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시작하는 여행, 어디까지 가봤니? 미래의 여행, 호텔에 묻다

코로나로 하늘길도 바닷길도 굳게 닫혀있던 바람에, 실은 성수기도 아닐 지금 여행이 철이라 하는데요. 정작 떠나고 있나요.🪂 사실 여행은 현지에서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떠남' 그 자체가 주는 로망이 있는 터에, 전 요즘같이 여행을 부추기는 날들이 좀 애뜻하기도 해요. '떠남'엔 여행을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짐을 정리하며 현지에서의 일과를 그려보는, 실은 매우 거대한 일련의 행위가 포함되어 있잖아요. 일본어로는 旅に立つ와 같이. 하지만 그 '떠남'의 가장 첫 단계는 어쩌면 창을 활짝 열고 너머를 바라보는 일은 아닐까 싶기도 한데요,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활짝 열고 일단은 심호흡, 어떤가요. 지난 11월 '지브리 파크' 개원 이후 요즘 열심히 활동하는 '스튜디오 지브리'가 얼마 전 벽에 그림 하나 걸어두는 것 만으로 지브리 세계에 도착한 듯한 기분을 주는,

그림 액자 상품 'Art of collection of Ghibli Museum～'을 선보였어요. 시리즈라고는 해도 아직은 '하울이 찾아오는 마을(ハウルが来る町)'과 '지지, 바다가 보여(ジジ、海が見えるよ)' 등, 각각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마녀 배달부 키키'의 한 장면을 따온, 두 종류인데요. 그림의 테두리를 창문의 틀로 그려놓은지라 벽에 붙여 놓으면 마치 내 방의 창 밖으로 지브리 세계가 펼쳐지는, 하울의 성이 금방이라도 내 방으로 들어올 것 같은 '착각'이 발생하는 게 '핵심'이에요. 그래서 '가짜 창문(ニセ窓)'이란 별칭도 함께 공개됐어요. 요즘 지브리 관련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다 느끼는데, 그건 제가 아직 떠나지 못해서일까요. 오늘의 주제, 떠남을 다시 떠나볼 때, '내일의 여행이 온다'에요.🐈

 🚪 관광의 문이 열리다, 그냥 '문'만 열리다 

구독자님, 도쿄 다니고 있나요? 지난 10월, 2년 넘게 막혀있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요즘 들리는 이야기에 지금 도쿄엔 외국인 관광객, 특히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2019년 8월 오픈한 시부야 스크램블 거리의 '시부야 스카이' 전망대 층에는 반이 한국 사람, 나머지 반이 일본 사람이었다는 보도가 있었을 정도에요. 아사쿠사나 시부야, 신쥬쿠와 같은 대표적 관광 스폿은 물론, 올해는 이상하게도 우에노 아메요코쵸(アメ横町)나 각종 주방 용품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갓파바시(河童橋)와 같은, 말하자면 저렴한 쇼핑이 가능한 마켓이 유독 붐빈다는 이야기도 나와요. 전에 없이 싸진 엔화와 그에 반해 치솟기만 하는 고물가. 그런 이유의 현상일까요. 요즘, 도쿄 잘 다니고 있나요? 하지만 동시에 일부에선 급작스레 늘어난, 급회복을 시작한 인바운도 관광 수요에 비해 그를 받아줄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기업가이자 자산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나이토 시노부 씨는

