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시선

[건축가시선] 건축CG, 머릿속 상상을 표현해보자

오늘은 디자인의 꽃, 3D 건축 모델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23.11.08 | 조회 3.35K |
0
|
고요레터의 프로필 이미지

고요레터

평범한 30대 직장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안녕하세요. [건축가시선]에서는 건축을 업으로 하면서, 건축을 공부하면서 생각했던  내용들, 고찰들, 이야기들, 현상들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건축물들. 그런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들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 건축가의 상상 

건축을 하면서 가장 재미있는 단계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당연히 초기안을 계획하는 단계라고 말하겠다. 주어진 대지 위에 좋은 공간을 상상하고, 멋진 건물을 생각해내는 그 과정이 아마 건축가들에게 가장 설레고 신나는 일이 아닐까. 실제 그렇게 디자인된 건축물이 지어지기까지는 수많은 단계와 업무들이 있지만, 그러한 것을 모두 다 뒤로하고, 상상이 결국 현실이 되는 이 마법같은 건축을 사랑한다. 건축은 비어있는 대지에 건축주의 소망과 건축가의 상상이 합쳐져 의미있는 건축물이 탄생하는 일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이 아름다운 일. 그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건축가는 어떤 상상을 하고 어떻게 표현을 하는 것일까.

5학년 졸업설계 대학도서관 - 3D모델링과 브이레이 렌더링
5학년 졸업설계 대학도서관 - 3D모델링과 브이레이 렌더링
5학년 졸업설계 대학도서관 실내공간 모델링
5학년 졸업설계 대학도서관 실내공간 모델링

#건축3D의 중요성

건축은 언제나 예술의 영역이지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므로, 건축가는 자신이 상상한대로, 그저 원하는 대로만 설계할 수는 없다. 수도 없는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건축가 머릿속 상상을 잘 포장하여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이든, 스케치든, 모델링이든 방법은 다양하지만, 빠르고 직관적인 3D 모델링을 주로 사용한다. 건축을 배우기 시작할때 부터 이미 3D 모델링은 건축업계에 익숙해져 있었고, 거의 모든 건축가들에게 필수 능력처럼 여껴졌다. 그래서 모델링에 대한 거부감없이 그 3D 툴을 사용하고 어색함없이 배워왔다. 3D 툴이 없던시절엔 어떻게 건축을 했을까? 라는 의문을 품기도 하고, 모델링 없이 건축계획이 가능하긴 한가? 이 상상을 스케치 만으로 표현한다는게 말이 되나? 라며 모델링 없이 건축을 한다는건 거의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건축의 필수 요소가 되어버린 3D 툴의 중요성을 이야기 해본다.

#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그저 머릿속 상상에 불과하다는 건축학도시절 한 선배의 충고에 따라 3D 모델링 툴을 자유롭게 다루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빠르고 자유로운 모델링은 나의 강점이 되었고, 툴을 잘 다룬다는 이유로 디자인을 잘한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디자인을 잘 하는 것과 모델링 툴을 잘 다루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 어쩔 수 없이 표현을 잘 하는 능력은 아주아주 중요하긴 하다. 특히나 신입사원에게 이런 능력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인정을 받기 아주 좋은 수단이다. 

