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는 도넛 가게는 왜 3년을 못 갈까?

안녕하세요, 이안(Ian)입니다.
2~3년 전만 해도 인스타그램을 도배했던 화려한 도넛 가게들, 기억나시나요? 줄을 서서 사 먹던 그 많던 브랜드들이 지금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반면 요새 논란이 있긴 하지만 런던베이글뮤지엄 같은 베이글 브랜드는 거리를 넘어 메가쇼핑몰까지 점령하며 승승장구하고, 창업자는 높은 밸류로 매각까지 성공했죠.
도넛은 망하고, 베이글은 살아남은 이유.
맛 때문일까? 유행이 끝났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돈을 버는 구조'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맛집 블로거들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 '베이글의 3가지 승리 비밀'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1. 베이글은 빵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도넛과 베이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도넛은 그 자체로 완성품입니다. 안에 잼도, 크림도 다 들어있죠.

하지만 베이글은 다릅니다. 베이글은 그 자체로 미완성입니다. '크림치즈'를 발라야 비로소 완성되죠. 바로 이 지점에서 엄청난 수익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경영학에서는 이걸 '프린터와 잉크(Razor & Blade)'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프린터 회사는 기계(프린터)를 원가에 가깝게 싸게 팝니다. 대신, 계속해서 갈아 끼워야 하는 '잉크 카트리지'를 비싸게 팔아 진짜 돈을 벌죠. 베이글 가게의 수익 구조가 이와 소름 돋게 똑같습니다.
- 프린터 (=베이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미끼'입니다. 적당한 가격에 팝니다.
- 잉크 (=크림치즈): 실제 이익률을 책임지는 '고마진 상품'입니다. 만드는 공수는 적은데 비싸게 팔 수 있죠.

베이글 가게에 가면 4,700원짜리 빵을 고르고, 자연스럽게 3,800원~7,500원짜리 크림치즈를 집게 됩니다. 고객은 기분 좋게 구매하지만, 사장님 입장에선 객단가를 2배 이상 뻥튀기 시키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도넛은 하나 팔 때, 베이글은 '고마진의 잉크'를 같이 팔게 됩니다. 여기서 승부가 갈린 거죠.
2. 확장을 결정짓는 건 '냉동실'이다
프랜차이즈나 지점을 늘릴 때 가장 중요한 건 '맛의 통일성'입니다. 그런데 이 통일성을 유지하는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 도넛 (튀김): 기름에 튀기는 건 정말 까다롭습니다. 날씨, 습도, 튀기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죠. 미리 만들어두면 금방 눅눅해져서 재고 관리도 최악입니다.
🥯 베이글 (냉동): 반면 베이글은 '냉동'이 됩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반죽을 만들어 얼려서 각 매장으로 보내면 끝입니다. 매장에서는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죠.
"냉동이 된다"는 말은 곧 "재고 손실이 거의 없다"는 뜻이고, "누구나 쉽게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품질관리와 재고관리에 유리한 DNA는 베이글이 압도적이었습니다.
3. '간식' 배와 '밥' 배는 예산이 다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무엇부터 줄일까요? 바로 '디저트'입니다. 도넛은 명백한 '간식(Snack)'입니다.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안 사 먹어도 그만인 '선택재'죠. 그래서 불경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습니다.
하지만 베이글은 어떤가요? 런던베이글뮤지엄이나 코끼리베이글을 보면 사람들은 빵만 사지 않습니다. 잠봉뵈르 샌드위치, 수프를 같이 시키죠. 이건 '식사(Meal)'입니다.

여기서 엄청난 객단가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 도넛 가게: 1인당 5,000원 쓰기도 힘듭니다. (디저트 예산의 한계)
- 베이글 가게: 샌드위치+커피로 15,000원을 써도 "요즘 밥값 치고 괜찮네"라고 생각합니다. (점심 식사 예산의 허용치)
베이글이 살아남은 진짜 이유는, 스스로를 '4,000원짜리 빵'이 아니라 '15,000원짜리 브런치' 시장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입니다.
"밥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옛말, F&B 비즈니스의 영원한 진리입니다.
🧠 Ian's Note : 당신의 아이템은 '필수'입니까?
화려한 트렌드 뒤에는 항상 차가운 숫자의 논리가 숨어있습니다. 지금 무언가를 팔고 계시거나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한번 점검해 보세요.
- 메인 제품(베이글)을 통해 고마진의 서브 제품(크림치즈/잉크)을 팔고 있는가?
- 재고 관리가 쉽고 확장이 용이한 물류 구조인가?
- 고객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필수재(식사)'의 영역에 있는가?
이 구조가 없다면, 아무리 맛있는 맛집도 결국엔 자영업의 무덤으로 가게 됩니다. 사업은 빵을 파는 게 아니라, 마진 구조를 파는 것이니까요.
Editor. 소장 이안 (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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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nago1224
1등입니다. ㅎㅎ
THE SOURCE LAB
역시 혼나고!!!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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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와 맨날 런베글 가면서 베이글 사면서, 결제 대기 줄 서면서 크림치즈도 그냥 같이 집어서 계산했는데, 전~혀 모르던 내용이었는데 완전 유익합니다 ㅎㅎ 고마진 서브 상품!
THE SOURCE LAB
런베뮤 한번 가서 그 자리에서 먹을 것만 계산해도 객단가가 꽤 높은데, 가족들 맛보라고 몇 개 더 사다가 보면 10만원 정도는 가뿐히 채우게 되더라구요. 조랑말 인형이나 연필같은 작은 굿즈들도 어찌나 이쁘던지요. 객단가를 높이는 여러 장치들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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