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하는 '장사의 기술', LoGiN '위드'

코로나가 시작하고 벌써 두 번째 맞이하는 겨울, 그리고 다시 기다리는 또 한 번의 시작. 어느새 코로나와의 일상도 3년을 향해 가고 있는데요, 구독자님 피부로 느끼는 일상에 변화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뉴스에선 외출이 줄고 거리의 유동 인구량이 감소하고 그 탓에 자영업자들의 애달픈 하소연이 들려오는데요, 그래서 우리에겐 무엇이 달라졌나요? 저의 경우엔 외출이 줄면서 지출도 덩달아 급감, 문자 그대로 '밖이 아닌 안'에서의 나날이 부쩍 늘었다는 감각은 있는데요. 사실, 일상이란 매일이 같은 듯하면서 조금씩 다르고 또 비슷한 나날이기도 했어요. 코로나 03년,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만났을까요.

한 해가 저물어감과 함께 여기저기서 2021년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소위 '정산'의 보고와 같은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어쩌다 잃어버린 '집 밖에서의 일상', 그 대부분을 함께 했던 '의식주 기업'들의 2021을 살펴보며, 아직 오지 않은, 그리고 곧 만나게 될 '나의 반쪽', 2022의 일상을 생각해볼까 해요.

개인적으로 도쿄에 가면 무조건 1번 이상은 찾곤하는 패션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United Arrows'는 얼마 전 결산 보고 자리에서 '선택과 집중'이란 말을 꺼냈는데요. 근래 점포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동향을 보면,  그건 분명 '마이너스 셈법'을 축약한 키워드로 보여요. 셀렉숍이 새삼 꺼내든 키워드 '셀렉트(선택)'와 '빼기'에서 드러나는 '집중'...그건 어떤 그림일까요. 그러고보니...어느새 패딩도 모자라 이불이 필요한 날씨. 옷 정리의 계절...'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돌아왔어요.🌨 😷

 1️⃣ 어느 '셀렉숍'의 '셀렉과 집중', UnitedArrows의 예 

먼저, '유나이티드 애로우즈' 아시나요? 아마도 이름은 들어봤거나 일본 여행 시 한 두번 방문도 했을 것 같은데요. 조금 젊은 연령대 타깃의 BEAMS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중심의 '셀렉숍'이에요. 본래 BEAMS의 임원이었던 시게마츠 오사무 씨가 '빔즈'의 바이어 30명을 데리고 1989년 설립, 3년이 지난 1992년 하라쥬쿠에 본점을 오픈한 게 시작이에요. 역사도, 규모도 일본 내 최고 수준이니, 부속 레이블도 여럿 있는데요. 연령층을 조금 낮춘 'BEAUTY & YOUTH UNITED ARROWS', 배우 미야자키 아오이의 이미지 브랜딩으로 더 알려진 자연을 의식한 'green label relaxing', 그리고 포틀랜드가 한창 뜨던 시절 '크래프트맨쉽'을 반영해 런칭한 'DISTRICT United Arrows'과 그 외 여러 서브라인들... 말하자면 대기업의 자회사같은 레이블이 줄줄이..10여 개에 달해요.

그 중엔 '크롬하츠'나 '스티브 알란'을 독접 수입해 판매하기도 하는데요, 아울렛 점포와 공항터미널에 입점하는 THE AIRPORT/STATION STORE까지, '셀렉숍'에 가기위해, '셀렉숍'을 골라야 할 지경이에요. 그렇게 현재 일본 전역 내 매장 수는 400여 곳. 하지만 코로나로 외출의 기회가 줄고, 그렇게 가게에 발길이 뜸해졌다는 건, 이제 너나나나 모두가 아는 이야기잖아요. 더구나 '셀렉숍'이란, 매장 내의 큐레이션, 말하자면 '어떤 아이템이 어떤 브랜드와 함께, 어떤 분위기로 진열되고 판매되는지, 동시에 제안되는지'가 포인트, 핵심인 형태의 매장이기도 해요. 셀렉션이란...애초 선택과 배제를 동반하는, (공간) 구성의 작업이잖아요. 그러니까 편집숍에서 '물리적 공간의 위기'란...그야말로 치명적이에요.

