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VinFast는 어떻게 현대 기아 뺨을 때렸나?

우리는 이해하는 베트남 국민차량(이 되고픈) VinFast의 마음

2023.09.30 | 조회 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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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SEA Letter

벤처투자자의 시각에서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 및 잡다한 소식을 가볍게 공유합니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베트남의 현대이자 기아요 쌍용인 VinFast입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목하는 분들이라면 최근 베트남의 VinFast(빈패스트)의 나스닥 상장(2023년 08월15일, 티커:VFS) 소식을 들으셨을 거예요. VinFast는 2017년도에 설립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했어요. 그렇다 보니 국제적인 인지도는 거의 없어서, 베트남에 대해 잘 알고 계신 분들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한 기업이에요.

그런데 이런 알려지지도 않았던 회사가 상장 당시 기아차와 거의 유사한 가치인 약 30조 원(USD 23B)으로 평가받고, 며칠 뒤인 8월 28일 시가총액이 유명 차량 제조사들보다도 아득히 높은 약 250조 원으로 뛰었죠. 당시 시가총액 기준 테슬라, 토요타에 이은 3위 자동차 제조업체가 된거예요. 이 일로 VinFast의 모회사인 VinGroup의 창업자인 Pham Nhat Vuong은 단숨에 베트남 부자에서 월드클래스 부자가 되었습니다. 저도 주가를 보면서 VinFast에서 무슨 사고를 쳤나 했습니다.

VinGroup 회장 Pham Nhat Vuong, 출처: Forbes Vietnam
VinGroup 회장 Pham Nhat Vuong, 출처: Forbes Vietnam

시총에 속아 불나방이 되지 말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시장에 풀린 주식은 1%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시총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현대와 기아 뺨도 안때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성공적인 마케팅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저도 덕분에 소개할 거리가 생겼어요.

풀린 주식 수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수요에 의해 사는 사람들, 그리고 소수의 불나방 분들에 의해 갑자기 엄청난 시총을 달성하게 되었지만, 8월 28일 주당 82달러에서 글 발행일인 9월 30일 현재에는 12.5달러까지 신나게 떨어졌습니다. 종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예상 차량 판매량도 낮고, 내부자 주식이 조만간 풀릴 예정이기 때문이죠.

참고로 대부분의 베트남 사람들은 미국 주식에 소액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에, VinFast 주식의 폭등은 베트남 개미들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베트남 유일의 차량 제조사 VinFast

VinFast는 베트남 최대 그룹이라고 불리는 VinGroup 산하의 전기자동차 제조사이면서, 동시에 베트남에서는 자체 브랜드의 자동차를 출시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예요. 정확한 비교는 될 수 없겠으나 굳이 한국과 비교하면 과장 조금 섞어 VinGroup은 삼성+CJ+롯데, VinFast는 현대나 기아 같은 회사가 되겠네요.

VinFast가 국내외로 많이 비판받는 점은 자체적인 제조 기술이 부족해 모든 프로덕트가 수입된 부품의 단순 조립제품이라는 점과, 그런데도 해외의 웰메이드 차들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한 베트남 지인은 우스갯소리로 ‘빈패스트 차량은 달리다가 분해될 정도’라고 할 정도로 마감이 안 좋았어요.

한국도 이전에 미쓰비시의 차량을 그대로 가져와 현대 갤로퍼로 판매한 적이 있으니 자체적인 부품 생산능력이 없다는 점만으로 비판하기엔 어려움이 있죠. 하지만 아래 VinFast의 프라이싱을 보면 비판하지 않으려고 해도 안 하기 어렵습니다.

VinFast의 놀라운 가격

아래의 비교는 모두 최고가격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출처: VinFast 홈페이지
출처: VinFast 홈페이지
출처: VinFast 홈페이지
출처: VinFast 홈페이지

VinFast의 최고가차량인 7인승 SUV ‘VF 9’의 가격은 배터리 포함 약 1억 2천만 원이에요. 벌써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오기 시작하는데, 이 금액이면 볼보의 프리미엄 대형SUV인 XC90의 가격과 맞먹어요. 기아, 쉐보레, 현대의 SUV들이 5~7천만 원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죠. 이제 막 차량을 만들기 시작한 제조사가 이정도 금액대의 차량을 잘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그럼 제일 저렴한 라인의 차량은 어떨까요?

출처: VinFast 홈페이지
출처: VinFast 홈페이지
출처: VinFast 홈페이지
출처: VinFast 홈페이지

VinFast의 가장 저가 차량인 5인승 A-SUV인 ‘VF 5 Plus’의 가격은 약 3천만 원이에요. 저가 라인은 현대의 소형 SUV 베뉴와 거의 같은 가격이에요.

물론 비교군이 전기차가 아니고, 정확히 같은 급의 차량이 아닐 수 있어 정확한 비교가 될 순 없겠지만, 이를 통해 어렴풋이 VinFast의 지향점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적어도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전략, 초저가 라인을 탄탄히 해 소위 국민 차량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아닌 게 분명하네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차량 제조사에 너무 가혹한 시선이 아닌가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VinFast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그 이전에 국내에서는 성공이 가능한지를 따져본다면, 쉽지 않다고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아요. 저가형으로 승부를 보기엔 더 저렴하고 앞서나가는 중국산, 인도산 차들이 넘치고, 퀄리티로 승부를 보기엔 제조에 필요한 자체 기술이 없으니까요.

