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 담당자의 진화 단계

어..어엇!!! 디..디지몬 진화!!

2025.01.27 | 조회 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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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시간

뻔하지 않은, 뇌리에 꽂히는 조직문화 이야기를 들려드려요.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가뜩이나 설 연휴에 일 얘기하면 센스가 없기 때문에, 가볍고 웃자고 드리는 드립 글로 귀향길을 위로하고자 합니다. 

 


 

1단계(태초의 빛) :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음. 우리 구성원들의 문화를 바꿀 수 있다는 엄청난 사명감과 그간의 여러 경험들이 과대 해석되며 커뮤니티도 만들고, 이벤트, 제도, 행사, 굿즈, 포스터, 컬처덱, 웰컴킷, 사원증, 사내동아리, 복지요소까지 다 건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구침. 

 

링크드인에 이직 사실을 알림!
링크드인에 이직 사실을 알림!

2단계(유년기) :

실제로 구성원들과 접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멋지고 좋은 문화들에 감탄하는 단계. 세상에!! 이렇게 소통한다니!! 이렇게 자유롭다니!! 이렇게 열정적이라니!! 회의시간이나 피드백, 원온원, 슬랙방에서 매번 감탄과 벅차오름을 경험할 수 있음. 우리 회사 짱이라고 링크드인에 올리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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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현생인류) : 

그러나 단점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함. 이제부턴 그걸 고치고 싶은 욕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함.

  • 이건 안지켜지고 있어!
  • 이건 더 강화시켜야 해!
  • 수시채용하다보니 온보딩 때문에 미치겠어
  • 저 사람은 왜 문화를 오염시키지? 가치관을 바꿀 순 없을까?
  • 어떤 소통을 해야 피드백 문화가 정착되지?

 

이 때부턴 방법론과 이론, 책, 커뮤니티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나의 문제 해결에 집착하는 시기. 실질적인 기획안을 쓰고, 밤을 새며 개선하는 급 인재의 모습을 보여줌. 헌신 그 잡채. 

 


4단계(할루시네이션) : 

문제가 해결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 사람들이 나에게 고생했다고 하거나, 서베이 결과가 조금 더 좋아졌다!! 우리 P&C팀과 함께 밤을 새고 몰입하는 이 기분이 몹시 밸류어블한 느낌. 이것이 바로 성장인가! 몸은 고되지만 실제로 조금씩 제도가 작동하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뿌듯함을 느낀다. 그리고 우리 구성원들이 소중해지기 시작한다. 

오예..됐다!!
오예..됐다!!

5단계(캐즘) : 

근데 뭔가 지속되지 않고 단절이 생기는 걸 발견한다. 특히 구체적인 사건등이 발생하며 대표님이나 구성원들 양쪽 의견이 동시에 들리게 된다.

소통이 잘 안되는 것 같다, 협업에 문제가 있다, 또는 누군가 부정적인 메시지를 계속 말한다는 식의 문제제기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작동되는 것 같았던 제도는 2,3달이 지나며 흐지부지 되고, 업무량이 계속 쌓이며 서서히 지쳐간다.

 

눈이 가버렸다
눈이 가버렸다

6단계(해결의지) : 

스터디와 커뮤니티, 링크드인의 좋은 글들을 읽고 들으며 이 문제의 원인을 캐고싶다. 분명 기획안엔 문제가 없었고, 성과 지향적인 목표도 세웠고, 정기 서베이로 정량지표도 만들었다. 애드거 샤인의 원칙과 알더퍼의 이론도 고려했다. 책을 읽고 HR컨퍼런스도 참여하며 여러 HRer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시기

하아...
하아...

7단계(현타) : 

하지만 시도와 작동, 멈춤이 반복되며 무기력에 빠진다. 인간은 바꿀 수 있는걸까? 40살이 넘어가면 더 이상 학습하지 않는건가... 사람은 원래 악한가? 이기주의는 깨뜨릴 수 없는가? 등 2천년 전부터 계속 되어온 인류사 최대의 고민이 내 책상 앞에 펼쳐진다. 문득 공자가 왜 논어를 썼는지, 마키아벨리가 왜 메디치가문 똥꼬빨려고 군주론을 썼는지, 인간은 왜 군중심리에 굴복하는지 등 본질적인 지점의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 때는 그런 인본주의적 책을 찾아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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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단계(흑화) : 

이 모든 것의 원인은 결국 포괄임금제와 컬처핏을 해치는 사람을 내보내지 않는 조직, 착한 사람 컴플렉스, 3명이서 300명을 케어해야 하는 현실, 뭐 할 때마다 말이 바뀌는 대표님 때문이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결국 이건 시스템의 문제고,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이 모든 건 허무하다는 우주적 허무론에 빠지기도 한다. 구성원들이 측은하게 여겨지면서도, 대표님이 위에서 자꾸 쪼는 통에 개비스콘이 필요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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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단계(중용) : 

그 사이 어드메의 접점을 찾아냈다. 성과를 지향하면서도, 적당히 성장도 유지하면서 크게 반발이 없는 제도를 만들었다. 대단한 것이 아닌 디테일을 바꾸기 시작하는 시점.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리고 사람을 바꾸는 건 어릴 적 그 사람 어머님이 했어야지 내가 해선 안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정량지표에 조금 더 집중하게 된다. 묘하게 표정이 무덤덤해지고, 사측도 노측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서 균형을 잘 잡게 된다.

와 균형 미쳤냐고!!
와 균형 미쳤냐고!!

10단계(측은지심) : 

모두가 안쓰러워 보인다. '그럴 수 있지' 라는 말이 나온다. 대표님도 짠하고, 구성원도 짠하다. 인간이란 원래 그렇고, 어차피 인류사를 통틀어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없었다. 1~3단계 쯤 와있는 후배 담당자를 보며 인자한 미소를 보낼 수 있다. 뭐...열심히 해보세요. 재미있을 때지..ㅎㅎㅎ 이런 느낌.

 

사실 이쯤되면 조직의 지원, 보상과 레이오프 없이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건 어렵다는 걸 확신하게 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깨달으며 다음 진로를 컨설턴트나 에이전시로 갈지, 아니면 내부 HRD전문가가 될지, 대학원에 갈지, 박사과정을 밟을지, MBA를 갈지, 아니면 이직을 할지 고민하게 되는 시기. 

조직문화 담당자 10년차
조직문화 담당자 10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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