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좋은건축물?
2023년 기준 건축사무소의 개수는 1만 5천개를 넘었고, 건축사들도 1만 8천여명이 달한다. 밖을 나서면 건물은 빼곡히 들어차있고, 매년, 매월 새로운 건물들은 어김없이 세워진다. 건축은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자리잡고 있다. 이 수많은 건축 관련 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전국의 수 많은 건축물들. 과연 모두가 좋은 건축물일까. 좋은 건축물이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 주변에는 수 없이 많은 건물들이 있고, 때때로 해외의 유명 건축가가 짓는 멋드러진 건물들도 종종 마주한다. 그런데 그런 건축물들.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해야할까. 좋은 건축물을 판단하는 기준 같은 것들이 있을까. 늘 궁금했다. 건축학도시절 많은 건축물들을 답사해보고, 교수님과 함께 가보기도하고, 개인적으로도 가보기도 하고 다양한 루트도 좋은 건축물들, 좋은 공간들을 마주했지만, 아무도 좋은 건물의 기준을 알려준 적이 없다. 좋다고는 하는데, 좋은거 같긴한데, 뭐가 좋은거지.. 어떻게 왜 좋은건지. 오늘은 좋은 건축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왜 좋은지 모르지만 그냥 좋다는 것을 느낌적으로 안다.
# 우리가 여행을 가면 늘상 관광지라고 하는 곳은 멋진 건축물들이 있다. 역사적으로 기품있는 건물인 경우도 있고, 현대의 유명한 건축가가 지은 건축물이기도 하다. 건축은 예나 지금이나 그 나라, 그 지역의 문화를 대표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중 정말 단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있을까. 만들어지고 탄생하는 모든 물건들, 재화들, 서비스들, 거의 모든 것들을 바라볼 때 우린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일한 것이 있다면 바로 예술 작품이다. 예술 작품은 세상에 단 하나 존재한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등과 같은 고전 예술뿐만 아니라 현대 창조적인 예술 작품들도 단 한개씩만 존재한다. 그래서 가치있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건축물은 그 지역에, 그 도시에, 정말 단 하나만 존재한다. 단 한 명의 천재가 만들어내는 예술 작품과는 다르게 건축물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모든 건축물이 다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물은 또한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어떤 건축물이든 그 건물이 들어서는 대지가 있어야 한다. 이 대지는 존재 자체가 특별하다. 어떤 대지든 같은 대지는 없다. 환경이 다 다르고, 심지어 바로 옆의 대지일지라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고, 주변 건물이 다르고, 도로의 컨디션이 다르고, 빛과 그림자의 방향이 다르고, 건축에서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건축물은 고유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즉 좋은 건축물이란 한 가지의 기준으로 정의할 수 없다는 말이다. 건축이 어려운 이유이다. 건축은 한 가지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하고 심오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추상적인 존재이다.
# 그럼에도 건축가마다 좋은 건축물이라고 판단하는 심적인 기준은 있다. 정답이라고 말 할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취향은 아닌 개인적이고도 심리적인 요소가 있다. 어떤 공간이나 어떤 건축물을 마주할 때 해야 할 질문이 있다면 <이 곳은 나에게 좋은 건축물인가>이다. 그냥 좋은 건물, 좋은 공간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사용자인 나에게 좋은 건축, 공간인가를 질문해야한다. 모두가 느끼는 좋은 공간은 다르기에, 정답 찾기가 아닌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건축의, 공간의 의미를 생각해봐야한다. 그렇다면 나에게 좋은 건축, 좋은 공간은 무엇일까. 건물을 마주할때 하는 필자의 생각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고, 좋은 건축 찾고, 좋은 공간을 설계하고 싶어하는 파워 J 건축가의 노력 정도로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1. 건축가의 초기 상상
건물이 대지에 들어서는 컨디션은 딱 두가지다. 여러 건물들 사이에 존재하느냐, 자연 속에 존재하느냐. 건물을 적절한 하나의 프레임에서 바라보며 건축가의 초기 상상을 역으로 상상해본다. 건물이 들어서기 전 아무것도 없는 대지를 상상하며, 문제점이라면 해결방안, 가능성이라면 개발방향을 생각해본다. 왜 이런 매스가 탄생했을까. 메인 진입구는 왜 저기일까, 왜 건물의 방향은 저렇게 했을까 등 건축가가 처음 이 땅을 마주했을때 했을 법한 상상을 추측해본다. 즉 도시와 자연과의 관계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건축가는 이 도로변 비어있는 땅을 보면 어떤 상상을 했을까. 도산대로에서 의미있는 건축물을 찾기 힘들었다고 말한 건축가는 특색없이 각기 다른 높이와 파사드를 가지고 있는 가벼운 느낌의 건물들 속에서 강력한 무게감있는 파사드로 랜드마크를 계획하고자 했다.