그를 반영하듯 '유나이티드 애로우즈'의 근래 영업 성적은 하락을 면치 못했는데요. 2021년 4~9월 영업 손익은 26억 48억엔의 적자. 전년 같은 기간의 68억 4천 억엔 적자보다는 선전했지만, 매출은 504억 엔이나 줄어든 숫자였어요. 물론 이들이 온라인 숍을 하지 않고 있는 건 아니지만, 온라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 '큐레이션'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유나이티드 애로우즈'가 택한 건, '선택과 집중' 이 두 가지인데요. 지난 7월과 9월 사이 긴자점과 아오야마 위민 스토어'가 차례로 문을 닫을 것을 포함, 코로나가 시작하고 약 2년간 20곳 넘는 점포가 영업을 종료했어요. 마츠자키 요시노리 사장은 이에 대해 '선택과 배제'란 말을 거듭 강조했는데요. 역시 '셀렉숍'은 '셀렉'을 잘 하는 걸까요?

 🐣 '30년 전통' 편집숍의 기획력, '단카이 쥬니어 세대'를 공략하다 

줄이고 줄이고 줄여서 400여 곳에서 어느새 310개 매장. 바로 '선택(과 배제)'의 전략인데요. '그렇다면 궁금한 건 '선택과 집중', 그 '집중'에 관해서에요.'

먼저 '유나이티드 애로우즈'의 실적 부진은 대부분 코로나(로 인한 다방면의 여파) 때문이지만, 그 중엔 주요 고객층이 '외출 제한' 시절에 직격탄을 맞은, 3~40대라는 점도 주효해요. 비즈니스 의류의 경우 여전히 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늘어나는 '집안 수요'에 더불어 대부분의 기업들이 '캐쥬얼 자유 복장'을 허용하는 추세로 기울고 있잖아요. 기본 '오피셜한 룩'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캐뉴얼에 특화된 '유나이티드 애로즈'로서는 그야말로 갑작스레 '단골 손님'을 빼앗겨버린 꼴인데요. 비즈니스 의류를 대체할 캠페인을 여러 차례 시도하기는 했지만, 실질적 결실은 없었다는 평이었어요.

다만, 마츠자카 사장은 3040이기에 가능한 것, BEAMS 보다 평균 단가가 높은 브랜드라는 점, 그리고 3040라는 건 실제 돈을 쓰는 세대...라는 것 등을 기반으로 '부유층 대상의 프라이빗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어요. 연수입이 많은 손님을 특정, 온라인에서도 실제 가게 못지 않은 퀄리티의 '퍼스널라이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는데요. 셀렉숍의 큐레이션, 기획력을 살려 패션 의류 뿐 아니라 생활 전반의 제안했고, 앞으로도 지속할 계획이라고도 해요. 그렇게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는 점포를 줄여가면서도 올 하반기 새로 2곳에 신점포를 오픈했고, 또 할 예정인데요, 가장 최근 런칭한 레이블 브랜드 coen과 관련해서는 기존대로 진행될 계획이에요. '셀렉숍의 셀렉', 성공할까요?

 2️⃣ 커피 브랜드 '정기 구독'이 남긴 과제와 뉴-마켓 

📅 일본에서는 '사브스크 サブスク', 옳게 읽으면 '섭스크립션'일까요. OTT 서비스를 시작으로 스트리밍 음악 플랫폼, 한 때는 스니커즈나 아이들 간식, 그리고 강아지 '펫 용품'까지 다방면으로 확장하며 달, 혹은 주별로 구입, 그 기간 동안의 OO를 책임져주는 서비스가 활기를 띄기도 했는데요. 사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오래 전 우유나 신문 배달은 그 원형이었는지도 몰라요. 다만, 그 '매일'이라는 일상, 매번 소비하는 게 아니라 일정 시간 단위로 소비하고 이용하는 편리함에 덕에, 그리고 무엇보다 주기적으로 계속되는, 그 '지속성'이란 여전히 유효한 '컨템포러리' 키워드이기도 하고, 그래서 환영받은 서비스였다고도 느끼는데요. 그 '섭스크립션', 일상의 정기 배달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은 우리에게 어떤 과제를 남겼을까요.