'코로나로 문을 닫은 가게, 휴업중이던 가게가 많아 재개를 하려해도 종업원이 모자라거나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등, 생각대로 영업이 되지 않는 케이스가 속출한다'고 지적해요. 일본에선 근래 여행 재개와 함께 경제 활성화를 위해 'go to 캠페인'을 비롯 이런저런 여행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지원이라도 정작 현실이 여의치 못하다면, 그저 '탁상공론'에 불과한 게 아닐까, 다시금 생각하게 돼요. 올해 10월 한 달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49만 8600여 명.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2.4배가 증가한 수치이고, 그 중 무려 절반에 가까운 12만 2900명이 한국 사람이었어요. 여전히 코로나 이전 때보다는 많이 모자란 숫자(2018년 한국인 관광객수 745만명, 중국(838만명에 이어 2위, 달로 환산해 62만명)이지만, 일본 관광청 담당자는 '한국은 빠른 시간 안에 이전의 20%정도 까지 회복하고 있다' 말해요. 그래서, 요즘 도쿄 어디에 가나요? 일본에선 '엔저'를 계기로 다시금 인바운드 특수를 노려보자는 분위기도 없지 않지만 반면 앞서 이야기한 지역의 인프라가...아직 충분히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달까요.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붐비는 교토의 경우, 코로나 이후 택시 운전사 수가 급격히 줄어 차 한 대 잡기가 정말 힘들다 하거든요. 지난 1월 첫 날 교토에 도착한 나이토 씨는, 교토 역에 사람은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지만, 정작 교통 편을 찾지 못해 늘어선 택시 승강장 앞의 줄이 더 엄청났다고 말해요. 심지어 기념품 품귀 현상도 벌어져, 공항에서 가볍게 사곤 했던 '도쿄 바나나'나 비슷켓 '히요코'와 같은 물건을 없어서 사진 못하는 상황까지도. 여행이란, 늘 떠나는 설렘 만을 떠올리가 마련이지만, 그건 여지없이 여행하는 곳의 일상, 내가 아닌 너가 살아가는 오늘의 사정, 달리 말해 서로가 맞아야 비로소 출발하는 게 아니였을까요. 그래서 다시 한 번 떠오르는 게, '오버 투어리즘'에 대한 고민이에요. 근래엔 양보다 질, 즉 부유층 여행객을 타깃으로 하는 '인바운드 상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분위기이고, 하지만 갑작스런 이런 시프트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존 여행 인프라의 사정은 또 다른 이야기인지라, 지역 유수 관광 도시에선 고급 호텔의 부족이 또 하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어요.

말하자면, 다시 시작한 일상에 여행은, 아직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혹은, 우린 애초 그런 생각을 해보았을까요. 내가 아닌, 너의 여행 사정을 말이에요. 얼마 전 그런 물음에 참조가 될 만한, 조사가 하나 발표되었는데요, 바로 '도도부현 매력도 랭킹(都道府県魅力度ランキング).' 일본 여행이라면 도쿄거나 오사카거나 후쿠오카거나 홋카이도 정도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여행이란 내가 떠나는 길, 그게 곧 여행지가 되는 게 아닐까요. '브랜드 종합 연구소(ブランド総合研究所)'가 지난 10월, 일본 전국 47개 도도부현 1천 개 시촌무라(市町村)를 대상으로 전국 소비자 3만 4768명에게 조사를 실시, 발표한 '가장 매력적인 일본' 1위는, 두두둥. 전년과 같이 무려 14년 연속 홋카이도(73.3점)였어요. 2위부터는 교토(57.3점), 오키나와(53.6점), 도쿄-오사카-카나가와-후쿠오카-나라-나가사키-이시카와(33.1점). 이 랭킹은 매년 순위에 변동은 없는 편이지만, 시대 분위기에 따라 지역에 대한 자국민의 관심을 나타내는 지표로 읽히는데요,

