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흑자를 내며 연매출 2,000억원을 만드는 회사가 있습니다. VC 투자 한 푼 받지 않았어요. 직원은 70명 밖에 되지 않습니다. 10년째 재택 근무로 일하고 있고요. 수십억원의 영업 이익은 배당금의 형태로 창업자와 직원들에게 돌아갑니다. 투자자에게 가는 돈은 하나도 없어요.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시작해 프로젝트 관리 도구를 만드는 베이스캠프 이야기예요.
창업자 제이슨은 회사를 매각하거나, IPO 하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다고 말해요. 평생 운영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고 있다고요. 어떤 생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까요?
✏️ 요약 (베이스캠프 창업자의 조언)
1. 투자를 받지 않습니다. 돈 버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2. 비용을 줄이면, 경쟁에서 자유로워 집니다.
3. 연간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4.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닙니다.
5. 정직한 방법으로만 돈을 법니다.
6. 많은 정보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7. 직감은 중요합니다.
8. 창업자의 임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9. 회사를 매각하거나, IPO 하는 것에 관심 없습니다.
창업자 제이슨은 어렸을 때부터 물건을 팔아서 소소한 수익을 얻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나이프를 팔다가 경찰서에 간 적도 있었죠. 대학생 때는 프리랜서로 웹사이트 디자인을 해주며 용돈을 벌었고요. 아무튼 그는 사업가 기질이 있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에이전시를 만들어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취미로 만든 음악 플레이리스트 소프트웨어가 돈을 받고 팔리면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에 눈을 떠요. 다른 사업과 다르게 소프트웨어는 한번만 잘 만들어 놓으면, 추가로 재고를 만들지 않아도 계속 팔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그에게 첫번째 아하 모먼트였습니다.
고객이 많아지면서, 업무 현황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어요. 소프트웨어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직접 만들어 보기 시작합니다. 팀 내에서 사용하려고 만든 제품이 생각보다 좋았어요. 팔아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1년에 2천억을 만들고 있는 베이스캠프의 시작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에요. 조금씩, 천천히 성장했습니다. SaaS 매출이 낮아서 디자인 에이전시 일을 병행하기도 했으니까요. Asana, Slack과 같이 수천억원의 VC 투자금을 확보한 경쟁 상대가 나타났지만, 끈질기게 살아 남았습니다. 오히려 경쟁 업체를 신경쓰지 않았어요. 경쟁을 생각하는데 에너지를 쏟기보다 그들이 타겟하는 명확하고 좁은 타겟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만 생각했죠. 직원을 과하게 채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지 않았고, 오래 버틸 여유가 있었어요. 시장 점유율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제품을 좋아해주는 고객들이 있고, 매년 흑자를 내는 것만이 중요했어요.
20년째 베이스캠프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계속 성장했습니다. 2천억원의 매출을 70명이서 만들었어요.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받으며 시작한 경쟁사 Asana는 8천억원의 매출을 만들면서 1,500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매년 적자이고요. 대비되는 결과이죠.
제이슨은 좋은 글을 씁니다. 베이스캠프를 만든 제이슨의 철학 9가지를 정리해 보았어요.
1. 투자를 받지 않습니다.
사업가는 수익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많은 테크 기업들이 유저만 모으면 수도꼭지를 돌리듯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투자를 받지 않으면 돈을 버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에요.
2. 비용을 줄이면, 경쟁에서 자유로워 집니다.
유일한 경쟁자는 비용입니다. 수익은 여러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져요. 대부분 통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비용은 통제할 수 있어요. 가격은 시장이 결정하지만, 비용은 창업가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흑자를 유지하면 상대방이 어떤 일을 하든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에너지를 쓰지 마세요. 제품과 고객에게 더 많이 집중하세요.
3. 연간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목표를 세워본 적이 있어요. 곧 그 숫자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죠. 과거에는 주어진 기록에 맞춰 달리기를 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달리기 자체를 즐기려고 합니다. 스스로와 경쟁하면서 괴로워하는 것보다, 뛰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더 좋더라고요. 매일 최선을 다하고, 흑자를 내는 것이 유일한 목표에요. 더 높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아요.
4. 비즈니스는 전쟁이 아닙니다.
뉴스에서는 비즈니스를 전쟁으로 비유합니다. ‘시장을 정복 했다’ , ‘총알을 확보했다’는 표현이 매번 등장하죠. 비즈니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경쟁사를 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1등이 되려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가? 에요. 비용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 되어요.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5. 정직한 방법으로만 돈을 법니다.
고객의 데이터를 팔아서 돈을 버는 광고 비즈니스는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좋은 제품을 만들고, 합리적인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도 사업이 운영될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정직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회사들이 정직하게 돈을 벌 수 있습니다. 회사는 단순히 이익만을 생각하면 안됩니다. ‘올바른' 일을 하는 것, ‘즐겁게 일하는 것' 이 중요합니다.
6. 많은 정보를 소비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뉴스를 보지 않습니다. 타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싶지 않고, 타인의 생각에 계속해서 노출되는 것을 조심하려고 해요. 어느순간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타인의 아이디어로 마음을 가득 채우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7. 직감은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의사결정이 사실은 직감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논리적으로 보이는 숫자를 뒤에 갖다 붙이는 식이죠. 데이터에 집착하기보다 직감과 감정에 귀 기울여서 제품의 경험을 평가합니다. 팀원들에게도 “너는 어떻게 생각해?”, “너는 어떻게 느껴지니?” 라는 질문을 많이 해요.
8. 창업자의 임무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해내기 어려워 보이는 것들, 아무도 감히 시도하지 못할 아이디어는, 그 일을 시작한 사람만이 베팅할 수 있습니다. 투자사가 없는 건, 창업자가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도전할 수 있는 자유를 줍니다.