얼마 전 일본에 5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커피 브랜드' Becks Coffee'는 '섭스크립션'의 결과, 일상의 커피 배달이 가져온 도시 생활 패턴에 대한 방향을 예감케 하는 데이터를 공개했어요.커피의 '서브스크'라...그러고 보면 커피 또한 매일같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시는 음료인데, '제2의 우유 배달' 쯤은 되었을까요. 커피 값이 오를 거라는 슬픈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커피 한 잔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는 와중에, '벡스 커피'의 섭스크립션, 그 평균 이용 횟수는 무려 27.7번이었다고 해요. 하루에 한 잔 일까요? '섭스크립션', 그리고 27.7잔의 커피. 이 숫자가 이야기하는 건 무엇일까요.☕️

먼저, '벡스 커피'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어요. 사실 전, 도쿄를 그렇게 다니면서도 '벡스 커피'를 이용했던 건 아마...한 번이 있을까 없을까에요. 그도 그럴 것이 '벡스 커피'는 도심 중심가에 있다기 보다 역사 내, 통근길 길목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고, 매장의 크기도 비교적 아담, 필요와 실용성에 초점을 둔 듯 '효율 집약적'으로 만들어졌거든요. 그리고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시행한 것도 철도 기업인 '동일본 여객철도'와 'JR동일본 크로스스테이션', 그리고 '서브스크 플랫폼' favy의 합작이었요. 장소는 우에노와 아키하바라, 그리고 하치오지의 역사 내.

말하자면 가는 길의 한 잔, 오는 길의 또 한 잔을 노린 한 수인데요. 지난 7월 6일부터 8월 31일까지 약 두 달간 시범 시행됐고, 전철 정기권인 Suica와 연동해 월 2500엔에 매일 3번까지 '벡스 커피'의 브렌드 커피를 별도 지불 없이 마실 수 있는 방식이었어요. '벡스 커피'의 브렌드라면, M사이즈 3백 엔 정도이거든요. 계산기 두드려보면 9잔 마시면, 본전을 뽑는, 텀블러 소지 시에는 월 15백엔 플랜도 있었는데요. '6잔이면 남는 장사'란... 이야기인가요. 꽤 쏠쏠하게 들리지만, 벡스 커피...괜찬을까요.😟

 🥜 코로나 이후, 나의 '커피 스타일'을.. 알았닷따따?! 

사실, 커피의 '섭스크립션'은 '벡스 커피' 외에도 최근 많이 생겨나는 추세에요. 처음에는 동네의 작은 카페들이 '단골 손님'을 주요 타깃으로 도입하기 시작, 지난 2020년 2월엔 '커피의 정기 배달'을 골자로 '서브스크'를 메인으로 한 'POST COFFEE'가 등장했거든요. 이 회사에선 모두 30개의 원두의, 1만 5천 가지 이상의 방식으로 내린 커피를 월 1480엔~에 이용할 수 있어요. 이건 아마 모두, '집에서의 시간이 늘어나며 집에서도 카페 못지 않은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수요가 새로 발생하며 벌어진 일이겠죠.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 전과 후, 하루에 마시는 커피 양이 늘었거나(36.1%) 변함없다(61.2%)고 답한 이가 약 97%를 넘어요. 그렇게, 그를 위해 집에서도 '단골 카페'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에요.🏡 ☕️

커피란 쌀과 같이, 냉장고 속 생수와도 같이 이제는 소모품이거나 기호품이라기 보다, 어느새 (누군가에겐) '생필품'이 되었잖아요. 그리고 이건 분명 전에 없던 시장, 새로운 마켓의 출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는 게, 같은 조사에서 드러난 '커피 마시는 방식의 변화'에요. 코로나 전과 후, 커피 스타일에 관해 달라진 점에 대한 결과를 정리하면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는 일이 줄었다 / 핸드 드립에 도전하게 됐다 / 여러 종류의 커피를 시도해보게 됐다 / 졸음을 쫓기 위함이 아니라, 릴랙스한 기분을 위해, 즐기기 위해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란 결과거든요. 요약하면, 커피를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보다 '커피의 시간'을 즐기게 되었다..정도일 것 같아요. 조금 바꿔 말해보면 '커피와 함께 하는 일상'을 바라보게 되었다..인지도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커피란...마감의 시간이자 하루 아침 스타트의 시간, 그리고 누군가와 만나 대화의 시간이기도 하거든요.☕️☕️ 구독자님의 커피는 OO 시간인가요?