창을 최소화 시키고 묵직한 소나무결 콘크리트를 삼각형 모양으로 건물을 말그대로 조각했다.매스감있는 도로변과 달리, 후면부는 층별로 긴 테라스를 두어 재실자에게 쾌적한 업무공간을 제공했다.
2. 디자인 요소
건축가가 건물을 디자인할 때 메인으로 가져가려고 했던 디자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건물 외부로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디자인 요소일 수도 있고, 내부에 숨겨진 요소일 수도 있다. 한개일 수 도 있고, 여러개 일수도 있다. 건축물은 건축가가의 디자인적인 상상에 의해 처음에 스케치되고, 만들어진다. 그 디벨롭의 과정에서 시공적인 요소와, 여러가지 이슈들로 인해 강력했던 요소가 많이 얌전해지기도 하지만, 건축가의 첫 디자인 상상을 추측해보는 것도 건물을 파악해보는 재밌는 방법이다.
건축가는 반복되는 원형 패턴과 칼로 자른듯한 저층 진입구를 디자인 요소로 사용했다. 원형패턴으로 인해 건물이 몇층인지 알 수 없게 하여 강남대로 즐비한 고층건물들 사이에 단연 돋보이는 파사드를 만들어낸다. 또한 단순히 파사드 패턴이 아닌 구조체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구조적인 아름다움 또한 자아낸다.
3. 코어의 위치
건물로 진입을 하면 제일 먼저 찾아봐야하는 것이 바로 코어이다. 수직이동을 담당하는 엘레베이터와 계단의 위치를 파악한다. 건물로 들어서는 순간 머리속으로 평면을 그리기 시작하며 어렴풋이 코어와의 관계를 상상한다. 입구와의 거리, 코어와 붙어있는 실(프로그램), 복도와의 관계 등을 상상한다. 건축가는 대략의 볼륨과 매스가 정해지면 코어를 어디로 두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한다. 모든 층에 같은 위치에 존재해야하고, 생각보다 큰 면적을 차지하므로 코어는 평면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코어의 위치를 제대로 잡는 것만으로도 설계의 방향성이 정해진다.
4. 건축적 디테일
건축가는 건물을 설계할 때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는지, 왜 이용하는지, 어떻게 이용하기를 바라는지를 고민한다. 그 고민의 결과로 건물의 내부의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디테일이 만들어진다. 건물의 분위기를 느끼고, 곳곳에 숨겨져있는 건축적 디테일을 파악해보는 재미를 가지면서 건축가가 어떤 고민을 했을지 상상해본다. 좋은 건축물은 건축가가 고민을 얼마나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천재 건축가도 뚝딱 좋은 건물을 만들지 못한다. 좋은 건축물에는 건축가의 고민이 많이 담겨있고, 그 고민은 건축적 디테일로 드러난다. 그 디테일을 찾아보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직관적인 것은 바로 창의 위치와 크기다. 빛과 그림자, 그리고 재실자의 시선을 조정하는 미묘한 창의 위치와 크기는 건축가가 가장 고민을 많이 하는 부분이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볼품없어 보이는 외관과는 달리, 내부 공간을 섬세하게 디자인한 리모델링 건물이다. 라이브러리라는 프로그램적인 특성에 맞게 사계절 일광량을 정밀하게 측정해 계산한 빛의 각도로 따라 서가를 배치한다.
중정을 바라보며 둘러싸인 커튼월로 밝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책을 보기에 편안한 조도를 만들어낸다. 철과 스테인리스가 만들어내는 얇지만 강한 재료적인 특성으로 세밀하고 날렵한 그리고 효율적인 공간 배치와 디자인을 구현했다.
# 건물 파악하기 프로세스
건축가의 초기상상 > 디자인 요소 > 코어의 위치 > 건축적 디테일
추상적인 무언가를 보고 파악할 때는 나름의 프로세스를 만들어 두면 편하고 도움이 된다. 좋다. 안좋다는 개인적인 판단 기준이므로 그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 좋은 건축을 바라보는 기준은 명확하게 없지만, 어느정도 모두가 인정할 만한 장소의 특성은 존재한다. 정확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편안함과 안락함, 그리고 따뜻한 건축은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공간에서 몸으로 느끼게 된다. 디자인은 개인마다 다 다른 취향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황금비율이 존재하는 것 처럼 우린 그 정답 근처에 가기위해 노력한다. 새롭지만 안정적이고, 획기적이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그런 건축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수련하고 고민하고 있다.
건축을 잘한다는 것은 경험치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어느정도 통용되는 업계 정설이다. 다양한 매체와 도서들 그리고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공간들이 늘어남에 따라 우린 단순히 설계적인 경험치가 아니라, 공간을 경험한 그 경험치, 그리고 어떻게 공간을 분석적으로 경험하는지에 따라 설계 능력이 향상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좋은 공간을 더 많이 경험하고, 단순히 경험에서 그치는것이 아니라 분석하며 바라보는 건축적인 자세로 좋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가가 되어야한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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