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테크

앞으로 사람이 일하지 않는 시대가 올까?

Frontier Firm(프론티어 기업)의 등장

2026.01.20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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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로깅

격주 화요일마다 생각해보면 좋을 트렌드와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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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를 활용해 기존의 기업과는 전혀 다른 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Frontier Firm(프론티어 기업)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AI Agent를 직원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 이들이 원하는 인재상으로는 지금보다 일을 덜 하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을 원한다는 겁니다. 
  • 그런데 AI와 함께 일할수록 판단 및 정의하는 능력이 약화되는데, AI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능력이 더 필요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AI Agent의 도입은 앞으로 훨씬 많은 갈등을 만들 것처럼 보이네요.

프론티어 기업, 두둥등장?

앞으로 사람이 일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다.

뉴스나 유튜브와 같은 여러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장입니다. 가볍게 넘기기에는 이미 IT 업계에서는 그런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AI 도입 이후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12만 명을 해고했고 대졸 신입 채용 규모를 25% 축소했다고 합니다. 이건 IT 업계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AI가 1차 번역을 전담하면서 번역 일거리가 줄었다는 내용도 있었으며, 마케팅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해 광고 카피를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신입을 굳이 채용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인터뷰도 더럿 등장했습니다.

AI는 이제 기업 운영 전반에 빠르게 자리잡았습니다. 실제로 전 세계 기업의 약 68%가 이미 AI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로 사람이 일하지 않는 시대가 올까요?

출처 : 현대자동차 - 아틀라스
출처 : 현대자동차 - 아틀라스

프론티어 기업(Frontier Firm)이 뭔데요?

현대자동차는 CES2026에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전시를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 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로 확장되며, 이른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한 기술 시연에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에 로봇을 실제로 투입할 경우 비즈니스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아틀라스를 투입하면 제조 공정을 24시간 내내 가동할 수 있고 인건비와 비교하면 2년 정도면 투자 비용 회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이건 자동차 업계 기준이기 때문에 산업별로 차이가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현장에서 사용 가능한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래서 당장 사람을 로봇으로 교체해서 운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기반 AI는 말이 달라집니다. AI를 활용해 기존의 기업과는 전혀 다른 운영 방식을 보여주는 Frontier Firm(이하 프론티어 기업)이 등장했다고 Microsoft(이하 MS)에서 말했습니다. 사람과 AI를 연결해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한다는 겁니다.

이 구조에서는 AI가 사람이 담당하던 역할을 상당 부분 흡수하며, 조직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데요. MS는 프론티어 기업의 운영 방식은 크게 3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합니다.

 

  • Phase 1
    • AI가 비서 역할을 하며 반복적인 업무를 줄이고, 동일한 작업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단계
  • Phase 2
    • AI가 단순 보조를 넘어 디지털 동료로서 팀에 합류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
  • Phase 3
    • 인간은 전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워크플로를 설계·운영하는 관리자로 남는 단계
출처 : Microsoft
출처 : Microsoft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Phase 1에 머물러 있습니다.

데이터 정리나 단순 자동화를 적극 활용하는 단계죠. 다만 AI를 활용해 시장 계획을 수립한다거나 매출 전략을 구성하는 것처럼 복잡한 업무를 다루는 Phase 2로 이동하는 흐름은 분명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Phase 3에 완전히 도달한 사례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Phase 3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작용하고, 충돌을 조절하고, 우선순위를 실시간으로 재설계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Phase 3는 어떤 AI를 쓰겠다는 내용보다는 어떻게 설계해서 원하는 흐름을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이 부분은 AI가 할 수 없는 일이고 기업의 의지와 판단이 직접적으로 개입될 수 밖에 없는 영역입니다.

그리고 이런 구조를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론티어 기업이 아니더라도 대다수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적은 직원과 많은 AI를 통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출처 : Microsoft
출처 : Microsoft

정말 긍정적인 효과만 있을까?

다만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긍정적인 효과에만 초점을 맞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AI를 쓰는 관점이 모두 같을 수 없으며, 부작용도 있겠죠. 프론티어 기업을 찬동하는 사람들은 아래와 같은 구조로만 일이 돌아갈 거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 AI 활용 시
    • 사람의 자율성 증가 → 지식 흐름의 가속화 → 인간은 더 창의적인 일에 집중

시간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 거죠. 그런데 사람은 오랜 옛날부터 자원이 줄어든다고 느끼면 협력보다 방어를 선택합니다.