 🚋 '출퇴근 시간'에 내재된 수요를 '발굴'하다 

그런데요, 다시 '벡스 커피'의 이야기로 돌아오면요, '벡스 커피'의 약 2달간 실시된 시범적 '서브스크'엔 좀 다른 맥락의 이야기가 있어요. 애초 이 '서브스크' 정기권은 어찌됐던 메인은 지하철 통근권이고, 커피 이용 외에도 추가적 '토핑'격의 무료 이용 가능 옵션이 두 개 더 있었거든요. 하나는 역 내 '우동집'에서의 우동 or 소바 식권, 그리고 '셰어 오피스' 이용이에요. 우에노 역 지점의 경우, 소바집에서 토핑 1개를 무료로 제공, 어찌 봐도 전화 부스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셰어 오피스', STATION BOOTH에서 월 8번, 2시간 이용이 가능했어요. 그러니까 POST COFFEE와는 달리, '커피가 있는 일상'이 아닌, '전차를 타고 다니는 일상'의 확장인 셈이에요. 그리고 이는 곧 '출되근 시간에 내재된 수요'에 대한 새로운 발견인데요. '벡스 커피'의 '서브스크', 이건 코로나 이후 '동일본 지하철'이 계획한 'Beyond Stations 구상'에서 시작됐어요.

코로나로 인해 교통량이 줄고, 철도 운영 회사는 크나큰 타격을 입고, 정기권을 쓰던 사람은 일반권을 끊어 타는 사람이 되고, 그렇게 운영 회사는 경영이 힘들어지고..이건 극히 예상 가능한, 자연스러운 흐름이잖아요. 그런 탓에 JR동일본은 역의 역할과 위치를 재정리 하기 시작하는데요, 그게 역을 단순한 교통 수단의 거점이 아닌 '연결하는', 나아가 '일상의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는 '연결점'으로서의 전환이었어요. 열차를 매일같이 이용하는 '지속성의 이동 서비스'라 한다면, 그건 곧 '서브스크'의 정의이기도 하잖아요. 'JR동일본'의 이치하라 켄시 씨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서드 플레이스', 익숙하지 않나요? 스타벅스가 집도 회사도 아닌, 제3의 장소로서 제시하고 추구하고 있는 '나(만)의 공간.' 이동객을 잃은 역은 지금 그런 '제3의 장소'로 확대하고 있는 걸까요. 애초 '서브스크'는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이용해 '본전을 뽑자, 득을 보자'는 셈법의 서비스가 아니라, 전과 후, 혹은 주변을 아우루며 소비를 일상으로 확장하는, '연결'에 핵심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사놓은 '커피 정기권'이라 해도, 굳이 부러 역까지 가서 한 잔을 한다는 건, 그만큼의 필요가 보장되어야 하는 일이거든요. 가령, 나가는 김에 옷도 사고 책방도 좀 둘러보고 커피 한 잔... 혹은 '오는 길에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돌리고 장을 봐 돌아가자'에서의 '한 잔'처럼 말이에요.

칼럼니스트 도이 요시노리 씨는 이를 '겸사겸사 소비(ついで買い)', 즉 새로운 수요의 등장이라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회사 가는 길의 '한 잔'이던 '벡스 커피'는 지금, 출근과 퇴근 사이, 일상 곳곳 우리가 멈춰서는 곳의 '한 잔'이 되어주고 있어요. 그리고 이건 곧 전에 없던 마켓의 등장,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출...이겠죠?. 동시에 저는 JR 38년 만의 신역(駅)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역사를 설계한 건축가 쿠마 켄고 씨의 말이 떠올랐는데요. '마을과 일체화 되는 역'. 커피 한 잔과 함께 '역駅'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동일본 JR은 '벡스 커피' 이후 자전거 렌털 기업과 연계 자전거 옵션을 붙은 '서브스크'를 실행하기도 했고... 역에서의 +⍺작업은 어쩌면, 지금부터가 시작이에요.

 3️⃣ 백화점의 부유층 '방문 판매', 성공할 수 있을까요 

먼저 제목에 대한 오해...부터. 백화점의 '방문 판매'라고 했는데요, 이는 사실 일본 독자적인, 백화점의 전통적 상술, 외상 비즈니스(外商ビジネス)를 가리켜요. 70~80년대 버블 경제로 도시에 돈이 흘러 넘치던 시절, 백화점은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럭셔리, 고가 상품을 직접 들고 집(혹은 손님 편한 곳)까지 방문, 판매를 하곤 했거든요. 흡사, 우리의 화장품 방판..같죠? 그렇게 한 철 지난 '동네 장사'의 느낌이 드는데요.