스케치업 모델링 중 캡쳐
스케치업 모델링 중 캡쳐



# 건축3D툴은 어떤 것이 있을까

건축3D툴은 대표적으로 스케치업과, 라이노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스케치업이 통용되고 있고, 라이노는 비정형이나 파라메트릭 설계 등 약간의 고급 디자인이 반영된 설계를 할때 주로 사용된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해도 라이노를 다루는 능력은 높이 평가 받았고, 그 능력자들도 드물었지만, 요즘 학생들은 대부분 라이노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 같다. 그 만큼 디자인의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고, 그 말은 상상 속 디자인을 이미지로 표현할 수 있는 자들이 많아 졌다는 말이 된다. 라이노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스케치업을 약간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고급 툴을 사용할 줄 아는 것에 대한 으쓱함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두가지 툴을 다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다. 애석하게도 라이노 능력자들은 스케치업을 전혀 사용안해 본 경우가 많다. 모델링은 그저 머리속 상상을 표현하는 툴에 불과하므로, 그 상상을 어떤 툴로 구현해 내느냐는 어떤 툴이 더 그 디자인에 효과적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설계사무소에서는 스케치업을 사용하고, 스케치업만으로도 충분히 디자인 구현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공공현상에서도 스케치업을 제출하로도록 되어있기도 하다. 어쨌든 두가지 툴을 다룰 줄 아는 능력은 건축가에게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는데 아주 큰 장점이 된다. 필자의 경우 기본 모델링은 스케치업으로하고, 부분적으로 디자인이 필요한 외피, 천장 디자인 등을 라이노로 모델링한 후 스케치업으로 가져오는 방식을 좋아한다. 

# 건축학도 시절 모델링 툴에 더불어 가장 큰 이슈는 렌더링이었다. 렌더링이란 모델링을 실사의 느낌으로 변환시켜주는 것을 뜻한다. 렌더링은 기본적으로 V-ray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했고 재질, 빛, 그림자, 밝기, 노출 등 수 많은 이미지 값을 조절하여 멋진 한장의 그림을 뽑아낸다. 고화질로 만들어 낼 경우, 렌더링 시간이 정말 하루 종일 걸리기도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꼼꼼하게 만져가며, 테스트를 해가며 수많은 시간을 보냈었는데, 언젠가부터 실시간 렌더링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엔스케이프(Enscape)의 등장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이미지 한장을 만들기 위해 수십 시간을 노력했던 것이 무색하게, 엔스케이프는 모델링 파일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해준다. 내가 만드는 대로 그 만든 것이 렌더링으로 반영이 된다. 재질, 빛, 그림자, 하늘 등등 수 많은 리터치가 필요했던 것들이 그저 하나의 클릭 만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멋진 이미지 한장을 만들기 위해 이제 건축가는 추가적인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라이노 모델링 중 캡쳐
라이노 모델링 중 캡쳐
라이노 모델링과 엔스케이프 렌더링을 이용한 이미지 
라이노 모델링과 엔스케이프 렌더링을 이용한 이미지 
외주 CG업체에 의뢰해서 제작한 이미지
외주 CG업체에 의뢰해서 제작한 이미지


# 현상설계에서 빛을 발하는 모델링 스킬

건축의 공모전, 현상설계에서는 시간과의 싸움, 그리고 디자인 싸움이기 때문에 모델링을 쉽고 빠르고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능력은 아주 높이 평가받는다. 어느 정도의 볼륨이 결정되고 나서는 대안을 계속 만들어가며 디자인 디벨롭을 하게된다. 그 과정에서 모델링 스킬은 남들보다 더 많은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로서 작용한다.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짧은 사원들을 경우 특히나 그 스킬을 장착하면 빠른 인정을 받을 수 있고, 동료보다 조금 더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이 주어지기도 한다. 혹자는 모델링을 잘 다루게 되면 주구장창 모델링만 하는 업무를 하게 된다고 불평한다. 실제로 많은 동료, 후배들에게 본인은 그저 모델러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내가 배운 건축은 손을 움직이는 건축이었다. 머리로는 끊임없이 상상하고 고민하지만, 결코 손이 놀고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손을 많이 움직이고, 남들의 디자인도 따라서 모델링 해보고, 그 과정에서 디벨롭도 해보며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모델링을 잘 다루는게 디자인을 잘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지만, 언제나 건축은 수련의 과정이기에 질보다 양이 선결되어야한다. 양적 팽창은 언제나 질적 전이를 가져온다. 많이 해보고 많은 기회를 얻는것이 좋은 디자이너, 좋은 건축가가 되는 길임에는 분명하다.  


