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더소스랩 소장 핫소스 입니다.
혹시 “일은 내가 다 하는데, 인정은 쟤가 받네?" 라고 생각한 적 없으신가요?
업무 능력(Hard Skill)이 뛰어난 분일수록, '정치(Soft Skill)'를 시간 낭비라 여기다 고립되곤 합니다. 그렇게 유능한 앨리스들은 떠나고, 회사엔 정치꾼만 남게 되죠.
오늘은 이 이상한 나라(Wonderland)의 토끼 굴에 빠져 고통받고 있는 고지식한 일잘러들을 위한 아주 현실적인 <원더랜드 생존 가이드> 입니다.
[Prologue] 토끼 굴로 추락한 고지식한 앨리스
- 현실 인식: 당신은 지금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상상해 봅시다. 앨리스는 지난 3일간을 갈아 넣은 기획안을 들고 회의실 문을 엽니다. 앨리스의 무기는 논리(Logic)와 데이터(Data), 즉 현실 세계의 물리학 법칙입니다.
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은 직감합니다.
이곳은 평범한 회의실이 아니라 이상한 나라(Wonderland)라는 것을요.

앨리스가 열심히 중력의 법칙(매출 상승 방안)을 설명하는데, 테이블 상석에 앉은 하트 여왕(팀장/임원)은 딴청을 피웁니다. 그때, 옆에 앉아있던 체셔 고양이(눈치 빠른 김 대리)가 뜬금없는 소리를 던집니다.
"근데 여왕님, 이 기획안 폰트가... 하트 왕님이 싫어하는 굴림체네요? 요즘 기분 안 좋으시던데."
순간, 하트 여왕의 눈이 번쩍 뜨입니다.
"당장 치워! 내 눈앞에서 저 굴림체 기획안의 목을 쳐라!"
앨리스는 멘붕이 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뭔 소리야? 보고서 내용보다 하트왕이 선호하는 글씨체가 더 중요해?'
앨리스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단지 본인이 있는 세계를 착각했을 뿐입니다. 당신은 인과율이 지배하는 논리의 세계에서 왔지만, 회사는 권력자의 욕망이 법이 되는 정치의 세계(Wonderland)니까요.
[문제 진단] 팩트 폭격은 '하트 여왕 모독죄'다
- 진실보다 중요한 건 '위계'다
앨리스 같은 논리형 인재들의 가장 큰 실수가 무엇일까요? 하트 여왕이 "1+1=3"이라고 우길 때, 정색을 하고는 "여왕님, 틀렸습니다. 2입니다." 라고 교정하려 든다는 겁니다.

앨리스에게 그것은 오류 수정(Debugging)이자 선의지만, 조직 사회학의 관점에서 그것은 권위에 대한 도전 입니다.
원더랜드에서 여왕의 기분은 곧 헌법입니다.
"감히 내 계산이 틀렸다고? 저 놈의 목을 쳐라!"
조직은 정답을 찾는 수학 교실이 아닙니다. 권력자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 게임장 입니다. 당신의 날카로운 팩트가 여왕의 권위를 찌르는 순간, 당신의 완벽한 보고서는 읽히지도 못한 채 휴지통(참수대)으로 직행합니다.
[행동 전략 1] 흰 장미를 붉게 칠하는 '카드 병정'이 되어라
- 의전은 낭비가 아니라 '충성 서약'이다
원더랜드의 정원사인 카드병정 들은 흰 장미를 붉게 칠하느라 바쁩니다. 앨리스가 보기엔 세상 쓸데없는 짓이죠. "애초에 붉은 장미를 심으면 되잖아? 비효율의 극치네!"
그래서 앨리스는 붓을 던지고 "저는 이런 비효율적인 바보같은 짓 안 합니다" 라며 애초에 저렴한 비용에 효과적으로 붉은 장미를 심을 수 있는 기획안(효율적이고 맞는 소리)을 툭 던집니다. 하지만 이게 바로 앨리스가 고립되는 결정적 이유입니다.

