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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내연 오토바이 단계적 금지와 EV 오토바이 전쟁

베트남 EV산업 분석 : '진짜 수혜자'는 누구인가?

2025.11.21 | 조회 2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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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der The SEA Letter

(전)벤처투자자의 시각에서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 및 잡다한 소식을 가볍게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UndertheSEA 뉴스레터입니다.

지난 뉴스레터 [베트남의 내연 오토바이 금지, 성공할 수 있을까?]에서 하노이의 내연 오토바이 금지 정책이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엔진'에서 '모터'로 게임의 룰을 바꾸는 거대한 산업 정책 이라고 말씀드렸죠. 일본 기업들이 장악한 '엔진' 시장을 버리고, 베트남 로컬 기업들이 활약할 수 있는 '모터'라는 새로운 판을 정부가 강제로 열어젖힌 셈입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판에서 돈을 버는, 즉 이 거대한 전환의 시작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은 과연 어디일까요?

오늘은 '그래서 엔진에서 모터로 전환되면 어떤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가?'라는 질문에 답해보고자 합니다. 단순히 전기 오토바이를 만드는 회사를 넘어, 이 생태계의 숨겨진 승자들까지 샅샅이 파헤쳐 봤습니다.

TLDR

  • 베트남 EV 시장은 크게 두 개의 전장으로 나뉩니다: (1) 완성차/스쿠터 그리고 (2) 에너지 인프라 (배터리 스와핑).
  • 빈패스트(VinFast)는 그룹의 막강한 자본력을 이용해 '닫힌 생태계'를 구축, 2025년 상반기 기준 베트남 EV 오토바이 시장의 약 55%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 반면, 셀렉스(Selex Motors), 닷 바이크(Dat Bike), 야디아(Yadea), 고고로(Gogoro)등의 국내외 도전자들이 '열린 생태계' 혹은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빈패스트의 독주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 이 중 셀렉스고고로는 B2B 배달 시장의 핵심인 '배터리 스와핑 표준'을 두고 정면충돌하고 있습니다.
  • 진짜 승자는 단순 전기 오토바이(EV 2 Wheeler) 제조사가 아니라, 이 에너지 인프라(표준 스와핑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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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의 절대강자', 빈그룹이 만든 빈패스트 (VinFast)

빈패스트의 전략은 간단합니다. '우리가 다 한다.'입니다.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Vingroup)의 후광을 업고, 그야말로 '성 안의 제국'을 쌓고 있습니다.

  • 차량 (e-스쿠터 & EV 자동차): 이미 고가부터 저가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시장에 물량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스쿠터 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전부 만들고 있어, 이후 소프트웨어 레벨에서의 호환성(Compatibility)까지를 고려한다면 더 강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자체 수요 (Xanh SM) 생성: 빈패스트는 계열사로 'Xanh SM(그린 스마트 모빌리티, Xanh SM 혹은 Green SM)'이라는 라이드 헤일링(택시/오토바이)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 회사가 빈패스트의 차량을 대량으로 구매해 주면서, 외부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기본적인 매출과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죠. 사실상 뻥매출이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체적으로 수요를 만들어내면서 버티고,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자체적 역량의 상승 등 시간의 혜택을 받다보면 확실히 계속해서 유리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자금난을 겪을 리스크도 존재하지만요.
  • 자체 인프라 (Vingroup): 빈그룹이 건설한 아파트(Vinhomes), 쇼핑몰(Vincom) 등 베트남 전역의 핵심 부동산에 자체 규격의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빈그룹은 여타 성장기 국가들의 기업들이 그러하듯, 부동산 부자거든요.
Vinfast Charging Station. 출처:Vietnam Plus
Vinfast Charging Station. 출처:Vietnam Plus

이 '닫힌 생태계' 전략은 막대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지만, 성공할 경우 생태계 전체를 독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최소한 베트남 내수 시장에서는 제대로 먹혀들고 있습니다. 특히 VinGroup이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의 힘으로 파트너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 생태계 독점은 점점 더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베트남 Petro Vina 주유소에도 빈패스트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출처: PVOil
베트남 Petro Vina 주유소에도 빈패스트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다. 출처: PVOil

데이터를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2025년 상반기 베트남의 전체 전기 오토바이 판매량은 약 20만 9,000대에 달했습니다. 같은 기간 빈패스트는 114,484대를 판매하며, (이는 2024년 한 해 판매량인 약 71,000대를 이미 반년 만에 훌쩍 넘어선 수치입니다) 전체 EV 2륜차 시장의 약 54.8%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빈그룹의 인프라를 벗어난 지역에서는 힘이 약해지고, 타사와의 호환성이 없어 확장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근데 베트남에서 주요 도시 중 빈그룹의 인프라를 벗어나는 지역이 있었나 싶네요.