# 현상설계에서 최종으로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수백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외주 CG업체에 의뢰하여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계획안을 대략 만든 모델링을 주고 정말 멋진 이미지로 만들어 준다. 실제 대지를 입히고, 멋진 석양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실내 이미지 등을 넣어주고 더 풍부한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역시 프로가 하는 결과물은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만들어진 메인 이미지를 제안서에 넣고,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 컷들을 작업한다. CG업체에 추가 의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퀀스라는 포토샵 리터치 없는 렌더링을 찍어서 서비스 개념으로 보내준다. 하지만 잘 만든 모델링이 있다면 우린 실시간 렌더 프로그램(enscape 등)을 이용하여 더 멋진 시퀀스 컷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다. 건축사사무소 내부에서 이런 작업이 가능하다면 엄청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원하는 공간을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고퀄리티의 설득의 이미지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라이노와 엔스케이프를 이용한 수영장 이미지 
라이노와 엔스케이프를 이용한 수영장 이미지 
라이노와 엔스케이프를 이용한 실내 라운지 이미지 
라이노와 엔스케이프를 이용한 실내 라운지 이미지 


# 모델링의 단점

모델링은 단순히 디자인을 표현하는 툴에 불과하고, 건축디자인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디자인을 하는 방식은 다양하며, 어떤 것에 더 그 중요성을 두느냐에 따라 표현방식도 다 다르다. 누군가는 모형으로 스터디를 해가며 디자인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스케치를 하며 디자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모델링은 그 속도가 빠르고, 조금더 구체적이고 쉽게 표현이 가능하지만 역시나 단점은 존재한다. 가장 큰 단점은 왜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메인 cg이미지를 머니샷(money shot)이라고도 부른다. 즉, 한장의 이미지로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혹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미지 효과와 암묵적으로 용인되는 변형이 있다. 모델링은 기본적으로 한장의 이미지를 위해 만든다. 그 머니샷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뷰를 잡고, 극적인 화각을 조정하며, 때로는 건물이 날렵해 보이도록 약간의 스케일을 줄이기도 한다. 말도 안되는 빛 효과와 야경 효과로 화려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이러한 리터치 뿐 아니라, 모델링을 하며 실제로 구현되기 어려운 디테일 효과나, 파사드 패턴을 만들어 낸다. 즉, 멋진 건물을 만든다기 보다 멋진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서의 건축을 하게된다. 또한 손 쉽게 그려지는 사각형 박스로 부터 시작하는 모델링 디자인은 우리 상상력에 제한을 만들어 내기도 하며 한번 만들어진 초기 디자인으로부터 벗어나기란 쉽지 않아진다. 디자인 툴이지만 상상력을 제한 시키는 모순적인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디자인을 우린 직관적으로 보여지고, 무형의 상상을 이미지로 바로 보여주는 모델링의 장점을 버릴 수가 없다.


# 모델링 툴과 실시간 렌더링 프로그램의 발전, 더 나아가 무한한 대안을 만들어내는 ai의 등장은 건축가가  공간을 더 고민하고  더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기술의 발전은 점차 건축가의 일을 줄여준다. 과거엔 도면을 손으로 그렸고, 스케치를 했고, 제도기술을 접목하여 조감도와 투시도를 그렸다. 정말 수백시간의 노동과 수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던 과거였다. 이젠 도면을 컴퓨터로 그리고, 쉽게 수정하고, 모델링으로 투시도와 조감도를 손 쉽게 얻을 수 있다.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의 발전이 과연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일까. 기술의 발전으로 더 화려한 건물을 디자인하고, 지을 수 있게 되었고, 더 정확하고, 더 훌륭한 디테일을 구현해낼 수 있게 되었지만 과거에 비해 현재의 건축물이 더 훌륭한가. 그저 빨리, 많이, 쉽게 건축을 하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켜준 것은 아닐까. 건축이 쉬워진만큼, 쉬운 건축하려는 움직임이 생긴건 아닌지 자문해본다. 느린 건축의 미학을 뒤로하고, 신속한 검토와 빠른 건축만을 추구하는 현재 건축계에서 우리 건축가들이 가져야할 태도는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극적인 빛 효과와 카메라 왜곡으로 만들어낸 외부 진입구 이미지 
극적인 빛 효과와 카메라 왜곡으로 만들어낸 외부 진입구 이미지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고요레터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5 고요레터

평범한 30대 직장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