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고편 만으로 영화팬들의 맘을 들썩이게 했던 '너의 이름은'의 애니메이션 거장 신카이 마코토発 카페가 문을 열어요. 바로 지난 일본 내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모티브로 한 콘셉트 카페인데요. 지난 오늘월 첫 날 신쥬쿠 푸드 쇼핑몰 '미로드(新宿ミロード)'에 신카이 월드를 펼쳐놓고 영업을 할 예정이에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전작 '날씨의 아이'에서도 엿보였던 재해에 대한 일본 국민, 나아가 시대적 위기감의 내일에 또 다시 도전한 작품으로 보이는데요. 재해의 원흉이 되는 일본 곳곳 폐허의 문을 주인공 스즈메가 닫으러 다닌다는, 좀 별난 설정의 모험 성장기에요.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개봉 3일 133만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18억엔을 기록, 벌써부터 대흥행을 예감케하는데요. 그에 더해 이번 영화는 대중은 물론 비평적으로도 호평의 말들이 많아요.

그리고 그건 그의 작품이 늘 애니메이션, 가장 먼 픽션 속에 있지만 가장 현실 가까이를 건드려서라고 생각해요. '스즈메의 문단속', 그저 우연이겠지만 얼마 전 홍상수 감독의 신작 '탑'도 '문단속'을 이야기했거든요. '문단속', 시대의 키워드일까요? 그나저나 구독자님, 오늘 문단속을 하고 나왔나요. 오늘은 '문 먼저 닫고' 시작해볼게요. 💓신카이 마코토는 왜 일본은 감동케하나?, 그리고 '문' 넘어 어쩌면 숨어있을 '우리 내일에 대하여'에요.
👧 '스즈메'를 보는 단서① 할리우드를 이기는 '열도 흥행작'의 충분 조건

전작 '날씨의 아이' 이후 3년, 흥행 수익 250억엔을 기록하며 일본 영화 5위에 오른 '너의 이름은'으로부터 6년. 그러고보면 3년 단위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이 개봉하는 셈인데요. 현재까지 반응은 가히 일본 전역을 흥분하게 할 정도에요. 개봉 2일만에 82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50억 엔을 돌파했고, 개봉 3주 연속 1위를 하며 함께 개봉한 마블의 '블랙팬서 '를 계속 따돌리고 있거든요.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선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 수표와 같은 마블, 디즈니와 같은 시리즈들이 우리만큼 흥행을 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물론 이 성적은 도호가 배급사인 탓(덕)에 하루 20회 이상 상영되는 극장이 수두룩한 결과이기도 해요. SNS에서는 ''스즈메' 상영 스케쥴로 야마노테센 시간표가 그려지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왔거든요. 아무튼, 일본에선 그만큼 자국 영화에 대한, 말하자면 익숙함의 파워'가 상당한데요. 일례로 자막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심판 나라로 일본의 관객들이 지목되기도 해요. 아무튼, '스즈메의 문단속'은 다시 한 번 대히트를 예감케하며 현재 일본에서 절찬리 상영중. 단지 하나의 히트작이 탄생한, 새로운 애니메잇녀 거장의 시작을 알리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흥행은, 지브리 외에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나아가 영화계에 여러 전환점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먼저,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혼자서도 충분히 제작이 가능한 시대에 일개 개인 작가가 단 하나의 작품으로 메인 스트림의 등장한 사건으로(신카이 감독은 본래 샐러리맨이었어요), 나아가 전후 매너리즘에 빠진 일본 사회의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발언이란 점에서 '새로움을 창조'하고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신카이 마코토의 영화는 '범인간성(棒人間性, 가장 디폴트의 인간형)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평받아요. 그리고 그건 곧 '재해 그 후'를 살아가는 날들에 대한 묘사, 동시에 반성과 다짐으로 확장하는데요. '너의 목소리'는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살아가는 이야기에 대한 은유였고, '날씨의 아이'는 망가져버린 세계를 어쩔 수 없이 긍정할 수 밖에 없음에 대한 토로, 나아가 이번 영화는 더욱 더 '재해 그리고 후'에 집중해요.

