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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시선]건축 다이어그램, 설득의 필수조건

오늘은 간결함의 미학, 건축다이어그램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2023.11.13 | 조회 12.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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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마이서티즈

멈춰버린 우리 30대의 삶에 우리만의 향기가 한방울. 개인의 취향 가득한 30대인 저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이야기합니다. 저는 지금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다이어그램?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웠던 벤다이어그램. 그것이 우리가 다이어그램에 대해 처음 접한 계기였다. 그 이후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면서 수도 없이 들어왔고, 그려왔던 건축 다이어그램. 진짜 다이어그램이란 무엇일까. 다이어그램의 사전적 정의는 기호,점,선 등을 사용하여 각종 사상의 상호과정이나 구조, 관계 등을 설명하는 그림이다. 건축에서 사용하는 다이어그램의 의미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한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있다면 아름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설명하기 쉽게, 설득하기 좋은 다이어그램은 관계와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그려야하는 것에 더해 그것이 좀 더 성의있고, 보기 좋으며, 보기에 아름다워야 한다. 건축에서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이유는 단순히 추상적인 무언가를(일반적으로 말하는 사상이나 사고) 설명하기 위함 보다는, 제안하는 건축물이 나오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그 타당성과 이유를 분명하게 하기 위함 크다. 즉, 어떤 것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 아니라, 건축가의 생각과 사고를 설득하기 위함으로 쓰인다. 설득의 영역에서 중요한 것은 타당성은 기본이고 이미지의 안정성과 완성도, 그리고 아름다움이다. 그 아름다움이 담겨야 하는 건축 다이어그램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졸업설계 - 다이어그램으로만 구성한 페이지 / 대학도서관 설계 프로세스 중 
졸업설계 - 다이어그램으로만 구성한 페이지 / 대학도서관 설계 프로세스 중 

# 건축은 그 전체가 설득의 과정이라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정말 많은 단계가 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는 하나의 건축프로젝트에서 주축이 되는 하나의 아이디어를 모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린 글, 스케치, 도면, 3D모델링, CG, 모형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한다. 그 중에서 오직 설득만을 위한 제스쳐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다이어그램이다. 다이어그램의 목적은 설득이다. 누군가를 이해시키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건축가의 생각을 관철시키기 위함이다. 건축가는 가벼운 다이어그램을 그려가며 건축계획안을 발전시키기도 하지만, 결국 그 또한 건축가 본인을 설득 시키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그러다 보니 건축 다이어그램은 복잡해서는 안되며, 한눈에 보기 쉽고 간결하게 표현 되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아름답고 보기좋은 다이어그램이 좋은 다이어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 다이어그램 건축 _ BIG건축그룹

다이어그램으로 유명한 건축회사가 있다. 덴마크의 건축그룹 BIG이다. 공부하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 명성이 자자한 세계적인 건축그룹 BIG는 다이어그램으로 건축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디어나 생각을 다이어그램으로 단순화하는 과정을 그대로 건축으로 만들어낸다. 그러다 보니 탄생하는 건축물들이 복잡하거나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간결하며, 쉽다. 직관적으로 눈에 띄는 디자인을 추구하지만 그 결과에 타당한 이유가 있으며, 설득력이 있다.  간결한 설득의 과정 때문인지, 건축주에게도, 그 도시의 시민들에게도 사랑받는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Abstract>에서 BIG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다이어그램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BIG에서는 생각을 만들어내기 위해 다이어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어떤 사회의 현상이나, 도시의 필요, 때로는 건축가 개인의 상상을 다이어그램을 통해 구체화하고, 발전시키며, 서로 공유한다.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건축과정이 등장하고, 설득을 위한 새로운 다이그램이 아닌, 건축 과정 자체로서 다이어그램을 표현한다.

