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을 구조화하는 생산성 앱, Arky 김민서 대표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도 팁스터 뉴스레터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메이커의 레시피' 이번 주제는 ‘생각을 구조화하는 생산성 앱, Arky 김민서 대표님과의 이야기’입니다. AI를 새로운 재료로 삼아 ‘사람의 사고와 문서화 과정을 새롭게 구조화할 수 있는 도구’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정리해봤어요. 그럼, 이번 뉴스레터도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오늘의 메이커 : 캔버스형 문서 작성 도구를 만드는 김민서 대표

안녕하세요 Arky를 만들고 있는 김민서입니다.

저는 순수예술과 비즈니스 그 사이 어딘가 쯤에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에요. 제 자아를 세상에 내보이고, 유용함을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해내고 싶습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Arky도 이러한 제 성향이 반영된 도구인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 조리 방법

Q. 먼저 짧게 지식 캔버스 Arky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Arky는 복잡한 생각이나 참고 자료들을 주제별로 구조화하고, 흐름이 있는 형태로 정리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열망에서 출발한 도구예요. 피그마(Figma)처럼 캔버스 위에서 문서를 만들어갈 수 있는 형태이고, 이 과정에서 AI와 함께 대화를 주고받으며 내용을 정리할 수 있죠. 한마디로 정리하면, Arky는 캔버스 위에서 더 자유롭게 문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캔버스형 문서 작성 도구’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자유롭게'라는 말이 다소 추상적일 수 있잖아요. 제가 여러 도구를 써보면서 느낀 건, 결국 문서 작업에는 아이디어 발산과 내용 정리라는 수렴이 필수더라고요. 그래서 Arky는 한 공간에서 두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이 점이 다른 도구들과 가장 큰 차이예요. 덕분에 여러 도구를 오가며 작업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었고요. 단순히 시간이 절약되는 것보다, 생각을 훨씬 더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발산과 수렴을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는 캔버스형 도구라는 점이 신기했어요. 창업 초기 관점의 이야기도 궁금해요.

저는 고등학생 때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친구가 개발자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럼 나는 디자인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고, 피그마나 어도비 XD와 같은 도구를 자주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획까지 함께하는 업무로 이어졌어요.

그런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대부분의 도구들은 꾸미기에는 최적화되어 있지만, 생각을 구조화하거나 위계를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아무래도 기획, 디자인 업무를 하다 보니 주로 ‘생각하고 정리하는 일’을 자주 접했는데 실제 사용해야 하는 도구들이 그 본질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죠.

이런 문제의식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어요. 그러다 GPT-4가 나오면서 “형식 변환이 이렇게 자유로워졌다면, 내가 예전에 구상했던 걸 시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에 도전하게 되었어요.

그중에서도 캔버스라는 형식을 떠올린 이유는, 결국 사람이 생각을 펼치기에 가장 자유로운 환경은 하얀 백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물론 종이에 쓰는 게 가장 편하긴 하지만, 디지털로 옮기면 여전히 종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잖아요. 저는 항상 “어떻게 하면 더 구조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마치 컨설턴트처럼 생각을 체계화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걸 도와줄 저만의 도구를 떠올렸던 거예요.

피그마(피그잼)나 미로(Miro) 같은 도구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결국 ‘디자인을 위한 캔버스’ 일뿐, 거기서 텍스트 크기를 조절한다고 해서 ‘사고의 구조’가 생기진 않더라고요. 그건 시각적인 구조일 뿐이고요. 그래서 ‘발산이 가능한 자유로운 환경’과 ‘그걸 다시 구조화할 수 있는 기능’이 함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었어요.

결국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노션이나 종이, 연습장, AI 툴 등을 오가며 작업하던 과정을 가장 날 것의 캔버스 안에서 통합적으로 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됐고, AI와의 인터랙션을 통해 사고의 과정을 더 자연스럽고 심리스 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Arky를 발전시켜 나가게 됐어요.

Q. ‘발산과 수렴이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을 설계하게 된 과정도 궁금해요.

사실 이 부분은 저희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에요. 처음에는 ‘발산과 수렴’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캔버스와 Docs 두 가지를 함께 제공했어요. 캔버스는 액체처럼 생각을 자유롭게 흩뿌리고 정리하는 공간이고, Docs는 그걸 굳혀서 읽기 쉽게 만드는 고체 같은 느낌인 거죠.