사실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감독의 '불안을 등에 업고 살아가는 세대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가, 세계를 망친 세대에 대한 책임 불이행'에 가리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측면도 있는데요. 이번 코로나를 직면하고 다시 찾아온 그의 영화는 보다 정면으로, '재해'의 책임을 다하려 해요. 말하자면 '너의 이름을'에 대한 반성이랄까요.
'스즈메의 문단속'은,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로 더욱 풍성해진 관객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받아, 그럼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란 시점에서 마주한 작품이에요. 관객 그 어느 누구도 홀로 두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가족이나 커플이나 할아버지와 손자나. 제가 '별의 목소리(ほしのこえ, 2002년)'을 만들던 때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관객들이 보아도, 그 사람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걸 만들고 싶다고요. (중략) 그런 마음으로 전력을 다하자 생각했을 즈음, 도착한 게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이에요. 예전에 만들었던 '별의 목소리'에서 시작해, '날씨의 아이'까지의 작품은, 그래서 모두 '스즈메의 문단속'을 만들기 위한 준비 기간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신카이 마코토, '스즈메의 문단속'을 마치고

그래서 3년의 주기가 만들어졌을까요. 애니메이션 연구가이자 평론가 도이 노부아키 씨는 '날씨에 아이'에 대한 반성이 '너의 이름을'을 다시 제작하듯 만들어진 작품이 이번 '스즈메의 문단속'이라 지적하기도 하는데요. 둘의 차이라면 꿈을 매개로 대화를 주고받던 '너의 이름을'이 재해의 모티브를 숨기고 있었다면, 3년의 세월이 무엇인지 일상의 재해'를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시절 보다 과감해진 '날씨의 아이'가 만들어졌고, 그로인한 깨우침이 일본 열도 곳곳을 뛰어다니며 '문단속'을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에요. "과거에 번영했던 것들이 사라져가고, 살아있던 것이 죽어간다. 그 안에서 우리는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자성적 메시지가 점점 더 드러나는 경향이 보여요.(도이 노부나가 평론가)" 사실 '너의 이름은'은 어린 소년 소녀의 이뤄질 듯 말듯 풋내나는 사랑 아닌 사랑 이야기처럼도 보이잖아요. 하지만 '이웃집 토토로'가 마냥 귀엽지 만은 않은 것처럼, 가장 순수한 얼굴로 '자연과의 공존'이란, 무거운 과제를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신카이 마코토는 정확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려왔던 그 시간 안에서 '오늘의 과제'를 살아요. 이럴 때, 애니메이션은 보다 더 현실을 현실이게 하나요.

'너의 이름은'은 방관자들이 재해를 망각해가는 이야기라 비난을 받기도 했어요. 그 의미에서 이번 작품은 '너의 이름은'이 선택하지 않았던 길(루트)를 골랐다고 볼 수 있어요. 신카이 마코토는 시대를 감지함에 있어 뛰어난 작가이고, '너의 이름은' 이후부터는 승자의 시선의 이야기라 오해받을 만한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돼요. 하지만, 이번에 그와 다른 길로 방향을 돌렸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주하지 않고 있던 것들을 돌아가 다시 마주하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지금 공감을 하고 있다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도이 노부아키, 애니메이션 평론가
말하자면 '얼마나 시대와 함께하는가'의 문제일까요. 그리고 이건 곧 '코로나 이후'의 애니메이션이라 읽어도 되는 이야기일까요. 신카이 감독은 '영화를 만들고 세상에 내놓을 때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라 말하기도 했는데요. 단순히 영화 속 주인공이 지금의 나와 같은 고민, 위기, 고난의 일상을 살고 있다면 그 이야기에 이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오히려 픽션같겠죠. 참으로, 참으로 '문단속'이 중요해지는 계절이에요.
👧 '스즈메'를 보는 단서② '재해' 그리고 모든 잊혀짐에 대한 追悼

영화의 스토리를 다시 소개하면, 큐슈에 사는 여자 고등학생 스즈케는 어느 날 '문'을 찾아 곳곳을 여행하는 청년 소타를 만나요. 그리고 그에게 맘이 쓰이는데요, 그렇게 소타를 쫓아 다니며 산속에 남겨진 폐허의 낡은 문과 만나게 돼요. 그리고 소타는 재앙을 가지고 오는 문을 닫는 '잠금쇠(閉じ師)'란 걸 알게되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소타는 스즈케가 어릴 때부터 써오던 의자를 다른 무언가로 바꿔버리는 사건이 벌어져요 그렇게 문과 의자를 사이에, 둘의 재앙을 막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는 게, 기본 줄거리에요. 다분히 판타지적 요소가 곳곳에 새겨진 드라마인데, 그런데 다시 이야기하면 사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은 '너의 이름은' 이후 재앙, 그리고 그 후를 이야기해왔다는 것. 그리고 실제 이번 영화에서도 주인공의 스마트폰을 통해 긴급 지진 속보를 도착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하거든요. 지진이라는 초비일상적 사건, 그리고 스마트폰이라는 더이상 가까울 수 없는 일상적 물건.