다만, 여기엔 요즘 이야기하는 '콘시어지'에 더불어 일본 접객의 골자라 할 수 있는 '오모테나시'가 바탕이 되어있고, 최상층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가 고려된 판매 방식이었어요. 더불어 7~80년대 백화점의 '알짜배기 수익'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중간 소득 계층이 늘어나며(실제 한 때 일본은 '일억 총 중산층(一億総中流)'이란 말이 떠돌기도 했어요) 백화점도 방향을 전환, 가능한한 역과 인접한 곳에 문을 열고, 널리 멀리 매스 Mass, 대중을 타깃으로 어필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렇게 보다 '대중적 마켓으로서의 백화점'이 시작하게 돼요.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상점'의 필요성이 의문시되고 백화점은 길을 잃고 방황하면서, 다시 예전, 전성기 시절의 '고소득자' 중심의 비즈니스로 전환하고 있는 게...지금 분위기에요.

실제 '다이마루'와 '타카시마야' 등의 백화점을 운영하는 'J.프론트 리테일링'은 지난 10월 결산 설명회를 열며 2024년 2월을 목표로 '중기 경영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고객 매출의 '외상, 방문판매' 비중을 기존 23.7%에서 30%까지 높이는 그림이 포함되어 있어요. 세부를 들여다보면 럭셔리 브랜드를 17.3%에서 23.5%로, 미술・보석・장신구・고호쿠(呉服, 주로 기모노나 유타카)의 비율을 9.2%에서 13%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에요. 반면, 양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위 '볼륨 존', 부인복과 잡화, 그리고 신사복은 각각 현재 18.6%와 9.2%에서 14.9%와 8.2%로 서서히 낯춰갈 계획이에요.

'돌아오는 것(戻るもの)과 '돌아오지 않는 것(戻らないもの)', 그리고 '더욱 성장할 여지가 있는 것.'  'J.프론트 리테일링'의 요시모토 타츠야 사장이 얘기한 문장인데요. 코로나 이전 이미 진행중이던 백화점을 둘러싼 변화가, 코로나 이후 더욱 가속화, 선명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백화점의 '체질 개선', 그건 코로나 때문인까요, 아니면 그저 시대의 운명일가요?

 💔코로나가 불러온 '쇼핑의 양극화', 백화점의 '체질 개선' 

이와 같은 기류는 '다이마루', '타카시마야' 뿐 아니라 일본의  또 다른 백화점 그룹 '이세탄 홀딩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에요. 지난 4월 새로 취임한 호소야 토시유키 사장은 새로운 사업 계획의 주요 전략으로 '외상의 강화'를 이야기했거든요. '매스에서 개인으로.' 호소야 사장은 그 이유를, 전과 달라진 소비 패턴의 배경이라 이야기했어요. "백화점은 지금까지 계속 매스를 노린 장사였다. 널리 망을 일단 펼쳐놓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 고객에게 초점을 맞춘, 개개의 손님들과 관계를 공고히 해야하는 장사로 전환하고 있다." 흡사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물건이 아닌 경험 소비, 커스터마이즈를 넘어 '퍼스널라이즈'에 대한 이야기처럼 들려요.

하지만 백화점의 경우, 예전이라면 그저 사람들을 공간으로 불러모으고 일단 돌아다니게 하면, 매장에 돈이 굴러떨어지는...그런 구조였거든요. 건물 내 '회유성'이 가장 중요시 됐죠. 하지만 요즘같은, 마스크를 쓰고 '밀접밀집밀첩'을 기피하는 시절에 가능한 말(일)일까요. 그래서, 그렇게 백화점은 지금 다시, '로열티가 높은' 고객과의 '밀접'에 집중하려 하고 있어요. 

코로나로 달라지고 있는 백화점 풍경. 국내에선 H 백화점이 도심에 자연적 요소를 적극 도입한 매장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와 함께 거론된 게 전에 없던 브랜드,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하지만 지금은 가장 '핫'한 브랜드들의 '출점'이 가속화되었다는 사실이에요. 더이상 '부유층' 장사가 불가능한 시절, '백화점 어드밴티지', 프리미엄은 더이상 통하지 않고, 그렇게 백화점은 점점 백화점이 아니게 되고 있어요. 일본의 경우 1991년 9.7조엔이라는 기록적 매출을 달성하며 호사 시절을 누리다, 코로나가 막 터지던 무렵인 2019년엔 매출이 5.6조엔에 그쳤거든요. 이는 코로나도 코로나이지만, '유니클로'나 '니토리'와 같은 일명 '카테고리 킬러' 브랜드들의 확장과, 더이상 간과할 수 없는 EC 시장의 기세가 백화점 위축을 가속화시킨 결과이기도 해요.