빈패스트의 E-스쿠터는 배터리 스와핑 방식을 쓰지만 스쿠터를 잠시 벗어나 전기차 이야기를 해보면, 전기차는 충전기 규격이 아직 잡히기 전이라 충전기 호환성이 중요합니다. 빈패스트는 베트남에서는 IEC 61851-1:2017 standard 규격(유럽규격)의 충전기를 사용하는 반면, 언더언더언더독인 미국에서는 보편적인 SAE J1772 connector 규격의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골목대장이면서 해외에서도 먹힐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알아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빈패스트는 미국시장도 노리고 있다. 출처: Vinfast US 
빈패스트는 미국시장도 노리고 있다. 출처: Vinfast US 
미국에서는 Universal compatibility. 출처: Vinfast US
미국에서는 Universal compatibility. 출처: Vinfast US

베트남 EV 시장에서 빈패스트와의 경쟁은, 보통 벤처 투자자들이 하면 안되는 질문 0순위인 "그거 삼성에서 하면 어떻게 이기나요?" 같은 느낌입니다. 근데 진짜 어떻게 이길까요?

주의:이 글을 읽고 빈패스트 주식을 사시면 안됩니다!

 

2. '빈패스트의 독주를 저지하려는 도전자' 4인방

빈패스트가 '육해공군'을 다 동원한다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각자 가장 잘하는 무기 하나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1) 셀렉스 모터스 (Selex Motors): B2B는 답을 알고있다.

출처: 셀렉스 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출처: 셀렉스 모터스 공식 홈페이지

셀렉스는 베트남의 '배터리 스와핑' 시장을 이끄는 선두주자입니다. 이들의 진짜 무기는 스쿠터가 아니라 '스와핑 네트워크' 그 자체입니다.

  • 타겟: B2B, 특히 라스트마일 배달/물류 시장을 정조준합니다.
  • 전략: 배달 라이더들은 충전할 시간(48시간)이 없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12분 만에 교체하는 배터리죠. 셀렉스는 물류창고, 우체국, 편의점, Lazada, DHL 등과 협력해 스와핑 스테이션(배터리 교환소)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 비전: 셀렉스는 '베트남의 고고로(Gogoro)'가 되려 합니다. 즉, 자사 스쿠터뿐만 아니라 다른 제조사들도 자신들의 배터리 규격을 사용하게 만들어, 베트남 2륜차 에너지 인프라의 '표준'이 되겠다는 목표입니다. 특히, 자체적인 특허기술과 높은 베트남산 부품 적용률을 통해 구축한 낮은 비용 + '진짜 국산(베트남)'이라는 부분을 강점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삼성 SDI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고 있네요.

 

2) 닷 바이크 (Dat Bike): 성능과 디자인으로 승부한다.

출처: TechCrunch
출처: TechCrunch

닷 바이크는 '전기 오토바이는 힘이 약하다'는 편견을 깨부순 로컬 스타트업입니다.

  • 타겟: B2C, 고성능을 원하는 일반 소비자입니다.
  • 전략: 내연기관 오토바이에 필적하는, 혹은 그 이상의 속도와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고성능' 전기 바이크를 만듭니다. 디자인 역시 클래식한 바이크 감성을 살려, 기존 내연 오토바이 유저들에게 '대체재'로서 매력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 포지션: 빈패스트가 '대중성'을, 셀렉스가 'B2B 효율'을 노린다면, 닷 바이크는 '성능'과 '브랜드'를 중시하는 B2C 프리미엄 시장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전략을 카피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테슬라가 처음에는 고성능 스포츠카 스타일의 로드스터를 먼저 출시하고 팬덤을 모은 것을 떠오르게 만드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초기모델 Weaver를 타본 적 있는데, 여타 전기 스쿠터랑 달라서 좋았습니다. 근데 최근 나온 Quantum, Quantum S 모델은 좀 별로던데..