그러고 보면 '너의 이름은'에서 100년 주기로 떨어진다는 혜성도 지진이나 재앙의 메타포이기도 했어요. 실은 매우 가까이 있는 것, 그렇게 일상적인 것에 대해 신카이 감독은 결코 등돌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해요.
극중 지진 경보음이 몇 개의 베리에이션으로 울리는 건 초기 비디오 콘티를 만들 때부터 정해져있었어요. 이건 비단 지진 경보에 한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스마트폰에서 들려오는 착신음이나 알림음과 같은 건, 우리 일상의 생활음의 하나잖아요. 핸드폰이나 TV에서 지진 속보 경고음을 듣는 게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번엔 처음부터 지진을 묘사한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다만, '너의 이름은' 때에는 그를 정면으로, 스트레이트하게 묘사하기에 제게 준비가 덜 된 기분이었고, 11년이 지난 지금은 그런 기억들이 점점 잊혀진다는 마음에 프로듀서를 비롯 제작진들에게 처음부터 이야기하고, 각오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지진 그 후의 일상. 이는 2011년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영화나 드라마 등등에에서 종종 보이는 메타포이기도 해요. 지금은 세계적 감독이 된 하마구치 류스케의 '동일본 시리즈 3부작' 이후 작품은 줄곧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이야기를 그려가고, 이시이 유야 감독의 작품 역시 '재앙 그 후'의 애달픈 '어찌할 수 없음'의 드라마를 만들고 있잖아요. 신카이 감독 역시 311 동일본 대지진이 가장 큰 동기라 말하는데요, 동시에 그에게 그건 잊혀지는 것, 빛 바래고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한 '추도' 작업처럼도 보여요. "제 딸은 재앙이 일어났던 해에 태어났어요. 리얼타임으로 그 사건을 몰라요. 그리고 젊은 관객 중에는 이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요. '너의 이름은'으로부터 11년, 사람들의 기억은 희미해지기 마련이거든요. 언젠가부터 그런 '장소에 대한 추모 이야기'를 제대로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말하자면 재앙 그 후, 추모의 시작이랄까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일본 곳곳의 '그 후'의 장소들을 찾아다니는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 번성했던 장소의 지금은 쇠퇴한 장소로 말이에요.


더구나 아빠가 건축을 했다는 신카이 감독은 어릴 때부터 무언가가 새로 만들어져 시작되는 일상에 대한 기억이 많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지금, 그곳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쩌면 이건 모두 나이들어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할까요.
"개봉을 하고 무대 인사차 각지를 돌거나 제 고향을 가게 될 일이 있으면, 한 때 번성했음에도 사람들이 사라지고 도시는 쇠퇴해버리고, 쓸쓸해진 장소를 목격할 기회가 많았어요. 나이를 먹은 건물에 사람들은 살고있지 않고 주변은 사람보다 숲이나 동물이 더 많은 곳이 적지 않아요. 그리고 무언가를 시작할 때는 '지령제'같은 걸 하잖아요. 하지만 무언가가 끝날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사람이 죽으면 장례식을 하며 추도하지만, 토지나 마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없죠. 그렇다면 사람이 없어진 토지나 장소, 즉 폐허를 추도하는, 애도하는 이야기는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게 최근 수 년간 계속 머릿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카이 감독 영화엔 약간의 종교성도 느껴지느데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등장하는 '문' 역시, 일상의 입구와 출구보다는 일본 고전 농악(古典能楽)에 등장하는 개념으로서의 문, 즉 신과 정령(精霊)의 세계로 향하는 문을 의미해요. 신카이 감독 왈 '신은 평소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뒤쪽 세계의 문을 통해 드나들고, 신의 통로와 같은 의미를 가진 신비적인 말로서 이번 이야기와 통한다고 느꼈다'라는데요. 우리 인간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현관이 아닌, 뒷문을 열고 닫으며 시작하는 무언가의 이야기. 얼추, 그림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이런 건, 영화 픽션이 아니면 구현하지 못할 생각 혹은 감각이겠지만, 동시에 11년 전 그가 주저했던 건, 재앙 그 후, 그건 곧 신을 마주하는 일이어서였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번에도 영화의 주제곡을 맡은 RADWIMPS의 노다 요지로 씨는, '마음이 마음과 연결되는 건 신카이 영화 너머의 풍경'이란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애니메이션으로 향하는 '문'은 한동안, 열어두어야 할 것 같아요
🧒 하루가 힘들 땐, 종종 '영화의 門'을 열어요