그런데 실제로 소수지만 유저분들을 온보딩하면서 관찰해 보니, 대부분의 사용자가 Docs 뷰는 거의 쓰지 않고 캔버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어요. 현재 Docs 뷰는 아직 베타 버전에만 익스포트 기능이 있고, 기능적으로도 확실한 메리트가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발산과 수렴’이라는 구조로 생각했지만, 지금 단계의 Arky는 사실상 ‘발산 중심의 캔버스’ 도구’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장기적으로 캔버스에서 구조화된 생각이 어떤 형태로 완결되어야 할지, 즉 ‘수렴의 포맷’을 어떻게 정의할지가 저희의 큰 과제예요.

현재는 뉴스레터 플랫폼인 서브스택(Substack)처럼 마크다운 형태의 Docs 뷰를 지원하고 있어서, 사용자는 캔버스에서 작업한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으면 바로 마크다운 문서로 옮길 수 있어요. 이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은 “캔버스에서 발산 → 마크다운으로 수렴”이라는 1차적인 워크플로우는 완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이상으로 들어가서, ‘우리가 정의하는 구조화된 결과물의 형태가 무엇인가’, ‘어떤 차별화된 완결점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아직 유저분들을 만나며 계속 탐색하고 있는 단계예요.

Q. 생산성 서비스는 특히 사소한 점에서 편리함과 불편함이 결정나는 것 같아요. 쉽지 않은 도메인인데, 창업 아이템을 ‘생산성 도구’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등학생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그때부터 ‘생산성과 UX가 뛰어난 앱’을 꾸준히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전역 후 포항 애플 아카데미에서 1년간 교육에 참여한 적 있는데요. 교육기간 마지막 3개월 동안은 각자 자유 주제로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도록 해요.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제가 만들고 싶은 제품의 방향을 구체화했던 것 같아요.

사실 방향성은 군대에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던 덕분에, 이런저런 책도 읽으며 나름의 스스로 관심사와 프로젝트 방향에 대한 기준을 세워놨었어요. 예를 들어, “창업하면 Day 1부터 매출이 날 수 있어야 하는 아이템”, “글로벌 확장이 가능해야 한다”, “소규모로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등의 조건이었죠.

그렇게 기준을 세워보고 나니, 제가 잘하고 흥미 있는 아이템이어야겠더라고요. 그래서 도달한 아이템이 결국 ‘생산성과 UX가 뛰어난 앱”이었고, 초반에는 투두, 캘린더, 타임라인 관리 등 생산성 도구를 아이패드용으로 만들어보려 했어요.

하지만 AI라는 큰 변화가 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AI를 접목해도 투두나 캘린더처럼 단편적이고 기능 중심적인 서비스는 개선의 상한선이 명확하다는 한계를 느꼈거든요. 아무리 잘 만들어도 “UX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방향을 바꿨어요. 단일 기능을 최적화하기보다는, AI를 새로운 재료로 삼아 ‘사람의 사고와 문서화 과정을 새롭게 구조화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Arky는 딱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직은 특정 타깃의 문제를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기초적인 토대를 다지고 있는 단계예요.

하지만 지금 다지고 있는 이 기반은 단순한 문서 도구를 넘어설 수 토대가 되어주리라 확신해요. 예를 들어, 회의 중 대화를 실시간으로 받아서 캔버스 위에 구조화된 형태로 시각화하거나, AI가 사고의 흐름을 보조하며 정리해 주는 역할로 확장할 수 있죠. 노션이 최근 AI 블록을 붙여 ‘AI 노트 테이커’로 발전하고 있듯이, Arky 역시 그보다 더 유연한 구조를 가진 플랫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렵지만, 동시에 가장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Q. 설명해주신 Arky는 한마디로 정리하면 ‘문서의 디자인 시스템화’인 것 같아요. 쉽지 않은 개념으로의 접근이었을 것 같은데 이 비전에 확신을 갖게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UX에 민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소한 것도 “이렇게 하면 더 나을 것 같다”는 감이 잘 떠올라서, 그런 감각이 디자인과 제품 설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어요.

