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현상

적자라도 공항은 지어야 한다!

앞으로 공항 10개가 추가됩니다.

2026.02.03 | 조회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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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화요일마다 생각해보면 좋을 트렌드와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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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는 공항이 총 15개가 있습니다. 앞으로 10개 정도 추가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하는데 땅 크기에 비해 뭔가 많은 것 같지 않나요?
  • 인천, 김해, 김포, 제주처럼 일부 공항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공항에서는 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수요 과대 예측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는데 신규 공항들도 그 수요를 높게 계산하고 있답니다.
  • 공항 수요 등과 같이 실제 이용을 바탕으로 지어지기보다는 지역 균형 발전 또는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짓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일까요?

적자라도 공항 지어달라구요!

우리나라의 공항 대다수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10곳의 공항이 추가로 늘어날 계획이라고 합니다. 수익성이 보이지 않아 타당성 검사에서 반려 당한 공항도 있으며 자연환경 침해 등을 이유로 사회적 손해 더 클 것이라는 이유로 취소 당한 공항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비를 줄이면서까지 타당성을 통과시키거나 취소 판결에 다시 항소하는 일이 있을 정도로 공항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10개의 신규 공항을 만들기 위해서는 24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정말 문제가 없을까요?

출처 : 중앙일보
출처 : 중앙일보

손실은 누가 보존해주냐

우리나라에는 26년 기준 총 15개의 공항이 운영 중입니다. 용도에 따라 국제 공항 또는 국내 공항으로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는데요. 문제가 있다면 인천, 김포, 제주 공항처럼 몇몇 공항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공항이 적자에 시달린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적자냐?

이 적자는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양양이나 무안 공항은 예측보다 수요가 훨씬 적어 장기간 누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었거든요. 이 적자가 개선됐으면 좋겠지만 코로나의 등장으로 쉽사리 해결되지 않게 됐습니다.

양양 공항은 23년 이후부터 일시적으로 공항 운영을 중단했으니깐요.

그러면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이 공항의 적자 운영이 정말 괜찮은가 였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20~25년의 요약 재무상태를 보면 부채 규모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어난 누적 적자가 약 832억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적자를 뒷수습하는 건 제주, 김해, 김포 공항입니다. 흑자 공항에서 발생한 수익을 통해 다른 공항의 적자를 해결하고 있거든요.

아, 이게 무슨 소리냐고요?

이건 대한민국만의 특이점으로 봐도 좋습니다. 다른 사회 시설과 달리 한국의 공항은 중앙 정부가 전액 자금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은 한국공항공사(KAC)에서 관리합니다. 그래서 14개의 공항이 한 개의 재무제표로 묶이게 됩니다.

개별 지표는 있을지 몰라도 한 곳에서 관리를 하는 이상 적자는 모든 공항의 책임이라는 거죠.

이렇게 무거운 책임은 여객실적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요.

2025년 국내선 여객 실적 기준으로 보자면 제주, 김포, 김해 공항이 84.5%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12개 공항이 15%를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보자면 상위 6개(청주, 대구, 광주 추가) 공항이 96%의 여객을 책임지고 있으며 나머지 9개의 공항이 고작 4%를 맡았습니다.

공항은 교통 인프라가 맞지만 일부 공항을 제외하면 정책 시설에 가깝지 않냐는 생각이 들게 만들지 않나요?

출처 : 한국공항공사 - 20년도 이후부터 부채가 쉼없이 누적되고 있는 중이죠
출처 : 한국공항공사 - 20년도 이후부터 부채가 쉼없이 누적되고 있는 중이죠

모든 공항은 한 곳에서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기관에서 모든 공항을 관제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당장 옆에 있는 일본만 하더라도 총 97개의 공항이 운영 중인데 민간 컨소시움에 맡긴 공항도 제법됩니다.

이건 대부분의 나라가 비슷합니다.