한국 영화의 위상이 더할 나위 없이 드높아지는 요즘, 한국 영화의 지평도 확대되는 느낌이에요. 이제 곧 첫 넷플릭스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지난 해 '브로커'로 감독만 일본 사람인 한국 영화를 만들었고, 박정범 배우와 절친인 '행복한 사전', '도쿄의 밤하늘은 가장 짙은 블루' 등의 이시이 유야 감독은 한국말 하는 오다기리 죠를 연출하기도 했는데요. 이제 곧 넷플릭스에선 미이케 다카시 감독작이 공개될 예정이고, 한일을 오가는 영화 현장. 그곳에 국경은 있나요. 그야말로 자막 1cm의 벽이 홀가분해지는 계절인데요, 지난 11월 고레에다 감독은 한국 영화의 산실 속칭 한예종,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Q&A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한예종은 봉준호 감독, 등의 출신교이기도 하고, 9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만들어낸 곳인 만큼 고레에다 감독의 관심이 많았다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를 NHK가 중계, 기사화했는데요, 비록 영화 지망생은 아닐지라도, 영화는 그저 팝콘에 넷플릭스라 하더라도, 영화의 말들은 떄때로 삶에 도움이 되잖아요. 현실에서 하지 못한 용기가, 도전이, 마주할 수 없었던 미움이 그곳에 다시 살고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하는데요, 11월 한국을 찾은 고레에다 감독의 말들과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일개 샐러리맨에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후계자가 되기까지, 그를 버티게 해준 말들을 조금 가져와봤어요. 그 영화는 왜 종종 우리 삶을 울고 웃게할까요.
🌓 영화라는 또 하나의 'parallel world'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무도 모른다'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에서는 산에 묻어요. 레드아로호'라는 특급 열차를 타고. 근데 그 열차는 제가 어릴 때 기억으로 매우 좋은 전차이고, 살던 동네에는 서지 않는, 역은 있지만 지나치는 통과하는 열차였어요. 초등학교 시절 와, 이거 언젠가 타보고 싶다 생각했죠. 그런데 그 열차가, 재판 과정에서는 죽은 동생을 숨기기 위해 산에 매장하기 위한 방법, 시체 은폐를 위한 과정처럼 다뤄졌어요. 하지만 저는, 아니라 생각했죠. 이건 분명 아이를 열차에 태워주기 위한 거라 생각했어요. '묻어야지, 숨겨야돼'가 아니라 함께 열차를 타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라고 말이죠. 제 멋대로의 생각이지만, 그 열차를 보며 자라온 제 입장에서는 무언가 그런 절대적 확신이 있었어요. '아무도 모른다'는 확신을 갖고 만들자 생각했고, 나 만의 그런 확신에서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건 본인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영화, 픽션이란 바로 그런 거라고도 생각해요.
신카이 마코토 저는 아마, 처음부터 작품을 만들 때면 늘 '당신은 분명 괜찮아요'라고, 아무 근거는 없지만 '괜찮다'고 전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런 마음으로 계속 만들어왔다는 기분이 있어요. '날씨의 아이' 마지막에도 호다카(남자 주인공)가 '우리는 분명, 괜찮아!'라 말해요. 변해버린 마을은 눈앞에 두고 결코 괜찮아 보이지 않음에도 '괜찮아!'라 소리 질러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장면이에요. '초속 5센티미터'에서도, 아카리(여주)가 타카키(남주)에게 '타카키, 분명 지금부터도 괜찮을 거야'라 말하죠. 그 다음 별로 괜찮아보이지 않는 타카키가 그려지지만, 그럼에도 '괜찮아'라 말하고 싶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제게 있어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바로 그거에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나 고르라면, 다름아닌 바로 그것. 다만, 지금과는 좀 다른 방식의 '괜찮아'를 이야기했다고 생각해요. 그걸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포일러 우려가 있어 말할 수 없지만(웃음), 봐주신 분들이 '나는 분명 괜찮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영화 아니면 현실' 불안과 확신에 대하여