조사를 실시한 연구소의 타나카 아키오 사장은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나 귀성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지역에 대한 점수(관심, 애착도)가 생각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평해요. 즉, 여행은 열심히 분발해온 우리 일상이 만들어 내는 일종의 '피크-off'랄까요. 현실과 관계하지 않는 꿈이란 어느 하나 없는 것처럼, 여행 또한 결국 우리 일상을 먹고 자라요. 구독자님, 일본 여행, 어디로 갈까요. 나이토 씨는 일상 재개와 맞물려 가속화하는 여행 재시동엔 충분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요, 만나지 못했던 약 3년의 겨울을 지나, 여행은 혹시...변화하고 있나요.✈️ 부유층 겨냥의 인바운드와 체제형 여행의 증가와 방역과 함께하는 관광과. 지난 10월 11일, 일본행 규제는 모두 다 풀렸지만 전 아직 '출국 대기' 중인데요, 왜인지 내일엔 정말 '내일의 여행'이 시작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그런 미래에서의 1박, 얼마 전 건축가 반 시게루와 후지모리 테루노부는 새로운 호텔을 공개했어요.🏨

 📮 여행의 주소를 찾다, 후지모리의 누구도 해치지 않는 밤 혹은 방 

다시 떠나는 여행은 신이 나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여행지, 여전히 인기가 좋은 곳으로 쏠리기 마련인 '오버 투어리즘'란 폐해, 더불어 코로나 이후 경각심이 높아진 자연 보호의 문제까지, 다시 시작하는 여행, 쉽지 많은 않아요. 그런 이유로 최근엔 '서스태너빌리티'를 실천하는 시설, 지역 등을 안내하는, 그를 포함한 여행 플랜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여행자 본인이 직접 탄소 절감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각종 정보와 도구들도 발명되는데요. 내일의 여행, 그건 회복하는 일상만큼 아름다운 것일까요. 일단은 갈 수 있게 되었으니 떠나는 보지만, 무언가 전과 다른 듯한, 심지어 유일하게 시차가 존재하지 않는 일본으로의 여행조차, 어딘가 시차를 느끼는 듯한 위화감이 일기도 해요. 하지만 동시에 지금 우리에겐 어쩌면 내일의 여행이 이미 시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어지기도 하는데요. 그를 가장 실감하게 하는 건, 아마 호텔이 아닐까요. 일정 기간 동안 '나의 집'이 되어주는 공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 곧 내일이란 일상의 견본과 다름 없기도 하잖아요. 앞서 후지모리 테루노부의 호텔을 이야기했는데요, 차실의 건축으로 유명한 건축가 후지모리는,

오는 3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호텔'을 모토로, 그의 일본 내 첫 숙박시설 '후지모리 여관(藤森旅館(仮))'을 열어요. '모두가 함께 만드는 호텔', 이런 게 가능이나 한가요. 먼저 호텔이 위치한 건 나가노현(長野県) 후지미쵸(富士見町)의 자연이 풍부한 언덕 마을이에요. 나가노현, 가장 매력적인 마을 12위였어요. 완만한 경사길을 오른 곳에 호텔이 지어지고 그 너머엔 카이코마가타케(甲斐駒ケ岳)가, 그리고 뒤로는 야츠가타케(八ヶ岳)가 둘러싸고 있어 그야말로 자연 품에 안긴 듯한 위치인데요. 지대가 높은지라 후지산의 거의 모든 산줄기가 보인다고 해요. 이 쯤 되면 호텔이란 말보다는, 펜션이랄지 콘도, 온천 료칸같은 게 더 어울릴 것 같죠. 먼저 후지모리 씨의 건축은 가장 특징적으로 '단'을 이용하는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지난 레터에서 '도쿄 올림픽'을 기해 제작된 그의 파빌리온 '고안(五庵)'은 지상에서 3m 높이에 자실이 배치된 설계였고, 이번 숙박 시설의 경우 모두 두 개의 단으로 구성되었어요. 후지모리 씨의 공중에서의 건축, 그건 하라 켄야 씨가 이야기한 신사에서의 공백, 야시로(八代)를 연상케 하기도 해요('고안'에 첨부한 링크에 보다 자세한 설명이 있어요). 그리고 이번 숙박 시설의 그 두 단 사이엔 5m의 높이 차이가 있는데요, 아랫부분은 숙박자의 프라이빗 공간,