제품을 만들 때는 좋은 UX를 많이 참고했어요. 예를 들어 커서(Cursor)에서 좋았던 부분은 가져오고, 프레이머(Framer)에서 인상적이었던 단축키 경험을 아키에 녹이는 식으로 말이죠. 이 과정에서 저희만의 단위인 ‘쉘(Shell)’을 만들었는데, 이는 헤딩 아래 문단이 감싸진 구조로, 일종의 노션 콜아웃 블록과 비슷해요.

다만 이런 구조나 캔버스형 인터페이스가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낯설 수 있다는 점도 느꼈어요. 특히 미로나 프레이머에 익숙한 해외 유저들과 달리, 한국은 한글이나 문서 중심의 환경이 익숙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캔버스형 UX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었죠.

그래서 이미 검증된 UX를 아키의 철학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접근했는데, 그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충돌하는 부분도 많았어요. 예를 들어 마크다운의 헤딩 뎁스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헤딩과 일반 텍스트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지 같은 세세한 문제들요. 이런 세부적인 고민을 디자인, 개발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조율해 가며, 기존의 좋은 레퍼런스들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나가는 식으로 도전하고 있어요.

Q. 운영하시는 블로그와 예전 링크드인 글을 보면, 처음 시작은 Arky가 아니었던 것 같더라고요?

네 맞아요(웃음). 사실 처음 프로젝트 이름은 ‘아이즈(ize)’였어요. 영어 단어의 접미사인 *-ize*가 ‘구조화하고 시각화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해서, Organize, Visualize 같은 단어에서 착안하게 되었죠. ‘무언가를 구조화하고 시각화하는 도구’라는 뜻으로 아이즈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그런데 막상 사용하다 보니 이름이 잘 전달되지 않거나, 사람들이 발음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이름을 고민하다가 ‘아키(Arky)’로 바꾸게 됐어요. 처음엔 ‘건축가(Architect)’에서 따왔는데, 대부분 ‘알치’라고 발음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귀엽고 기억하기 쉽게 ‘ky’로 변경, 아키(Arky)가 됐어요.

브랜딩은 정말 어러운 분야라는 걸 체감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아직 구체적인 브랜드 콘셉트나 톤 앤 매너가 명확히 정해진 건 아니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느낌이나 방향성 정도는 서로 이야기하며 공유하고 있습니다.

Q. 그렇게 탄생한 Arky, MVP를 만들면서부터 핵심 UX 같은 게 있으신가요?

사실 MVP를 만들면서부터 가장 집중했던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드래그앤드롭(Drag & Drop)이에요. 사용자가 생각을 옮기고 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이 기능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특히 Notion을 보면 “저기까지도 드래그앤드롭이 되네?” 싶은 요소들까지 전부 정교하고 유연하게 동작하잖아요. 그만큼 드래그앤드롭은 문서 도구의 기본기이자 핵심 UX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Arky에서도 이 부분을 절대 가볍게 넘기지 않으려 했습니다.

Q. 평소 프로덕트를 고도화하거나 방향성 수립은 어떻게 진행하시는 편이신가요?

저희 Arky는 현재 저를 포함해 세 명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7월부터 한 분이 더 합류해 주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어요. 작고 밀접한 형태로 일을 진행하다 보니 특별히 체계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있는 건 아니고,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예요. 이름을 정할 때도 하루 잡고 다 같이 고민하는 것처럼 함께 의견을 모아가며 일하고 있고요. 그런데 하루 종일 열심히 의견을 모아도 다음 날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웃음)

그에 비해 프로덕트 의사결정 방향성은 조금 명확한 편인데요. 저희가 설정한 타깃 유저들이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달려드는 편이에요. 그 과정에 저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코파운더로 함께 해주는 동료는 항상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며 안정적인 길을 택하는 타입이라 이 사이에서 서로 조율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가는 중입니다.

Q. 돌진형과 안전형은 조화로워보일 수는 있지만, 의견 충돌이 우려되는 상성이기도 할텐데요?

맞아요(웃음) 특히 그 친구는 군 복무 시절부터 함께했던 친구인데, 당시에는 성격이 너무 달라서 자주 부딪혔던 것 같아요. 그래도 취향과 방향성은 의외로 잘 맞았고, 제가 먼저 설득해서 Arky를 함께하게 됐어요. 그리고 7월에 합류해 주신 분은 두 번째 코파운더의 학과 동기로, 조용하고 성실한 스타일인데, 사람 자체가 너무 좋아서 팀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요.