신카이 마코토 그 당시엔 저의 판단이 두렵다고 느껴지디고 했어요. 부모님으로부터 하고싶은 일에 반대를 받는다는 것.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고, 앞날은 막막했지만 그 기분이 두려움을 조금씩 상쇄시켜 줬다고 생각해요. 샐러리맨 시절의 모아둔 적금이 좀 남아있었끼 때문에, 일단은 생활이 곤란한 정도는 아니었을 뿐일지 모르지만요(웃음).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고 물론 느끼지만, 저는 불안해하기 보다 하고싶은 창작에 몰두했어요. 좀 냉정한 말일지 모르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불안이 더 크다고 하면, 그게 너무 괴로워 포기할 정도라면, 그냥 거기까지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럼에도 해보고 싶다는 행동으로 한 걸음 더 내딛었을 때, 비로소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게된다고, 전 생각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여러 국면에서 중요한 문제라 생각해요. 다만, 가장 먼저 자리해야 할 건 '물음'이라 생각해요. 알지 못한다는 그 물음 말이죠. 이미 자신이 확고한 메시지를 갖고있고, 그를 확장하고 싶은 맘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왜인지 모르겠다, 좀 더 알고싶다. 왜이지라고 생각해가는 것. 그리고 배우와 함께 그를 확인해가는 과정이 제겐 재밌어요. '브로커'의 경우 배두나 씨가 해준 역할은 매우 어려운 인물이거든요. 하지만 내가 쓴 대사를 그녀의 몸을 통해 표현되었을 때, 매우 납득할 수 있는 힘을 가져요. '아, 이 인물은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말이죠. 내가 썼음에도 그 순간에 알아차리는 것이 있는 거에요. 그리고 그 시점에 비로소 무언가 '착지(着地)'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쓰여진 것을 확실히 육체화하고 감독을 확신하게 하는 배우란 어김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새삼 느꼈어요.
🌞 필요한 건 단 1명, 그리고 '내가 가장 어렵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방송국에서 일할 당시, 정말 무섭기로 소문난 선배가 그랬어요. '시청자를 의식하고 만들어도 어차피 전해지지 않으니까, 누구든 상관없으니 단 한 사람. 부모이든 고향의 할머니든, 여자친구든 자식이든 좋으니까 누군가 딱 한 사람을 향해,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만들어'라고. 그 한 사람을 향해 이야기한 것이 결과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된다고 말이죠. 처음부터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기를 바라지 말라는 거에요. 20대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지금도 저는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건 TV이든 영화이든 OTT 드라마도 변하지 않아요. 최근엔 넷플릭스와도 작업을 하며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듣지만, 전세계에 대해 생각할 필요 없어요. 세계 100개국 서비스라 해도, 100개국 공통되는 테마를 찾는다는 건,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일이에요. 오히려 만들고 싶은 것의 농도가 희미해질 뿐이죠. 글로벌인가 내셔널인가를 고민하는 순간, 창작자는 어긋나는 느낌이 들어요. 내 손으로 닿을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세계 안에서, 가장 나에게 진실한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작업이, 아마 많은 사람에게 전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지구의 반대편까지 말이죠.
신카이 마코토 첫 단편 작품 '별의 목소리'를 개인 작업으로 제작하고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50석 밖에 없는 작은 극장에서 상영회를 했어요. 관객 앞에 서서 무대 인사를 했죠. 당시의 긴장감이란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땐 정말 두려워 다리가 후들거리고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런데 그와 같은 무대 행사를 계속해가면서, 어느새 익숙해지고 '스즈메의 문단속' 때에는 5천 명 앞에서는 기회가 있었는데, '별의 목소리'의 50명 앞에서보다 훨씬 긴장이 되지 않는 거에요. 그리고 그건, 아마도 제 안에서 어느 타이밍에 '베스트를 다 했으니 긴장할 필요는 없어'란 마음이 들었던 거라 생각해요. 영화를 완성한 시점에 난 나의 베스트를 다 했다라고요. 그 후의 무대 행사같은 일은 사실 영화 만들기에 비하면 별게 아닌 게 되어버리는 거죠. 긴장이나 프레셔를 느낄 때 전 제가 소비한 에너지, 해왔던 노력, 거듭한 연습과 같은 걸 돌아봐요. 전력을 다했던 날을 생각하며, 프레셔에도 가볍에 마주할 수 있게 됩니다.
⛄ 내 인생의 퍼즐이 '첫눈'을 기다려요