 

 

3) 야디아 (Yadea): 역시 가격은 중국이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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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로컬 기업은 아니지만, 베트남 EV 시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플레이어입니다. 야디아는 세계 최대의 전기 스쿠터 제조사 중 하나인 중국 기업입니다.

  • 타겟: 가격에 민감한 모든 소비자 (매스마켓)
  • 전략: '압도적인 가성비'입니다. 이미 베트남 전역에 강력한 유통망을 구축했으며,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습니다.
  • 포지션: 데이터로도 야디아의 성과는 증명됩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야디아는 전년 대비 37.5%의 견조한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한 리서치에 따르면 EV 2륜차 시장 점유율 약 8.6%로 빈패스트에 이은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가 로컬 기업을 밀어주려 해도, 결국 개인 시장은 '가격'이 중요하며, 이 지점에서 야디아는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존재입니다. 빈패스트를 다뤘던 첫 뉴스레터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 베트남은 성장기의 한국과는 달리 애국소비가 크게 먹히지 않는 곳이라 더 그렇습니다.

 

4) 고고로 (Gogoro): 똑똑~ 대만 먹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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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배터리 스와핑 유니콘' 고고로 역시 이 전쟁의 핵심 플레이어입니다.

  • 타겟: B2B 및 B2C (제조사 파트너십)
  • 전략: '개방형 플랫폼'입니다. 고고로는 빈패스트처럼 스쿠터를 직접 대량 생산해 파는 것보다, 다른 제조사들(예: 혼다, 야마하 등)이 고고로의 배터리 규격(Gogoro Network)에 맞는 스쿠터를 만들도록 유도합니다. 물론 고고로 바이크를 사도 땡큐죠.
  • 포지션: 이들은 베트남을 '표준'으로 공략합니다. (한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점유율은 약 3.1% 수준입니다).

 

각각을 자세히 다루려니 뉴스레터가 너무 길어져, 다음에 한번 하나하나 상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짜 전쟁터는 오토바이 제조가 아닌 '배터리 스와핑' 표준 전쟁

앞으로 베트남 EV 시장의 향방을 결정지을 진짜 전쟁터는 '배터리 스와핑 시스템'입니다. 베트남의 주거 환경(좁은 골목, 아파트 충전 시설 부족)과 오토바이 사용 패턴(배달, 퀵커머스)을 고려할 때, '충전'보다 '교체(스와핑)'가 훨씬 현실적인 에너지 솔루션입니다.

이 싸움은 마치 'iOS (빈패스트의 닫힌 생태계)' vs '안드로이드 (개방형 생태계)'의 대결과도 같습니다. 빈패스트가 자체 규격으로 성을 쌓는 동안,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방금 H2에서 살펴본 로컬 강자(셀렉스 모터스)글로벌 스탠다드(고고로)가 '개방형 표준'을 누가 장악할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들 중 하나가 표준을 장악한다면, 내연기관 시절의 혼다처럼 '에너지 인프라'를 독점하는 새로운 베트남 내수 거인이 탄생할 수도 있겠습니다.


🧐 마무리: 그래서 진짜 수혜자는?

베트남 정부가 '내연 오토바이 금지'라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켰습니다. 이 파도 위에서 여러 플레이어가 서핑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 빈패스트는 막대한 자본과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신만의 EV 생태계를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 셀렉스와 고고로는 여러 플레이어들을 묶어 배터리의 표준 규격을 선점하려 합니다.
  • 닷 바이크와 야디아는 그 옆의 조금 더 작은 시장에서 가장 멋지거나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팔려 하고 있죠.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결국 '차량'은 계속해서 상향 평준화될 것입니다. 진짜 큰 승자는 '에너지 인프라(스와핑 네트워크)'와 '금융(할부/리스)'에서 나올 것입니다. 특히 배달/물류 시장을 장악하는 스와핑 네트워크의 승자가 이 게임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구독자님은 어떤 플레이어가 베트남에서 성공할 것이라 보시나요? 빈패스트의 '제국'일까요, 아니면 셀렉스/고고로의 '동맹'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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