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귀여움 앞에서 멈칫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는 말은 이 시대의 속담이 되었다고나 할까. 세상이 유머와 다정함, 순수함 같은 것을 점점 잃어가는 요즘, ‘귀여운 것’은 사람들이 절대 잃고 싶지 않은 마지막 ‘숨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도 기계처럼 강하고 똑똑하고 효율이 뛰어나야 살아남는 시대, 기계처럼 반듯하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볼펜 꼭지에, 열쇠고리에, 손톱에 그려 넣은 그림에, 누구도 보지 않는 잠옷에, 마치 참을 수 없이 삐져나온 듯한 크고 작은 귀여움을 간직하며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귀여운 건 못 잃어.’
나도 귀여운 걸 못 참고 못 잃는 사람으로서, 귀여운 건 거의 옳고 이롭다고 생각한다. 사랑스러워야 귀엽기 때문에 상대를 향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시선이 전제되어 있다. 게다가 귀엽다는 생각은 너그럽다. 서투름과 실수도 안아주고 사랑스럽게 여겨주는 말이니까. 나는 첫 출산을 시작으로 쉼 없는 육아와 함께 따라온 쉴 새 없는 귀여움을 누리며 꽤 ‘평화’라는 말 가까이 살고 있다고 느꼈다. 아이의 존재는 평화 아닌 것을 떠올리기 힘들게 사랑과 평화 그 자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떤 ‘귀여움’ 앞에서 멈칫 걸음을 멈췄다. 결코 멈춰 서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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