그리고 위층엔 잔디를 깔고 테라스를 설치해, 숙박자, 그리고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의 장으로 쓰일 예정이에요.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지휘한 야마코시 후미코 씨는 '일상에서 떨어져 건축과 자연의 풍경을 느긋이 즐길 수 있는 체험의 공간'이라 이야기해요. 얼핏 조금 별난 캠핑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하지만 자연을 즐기는 캠핑이 현실적 의미 자연을 해치는 부작용을 가져오는 것과 달리, 후지모리 씨의 건축은 늘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고, '자연을 붕괴하지 않음'을 제1의 원칙으로 삼아요. "주변 경관을 가능한한 해치지 않고, 지역에 방해도 되지않게, 하지만 상징적 건축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습니다.(후지모리)" 가령 이번 숙박 시설이 들어서는 곳은 본래 계단식 놓이었던 터라 시설 건축과 동시에 일부 구역엔 수로를 포함 논을 복원할 계획도 갖고있고, 건축 방식 역시 콘크리트와 철근을 중심으로 하는 기계적 설계가 아닌, 일본 특유의 전통적 방식을 계승하며, 보다 어우러짐의 시공을 하는데요. 예를 들면 이번 시설의 지붕을 '테마게 동판 지붕(手曲げの銅板屋根)로 제작, 건설 비용을 모금하기 위해 진행했던 크라운드 펀딩 참여자들과 함께 워크숍을 통해 그 기법을 직접 체험,

동시에 건설하는 시간을 지난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갖기도 했어요. 말하자면 펀딩의 '리턴'이 워크숍 참여이기도 했던 셈이에요 .그리고 이는 시설의 규모가 OO호텔이나 △△리조트와 같이 효율 집약적 대규모 모델이 아니여서 가능한 일이기도 한데요. 사실, 애초 이번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던 건 후지모리 씨의 팬임을 자처하는 야마고에 노부코 씨가 무려 12년에 걸쳐 후지모리 씨를 설득해낸 끈질긴 인내와 노력에 있어요. 2004년 후지모리 씨의 차실 '타카스기완(高過庵)'을 우연히 보게되었다는 야마코시 씨는 그 매력에 빠져 이후 줄곧 후지모리 씨의 작품을 쫓아왔는데요, 동시에 후지모리 씨가 주최하는 워크숍에 빠짐없이 참가하며 심지어 2010년 숙박 시설의 설계를 요청하는 '러브 레터'를 보냈어요. 하지만 당시 후지모리 씨가 만든 숙박 시설이란 오스트리아의 '스톡 하우스'가 유일했고, 노부코시 씨 역시 구체적 계획은 커녕 돈도 없었기 때문에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다만, 꺽이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 했던가요. 노부코시 씨는 자신의 결정을 포기하지 않았고, 

3년만에 후지모리 씨이 승락을 받는 데 성공, 하지만 터를 찾는 데 7년이 소요, 그 외 건축에 필요한 기타 조건 등을 갖추는데 다시 2년이 들어 총 12년이 지난 뒤 2022년 3월 비로서 첫 삽을 뜰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시작을 시작하기까지, 12년이 걸린 셈이에요.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테마게 동판 지붕', 동판을 손으로 굽혀서 지붕을 제작하는 방식. 이런 거, 아무나 할 수 있을까요. 건축이란 엄연히 전문적인 영역인데, '아무개의 체험'으로 만들어도 괜찮은 걸까요. 하지만 그가 늘 사용자가 함께하는 건축을 추구하는 건, 기계적이고 탈·인간적 건축을 벗어나기 위함이고, 오히려 그는 '완벽하지 않은 것, 불완전한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건축'이라 말해요.

