이 완성되어간다는 참여형이자 과정형 프로젝트라는 점도 중요합니다. 융합 범주가 사실상 광범위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종간수화 種間水話》에서는 서로 다른 종간의 대화, 현실과 가상의 연결, 매개로서의 물, 모티브로서의 나무가 키워드입니다.
이원만은 포항에서 수십년간 활동해온 예술가입니다. 평소 생명과 생명의 힘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또한 생태민주주의, 돌봄민주주의 등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상에 대해서 몸의 기술에 기반한 전통 예술(국악) 공연 형태로 기획해왔습니다. 이원만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포항의 도시화 과정에서의 자연과 환경의 변화를 ‘도시 공간 속 가로수’라는 소재를 통해서 짚어봅니다. 가로수라는 것은 도시 개발에 발맞춰 관리되고, 도시 생활 속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도시 속 자연물입니다.
포항의 어떤 빈 건물 옥상에서 이원만은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가 자라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포항의 이곳저곳에서 플라타너스가 아무렇게나 자라나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는 사실 그 누구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단지 햇빛과 빗물로만 자라는 도시 오브제인 것이죠. 도시 속 방치 상태에서 자라는 나무는 관리되는 가로수라기보다는 열외적 존재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원만은 유준오에게 포항의 플라타너스 이야기를 하며,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채로 자라난 생명체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유준오는 기존 작업에서 치유와 정화를 주제로 하여 인터렉티브 미디어 작업을 해오던 작가입니다. 작품에서 치유와 정화의 매체로 물과 불을 사용해왔습니다. <종간수화>에서 이원만의 '수'가 나무라면, 유준오의 '수'는 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두 작가는 이렇게하여 대화를 '수화'로 풀어가게 됩니다. 유준오는 이원만의 생명체 이야기로부터 불가해한 혹은 기이한 속성, 즉 현실속 가상성을 포착해냅니다. 이리하여 도시에서 방치된 자유 속에서 생명력을 잃지 않는 나무는 가상 현실 속 인공의 나무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에서, 가상에서, 나무는 어떻게든 변합니다. 자란다고 말하고 싶죠. 그리고 결국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촉진제 혹은 촉발제가 됩니다.
(여기서, 잠깐) 포항 시내 가로수 모습들
잘 보면, 포항 시내 곳곳에 가로수가 전신주와 서로 기대며 자라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꼭 이들이 지내는 도시와의 공생을 안타까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작가들이 이 모습들에서 자율이라는 양태로 버티고 있는 생명력을 발견하기도 한 것처럼요.
리처시 초반에 엄혜윤, 유준오, 이원만은 포항 시내를 함께 거닐며 도시의 여러 나무를 마주했습니다. 물론 길거리를 따라 관리가 잘 된 가로수들도 있지만, 이들이 주목한 나무는 길에서 벗어난 나무들이었습니다. 아스팔트를 뚫고 올라와 스스로 도시의 오브제가 된 가로수인지 야생수인지 알 수 없는 나무가 된 이들,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싹을 틔우고 푸르른 잎을 보이는 나무에서 생명의 힘을 발견합니다. 이들의 공동 리서치 경험이 아마도 포항에 대한 애정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나무의 자람으로부터 작가들이 발견한 생명의 힘을 어떻게 미적 행위로 번역해낼까요? 생명의 힘이라는 아름다움을 나누고 퍼트리는 매개체로 '물'을 선택했고, 이원만과 유준오는 포항시에 버려진 어떤 마른 나뭇가지를 가져다 작품의 주된 오브제로 등장시키면서, 나뭇가지에 물을 주는 공연을 선보이게 됩니다.
정안수로 자라는 나무, 그리고 가상의 나무 탄생이 10월 25일(금) 문화예술팩토리에서 《종간수화 種間水話》 퍼포먼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우리 옛 분들은 밤12시에서 새벽 1시 사이 동네 공동우물에 고이는 새날 첫물을 받아와 장독대 위에 놓고 자식의 건강과 개인적으로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내도록 두 손을 모아 빌었습니다. 그 자식을 위한 물 한 그릇을 받으러 가는 길에 내 자식 잘되라고 하는 일에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으로 등불을 밝히고 대나무 가지 하나를 꺾어 길 위에 나와 잠자는 벌레들을 길옆으로 쓸어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길어온 물 한 그릇은 다른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있기에 그 물을 받아오는 과정이 이미 기도였기에, 생명수였기에, 기도의 제물로 충분했다고 합니다. 기도가 잘 통할 수밖에 없었죠. 종간 대화의 시작, 종간수화種間水話입니다." (- 이원만)
《종간수화 種間水話》의 정안수 그리고 가상의 나무 탄생까지
퍼포먼스에서의 물은 정안수인데요, 정안수는 무언가를 비는 간절한 마음과 다른 생명을 가진 모두의 안녕을 생각하며 길어온 물을 말합니다. 정안수는 그 행위와 담긴 의미로 인해 생명수가 됩니다. 관람객 모두의 생명수가 가상 현실 속 나무를 키웁니다.
물을 매개로 한 종간의 대화는 도시 속 여러 생명종들 사이에서, 심지어 콘크리트 바닥과 같은 무생물 사이에서, 서로를 연결시켜주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대화는 연결과 정화의 의미로 확장됩니다. 더군다나 물을 통해 뜻을 전하는 행위는 우리의 선조시대 부터 전해오던 하나의 관습이기도 하며, 이를 위한 행위 자체에는 비는 행위로부터 정갈하고 간절한 마음을 키워 결국 공동체의 마음으로 만들어낸다는 의미 또한 담겨있습니다.
관람객은 문화예술팩토리에 설치된 작품의 나뭇가지에 정안수를 줄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팩토리와 동빈문화창고1969 전시장은 연동되어 있어서, 팩토리에서 정안수를 주면 동빈문화창고1969의 작품 안에서 물이 또 다른 파동을 일으킵니다.
‘종간수화’의 대화는 매개와 연결과 느낌들의 공명으로 이어집니다. 애초 다른 종간의 소통과 공존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도시의 인공성 속에서 자연의 생명성이 어떻게 부조화스러운듯 아슬하게 조우하고 있는가로 확장되었습니다.그리고 이들의 대화는 결국 현실과 가상의 기이한 연결로까지 이어집니다.
유준오의 영상은 변하는, 그렇지만 자란다고 말하고 싶은 영상입니다. 디지털적 존재가 된 나무는 영원이라는 세계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이렇듯 현실의 나무에서 태어난 가상의 세계 속 디지털적 존재로서의 나무가 앞으로 또 어떤 세계를 탄생시킬지 기대됩니다.
우리가 꿈꾸는 소통과 공존과 연결은 이렇듯 다차원적이고 다매체적이면서 기이한것이 아닐까 합니다.
* 여기서 잠깐, 실제 물을 주는데 어떻게 영상 속 나무와 영상이 변하나요? 사진에서 보시는 삼각형 형태의 구조물에는 물이 떨어지면 그 파장과 압력에 반응하는 기계장치가 되어있고, 그것을 인식하여 실시간으로 화면에서 변화가 일어나게끔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화예술팩토리 3층에서 물을 주면 그것이 또한 동빈문화창고1969에 설치되어 있는 구조물로 신호를 보내어 동빈에서도 물방울이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공간을 연결하고, 차원을 연결하고, 도시를 연결하는 프로젝트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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