사실 이전에도 여러 번 팀을 꾸려봤는데, 그 과정에서 “팀이 정말 가장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거든요. 이전 팀들은 가치관은 잘 맞았지만, 역할과 스킬이 겹쳐서 오래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가치관 → 적성 → 스킬” 순으로 팀을 보자는 원칙을 세웠고, 이번 팀은 각자의 역할이 명확히 다르면서도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점이 큰 강점이에요.

Q. 다시 서비스로 돌아와서 타깃 유저 소개와 그렇게 설정하게된 계기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처음에 설정했던 타깃은 크게 두 가지였어요. 첫 번째는 사내 소통과 업무용으로 문서를 정리하고 공유해야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아키는 캔버스 기반이라서 내용을 시각적으로 정리해 두면, 흐름을 따라가며 보기 쉽다는 장점이 있거든요. 그래서 초기 창업자나 기획자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해야 하는 사람들을 주요 타깃으로 잡았어요. 두 번째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문서 작업을 하는 사람들, 예를 들어 연구자나 대학원생, 논문을 작성하는 분들이었어요.

처음에는 전자, 즉 창업자나 기획자 중심으로 타깃을 두고 접근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만나보니 창업자분들은 워낙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새로운 도구를 도입할 여유가 거의 없었어요. 설령 도입을 하더라도, 문서 정리 자체에 많은 시간을 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방향을 조금 수정해서, 뉴스레터를 쓰거나 리서치 내용을 정리해 보고해야 하는 사람들, 즉 정보를 수집하고 구조화해 전달해야 하는 직군을 중심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앗 그럼 저희가 타깃 유저겠네요?

네(웃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저희가 타깃 하는 프로세스가 정리되지 않고 복잡한 상태의 생각이나 자료를 ‘짜임새 있는 형태’로 만들어가는 그 과정이거든요. 이건 사실 대부분의 일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정보를 수집하고, 구조를 잡고, 최종적으로 보기 좋은 형태로 정리하는 모든 과정을요.

뉴스레터나 리포트처럼 작성자의 관점이 담겨 ‘어떻게 포장되느냐’가 중요한 문서 작업에서는 작성자가 방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선별하며 정리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요. 그 부분을 타깃으로 삼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최소한의 기능으로도 가치가 느껴지도록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내고, 노션과 같이 Heading 구조가 적용된 마크다운 형태로 결과물을 바로 얻을 수 있도록 했어요.

논문 작성 같은 딥한 작업은 인용 관리나 PDF 서식 등 부가적인 요소가 많아서 아직은 무겁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조금 더 라이트 한 문서 작업을 기준으로 잡아봤죠. 예를 들어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거나 리서치 메모를 구조화하는 과정은 Arky가 가장 잘 맞는 영역이에요.

그리고 이면지에 막 쏟아낸 생각들을 캔버스에 자유롭게 펼쳐두고, 그걸 레고 조립하듯이 헤딩 단위로 묶어가며 구조가 만들어가잖아요. 그 과정에서 노션 같은 경우는 페이지 깊이가 길어질수록 전체 구조를 한눈에 보기 어려워지고 가독성이 떨어지게 되죠.

그런데 아키에서는 전체적인 구조를 한눈에 보면서도, 필요할 때 특정 깊이로 들어가 세부 내용을 편집할 수 있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이런 전체 맥락을 유지한 채로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유연함이 아마 협업하실 때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그렇다면 고객 탐색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도 있으신가요?

VOC 수집 같은 경우는, 지인들이나 초기에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먼저 진행하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예상과 달랐던 점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단축키를 생각보다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저희는 단축키를 좋아하는 유저가 많을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고, 그 결과 온보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온보딩을 먼저 신경 쓰지 못했던 배경에는 기술적인 이유도 조금 있었어요. 다른 선행 작업을 먼저 진행하다 보니 버블 형태의 인터랙션이나 팝업 가이드 같은 온보딩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뒀었는데, 그러다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단축키를 사용성이 낮았던 거죠.

