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에 코가 시큰거린다. 마침 오늘 밤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부네요'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작년 이 맘때까지만 해도 나는 서울역 11번 출구 앞 건물을 끼고 우측으로 돌면 보이는 동자동 골목길을 수시로 오갔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싶다. 17세기 뉴턴은 질량을 가진 물체 사이에 중력이 작동한다고 했다. 질량도 없고, 눈에 보이지도 않지만, 나는 마음에도 중력이 있다고 믿는다. 마음으로 연결된 관계 사이에 어떤 구체적인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선 바쁜 일정 와중에도 한 사람을 위해 낯설고 비좁은 골목을 드나들었던 나의 발걸음을 설명할 수 없다.
“우리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곳에서 고통 겪는 존재들을 기억하고, 삶의 현장에서 투쟁하는 이들과 함께하겠습니다.”
- 청년기후긴급행동 (2021. 8. 17.)
2021년 여름 날,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합동 사회장>이 열렸다. 5호선 전철을 타고 광장 분향소로 향하는 길이었다. 광화문역 광고판 기둥 앞에 한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서 계셨다. 그 할아버지는 나를 향해 대뜸 5만원만 달라고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왜 5만원이 필요하신지 여쭤봤다. 온 몸이 쑤셔서 병원에 가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다고 하셨다. 나는 5만원을 드리면 바로 병원에 가실 건지 여쭤봤고, 그렇다고 하셨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5만원과 함께 내 이름과 연락처를 드렸다. 병원에 다녀와서 꼭 전화 달라고 말씀드린 후, 나는 다시 갈 길을 갔다. 할아버지의 이름은 김학성이었고, 그는 1947년 9월생 충청도 출신이다. 나와 꼭 50살 차이가 난다. 할아버지와의 통화를 마치고, 우리는 이후에도 서로 안부를 묻고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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