더불어 인바운드, 관광객이 매출의 30%나 차지했던 일본 백화점 입장에서 코로나는 '더블 쇼크'나 마찬가지였어요. WWD의 비즈니스 편집장 하야시 요시키는 "아베노믹스 이후 엔의 약세는 인바운드 증가에 박차를 가했고, 동시에 방일객의 증가로 관광지, 나아가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렸다"라고 말해요. 하지만 지금은 '입국의 문'이 굳게 닫혀버린, 아베노믹스의 '아베'는 이미 물러났고, 오늘자 엔화는 1달러 당 100엔이 넘거든요. 더이상 '인바운드 프리미엄'은 없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잃어버린 어퍼 미들(upper-middle) 시장', 요즘 일본의 중산층 구매력은 점점 추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은데요. 평균 임금은 30년 넘게 제자리를 맴돌고, '아사히 신문'에 의하면 20년 전 424만 엔이던 임금은 2021년 오늘, 평균 18만 엔 밖에 늘지 않았어요. 하야시 데스크는 이를 두고 '선진국 안에서 가장 임금이 싼, 빈곤국이 되고있다'고도 지적하는데요, 그 결과 백화점은, '중간 고객'을 잃어버렸어요.🌪

 💸 '뉴-리치'와 백화점의 '묘한 결합?' 다시 돌아오는 시절에 관하여 

소득의 양극화, 쇼핑 시장의 2분화. 코로나 이전부터, 그리고 코로나로 더욱더 일본의 백화점은 그렇게 진통을 겪고 있는 중인데요. 와중에 거론되는 게 초반에 이야기했던 '가이쇼, 방문 판매'에요. 부유층은 그 수는 적어도 객단가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백화점 카드 회원을 분석한 조사에 의하면 연간 구입액 10만엔 이하 회원의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100만엔 이상의 회원 소비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어요. 그리고 지금 현재도 도심 주요 지점에서의 매출 20~40%는 '외상, 방판'에 의한 것이에요.

그러니까 '방문 판매', '외상'이 백화점의 알짜배기 수입원'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해요. 최근엔 고가 제품 뿐 아니라 생필품까지 대상을 확대, '고객의 생활을 서포트'하는 쪽으로 확장하고 있기도 한데요. 구미의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선 '외상'을 GAISHO라 칭하며 판매 전략으로 등장했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방문 판매' 하는 백화점, 그건 (오히려) 우리에게 점점 백화점이 멀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일까요.

'이세탄'도, '다이마루'와 '타카시마야'도 앞으로 30~50대의 신 부유층, '뉴 리치'를 염두해 디지털 요소를 도입한 '외상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있다고도 하는데요, 그렇게 보다 질좋은, 배려가 더해진, 그리고 무엇보다 편리한 백화점이 어쩌면 다가오고 있는 걸까요. 백화점의 오랜 역사와 함께 쌓인 네트워크를 총동원, 의식주부터 놀이, 교양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게, 세월을 돌고돌아 지나온 '백화점 방판'이 꿈꾸는 그림이에요. 하지만 최근 일본에선 노포 백화점들의 폐점 소식이 연이어 들려오고 있거든요. 얼마 전엔 30여 년의 세월에 이별을 고한 시부야 '도큐 백화점'도 있는데요. 그 후 '도큐 백화점' 발표한 건, '앞으로도 시부야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플랜을 추진할 것'이란 이야기였어요. 백화점에게'동네'란 새삼, 무엇일까요. 

한 때는 도시 개발의 상징, 경제 성장의 이정표, 가끔은 '호사스러운 1일'을 위한 '제3의 공간'이기도 했는데요, 시절이 갈라놓은, '돈'에 따라 좌우되는 모습에 맘이 쓰리면서도...언제가 한 번쯤, '꿈꾸는 곳'으로서의 백화점이 그리워지는 건, 그곳에 쌓인 추억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4️⃣ 50년 전통 양복 브랜드의 '양복을 연구하다?!' 