비서 역할의 AI가 그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회사에서 소수의 사람만 필요하다고 말하면요?

당연히 견제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실제로 이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AI의 등장으로 위협을 느낀 일부 직원들이 방어 전략으로서 지식이나 정보를 은폐하는 행동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AI를 도구로 보는 게 아니라 경쟁자로 인식했다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진정한 의미의 Phase 3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고 현대자동차의 아틀라스도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노사 관계와 같은 현실적인 변수 앞에서 어떤 결과를 맞게 될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AI를 사용해 기존보다 더 많은 생산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이 흐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은 MS의 보고서와 여러 연구를 통해 이 프론티어 기업과 AI Agent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물론, AI가 똑똑하다는 전제입니다
물론, AI가 똑똑하다는 전제입니다

리더(C레벨)의 관점으로

인간보다는 AI가 편하지

인간은 노동을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다만 어떻게 노동해왔는지는 시대마다 일부 차이가 있었겠죠. 그리고 노동 시간을 늘리려는 시도 역시 멈춘 적이 없었습니다. 자본주의가 막 태동하던 산업혁명 시기에는 하루 12 ~ 16시간 노동이 당연시되었고 아동 노동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왜 노동 시간을 늘렸는지 대변해보자면 그 당시에는 노동시간이 곧 생산량이었고 생산량은 이익으로 연결됐기 때문이겠죠. 만약 사람에게 최소한의 식사, 수면 시간이 보장될 필요가 없었더라면 24시간 근무라도 시켰을 겁니다.

쥐어짤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착취하는 게 사회의 역사였으니깐요.

물론, 도를 지나친 착취는 혁명(반란)을 만들기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겠죠.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그런 저항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진보는 절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러다이트 운동*에서 이미 산업혁명이 끝났어야 했겠죠?

노동력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을 쓴다는 건 24시간 내내 동일한 생산성을 기대할 수 없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주일 중 5일만 근무 시간에 포함시켜야 하고요. 만약 1초의 낭비도 없이 모든 시간을 활용하고 싶다면 선택지는 사람을 늘리는 것말고는 없습니다.

그런데 AI의 등장으로 AI Agent라는 대안이 주목받게 됐습니다. 더 적은 리소스로 더 많은 결과(생산)를 만들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긴 거죠. 실제 활용까지는 거리가 멀더라도 대용품으로 충분히 고려해볼만한 수단이 됐습니다.

심지어 이 AI Agent는 불평도 불만도 남기지 않습니다.

러다이트 운동처럼 과격한 행동으로 번질 위험도 없고요.

여기에 피지컬(하드웨어)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휴식 시간을 가지는 노동자는 쓸모가 없어지겠죠? 열악한 환경에서도 쉬지 않고 일하는 값싼 노동자가 탄생할 수 있다는데 어떤 자본가가 투자하지 않겠습니까.

*러다이트 운동 :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1811~1817년 영국에서 일어난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으로, 산업혁명으로 자동화 기계가 도입되자 일자리를 잃고 생계가 위협받는 숙련 노동자들이 저항한 최초의 노동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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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긍정적인데? 너네는 아님?

하지만 이 시각은 어디까지 리더나 자본가 입장에서의 관점입니다.

MS의 프론티어 기업 설문조사를 보면 리더와 근로자는 전혀 다른 인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론티어 기업 리더의 71%는 AI의 활용으로 자사가 번창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에 전 세계 근로자 중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39%에 불과했습니다.

일자리 기회에 대한 인식 차이는 더 극명합니다.

프론티어 기업 리더의 93%는 미래에 오히려 더 많은 일자리 기회가 생길 것이라 답했으며,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두려움도 크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전세계의 절반 정도는 AI의 일자리 찬탈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AI Agent를 바라보는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라 생각됩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AI Agent와 사람을 같은 선상에 두고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근로자에게 AI는 동료라기보다 경쟁자로 인식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AI Agent가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AI를 통해 잘못 적용된 수수료를 찾아내는 공급망 관리 도구를 만들어 수백만 달러를 절감했다는 회사도 있으며, AI를 활용해 마진을 20% 향상시켰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한 기업가는 CFO 없이 AI 도구만으로 예산 책정 및 예측과 같은 핵심 업무를 처리한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이 반드시 사람의 채용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내 의사결정권을 가진 이들로부터 AI를 통해 재무적 성과를 확인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걸 거부할 리더들이 많을까요?