이건 곧 만든 사람의 흔적이 남은, 오히려 그를 남기는 건축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이 일에서 그 동판 한 장을 굽히는 건 매우 간단한 일이라 하거든요. 그저 지그재그로 굽히기만 하면되는 소위 말해 단순 노동이에요. 다만, 동판을 굽힌다는 일 자체가 일정 이상의 힘을, 동시에 반복 행위를 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능숙한 사람도 1장을 완성하는데 10분이 걸린다 해요. 그만큼 더 사람냄새 나는 지붕이 완성될까요. 이 작업 외에도 후지모리 씨의 이번 숙박 시설은 그의 또 하나의 시그니쳐 기법이기도 한 '야키스기(焼杉)' 또한 워크숍을 경유해 진행했고, 후지모리 씨의 건축 '치노시민관(茅野市民間)'과 나가노현 예술 사업 'NAGANO ORGANIC AIR'의 체제 제작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댄서 모리시타 마키 씨와 사진가 이시카와 나오키 씨도 함께했어요. '야키스기', 말 그대로 삼나무를 태워서 건축에 이용하는 공법인데요, 나무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이는 일본 전통 기법의 일종이고, 본래는 해변 주택들이 바닷바람의 피해를 막기 위해 외벽에 사용되곤 했어요.

그리고 최근엔 공장에서 생산되는 가공품도 있지만, 후지모리 씨는 그런 건 균등하게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맛이 안난다며, 손에 의한 작업을 고수해요. 이 역시, 사람의 흔적을 남기는 과정이겠죠.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내가 만들기도 한 숙박 시설, 그곳에서의 1박 어떤 여행이 될까요.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후지모리 씨의 여관은 하루 1팀 한정, 최대 5명까지 숙박 가능한 B&B 스타일의 시설이고, 개관 후에도 활약을 예고하고 있는 야마코시 씨는 지역 주민과의 교류를 바탕으로 하는 숙박 체험을 유도, 기획할 거라 말했어요. 여행, 정말 변하고 있나요. 일상을 벗어나는 단 며칠의 유흥이 아닌,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특별하게 주어진 '하룻밤.' 여행은 어쩌면 이미, 먼 길을 시작한 걸까요.🧳 내일엔 일상을 이롭게 하는 여행을, 꿈꿔요.

 🌳 '지구의 중심'에서 체크인, 반 시게루의 가장 조용한 아침 

오는 여름 오픈을 예정하고 있지만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후지모리 씨의 여관. 자연과 역사 품에 안기며 함께 땀방울을 흘리는 시간을 거쳐 완성된 이곳에, 아마 '호텔'이란 이름은 좀 이상할까요. 최근 여행에 가장 유효한 화두로 떠오른 서스태너빌리티, 그리고 오버 투어리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여행은, 분명 잠자리에도 전과 다른 궁리를 할 거라 믿어요. 어찌 보면 호텔이라기 보다 집에 더 가깝고, 때로는 오피스나 캠핑장처럼도 느껴지고, 여행이란 애초 삶 위에 꾸려지는 시간이었던 거겠죠. 2019년 카루이자와에 문을 연 반 시게루 씨의 숙박 시설은 그래서,  '시시이와 하우스 카루이자와(ししいわハウス軽井沢)', '하우스'란 이름을 써요. '시나가노현(長野県) 키타사쿠군(北佐久郡軽)이자와쵸(井沢町)에 2019년 1호관을 시작으로 지난 해 2022년 7월엔 2호관이 오픈, 그리고 2023년 상반기에 3호관이 문을 열 예정인데요. 모두 아담한 2층짜리 목조 건축, 무엇보다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설계로 만들어졌어요.