구독자님, '내 인생의 영화'같은 거 있나요? 오래 전 제가 다니던 영화 잡지에는 꼭 같은 이름의 연재 코너가 있었는데요, 당시의 유아인 배우를 남다르게 느꼈던 저는 그에게 청탁을 했고, '클로저'에 관한 원고를 받아 싣기도 했어요. 그 때의 유아인이라면 '서울골동양과자점 앤티크'가 개봉을 한, 소위 아직 검증받지 못한 신인 배우에 불과해 내부에선 의심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는데요, 막상 글이 도착한 뒤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죠. 먼저 영화가 '클로져'란 사실에 반응이 달라졌어요. 아무튼, 내 인생의 영화, 영화는 어차피 뻥이면서, 진짜도 아니면서 왜 사람 인생까지 쥐락펴락할까요. 사실 제가 일본을 좋아하게 된, 보다 진심으로 쫓기 시작한 것 역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도쿄 소나타' 때문이거든요. 첫 직장 첫 출장지 밤늦게 우연히도 그 영화를 봤던 게, 제게는 아마도 가장 영화적인 순간이었을 거에요.

그래서 오늘은, 요즘 가장 뜨겁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새 영화, 그리고 얼마 전 몰래 한국에 왔다 간 고레에다 감독의 말들을 이야기했는데요. 고레에다 감독이야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다(와세다 문학부 출신이에요) TV를 경유해 영화 감독이 된 케이스이지만, 신카이 감독은 첫 단편 '별의 목소리'를 만들기 까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일개 영업직 샐러리맨이었어요. 하지만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란 언젠가 반듯이 돌아오는 걸까요. 그렇게 인생은 뒤늦게도 꽃을 피울까요. 며칠 전, 드디어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First Love 첫 사랑'를 보았는데요, 의외로 정말 좋았어요. 아직 단 1편 만을 보았지만, 우타다 히카루의 20년에 걸친 첫 사랑에 대한 노래를 모티브로 한 이 드라마는, 그런 경우 쉽게 빠지고 마는 '원작의 덫'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정말로 괜찮은 작품일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고요.
오래 전 유바리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경력이 있는 칸치쿠 유리 감독이 연출을 했는데요, 'First Love(1998)'와 '初恋(2001)' 두 곡 사의 20년 세월을 마치 돌고 돌아 만나고 헤어지는 하나의 '구불구불한 직선'처럼, 도쿄의 스크램블 교차로거나, 드라마에선 삿포로의 상징과도 같은 아사히가와 로터리(旭川ロータリ)를 부감으로 내려다보며, '우리 인생'을 은유해요. 이에 또 하나의 시제, 지금의 2022년도 더해진다고 알고 있는데요. 무려 서로 다른 세 개의 시간축을 넘나들며 단 한 번의 플래쉬백도 사용하지 않은 게, 참 신선하면서도 어차피 인생이란 그런 이음매 없는 시간은 아닐었을까 싶은 생각도 해요. '인생은 직소 퍼즐이다'로 시작하는 2022년의 '첫 사랑.' 그러고보면 칸치쿠 감독도 (wiki재팬 상) 2010년대 활동이 거의 없는 걸로 나오는데, 그곳의 보이지 않던 10년은 지금, 이곳에서 퍼즐을 채우고 있는 걸까요.
지금은 고작 지금일 뿐이지만 멀리,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우리 인생은 곧 다가올 내일 곁에 열심히 하나의 피스를 맞추고 있을지 몰라요. 첫 사랑, 그건 머나먼 내일의 재회를 위한, 작은 퍼즐 하나의 시작은 아니었을까요. 이번 목요일엔, 첫눈이 온다고 했나요? 그런데 그 눈은 언제 어디서 출발해 오고 있는 걸까요. 점점 더 문단속이 필요한 계절, 그럼, 우리 또 보아요.
📪📬오는 금요일, 12월의 첫 레터 12월 2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73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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