(에디터) 너무 공감해요! 공교롭게도 오늘 인터뷰에서 마주한 저희 셋 모두 에디터를 제작해 봤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확실히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도 유저들은 단축키에 대한 니즈를 느끼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웃음). 저희는 또 유사한 캔버스 형태를 제공하는 피그마를 써본 사람에게도 조금 낯설 수 있겠더라고요. 그건 저희만의 단위인 쉘(Shell)이라는 큰 구성 때문인데요. 드래그 앤 드롭으로 요소를 배치한 뒤 다른 작업을 하려면 약간의 온보딩을 통해 원하는 작업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는 Command + Option + Enter 같은 조합키를 눌러야 하다 보니,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어려울 수 있겠구나 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보딩 튜토리얼과 인터랙션 가이드를 정비하고, 10월 연휴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알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A/B 테스트를 진행한 적은 없지만, 저희 팀은 논리적인 근거가 없으면 바로 결정하지 않으려 해요. 그래서 아주 사소한 UX 요소 하나도 함께 깊이 논의하곤 해요.

그중 기억에 남는 일화는 Arky 좌측 상단에는 피그마처럼 프로젝트 이름 옆에 쉐브론(꺾쇠 아이콘)이 있어요. 그 위치와 동작 방식을 두고도 “이걸 어떻게 해야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이해할까”를 두고 1~2시간씩 논의한 적도 있었어요(웃음).

피그마나 프레이머처럼 로고가 상단에 있는 건 익숙하지만, 저희는 그 자리에서 대시보드로 나가는 동선이 막혀 있었거든요. 유저가 프로젝트 이름을 누르면 이름 변경만 되고, 옆의 쉐브론은 클릭조차 하지 않는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어요.

이런 식으로 실제로 직접 온보딩을 하면서 유저를 만나보니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사용자 입장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구나 싶더라고요. 디자이너 입장에서 넘겨짚은 UX가 실제 사용 경험과 다르다는 걸 몸소 깨달으면서 결론에 도달해나가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팁스터 구독자분들께 Arky의 포부를 밝혀주신다면요?

현재 Arky는 사용자가 캔버스 위에서 원하는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고 정리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형태예요. 이 기반 위에서 앞으로 더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과 피드백을 주시면, 더 좋은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핵심 재료

Arky를 써보며 가장 좋았던 점은 문서를 정리하는 과정이 AI랑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확장된다는 거였어요. 처음에 ‘어떻게 개요를 짜야하지?’ 막막할 때, 굳이 구글링 하거나 템플릿을 찾을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냥 우측의 AI 채팅창에 물어보면 되는데, 그러면 AI가 제안한 답변을 shell(블록) 형태로 보여줘요. 그걸 그대로 드래그해서 캔버스에 붙이면 그게 바로 초안이 되는 거예요. ‘양식을 찾아서 붙이는 일’이 없어지고, 시작 자체가 훨씬 가벼워졌어요.

문서를 쓰는 중간에도 바로 옆에 있는 AI한테 계속 물어보면서 생각을 확장하거나, 이미 쓴 내용을 더 다듬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이번에 만들고 싶은 앱의 PRD를 써봤는데, “이렇게 적었는데 어떻게 보강하면 좋을까?”, “유저들이 어떤 문제를 느끼고 있는지 웹 리서치로 찾아줘” 이런 식으로 요청하면서 계속 발전시켰어요. 그렇게 나온 답변 중 일부는 정식 문서의 shell로 바로 이어 붙이고, 나중에 참고하거나 아이디어로 남기고 싶은 부분은 캔버스에 자유롭게 덧붙여둘 수 있었어요.

결국 생각과 대화는 오른쪽에서, 정리와 구조화는 왼쪽 캔버스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라서 발산과 수렴을 함께 진행하기에 좋았어요. 캔버스에서는 세로로 문서를 쭉 정리하면서, 옆으로는 파생된 아이디어를 나란히 붙여놓을 수 있어서 시각적으로도 사고가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고요. 브라우저 탭을 옮기거나 다른 도구를 열 필요 없이 한 화면 안에서 생각이 오가며 정리되는 감각이 들어서, 시간도 절약되고 흐름도 훨씬 자연스러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