애초, 이번 숙박 시설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홍콩의 기업가이자 아트 콜렉터인 HDHP GK(호텔 매니지먼트 그룹)의 웨이 호안 씨는 '서스태너빌리티의 관점에서 반 시게루 씨를 선택했습니다'라 말하거든요. 그래서 가장 먼저 문을 연 1호관을 보면 카루이자와의 자연이 풍부한 경관을 지키기 위해 마치 나무와 나무 사이를 엮어가듯 설계되었고, 외관 역시 주변의 스케이프와 어우러지게 부드러운 곡선의 실루엣을 택했어요. 그런 탓에 숲 속에 숨어있는 오두막집처럼도 보이는데요, 3개의 테라스 빌라를 갖췄고 객실은 모두 11에요. 사실 호텔이란 객실 뿐 아니라 편의 시설로 가득 찬 라운지, 그리고 짐이나 사우나 등 기타 부가 공간으로 차별화를 하기 마련이잖아요. 하지만 여기선, 자연과의 1박을 추구하는 반 시게루 씨의 잠자리는 최대한 그로부터 멀어지려는 시도의 공간이라 할 수 있어요. 웨이 호안 씨는 호텔을 짓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도심의 소음에서 떨어진 장소에 지적·창조의 건축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거데요. 그런데 도심에서 멀어진다, 지적·창조의 공간이란 어떻게 구현되는 걸까요.

먼저 반 씨는 건축의 설계 뿐 아니라, 내부 인테리어, 그리고 집기구의 디자인까지 일괄 담당했는데요. 그의 시그니쳐라 할 수 있는 '종이관'을 사용한 베드의 보드랄지, 그가 학생 시절 처음 디자인했다는 간접 조명 등을 활용하며 통일성 있는 공간을 완성해요. 가장 자연스럽다는 것,  아마 공간에서 사는 사람, 혹은 만든 사람이 느껴지는 게 아닐까요.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장이 뚤린 구조의 거대한 라이브러리가 보이고, 알바 아르토의 '암 체어', 그리고 균타 표르그(Günther Förg)의 추상화 'Grid Painting'가 창밖 풍경과 어울려 배치되어 있어요. 호안 씨는 '작품의 색채가 주변 자연과 호응하는, 마치 함께 숨을 쉬고있는 듯한 느낌을 의도했다'고 말해요. 그리고 아마 인간이 발명해낸 가장 자연스러운 공간, 라운지 '그랜드 룸'이 시설 중심에 있고, 벽난로까지 설치되어 있어요. 창에서 비치는 카루이자와의 자연과 함께 숙박자 간의 교류를 가질 수 있는 장이랄까요. 뿐만 아니라 반 씨가 이 공간을 위해 직접 디자인한 테이블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조명 '타리아센'을 연상케하는 반 시게루의 간접 조명도 체험할 수 있고,

기존의 관념을 뒤집으며 아트를 한 걸음 진척 시켰던 '구체미협력회(具体美術協会)'의 작품들이 다수 상시 전시돼요. '전위 작가 집단으로 가치관을 새로 써온 구체는 지금껏 없었던 호텔을 추구하는 저희의 자세와 오버랩된다' 지금까지 없었던 호텔, 그건 곧 처음 경험하는 여행의 시작일까요. 더불어 지난 해 7월 오픈한 1호관보다 1개 객실이 더 많은 2호관엔 자연과 일체화된 형태의 '포레스트 테라스'를 갖춘 레스토랑이 있고, 기둥 없이 만들어진 토라스(Truss, 삼각형 골자를 단위로 하는 구조)적 공간도 만들어졌어요. 지연의 품을 찾아가는 건축, 그건 곧 익숙함을 하나둘 덜어내는 과정일까요. 반 시게루 씨의 건축은 어딘가 완전히 완성되지 않은 듯한, 거친 ing의 느낌을 주는 게 특색이라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아트 작품에 관해서는 회화 작품이 중심이었던 1호관과 달리, 여기는 사진 작품들이 메인이에요. 말하자면 장르로 구분했어요. 호안 씨는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사진이 갖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며, 이곳을 현대의 가치관을 가진 젊은 사람들을 겨냥한 장소라 설명하는데요. 그렇게 이란 출신의 시린 네샤트(Shirin Neshat),