앞서 어패럴 셀렉숍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를 이야기했는데요. '양복의 아오야마', 수트의 셀렉숍도 지금 새단장을 위한 준비가 활발해요. 이 브랜드에 관해선 얼마 전 레터에서 코로나 이후, 새로운 전략에 관해 짧게 이야기는 했는데요. 근래 들어 더욱 가시화되는 게 바로 온라인 스토어와의 융합, OMO 점포의 확장이에요. 이름도 참 '양복'스러워 별로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은 느낌은 없는데요, 사실 '양복의 아오야마'는 2016년부터 자사의 디지털 기술로 개발한 '디지털 라보'를 도입, 현재 모두 120개 점포에서 활용하고 있어요. '라보'라 하면, 연구소란 말일텐데... 양복을 연구하다? 무슨 이야기일까요.

디지털 시대에, 온라인 EC 시장이 대두하는 요즘 어패럴 기업의 디지털 도입은 새삼 별 다를 이야기도 아닐지 몰라요. 다만, '양복의 아오야마'가 꺼내 든 '디지털 라보'는, 요즘의 시대 변화에 대한 대응이라기 보다는...양복 비즈니스라는, 캐쥬얼 의류와 달리 정확한 사이즈, 격식화된 쓰임새가 필요시되고, 옷 갈아입는 환절기가 아닌 입사와 입학, 그리고 졸업 시즌에 바빠지는 업계의 '과제'를 해결하려는, 일종의 자구책에 더 가까워요. '양복의 아오야마'는 창업 이후 줄곧 도심 외곽의 큰 부지를 바탕으로 큰 면적의 점포를 설계, 충분한 재고와 사이즈, 실루엣에 따라 달라지는 (여타 의류보다 많은) 물량을 커버하며, 말하자면 대량 생산을 축으로 장사를 해왔거든요.

그렇게 '백화점에서 일정 이상의 셰어를 뺏어오다'라는 게, 90-2020년, '양복의 아오야마'의 전략이었어요. 실제 꽤 성공을 거뒀는데요, 업사이클을 이야기하고, 의류 폐기물 문제가 산적해 가는 시대에, '양복의 아오야마'의 이런 방식은 더이상 적합하지 않은, 시대를 거스르는, 동시에 맞지 않는 '비생산적'인 시스템일 뿐이에요. 더불어 수트, 양복이란 캐쥬얼 의류와 달리 입는 사람의 신장, 체격에 정확히 '핏'해야 하는 기준이 보다 높고, 그 탓에 같은 상품이라도 실루엣에 따라 (일본에선)Y、A、AB、BB、E로 나뉘기도 하거든요. 그에 더해 신장에 맞춰 2호~9호까지 기장도 달라요. 그러니까 애초 재고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산업'이에요.

동시에 '폭 넓은 체형을 모두 만족시키다'라는, '양복의 아오야마'의 미션을 낭비 없이 수행한다는 건, 점점 어려워졌다는 이야기인데요. 30년 '양복' 브랜드는 그렇게 끝내 '디지털 라보'라는, 새로운 공정 방식, 디지털 기술의 도입을 떠올리게 된 거에요.🏭

 ✂️ 사이즈가 아닌 '브랜드', 실용성이 아닌 '기호' 

도심 외곽 지역에 커다란 주차장을 끼고 1층, '원플로어'의 넓은 매장. 건물 지붕엔 커다란 상자 형태의 '양복의 아오야마'라 적힌 간판. 매장에 들어서면 공간을 줄줄이 채운 수트가 걸린 행거가 가득. 이게 '양복의 아오야마'에요. 일견 도매 시장을 떠올리게도 하는데요, 이 그림은 무엇보다 충분한 재고 확보를 염두한 설계, 동시에 양복이란 의류가 갖는 '태생적 난점' 탓에 생겨난 방식이기도 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와중에 '왜 나한테 맞는 사이즈가 없지?'라는 불만은 왜인지 생겨나고, 사이즈 별로 진열해 놓은 매장에서 스타일, 취향을 고른다는 건 이미 '물 건너간 이야기'이기도 했거든요. 그저 관리의 용이함, 점포 측의 편리를 위한 설계였던 탓에, 그만큼 소비자의 니즈, 입장은 오랜 시절 소외되고 간과되어 왔어요.