9. 회사를 매각하거나, IPO 하는 것에 관심이 없습니다.
매년 흑자를 내면서, 평생 운영하고 싶은 회사를 어떻게 만들지만 고민합니다.
베이스캠프를 조사하며 느낀점을 정리해 보았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을 존경합니다. 막연하게 더 많은 재산을 갖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사람보다, 좋은 삶이 무엇인지 생각을 정리한 사람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베이스캠프의 창업자 제이슨은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자기 자신, 고객, 직원들을 속이지 않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문장이라도 여러분의 마음속에 남을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습니다.
추가 자료
1. 책 "일을 버려라"
베이스캠프의 공동 창업자 2명입니다. 제이슨과 DHH. 둘은 굉장히 좋은 책을 함께 쓰는 작가이기도 해요. 베이스캠프의 운영 철학에 관심을 가지셨다면, 2019년에 발행된 “일을 버려라”를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게는 넷플릭스의 컬쳐덱보다 유용했습니다.
2. 유일한 지분 소유자 : 제프 베조스
베이스캠프는 딱 한명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했어요.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입니다. 경영권 없이 일부 지분만 매각했습니다. 덕분에 100만 장자가 된 공동 창업자 DHH가 부자가 된 소감을 적은 에세이가 있어요. ‘많은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는 그의 에세이 역시 참 좋습니다.
"2006년 어느 날, 제프 베조스가 베이스캠프에 관심을 보였고, 제이슨과 저는 각각 수백만 달러에 우리 회사의 소수 지분을 베조스에게 팔았습니다. 저는 백만장자가 되었습니다!
백만장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평생을 살았죠. 갖고 싶었던 컴퓨터와 카메라, 원하는 자동차를 모두 살 수 있을 거라고요!
이 꿈의 또 다른 기둥 중 하나는 '다시는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더 이상 일하지 않아도 된다면, 취미 생활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계산을 해보니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섞어 돈을 모으면 사치스럽지는 않더라도 죽을 때까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 -)
오히려 저는 몰입해서 일하는 시간과 평온함이 저에게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더욱 절실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루비를 프로그래밍하고,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시그널 브이 노이즈에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것 같은 일들이요.
은행 계좌의 숫자나 TV의 크기, 차고에 있는 자동차의 제조사, 우편번호를 바꾼다고 해서 제가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아요. 그런 건 제가 알아서 해결해야죠.
여러분은 이미 최고의 것들을 찾았거나 적어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알고 있든 모르든). 그것들을 소중히 여기세요."
3. 베이스캠프의 온보딩 문서
베이스캠프는 새로 입사하는 직원들을 위한 안내서를 공개해요. 그들이 조직 안에서 자주 쓰는 단어의 의미는 무엇인지, 복지는 무엇이 있는지, 어떤 것을 추구하며 일하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베이스캠프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추구하는 것들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세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스터디하는, 언섹시 리서치 클럽이 모집을 시작합니다.
양질의 해외 비즈니스 아티클을 읽고 생각을 공유하는 클럽이에요. 클럽 구성원 분들에게만 공개하는 언섹시 비즈니스에 DB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창업 아이디어를 하루만에 테스트하는 오프라인 아이디어톤도 진행되고요. 최고의 창업가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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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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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ralfox
현재 국내 번역서는 절판된 듯하지만, 두 공동창업자가 쓴 "Rework"라는 책도 있습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708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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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혹시 이건 번역한 글일까요? 번역본이라면 원문을 볼 수 있을까요?
언섹시 비즈니스
안녕하세요! :) 하나의 글을 번역한 것은 아니에요. 베이스캠프와 37signals의 여러가지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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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파파
늘 좋은 인사이트를 주시니 감사합니다. 올 해 시작하면서 지원사업만 엄청 찾아보고 있었는데... 조금 부끄럽네요. 뭐 부터 시작하는게 좋을지 결단이 섭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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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o
언섹시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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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수
안녕하세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혹시 실례지만 연매출 2000억원의 출처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요? 웹을 조금 찾아본 바로는 연매출이 200억이라고 나오는 곳도 있어서, 200억과 2000억이 워낙 큰 차이이다 보니.. 확인해보고 싶어서 부탁드립니다. (_ _)
언섹시 비즈니스
마나님 안녕하세요! :) Get Lakta와 SignHouse의 정보를 취합해서, 보수적으로 2,000억이라는 지표를 적었습니다! https://getlatka.com/companies/basecamp https://www.usesignhouse.com/blog/basecamp-stats#google_vignette There is nothing much to be known about Basecamp’s revenue. Their CEO, Jason Fried, expressed multiple times that he does not want to disclose the company’s revenue. However, we can estimate a little bit of information based on the number of paying users and the price of using Basecamp. In 2016, Jason Fried revealed in an interview that there were 130,000 paying users on the platform in their previous year, so 6.2% of the total number of users are paid users. Of course, this is just an approximation that we’ll use to extrapolate future numbers. The price for Basecamp at the time was $99/month per user and there were 2.19 million registered accounts. With these numbers, we can estimate that Basecamp’s MRR (monthly recurring revenue) in 2016 was $12.87 million per month. By assuming that about 6.2% of each year’s total number of registered accounts are paying users, we can estimate their revenue by multiplying that number with each year’s average subscription cost and then multiplying that with the number of months for each year. Basecamp offered their customers a 45-day free trial period in earlier years. Presently, the company is offering a 30-day free trial period for their customers. With this taken into account, we can make a rough estimation of the company’s revenue through the years. Now, let’s have a look at what these estimations give us. Year Basecamp Revenue (ARR) 2012 $43.69 million 2014 $78.85 million 2016 $141.57 million 2017 $168.58 million 2018 $185.57 million 2019 $196.02 million 2020 $215.62 mi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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