국가에서 관리하는 공항도 있지만, 기업이 주가 되어 운영되는 곳도 많다는 겁니다.

당장 영국만 하더라도 공항을 민영화 사업으로 바꾼 전례가 있으며 대표적으로 히스로 공항이 있습니다. 물론, 민영화 이후 요금이 올랐거나 불편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프랑스 같은 경우 비슷한 민영화 사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공항 민영화가 마냥 나쁘다고 말하기에는 국가마다 다른 결과를 보이고 있는 중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릅니다.

민영화를 진행하지 않고 운영하는 게 좋다지만 사람들이 적게 이용하는 공항이 늘어나는 거랑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겁니다. 매출만으로 공항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습니다. 분명 공항은 교통 편의성과 고용 창출과 같은 여러 이익을 지역사회에 제공합니다.

하지만 공항 수요가 떨어지는 지역에 왜 공항을 운영하고 새로 지으려고 하냐는 거죠.

우리나라에는 중앙 정부와 공사 한 곳에 다 책임진다는 전제로 인해 책임없는 공항 추진을 진행 중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은 서산공항도 그 사례 중 하나이며, 바로 지척에 지어진 광주공항과 무안공항도 비슷한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대한민국에 10개의 추가 공항이 필요할까에 대한 의문과 해외에서는 어떤 방식을 토대로 공항을 설립하는지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보시다시피 공항 접근성을 따지기에도 애매한 거리에 위치한 경우도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공항 접근성을 따지기에도 애매한 거리에 위치한 경우도 있습니다.

공항의 목적은 뭘까요?

지역경제의 미래일까?

신도시 입주 광고를 보면 과장된 문구가 많습니다.

‘강남까지 30분!’ 아니면 ‘지하철 연장 확정 예정!’

이런 문구들 말입니다. 한 번쯤 고속도로 간판이나 현수막을 통해 보셨을 거라 생각되는데요. 이런 문구 모두 도시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과 동시에 이 도시가 가진 지리적 이점이나 시설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비슷하게 공항도 이런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도시 경제의 미래 또는 지역균형발전의 시작이라는 문구를 참 많이 씁니다. 아무래도 공항이 만들어낼 가치가 높기 때문에 그러겠죠? 이런 말들이 틀린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공항은 교통 시설로 보기보다는 지역 발전을 견인할 기폭제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인식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중 68.1%가 경제 회복과 미래 경쟁력 강화에 도움될 거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수도권 집중 해소와 균형발전에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도 60.4%에 달합니다. 거기에 더해 인식 조사의 설문 자체가 대부분 지역 발전 프레임을 바탕으로 설계된 것도 문제로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이런 인식은 꼭 가덕도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공항 관련 설문과 연구에서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공항을 교통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고 말이죠.

아무래도 공항이 들어서면 공항을 관리하기 위한 운영 인력과 유지를 위한 부대시설이 들어올 수밖에 없으니깐 그렇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이 기대만큼 실제 성과를 거두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인천국제공항처럼 국제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일부 공항을 제외하면 다수의 지방공항은 항공 수요 자체가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취항 노선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외부 관광객 역시 항공편보다 철도나 도로 교통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희망했던 것처럼 공항이 지역 경제의 중심축이 되냐고 따져봤을 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여러 공항 건설 사업에서 공항 여객 수요가 과대 추정되었고 실제 이용 실적은 예측에 크게 못 미친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고 합니다.

믿기실지 모르겠지만 양양공항 2월 10일의 노선 전부입니다. 네, 이게 끝입니다.
믿기실지 모르겠지만 양양공항 2월 10일의 노선 전부입니다. 네, 이게 끝입니다.

교통이 목적이지만 정말로 쓸까?

다시 한 번 공항의 역할이 뭔지 생각해볼까요?

지역 발전의 한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그건 공항이 가진 특성 중 하나일 뿐 주된 목적은 역시 교통입니다. 공항은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활주로와 터미널을 제공하는 시설입니다. 이 시설의 존재 이유는 비행기를 통해 사람과 물류를 이동하기 위함이겠죠.