그래서 '양복의 아오야마'는 사이즈가 아닌 브랜드 별로 상품을 진열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부족해진 '편리/효율성'의 자리를 '디지털 라보'가 채워주는 식으로 변화, 전환한 셈인데요. 이 방식을 이용하면, 점원의 안내를 받으면서 좋아하는 브랜드 코너에서 실제 상품을 시착, 사이즈를 확인, 만약에 맞는 사이즈가 없다면 '디지털 라보'를 활용, 나에게 맞는 사이즈와 상품을 '온라인' 상에서 주문, 이후 사이즈에 맞게 수선된 옷을 배송을 받는 식이에요. 더불어 그에 맞는 넥타이나 셔츠 등을 '디지털 상'으로 고를 수도 있는데요. EC 사업을 관할하는 우치야마 케이 그룹장은 사이즈별이 아닌 브랜드 별로 진열 방식을 바꿈으로서, 동시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하면서 예상 밖의 성과가 있었다고 이야기해요.

재고를 보관하던 창고,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을 '디지털 라보', 온라인이 대신하는 만큼, '양복의 아오야마'는 기존 창고의 재고수를 1/3~1/4 정도 줄이기 시작했어요. 기존 매장에서 담당하던 수선과 배송의 업무를 재고 창고가 있는 카나가와 현 물류센터에서 전담하게 된 덕에, 매장엔 전에 없던 '빈 공간'도 생겨났어요. 동시에 인력의 절약, 보다 질 좋은 업무로도 이어졌다는 분석인데요. 2019년 새로 리뉴얼 오픈한 시부야역 총본점의 경우가 그 결과를 그대로 보여줘요. 애초 운영하던 매장은 지하1층부터 5층까지 모두 6개 층으로 구성된, 300평이 넘는 면적의 대형 매장. 하지만 지금은 그 규모를 1/3 수준으로 축소, 보다 도심에 맞는, 필요・필수적인 기능 만을 남겨두는 식으로 조정이 되었거든요. 재고 관리는 중심 사이즈 5~6벌을 갖춰두고 나머지는 '디지털 라보'를 활용하는 식으로 이뤄지는 탓에, 창고의 회전율 향상으로도 이어졌어요.

그렇게 생겨난 '전에 없던 공간'을 이용해서는 '오더 메이드' 수트 제작・판매랄지, 비즈니스 캐쥬얼 상품과 레디즈 라인업을 확충한다는 계획인데요, 워낙에 매장이 넓었던 탓에 일부 점포에서는 '셰어 오피스', 스포츠 짐을 병설하는 등, 새로운 서비스도 시작되고 있어요. 애초 '양복의 아오야마'가 외곽, 도심이 아닌 주변 지역에서 가게를 오픈했던 건, 기성복과 맞춤복 사이의 '어정쩡한 포지션', 가능한 최대한, 많은 사이즈・모델의 상품을 갖춰 모든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미션' 때문이었는데요. '매스'가 아닌 개인, 가치관도 라이프 스타일도 다양화되는 시절에 이곳에 필요한 건 '양복의 아오야마'가 아닌, '너와 나'의 한 벌일 뿐인 거에요. '양복의 아오야마'는 기존 도심 외곽의 대형 점포를 점차 축소, 도심・압축형 매장으로의 전환을 계속해 갈 예정이에요.

 🎄나의 시작하는 겨울, 그 1일에는 

구독자님, 오늘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이번에 이야기한 뉴스는 모두 이전부터 차곡차곡, 쌓아두고 시기를 보던 것들이에요. 코로나와 만나 휘청이고, 다시 '위드'를 시작하지만, 그 1일은 언제...인가요? 아마 세상 모든 '오늘'은 수많은 어제가 쌓이고 쌓여서, 열심히 24시간을 살고 또 살아서 만들어지는, 그렇게 찾아오는 '오늘'이라 느껴요. 세상에 어느 하나 0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하루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 이미 '내일'은 시작에 엔진을 걸고 있을지도 몰라요. 스다 마사키의 결혼도, 그저 발표가 지난 월요일이었을 뿐 둘의 관계는 어느 먼 어느날, 어느 순간임에 틀림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1년 365일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1년치 에너지가 동이 났나 싶은 요 며칠이었는데요...일단은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커피 콩을 주문해야겠어요.🥜 때로는 내가 아닌 나의 일상이, 시작해주는 하루도 있거든요. 그럼, 우리 또 자주 보아요.🙋‍♂️

📫 오는 금요일 11월 16일엔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20호가 발행됩니다.

📬  아래는, 현재 공개중인 '모두 오픈' 레터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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