업무 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많으며, 이들은 AI를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는 설문입니다.
업무 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많으며, 이들은 AI를 해결책으로 보고 있다는 설문입니다.

AI Agent 어떻게 활용하나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은?

SF소설에서나 봤을 법한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사람 대신 로봇을 채용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 말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아예 없앨 것이냐?

당장은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프론티어 기업 조사에서도 사람은 필요하다고 나왔으니깐요.

그렇다면 문제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필요하냐는 거겠죠?

앞으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지금보다 일을 덜 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확히는 문제를 정의하고, 판단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사람을 원하겠죠. AI가 대신 수행할 수 있는 단순 노동이나 특정 지식, 경험을 독점해왔던 전문직 유형의 업무부터 붕괴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보고서가 많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실제 계약이나 상담은 사람한테 받고 싶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참고만 해주세요.

아무튼 변화는 단순 노동의 대체로부터 시작됩니다.

사람이 직접 일을 하는 구조에서 AI의 수행 능력과 방향을 설계, 감독하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거죠. 사람이 할 일은 줄어들지만 사람이 내려야 할 결정의 무게는 오히려 더 커지는 셈입니다.

AI의 등장으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성의 규모는 달라졌습니다. 일부 제조업 기반 연구에서는 AI 투입률이 1% 증가할 때마다 생산성이 약 14% 증가한다는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 한 명이 더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생산 주체를 동시에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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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보다는 판단하고 흐름을 만드는 사람

그래서 기업들은 더 이상 한 사람에게 AI Agent 1, 2개를 붙이는 방식에 만족하지 않고 한 사람에게 수십, 수백 개의 AI Agent를 붙여놓고 어디까지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를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생산성의 병목이 사람의 노동 시간이 아니라 설계와 판단 능력으로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이게 프론티어 기업의 마지막 Phase 3단계에 해당하고요.

이런 구조라면 회사가 원하는 사람은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겠죠. 많은 일을 직접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AI Agent를 조율하고, 충돌을 관리하고, 전체 흐름을 망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집니다.

다시 말해, 개별 업무의 숙련자보다 시스템 운영자에 가까운 인재가 요구된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실험 방식도 바뀌고 있습니다.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사회적 리스크가 따릅니다.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인력을 채용했다가 해고하며 생산성을 실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반면 AI Agent는 다릅니다. 필요하면 늘리고, 필요 없으면 줄일 수 있습니다. 구독을 취소하거나 설정을 바꾸는 방식으로도 실험이 가능합니다. 재정적 비용은 들지만 인적, 조직적 리스크와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겠죠.

그래서 프론티어 기업의 리더들은 소수의 직원을 Agent 보스로 전환시키는 과정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나온 것처럼 AI Agent를 잘 다루는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겠죠.

그런데 이 과정을 거칠수록 직원에게 남겨질 선택지는 2개 밖에 없을 겁니다.

AI에게 업무가 대체되거나, AI Agent를 기가 막히게 다뤄야겠죠.

AI 관련 주요 전략으로는 AI를 노동력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AI 관련 주요 전략으로는 AI를 노동력으로 생각한다는 겁니다

AI와 사람의 협업이 될까?

사람 능력도 올려야 하는데

프론티어 기업 담론은 외부의 시선을 고려해서인지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AI는 인간의 능력을 증폭시키고, 자동화를 통해 더 고차원적인 가치를 창출하며, 인간과 AI의 협업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 합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AI가 더 발전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니깐요.

하지만 이 담론에서 종종 간과되는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간과 AI의 협업이 자동으로 시너지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협업은 어느 한쪽이 압도적으로 뛰어난다고 해서 성립하지 않습니다. AI가 아무리 성능이 좋아져도, 이를 다루는 사람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즉, AI의 성능 강화와 함께 사람의 능력 강화도 같이 이루어져야만 진정한 시너지가 발생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죠.

