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 Insight 자본미학

[Secret Sauce #01] 줄 서는 도넛 가게는 왜 3년을 못 갈까?

노티드 도넛과 런던 베이글 뮤지엄의 사례로 본

2025.1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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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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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서는 도넛 가게는 왜 3년을 못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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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안(Ian)입니다. 

2~3년 전만 해도 인스타그램을 도배했던 화려한 도넛 가게들, 기억나시나요? 줄을 서서 사 먹던 그 많던 브랜드들이 지금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반면 요새 논란이 있긴 하지만 런던베이글뮤지엄 같은 베이글 브랜드는 거리를 넘어 메가쇼핑몰까지 점령하며 승승장구하고, 창업자는 높은 밸류로 매각까지 성공했죠.

도넛은 망하고, 베이글은 살아남은 이유.
맛 때문일까? 유행이 끝났기 때문일까요?

이유는 '돈을 버는 구조'가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맛집 블로거들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 '베이글의 3가지 승리 비밀'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1. 베이글은 빵이 아니라 '플랫폼'이다

도넛과 베이글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도넛은 그 자체로 완성품입니다. 안에 잼도, 크림도 다 들어있죠.

도넛은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어 추가 구매를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도넛은 그 자체로 완성되어 있어 추가 구매를 유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베이글은 다릅니다. 베이글은 그 자체로 미완성입니다. '크림치즈'를 발라야 비로소 완성되죠. 바로 이 지점에서 엄청난 수익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경영학에서는 이걸 '프린터와 잉크(Razor & Blade)' 모델이라고 부릅니다.

프린터 회사는 기계(프린터)를 원가에 가깝게 싸게 팝니다. 대신, 계속해서 갈아 끼워야 하는 '잉크 카트리지'를 비싸게 팔아 진짜 돈을 벌죠. 베이글 가게의 수익 구조가 이와 소름 돋게 똑같습니다.

  • 프린터 (=베이글):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미끼'입니다. 적당한 가격에 팝니다.
  • 잉크 (=크림치즈): 실제 이익률을 책임지는 '고마진 상품'입니다. 만드는 공수는 적은데 비싸게 팔 수 있죠.
베이글 가게의 진짜 수익원은 바로 이 '크림치즈'들입니다
베이글 가게의 진짜 수익원은 바로 이 '크림치즈'들입니다

베이글 가게에 가면 4,700원짜리 빵을 고르고, 자연스럽게 3,800원~7,500원짜리 크림치즈를 집게 됩니다. 고객은 기분 좋게 구매하지만, 사장님 입장에선 객단가를 2배 이상 뻥튀기 시키는 마법이 일어납니다.

도넛은 하나 팔 때, 베이글은 '고마진의 잉크'를 같이 팔게 됩니다. 여기서 승부가 갈린 거죠.


2. 확장을 결정짓는 건 '냉동실'이다

프랜차이즈나 지점을 늘릴 때 가장 중요한 건 '맛의 통일성'입니다. 그런데 이 통일성을 유지하는 난이도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 도넛 (튀김): 기름에 튀기는 건 정말 까다롭습니다. 날씨, 습도, 튀기는 사람의 실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죠. 미리 만들어두면 금방 눅눅해져서 재고 관리도 최악입니다.

🥯 베이글 (냉동): 반면 베이글은 '냉동'이 됩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반죽을 만들어 얼려서 각 매장으로 보내면 끝입니다. 매장에서는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죠.

"냉동이 된다"는 말은 곧 "재고 손실이 거의 없다"는 뜻이고, "누구나 쉽게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품질관리와 재고관리에 유리한 DNA는 베이글이 압도적이었습니다.


3. '간식' 배와 '밥' 배는 예산이 다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무엇부터 줄일까요? 바로 '디저트'입니다. 도넛은 명백한 '간식(Snack)'입니다. 밥을 먹고 배가 부르면 안 사 먹어도 그만인 '선택재'죠. 그래서 불경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습니다.

하지만 베이글은 어떤가요? 런던베이글뮤지엄이나 코끼리베이글을 보면 사람들은 빵만 사지 않습니다. 잠봉뵈르 샌드위치, 수프를 같이 시키죠. 이건 '식사(Meal)'입니다.

 

베이글은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의 영역으로 넘어갔습니다.)
베이글은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의 영역으로 넘어갔습니다.)

여기서 엄청난 객단가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 도넛 가게: 1인당 5,000원 쓰기도 힘듭니다. (디저트 예산의 한계)
  • 베이글 가게: 샌드위치+커피로 15,000원을 써도 "요즘 밥값 치고 괜찮네"라고 생각합니다. (점심 식사 예산의 허용치)

베이글이 살아남은 진짜 이유는, 스스로를 '4,000원짜리 빵'이 아니라 '15,000원짜리 브런치' 시장으로 격상시켰기 때문입니다.

"밥장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옛말, F&B 비즈니스의 영원한 진리입니다.


🧠 Ian's Note : 당신의 아이템은 '필수'입니까?

화려한 트렌드 뒤에는 항상 차가운 숫자의 논리가 숨어있습니다. 지금 무언가를 팔고 계시거나 창업을 준비 중이라면 한번 점검해 보세요.

  1. 메인 제품(베이글)을 통해 고마진의 서브 제품(크림치즈/잉크)을 팔고 있는가?
  2. 재고 관리가 쉽고 확장이 용이한 물류 구조인가?
  3. 고객이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필수재(식사)'의 영역에 있는가?

이 구조가 없다면, 아무리 맛있는 맛집도 결국엔 자영업의 무덤으로 가게 됩니다. 사업은 빵을 파는 게 아니라, 마진 구조를 파는 것이니까요.


Editor. 소장 이안 (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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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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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nnago1224의 프로필 이미지

    honnago1224

    1
    9 days 전

    1등입니다. ㅎㅎ

    ㄴ 답글 (1)
  • love의 프로필 이미지

    love

    0
    8 days 전

    와 맨날 런베글 가면서 베이글 사면서, 결제 대기 줄 서면서 크림치즈도 그냥 같이 집어서 계산했는데, 전~혀 모르던 내용이었는데 완전 유익합니다 ㅎㅎ 고마진 서브 상품!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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