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예술가는 가난하고, 월가(Wall-Street)사람들은 부유할까?

안녕하세요, 소스랩 소장 이안입니다.
세상에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감동을 주는 예술가(일부 유명한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들은 가난에 시달립니다. 반면에 모니터 앞에서 종일 숫자만 쳐다보는 월스트리스의 금융인들은 지금도 천문학적인 돈을 쓸어 담고 있죠.
왜 그럴까요? 세상이 불공평해서 일까요? 자본주의가 타락해서 일까요?
저는 이 현상을 냉정한 '미디어 이론'관점에서 해답을 찾아 보려고 합니다.
1. 맥루한의 시선 : 숫자는 가장 강력한 '추상(Abstraction)이다
먼저 들어가기 앞서서 '마샬 맥루한'이라는 커뮤니케이션 철학의 시조새 같은 분이 쓴 <미디어의 이해>라는 저서가 있습니다. 맥루한은 이렇게 말한 바가 있습니다.
"돈은 노동과 물건을 '숫자'로 번역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다"
<미디어의 이해, 1964, 마샬 맥루한>

자, 이제 이게 뭔소리인지 아래 그림으로 설명해 드릴게요.
세상을 추상과 구체로 나누어 봅시다

왼쪽의 "구체(Concrete)"의 세계
사과를 파는 사람
여기 사과 하나가 있습니다.
농부는 이 사과를 키우기 위해 노동을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 가서 손님에게 사과를 건네고 1,000원을 받습니다. (사과를 그림으로 변경해도 동일합니다)
- 특징: 내가 직접 움직여야 합니다. 사과는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팝니다.
- 한계: 내 몸은 하나고, 시간은 24시간뿐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수입의 천장(Cap) 이 정해져 있습니다.
오른쪽의 "추상(Abstract)"의 세계
사과 '값'을 파는 사람
이제 오른쪽을 보세요. 사과가 사라지고 0과 1, 그리고 그래프(숫자)만 남았습니다.
여기는 '사과'를 파는 게 아니라, '사과 회사의 주식'이나 '사과 선물 거래'를 하는 월가의 세상입니다.
- 특징: 사과를 만질 필요가 없습니다. 모니터 속 숫자만 움직입니다.
- 파괴력: 엔터키 한 번 누르면, 1초 만에 사과 100만 톤에 해당하는 가치가 지구 반대편으로 팔려나갑니다.
- 결과: 물리적인 제약이 없습니다. 그래서 부의 단위가 무한대로 확장(Scale-up)됩니다.
여기에는 한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왼쪽의 세계에서 일하는 예술가, 셰프, 장인들은 "구체적인"일을 합니다. 손에 흙을 묻히고, 물감 냄새를 맡고, 불 앞에서 요리를 합니다. 이 과정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며, 인간 본연의 '만드는 것의 즐거움/기쁨'을 줍니다

반면, 오른쪽의 세계에서 일하는 월가의 트레이더나 회계사,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오직 차가운 숫자구조 뿐입니다. 이 과정은 건조하고, 지루하며, 때로는 고통스럽습니다. 이 세계에는 재미 대신 '속도'가 있죠. 맥루한의 통찰은 여기서 빛을 발합니다. 자본은 '구체성'이 제거될수록(추상화될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가치가 증폭됩니다.
예술가가 혼신을 다해 만든 도자기(구체)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팝니다. 하지만 월가가 설계한 금융 상품(추상)은 0과 1이라는 숫자로 변환되어, 클릭 한 번에 전 세계로 무한 복제되어 팔려나갑니다.
월가 사람들이 부유한 건 그들이 더 똑똑하거나 도덕적이어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가장 '추상적이고 빠른 세계'에서 놀고 있기 때문입니다.
2. 재미있는 일에는 '세금'이 붙습니다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일화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 출근해서 직장을 간다는게 꽤나 괴로웠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멘토처럼 여기던 7살 많은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서 너무 힘들다고 투정을 부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선배의 답변은 적잖이 충격적이었는데요.
" 회사가 재미가 없으니까 돈을 받지~ 재미있으면 니가 돈내고 다녀야지"
순간 너무 맞는 말이라 정신이 번쩍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한참을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 일화를 왜 얘기하냐면, 경제학적으로도 예술가가 가난한 이유와 동일한데요, 바로 현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열정의 역설(Passion Paradox)' 때문입니다.

사회는 은연중에 당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그럼 돈은 좀 적게 받아도 되지?"
창작의 기쁨과 만드는 보람을 보상의 일부로 간주해 버리는 겁니다. 일종의 '재미 세금(Passion Tax)을 떼는 셈이죠. 예술가는 이미 '재미'라는 화폐로 월급을 미리 받았기에, 현금 보상이 적은 것입니다.
반면, 월가의 금융인이 하는 일은 고통스럽고 지루합니다. 아무도 엑셀 장부나 코딩 화면을 보며 희열을 느끼진 않으니까요. 자본주의는 그 '지루함을 견딘 댓가'로 막대한 현금 보상을 줍니다. 우리가 직장을 다니는 이유랑도 동일하죠? 단, 가끔 엑셀의 한셀을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거나, 숫자를 맞추면서 즐거우신 분은 예외입니다만. 친하게 지낼 수 없을 것 같네요...
3. 잡스의 태도와 쿡의 엑셀을 동시에 가져라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요?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이라는 철학을 따라야 할까요?

여기서 많은 분이 오해합니다. 잡스가 말한 '예술'은 제품을 만들 때의 '집요한 태도(Attitude)'를 말하는 것이지, 비즈니스 모델이나 회사 운영방식이 아니었습니다. 예술가처럼(구체적이고 비효율적으로)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애플은 그 누구보다 치밀한 공급망 관리(추상)와 숫자 경영을 하는 회사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맥킨토시 개발 당시, 팀원들에게 "진정한 예술가는 출하한다(Real artists ship)"라고 말하며, 제품 내부 회로 기판에 팀원들의 서명을 새겨 넣게 했습니다. 마치 예술 작품에 서명하듯이요. 이건 '예술가의 태도(구체)'입니다. 하지만 애플을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든 건, 팀 쿡을 영입하기위에 삼고초려했던 점을 기억한다면, '전 세계 공급망 관리 시스템(추상)'의 영역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죠.
돈을 벌고 싶다면, 이 두 가지를 분리해서 장착해야 합니다.
[돈을 버는 2단계 전략]
- 제품은 잡스처럼 (Attitude): 고객이 만지고 느끼는 부분에는 예술가적 집착을 부리십시오. 타협하지 않는 디테일이 팬덤을 만듭니다.
- 구조는 팀쿡처럼 (Structure): 하지만 돈을 버는 방식은 철저히 추상적이어야 합니다. 예술품(제품)이 자동으로 팔려나가는 시스템과 수익 공식은 냉혹한 숫자로 설계하십시오.
🧠Ian's Note : 추상의 사다리를 올라타라
저는 사업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예술의 세계와 동일해지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술가처럼 자신의 비지니스를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결코 예술가처럼 일하진 말았으면 합니다
손에서 밀가루와 붓을 털어내고, 차가운 숫자와 시스템의 세계로 진입하십시오.
내가 직접 뛰는 '플레이어(예술가)'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뛰는 '판을 짜는 설계자'가 될 때,
비로소 사업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가장 높은 부가가치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가장 재미없고 추상적인 곳에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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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N
구독완!! 난 그래도 예술가처럼 일하고 내 미천한 소득은 거인들에게 맡길거얌
THE SOURCE LAB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야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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