하지만 국내 공항의 실제 운수 현황을 보면 교통 수단으로 활용하는 중이라고 주장하기에도 참 애매모호합니다. 왜냐하면 국내 이동을 위해 항공편을 이용하는 비중은 매우 낮거든요.

25년 기준 국내선 이용객 중 제주노선을 제외한 탑승객은 1,240만 명입니다.

이걸 대한민국 인구 수로 나눠보면 1인당 연간 이용횟수 0.2회가 나오는데 비약하자면 국내선을 교통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5명 중 1명이라는 겁니다.

그것도 365일, 1년으로 확장했을 때 말이죠.

 

  • 1인당 연간 이용횟수 0.2회 = 1,240만 명 / 5,100만 명

 

아니 그래도 안 쓰는 건 아니지 않냐!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낮다는 게 확연히 비교될 겁니다. 굳이 데이터를 비교하지 않아도 체감되시잖아요?

현재 지어진 15개의 공항도 제대로 이용되지 않고 있는데 새로운 공항 10개를 추가로 짓는다고 해서 그 수요가 늘어날까요?

공항 접근성이 떨어져서 이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정말 접근성이 떨어지고 근처에 공항이 없기 때문에 이용객이 적은 것이 맞냐는 거죠.

물론 이용객이 적어도 공항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처럼 섬 지역이 많은 국가에서는 철도나 도로를 놓기 어려운 지역 주민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항을 유지합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자면 조만간 오픈할 울릉도 공항이 있겠네요.

울릉도는 기상 문제로 1년 중 120일 이상 뱃길이 끊기는 적도 있을 정도로 교통 환경이 열악합니다. 관광객이 발이 묶인 경우도 있으니 교통 목적을 위해서 짓는 것이 당연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울릉도처럼 특수한 케이스에 놓인 지역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도로망이 잘 구축되어 있으며 화물 또한 비행기보다 차량으로 운송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죠. 맘만 먹으면 어떻게든 하루 안에 오고 갈 수 있으니깐요.

결국 우리나라의 공항은 지역 성장 역할을 맡기기에도 애매모호하고 교통을 위해서는 더더욱 의문이 드는 시설이 되는 겁니다.

출처 - 경북매일 - 울릉도 공항 활주로 공사 이미지입니다.
출처 - 경북매일 - 울릉도 공항 활주로 공사 이미지입니다.

아, 일단 지어달라고

삽만 뜨면 된다 어떻게든

어떤 현상을 다루던 데이터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근데 가끔은 꼭 데이터를 찾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항으로 치면 인천, 김포, 제주공항처럼 잘 되는 공항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거라는 추측처럼 말이죠.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국내 공항별 이용 실적과 적자 여부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지표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왜 자꾸 신규 공항을 지으려고 할까요?

한국에서는 공항을 지역에 반드시 유치해야 할 중대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들어 놓으면 언젠가는 사용하겠지라는 논리를 바탕으로 수요를 낙관적으로 측정한다는 거죠.

공항 사업을 유치하기만 한다면 토목, 건설, 용역 등의 자금을 집행할 수 있을 뿐더러 정부 예산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시적으로 지역 경제도 자극할 수 있고 지역 정치인 입장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로 자랑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다들 공항 건설에만 신경 쓰고 완공 이후의 운영과 책임 구조는 모른 척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과대 추정된 수요로 적자가 발생할 경우 그걸 누가 책임지냐는 거죠.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공항은 한국공항공사에 묶이게 됩니다. 개별 공항의 손익은 단일 회계 구조 속에 흡수되고, 특정 공항의 적자는 다른 공항의 수익으로 상쇄됩니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공항의 존폐 문제는 다룰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설사 폐쇄를 하더라도 그 결정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굉장히 길겠죠.