AI의 강화는 알겠는데 사람의 능력 강화는 어디에 있냐는거죠.

인간의 능력은 타고난 기질도 일부 작용하지만 대부분 사회적 사회작용과 교육, 반복된 학습을 통해 길러집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AI의 발전 방향은 이러한 능력을 강화하기보다는 약화시키는 쪽에 더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질문만 하면 즉각적인 답이 제공되고, 복잡한 사고 과정은 요약되며, 판단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대체됩니다. 그 결과 사람은 굳이 깊이 생각하거나 스스로 판단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이는 편의성이자 동시에 사고 능력의 외주화입니다.

생각을 AI에게 넘기는 거죠
생각을 AI에게 넘기는 거죠

AI를 쓸수록 줄어드는 능력들

AI가 성장한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대체되기 어려운 영역이 있습니다.

인지 능력, 사회적 능력, 도덕적 능력, 창의적 능력.

모두 개인의 가치관과 경험에 깊이 뿌리내린 능력들입니다. 이런 능력은 오직 자아 성찰과 시행착오,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AI를 업무에 깊이 사용할수록 이런 능력들은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축소되거나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어진 능력은 자연스럽게 퇴화되기 마련이니깐요.

문제는 프론티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바로 이 약화되는 영역의 능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AI Agent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조율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이해하며, 정확한 질문을 설계할 수 있는 고도의 인지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즉, AI와 함께 일할수록 이러한 능력이 약화되는데, AI를 잘 다루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 능력이 더 필요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 구조가 계속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원래부터 이런 기질과 역량을 타고난 소수의 사람만 살아남는 시나리오입니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다수를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적합한 사람만 선별되는 방향으로 채용이 재편되는 거죠.

다른 하나는 AI를 협업의 대상이 아니라 위협이나 경쟁자로 인식하는 반응입니다. 조직이 AI를 명백히 대체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개인은 이를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당장 전면화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아직은 몇 년의 시간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채용 규모가 줄고 소수의 인원에게 더 많은 권한과 AI가 집중되는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려워 보이네요.

퇴직의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경쟁자로 AI까지 등장했네요
퇴직의 시간은 점점 빨라지고 경쟁자로 AI까지 등장했네요

원래부터 필요했던 능력

Prompt Literacy(프롬포트 리터러시)라는 말이 있습니다.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요청할지를 아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단어로 미디어 리터러시도 있겠네요. 이런 능력 모두 단순하게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효율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대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확한 요청과 응답을 만들어내는 힘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능력이 꼭 AI에게만 적용될까요?

사실 어떤 일이든 우리는 업무의 요구사항과 기대 결과를 명확하게 전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건 비단 AI가 나타나서가 아니라 원래부터 해야만 했던 일입니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으며, 희망하는 바를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결코 이해할 수 없습니다.

AI도 마찬가지겠죠.

AI에게 원하는 바를 명확히 말하지 않으면 원하는 대답을 평생 동안 들을 수 없을 겁니다. 아니면 할루시네이션이 적용된 이상한 답변을 받을 수 있겠죠.

제가 생각하기에는 AI를 다루기 이전에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내가 원하는 바를 말과 글로 풀어내는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게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세상이 프론티어 기업을 추구하더라도 절대로 실현될 수 없으니깐요.

그래서 처음 의문이었던 사람의 채용은 줄어들겠으나 기존의 일 잘하는 방향의 인재상과 능력에는 크게 궤도를 달리 하지 않을 것 같네요.

대화라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ㅎㅎ?
대화라는 능력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요 ㅎㅎ?

Appendix

 

다들 흑백요리사 시즌2를 보셨나요? 스포일러일 수 있겠지만 결승전에 등장한 요리 중 하나인 깨두부는 최강록님이 3년 전에 유튜브 영상에 올린 적이 있었습니다. 만들 일은 없겠지만 한 번 같이 보면 어떨까요? 왜 이게 그렇게 의미있는 음식인지 이해되더라고요.

 

*참고 서적

논문 - Aylsworth, K., & Castro, F. (2025). AI deskilling is a structural problem. AI & SOCIETY.

논문 - Gao, X.; Feng, H. AI-Driven Productivity Gains: Artificial Intelligence and Firm Productivity. Sustainability 2023, 15, 8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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