독일 태생의 미국의 포토그래퍼 루스 번하드(Ruth Bernhard) 등 17명 작가의 약 30점의 오리지널 프린트가 자연과의 시간을 수놓아요. 그리고 작품들은 모두 수 개월을 단위로 정기적으로 교체될 예정인데요, 계절에 따라 자연이 표정을 바꾸듯이 봄여름가을겨울 얼굴을 달리하는 집같은 호텔이랄까요. 그리고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 체험할 수 있는 방법, 반 씨의 이 '하우스'는 '식(食)'에도 공을 들여 메인 다이닝인 '더 레스토랑'에선 카루이자와의 사계절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로컬 알코올 음료와 함께 제공해요. 그 밖에 휴식 공간으로는 '더 와인 & 위스키 바', 그리고 흡연실 아닌, 무려 '시가 룸'이 있어요. 조금은 낯선 밤, 거장이 제안하는 건축의 숙박이란, 시공간을 초월 자연의 품에 안기는 일일까요.

 🏃‍♂️ 궁극의 여행, '나'를 떠나다 

구독자님, 여행 좋아하나요? 전 이번 레터를 쓰며 어쩌면 여행이 아닌, 도쿄가 좋았던 게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실제 다녀온 여행지 중 압도적으로 많은 곳이 도쿄이기도 하고, 때로 여행이란 곧 가고싶은 곳, 장소가 되어있기도 하잖아요. 물론 때로는 그저 '떠나고 싶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여행이란 새삼 무엇일까요. 대부분 도시 생활자로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간이란 여름/겨울 휴가철로 제한되기 마련이고, 그렇게 늘 주어진 조건에 맞는 여행지를 고르면서 우린, 어쩌면 단 한번 만나본 적도 없는 여행을 대신해왔던 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해요. 우리, 여행한 적 있나요. 사실 전 도쿄를 많이 오고갔지만, 그곳을 여행한다고 생각해본 적은 처음(교리츠 재단 주최 스피치 콘테스트에 입상해 상금으로 아마 9박10일의 도쿄를 여행했어요)을 제외하고, 단 한 번 없어요. 물론  출장 차 다녔던 일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휴가 차 갔더라도, 늘 갈 때는 설레고 올 대는 미련만 잔뜩 남아, 맘이 뒤숭숭할 뿐이에요.

이곳이 아닌 그곳에서, 하와이나 방콕이 아닌 도쿄에선, 나의 포지션은 뭘까, 그를 넘어 좀 중요한 사람이고 싶다는 욕심이 저도 모르게 발동하거든요. 이런 걸, 여행이라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여행이란 늘 우리에게 '나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져, 생전 처음 찾은 남반구 뉴질랜드 섬에서 나의 직업도, 나이도, 인간 관계도 아무런 쓸모/의미를 잃은 그 자리에서, 우린 새삼 나에 대해 생각을 해요. 어쩌면 전 그 순간이야 말로, 여행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하는데요. 나에게 좀 거리를 둔달까요. 내게서 조금 멀어져 보는 일, 나를 떠나 나를 찾아가는 길. 구독자님, 여행을 해본 적 있나요. 세상 모든 여행은 그래서 모두 나에게서 떠나는 일이고, 그렇게 나를 완성하는 시간. 그렇다면, 내일의 여행은 어디로 갈까요. 후지모리 씨의 건축, 특히 '차실의 건축'은 늘 지상에서 한 척 쯤 높은 곳에 둥둥 떠있는데요, 여행이란 어쩌면 조금 높은 곳에 펼쳐지는 일상을, 바라보는 일일까요. 

📫오는 금요일, 1월 13일에 '밤에 보는 뉴스 '야후 재팬' 읽어드립니다' #79호가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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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에 기록한 '도쿄를 바꾸는 공간들, 2021' 

22년의 07월, 책을 만들었어요 두 번째 자기출판, 13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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