판매량으로 볼 경우 2022년 24,000대, 2023년 1분기는 약 1,800대, 2분기는 약 9,500대가 팔렸는데, 2분기 차량 판매량 중 7,100대는 VinGroup 아래의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를 운영하는 GSM(Green and Smart Mobility JSC, 이하 GSM)에서 구매하는 물량이라 결국 자기자본으로 VinFast를 유지하는 모습입니다. GSM은 총 30,000대를 구매할 예정이에요. 참고로 GSM은 베트남 내에서 사용 가능하고, 일반적으로 Grab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VinFast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현대와 기아(그리고 삼성 등의 국내기업)은 한국의 경제 성장기 때 국내 기업들은 국민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성장해 해외로 나가고, R&D를 하며 인지도와 신뢰를 쌓을 수 있었어요. 반면 베트남은 소위 ‘애국 마케팅’이 생각보다 잘 먹히지 않아요. 몇몇기사들을 보면 마치 대다수의 젊은 베트남인들이 굉장히 무지성적인 애국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뉴스 댓글 창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몇몇 극단적인 케이스일 뿐이에요.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마치 우리가 아반떼 N을 보며 ‘그 돈이면 그랜저를’ 하듯이..

상황이 이렇다 보니 VinFast는 Vingroup으로부터 운영자금을 수혈받았을 뿐 아니라 미국에 공장을 차리고 NASDAQ 상장을 하며 해외 시장으로 바로 가려고 하고 있고, 동시에 국내에서는 빈패스트 차량을 이용한 택시서비스 Xanh SM(GSM)을 운영하며 라이드 헤일링 앱 Be를 운영하는 Be Group에 투자하여 VinFast의 전기차량을 사용하게 하는 등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어요.

긍정적인 점은 정부에서는 전기차량과 국내 조립차량에 대한 세금혜택을 주는 등 열심히 VinFast를 서포트하고 있고, 아직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혜택의 영향인지 현재까지는 VinFast의 전기차 인도량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어요. 베트남은 중국과 달라서 이런 저격 수준의 특혜를 오랫동안 줄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데에는 도움이 될 거예요. 또 최근 베트남과 미국의 사이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면서 베트남 정부의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서포트도 꽤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전기차량으로의 변화가 계속됨에 따라 전기차량 충전소 및 충전 규격에서도 VinFast에 유리하도록 정책을 가져갈 것으로 보이고요.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베트남도 혼다, 야마하 등의 일제 오토바이들과 토요타, 현대, 기아의 중저가 차량부터 벤츠, 마세라티 등 고급 외제 차까지 모빌리티 산업에서는 외국 기업에 장악당한 모양새라 전기차로 넘어가는 이 시점을 지나가면 더 이상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올 방법이 없기 때문에 배수진을 치고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단순히 한 기업의 미래가 아니라, 베트남의 미래를 위해서요.

베트남의 삼성 Vingroup의 나라의 명운을 건 도전

모회사인 VinGroup은 베트남 최대의 그룹으로,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베트남 시총의 약 30퍼센트를 차지하는 그룹사입니다. 특이하게도 1993년 우크라이나에서 설립되어(당시 이름은 Technocom) 라면 제조사로 성공해서 베트남으로 돌아온 기업이에요.

VinGroup이 베트남에서 갖는 위상이 워낙 크다 보니, 베트남을 이야기할 때는 빼놓을 수 없어요. 부동산부터 시작해서 전기차, 의료, 교육, 관광 등 굉장히 넓은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베트남에서 VinGroup이 시도하지 않은 사업 분야는 없다"고 말할 될 정도예요.

베트남은 지금까지 빠른 성장을 보여줬으나, 아쉽게도 기술집약적 제조업이 약합니다. VinGroup 역시 지금까지 부동산으로 재미를 많이 봤으니, 이제는 베트남의 대표기업답게 정부와 손잡고 제조업을 키울 차례가 되었어요. 스마트폰 제조사인 VinSmart, DNA 테스팅 키트 제조사 GeneStory 등의 시도는 있었으나, 베트남에서 VinGroup이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보았을 때 조금 아쉬운 도전이었죠. 이런 맥락에서 VinFast의 도전은 베트남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도전이에요. VinGroup에 대해서는 다음에 조금 더 자세히 다뤄볼게요.

여러모로 VinFast가 어려운 길을 가고 있지만, 이번 시도가 베트남에서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하는 만큼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참고

https://e.vnexpress.net/news/business/companies/vinfast-to-receive-2-5b-cash-injection-4598892.html

https://apps.apple.com/vn/app/xanh-sm-đặt-xe-điện/id6446425595

https://vneconomy.vn/be-group-receives-investment-from-gsm.htm

https://www.reuters.com/business/autos-transportation/vietnam-ev-maker-vinfast-start-construction-us-factory-next-week-2023-07-19/

https://tuoitre.vn/de-xuat-tro-cap-cho-nguoi-dan-khi-mua-o-to-dien-2023080213254965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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