기억하세요. 여왕은 붉은 장미(결과)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내 명령에 따라 장미를 칠하고 있는 당신의 복종하는 태도를 확인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요. 이를 비즈니스 용어로 리추얼(Ritual, 의전)이라고 합니다.
[실무 적용 Tip: 붓을 들고 흰장미를 칠하는 척이라도 하세요]
-사전 보고: 미리 찾아가 "여왕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라고 읍소
-중간 보고: 방향성을 보고하며 "여왕님 덕분에 방향이 잡혔습니다" 라고 공을 돌리는 센스
-결과 보고: 이 모든 것은 "여왕님의 현명한 판단과 지도편달 때문이었습니다" 라고 칭송
이것은 비효율과 시간낭비(페인트칠)가 아닙니다. "저는 당신의 통제 하에 있습니다" 라는 안심 시그널을 보내는 과정입니다. 이 의식 없이 결과만 가져가는 건, 여왕의 침실에 노크 없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무례함입니다.
[행동 전략 2] 미친 모자 장수의 티파티에 '초대'받아라
- 티파티는 노는 시간이 아니라, 아군을 식별하는 시간이다
앨리스는 티파티(담배 타임, 탕비실 수다, 술자리)를 질색 혐오합니다.
"일할 시간도 부족한데 무슨 잡담이야? 비효율적이게. 쓸데없이 말이야."
하지만 원더랜드의 중요한 결정은 딱딱한 회의실이 아니라, 바로 그 모자장수의 티파티에서 일어납니다.

모자장수랑 티파티 구성원들이 말도 안 되는 농담을 주고받는 그 시간. 그들은 단순히 노는 게 아니라 라포(Rapport)라는 보이지 않는 동맹을 맺고 있는 것이며, 공식 문서에는 없는 진짜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 것입니다.
앨리스가 "비효율적이니까 없애죠" 라고 할 때마다, 앨리스는 그들의 정치적 놀이터를 파괴하는 공공의 적이 됩니다. 티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앨리스는, 결국 집으로 돌아가는 길(회사에서의 적응, 인정, 승진의 길)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솔루션] 앨리스를 위한 '체셔 고양이' 변신 물약
- 자아를 죽이지 말고, 숨겨라
자, 그렇다면 우리는 영혼 없는 아부꾼이 되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순진한 앨리스를 버리고, 속을 알 수 없는 전략가, '체셔 고양이'가 되십시오.

1) 나를 마셔요(Drink Me) - 자아(Ego)의 축소
여왕 앞에서 옳고 거대한 논리를 줄이세요. "제 논리가 맞습니다" 대신 "여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라고 몸을 낮추십시오. 스스로가 작아져야 문(Gate)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2) 모호함의 미학 (Grin like a Cheshire Cat)
체셔 고양이는 절대 "No" 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냥 웃으며 사라질 뿐이죠.
상사의 무리한 지시에도 정색하며 반박하지 마세요.
-절대 하지 말아야할 말: "그건 불가능 한데요, 말도 안 돼요."
-대신 해야할 말: "너무 좋은 아이디어 인데요! 다만 실행 단계에서 리스크가 보이는데, 여왕님의 혜안은 어떠신가요?"
상사에게는 직구가 아니라 변화구를 던지세요. 그것이 현명한 정치적 언어입니다.
3) 투명 망토를 써라 (Strategic Invisibility)
모든 전투에 참전하지 마세요. 하트 여왕이 히스테리를 부릴 때는 쓱 사라지고(투명화), 공(Credit)을 챙겨야 할 때만 쓱 나타나십시오.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병정은 제일 먼저 화살을 맞습니다. 나타나고 사라질 타이밍을 아는 것, 그게 체셔 고양이의 능력입니다.
[epilogue] 피할 수 없다면, 우아하게 미치세요
고백하자면 앨리스는 제 이야기입니다. 저도 매일 속으로 "이 회사는 제정신이 아니야"라고 외치거든요.
하지만 사람이 모인 곳은 원래 비합리적인 '이상한 나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나만 정상이라는 억울함은 이제 내려놓으세요.
대신 이 세계의 중력을 역이용하는 겁니다. 논리의 나침반은 주머니에 숨기고 '체셔고양이의 미소'를 띨 때, 우리는 비로소 이 원더랜드의 주인이 됩니다.
너무 괴로워 마세요. 어차피 이 토끼 굴에 들어온 이상, 우리도 이미 이 세계의 일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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