그래서 중요한 건 초기 심사를 통과해 건설 자체를 성사시키는 것 말고는 중요한 것이 없다는 거죠.

서산공항의 정책 효과 가장 첫번째가 일자리 효과라는 겁니다 ㅎㅎ..
서산공항의 정책 효과 가장 첫번째가 일자리 효과라는 겁니다 ㅎㅎ..

너네 경제성 없다고

서산공항 정책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보시면 쉽게 이해되실 것 같은데요.

이 보고서에 다룬 주된 내용은 서산공항 건설 후 창출될 1,704명의 고용효과와 공항 접근성 향상이었습니다. 고용효과는 건설기간(1~4년) 동안 590명, 운영기간(30년) 1,114명 규모로 책정했는데요. 정말 그런 효과를 발생시킬 건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기획재정부는 서산공항을 대상으로 경제성 지표(B/C)가 0.81에 그친다는 점을 들어 예비 타당성 심사에서 탈락시켰습니다. 추정 사업비 대비 이익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 거죠.

그런데 서산공항은 터미널 면적 축소 등 사업비를 절감하는 방법으로 예비 타당성을 건너뛰는 방법을 골랐습니다. 수요에 대한 평가가 애매함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건설하겠다는 굳은 의지가 돋보이는 공항이었죠.

서산공항처럼 이익에서 문제가 생긴 공항도 있으며 침해될 공익이 많다고 판단돼서 취소된 공항도 있습니다.

새만금국제공항입니다.

법원은 새만금국제공항이 건설될 경우 조류 충돌의 위험성이 높아질 뿐더러, 서천갯벌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유로 기본계획을 취소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경제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도 포함되어 있고요.

그래서 지방 공항을 둘러싼 이슈는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경제성과 수요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건설해야 한다와 사회와 환경에 미칠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허가를 받기 위해 사실을 축소하는 모습처럼 말이죠.

출처 : 중앙일보
출처 : 중앙일보

다른 나라는 어떨까요?

생각하는 순서부터가 다름

해외에서도 지역 발전을 명분으로 공항을 건설하는 사례는 존재합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모든 조건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를 어떻게 판단하고 감수하느냐로 나눠볼 수 있죠. 공항을 검토하는 출발점과 의사결정의 순서부터가 다릅니다.

호주의 사례를 보자면 호주 연방정부와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시드니 지역의 항공 수송 능력을 주제로 장기간 공동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의 주제는 간단했는데요.

늘어나는 시드니 지역 항공 수요를 기존 공항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검토 과정에서 신공항 건설부터 확인한 것이 아니라 먼저 현재 운영 중인 공항의 슬롯 확대, 터미널 증설, 운영 효율 개선 등 기존 인프라를 통해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지부터 따졌습니다. 기존 인프라에서 해결될 수 있다면 굳이 공항을 새로 만들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기존 공항을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2020년 이후 예상되는 수요 증가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 주 소유의 배저리스 크릭(Badgerys Creek) 부지를 활용한 신공항 계획을 세우게 됐고, 2026년 개항 예정인 웨스턴 시드니 국제공항은 기존 인프라의 한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 됐습니다.

한국의 접근 방식은 이런 순서와는 조금 다르죠.

왜 저 지역에만 공항이 있고 우리 지역에는 없어? 차별하지 마라!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인프라가 비슷하게 적용될 것 같긴 한데, 수요 분석이나 인프라 검토보다는 지역 간 형평성 논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 호주 정부 - 시드니 공항의 보고서 순서인데 보시면 그 흐름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출처 : 호주 정부 - 시드니 공항의 보고서 순서인데 보시면 그 흐름을 이해하실 것 같습니다.

지르는 사람 따로, 뒷수습하는 사람 따로

물론, 공항의 역할을 교통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화물 전용으로 활용될 수도 있고 재난 대응이나 응급 수송 또는 군대 목적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반드시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거죠.