Villa Gug_BIG
Villa Gug_BIG
Villa Gug 다이어그램_BIG
Villa Gug 다이어그램_BIG


# 다이어그램 어떻게 사용할까

안타깝게도, BIG와 달리 우리는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목적이 설득에만 있다 보니 다이어그램을 그 목적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즉 결과를 만들어 놓고, 그 과정을 설득력 있어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 디자인과 건축계획안이 나오게된 실제 이유가 아닌, 무언가 설득력있어 보이는 것 처럼 다이어그램을 새로 창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상설계(공모전)에서는 인위적인 다이어그램을 양산해내기 시작한다. 실제로 계획안이 나온 진짜 이유는 다른 이유가 있지만, 좀 더 건축적으로 있어보이도록 새로운 생각을 쥐어 짜낸다. 진짜로 그런 이유로 건축이 진행된 것 처럼 말이다. 이렇게 만든 다이어그램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그저 제안서 속 자리채우기 역할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의문이다. 물론 모든 건축물이 다이어그램으로부터 시작할 수도 없고, 특별한 컨셉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 어떤 관습처럼 우린 꼭 다이어그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다이어그램은 설득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설득을 위한 필수적인 키 다이어그램이 아니라면 꼭 필요할 것일까. 하나의 다이어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고민하는 과정과 만들어내는 과정, 표현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과정, 알맞은 색감을 입히는 과정, 그리고 그 정도가 과하지 않도록 걷어내는 과정 등 작은 다이어그램일지라도 그냥 만들지 않는다. 정작 그렇게 만든 다이어그램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고, 빠르고 훑어보는 제안서 속에서 눈에 띄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지만, 혹여 누군가 볼까, 누군가 관심을 가질까 건축가들은 머리를 쥐어 짜낸다. 


#  다이어그램 다르게 그려볼까

우리가 건축을 디자인하고 제안할때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다이어그램은 BIG스타일의 다이어그램이다. 실제 BIG와 같은 프로세스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가 다이어그램이라고 배워오고 봐온것들이 대부분이 BIG의 매스 프로세싱 다이어그램이다. 과연 우리 건축 설계에 정말 필요하고 맞는 스타일의 다이어그램일까. 있어보이니까 어떤 관성처럼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보자. 필자가 좋아하는 다이어그램은 설득의 영역보다는 설명의 영역에 있다. 건축제안서를 받는 사람 (건축주)는 결국 건축 전문가도 아니고, 추상적인 건축의 사고 흐름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다는게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우린 설득하고, 우리의 생각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만들었지만, 정작 비전문가들에겐 알 수 없는, 그리고 큰 의미없는 그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나 그 프로젝트를 계속 해오면서 같은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해되고 의미있는 그림일지라도, 그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거나 한눈에 읽히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선호하는 다이어그램은 설명을 하기위한 다이어그램이다. 완성된 계획안을 설명하는 다이어그램. 실제로 그것들이 다이어그램이라고 불리지 않을지라도, 그 역할이 어떤것을 간결하게 표현하고, 이해를 돕고 설명을 하고 있다면 다이어그램이라고 부를수 있지 않을까. 건축도면에 칼라링을 하고, 입체감을 부여하고, 픽토그램이나, 이미지를 통해 그 공간에서의 행위를 상상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간결한 3D를 통해 공간의 이미지와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며, 건축가의 설명을 위한 모든 표현 등이 이에 해당된다. 설득보단 설명을 통해 끄덕끄덕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종 표현 방식들이 모두 잘 그려진 건축다이어그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하와 지상의 동선을 동시에 표현한 다이어그램 / 현상설계
지하와 지상의 동선을 동시에 표현한 다이어그램 / 현상설계
수직동선(코어)의 연결을 표현한 다이어그램 / 현상설계
수직동선(코어)의 연결을 표현한 다이어그램 / 현상설계
3D모델링을 통한 제안사항 다이어그램 / 현상설계
3D모델링을 통한 제안사항 다이어그램 / 현상설계


# 건축가의 다이어그램

건축가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요소를 사용한다. 다이어그램이, 도면, 스케치,CG, 모형 등과는 그 무게감이 약간 다르지만 깊은 고민과 생각을 담아 성심성의껏 만든 다이어그램은 그 존재가 빛이 날 수 있다. 그 빛나는 존재를 만들어내기 위해 건축가는 밤을 새워 생각하고 고민하고 그림을 그린다. 예쁜 다이어그램을 만들고, 제안서 속 한 페이지를 장식할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구글 이미지 속 수 많은 건축 다이어그램을 보며 예쁜 그림과 표현을 따라하기보다는 진짜 건축 아이디어를 표현하고, 머리 속 생각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계획안에서 설명하고 싶은것, 실제로 이러이러한 생각으로 진행한 건축과정을 말로 설명하고 그 말을 글로 표현해보고, 그 후에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해야 진짜 설득력있는 다이어그램이 탄생하지 않을까.

세로형 층별 프로그램 다이어그램 / 졸업설계
세로형 층별 프로그램 다이어그램 / 졸업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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