지방자치단체의 주장처럼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 시설로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 역시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목적이 분명하다면 일정 수준의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공항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공항은 이런 전제를 무시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공항이 지역 성장을 견인할 사업으로 시작됐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운영 과정에서 적자가 발생하면 바로 책임 추궁의 대상이 됩니다. 국정감사에서 질타 받고 언론에서는 ‘세금 먹는 하마.’, ‘적자 상황 불 보듯 뻔해.’ 등의 제목이 반복됩니다.

처음부터 공공 인프라로서 모두 함께 적자를 감내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었다는 거죠.

북유럽의 공항 운영사 아비노르(Avinor)는 공항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공공서비스 비용으로 명시했습니다. 공항은 수익성 이전에 사회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한 장치이며, 손실을 감내해야 할 비용이라는 인식이 제도 차원에서부터 정리되어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항은 출발점부터 ‘지역 성장’이라는 성과를 요구받습니다.

그 결과 공항을 매개로 기대했던 성장이 나타나지 않으면 공격의 대상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적자의 상당 부분을 한국공항공사가 떠안는 구조 속에서 짓는 주체와 책임지는 주체가 분리되는 상황이 점점 고착화되고 있는 중이죠.

결국 사업 지르는 사람 따로 있고 뒷수습하는 사람 따로 있다는 겁니다.

화물 항공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항도 있습니다
화물 항공 목적으로 운영되는 공항도 있습니다

고도개발제한 지역에 살아보셨으면

그래도 공항은 필요하지!

공항이 없는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공항이 정말 지역마다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꽤 오랜 기간 공항으로 인한 고도개발제한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동네 건물은 대체적으로 5층을 넘지 못 했고, 모든 개발 검토에서는 항상 뒷순서로 밀려났습니다.

건물의 높이가 발전과 직결된다고 할 수 없지만 제한된 환경 속에서 사람들의 선택은 잔류보다는 이탈을 선택했습니다. 공항이 존재하는 한 동네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을 거라는 명제를 확인했으니까요.

빠른 이탈과 비례하는 건지는 몰라도 공항이 정말 가깝긴 했습니다.

차로 가면 10분 안에 도착할 거리였고, 맘만 먹으면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이 공항을 얼마나 이용했을까요?

오히려 이 공항보다는 다른 공항을 더 많이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어딜 가고 싶어도 노선도 많지 않았고, 공항 대기 시간과 주차장 등을 고려했을 때 선택지는 항상 인천국제공항과 같은 큰 공항이었습니다.

가까운 공항 접근성, 공항으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

모두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동네에서 살아온 저는 공항이 정말 지역에 기여하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인천국제공항은 제외하고요. 그렇기에 공항 건설이 마냥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이야기해보며 오늘의 이야기도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 원주시의 단계동 지역 사진인데 건물 높이가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동아일보 - 원주시의 단계동 지역 사진인데 건물 높이가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Appendix

넷플릭스에 <어쩔수가없다>가 들어왔습니다. 영화라는 콘텐츠는 생각없이 시청하는 맛도 있지만 그 장면 하나하나와 그 의의를 해체하는 것도 다른 콘텐츠와는 전혀 다른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해석이 너무 어려우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지만 <어쩔수가없다>는 그런 허들이 전혀 없었습니다. 러닝타임이 조금 길지만 시간되실 때 한 번 시청해보시면 어떨까요?

 


*공지사항

  • 다음 뉴스레터 발행 예정일이 2월 17일이었으나, 일주일 정도 연기해서 2월 24일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17일이 설날이더라고요.)
  • 쉬어가는 동안 기존의 격주 편성이 아닌 주간 편성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합니다. 가벼운 주제나 경제 토픽 등, 시의성 있게 빠르게 다루면 좋을 이야기를 항상 놓치는 것 같아 아쉬웠거든요.
  • 어찌 됐든 다들 즐거운 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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