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 한번 받지 않고, 소규모 인원으로 인당 2억원 이상의 효율 높은 매출을 만들고 있는 SaaS 서비스 기업이 있습니다. 영업 이익률은 무려 30%가 넘어가고요. 90년생 창업가가 3년 만에 만든 성과에요. 물론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판다랭크 박재현 대표님을 만나서 부트스트래핑 창업 여정을 들었어요.
💎 하이라이트
디자이너가 SaaS 서비스를? : "어떤 아이템을 선택해도, 엉덩이 무겁게 그 카테고리를 연구하면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제가 제조를 해본 적이 있어서 루무드를 만들고, 100억 매출을 만든게 아니었어요."
VC 투자 제안이 왔는데도 거절 :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초기에 투자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비즈니스와 마케팅 : "사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돈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가치를 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트래픽이 필요하죠. 몇년 전만 해도 큰 트래픽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가져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판매자가 너무도 많아져서 퍼포먼스 마케팅 가격이 너무 비싸져서 효율이 나오지 않아요."
✏️ 인터뷰
Q. 어떻게 처음부터 투자를 받지 않고 사업을 키우겠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판다랭크를 시작하기 전에 루무드라는 커머스 브랜드를 운영했어요. 인테리어 소품 브랜드였고, 디퓨저랑 조명을 만들었는데 카카오 선물하기에서 인테리어 부문 매출 1위를 했어요. 오래 유지했고요. 일반적인 상품 유통이 아닌 자체 제작 상품 매출이 100억까지 갔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고작 27살에 시작한 첫번째 커머스 브랜드가 너무나 운이 좋게도 큰 성과를 낸거죠.
그런데 초기 투자 선택을 잘못 결정한 이유로 끝이 좋지 못했어요.
Q. 어떤 일이 있었던 거에요? 커머스 사업은 어떻게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해요.
졸업하자마자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을 전공해서 3D 디자인을 할 수 있었어요. 괜찮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천안에서 원룸 하나 빌린 다음에 석고 방향제를 만들어서 조금씩 팔게 되었어요.
그때 서울에 있는 투자사에서 수억원을 투자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큰 지분을 가져가는 조건으로요.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 초년생에게 몇 억원 이라는 숫자는 손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의 큰 금액이였어요. 그래서 불합리한 조건이 있었음에도 4개월간의 조율 끝에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보며 계약서를 써버렸어요.
이후에 루무드는 무드등 디퓨저가 터지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저희를 투자한 투자사는 상황이 어려워 졌어요. 돈을 갚지 않아도 되는 조건으로 돈을 빌려달라는 등, 말도 안되는 일이 많았어요. 결국 몇년 동안 갈등하다, 남은 전체 지분을 저렴한 가격에 매각하고 나왔어요.
20대에 미친듯이 일해서 나이 대비 큰 회사를 만들었는데, 잘못된 계약으로 기대보다 아쉬운 결말을 얻은거죠. 이후 3개월 동안은 공황 장애와 불안 장애가 와서 너무 너무 힘들었어요. 첫번째 사업 때 투자를 받는 것이 정말 무서운 거라는 걸 알게 되어서, 판다랭크를 시작했을 때 정말 조심하게 되었죠.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초기에 투자를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시드 투자로 적은 금액만 받게 되더라도, 나중에 주체적인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회사의 밸류가 높아져도 VC의 동의가 없으면 지분의 매각이 어려워질 수도 있구요. 회사 밸류가 떨어지면 비례해서 더 많은 지분을 넘긴다는 조항이 걸려있는 계약도 많아요.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투자를 받을 때는 자세히 살펴볼 여유가 없어서 모르죠.
판다랭크 시작한 후로도 많은 투자사들을 만나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전의 아쉬운 기억으로 신중해진 점과, 다행히도 흑자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서 다음을 기약했어요.
Q. 20대에 100억 매출 커머스를 만든 건 정말 놀라운 일인 것 같아요. 당시에 어떻게 루무드를 성장시키셨어요?
당시에 페이스북에 괜찮은 인테리어 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3-4명 밖에 없었어요. 게시글 노출 알고리즘도 지금과 달라서 30만명이 팔로우 하는 채널에 글을 쓰면 30만명에게 다 보여주던 시기였고요. 그때 저희가 만든 디퓨저 조명을 페이스북 인테리어 페이지에 올리면 보통 1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곤 했어요. 황금 땅이였던 거죠. 페이드 마케팅 비용을 쓰지도 않고, 페이지를 통해서 매출을 많이 끌어올릴 수 있었어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입점한 것도 컸어요. 몇년 전만 해도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기프티콘만 거래할 수 있을 정도로 상품 종류가 적었거든요. 그러다 저희가 초기에 입점을 했는데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저희 제품을 좋게 봐주셨어요. 카톡 선물하기는 MD 파워가 컸었거든요. 루무드의 상품들이 상위 노출되면서 더 많이 팔리기 시작했어요.
Q. 루무드 매각 이후 좌절하고 있다가, 어떤 마음으로 다시 사업을 시작하게 되신 거에요?
3개월 동안 방에 처박혀서 괴로워 하고 있을 때, 주언규형에게 전화가 왔어요. 도와줄테니, 뭐라도 다시 시작해보라고요. 주언규 형이랑은 신사임당 채널이 7천명일 때 알고 지내게 되었어요. 당시에는 신사임당이 운영하던 인테리어 브랜드 ‘코제트’ 보다 ‘루무드’ 가 큰 브랜드여서, 커머스 성장 관점에서 사업 이야기를 자주 나눴거든요.
그러다 몇년 사이 신사임당 채널은 30만 채널이 된거죠. 이번엔 형이 도와줄 수 있다고 한 거였어요. 노션에 적어 놓았던 수십가지 사업 아이템 중에 현재 나의 능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했을 때 가장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선택한 게 판다랭크예요. 판다랭크 출시하고, 실제로 신사임당 채널에서 몇번 정도 소개해줬구요.
Q. 대표님은 디자이너 였잖아요. 판다랭크는 SaaS 이고요. SaaS를 시작하는 데 고민이 되지 않았나요?
제가 엉덩이 무거운 것 하나는 가장 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아이템을 선택해도, 엉덩이 무겁게 그 카테고리를 연구하면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어요. 제가 제조를 해본 적이 있어서 루무드를 만들고, 판매했던 게 아니였어요. 인테리어 소품을 하든, 지금 미팅을 하고있는 공덕에서 치킨집을 하든 똑같다고 생각해요. 공덕에서 치킨집을 해도 제일 저렴하고, 맛있고, 멀리서도 찾으러 오는 치킨집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루무드를 운영하고 있을 때, 알리바바에서 하루에 몇 만개의 제품을 봤어요. 그냥 하루종일 알리바바를 스크롤 하면서 괜찮은 상품이 있는지 보는거예요. 계속 보다보면 엄청 저렴한데, 괜찮은 것들을 보게 되어요. 그럼 공장에 연락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거죠. 제일 중요한 건 오래 앉아서 계속 보는 거예요.
제가 재능 같은 게 있다면, 계속 하는 거예요. 다들 하다가 포기하거든요.
Q. 구독형 SaaS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좋은 점은 현금 흐름이 예측된다는 것이에요. 다음달에 갑자기 50%의 사람들이 확 떠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판다랭크 같은 SaaS의 강점은 좁은 타겟의 사람들만 모여있다는 것이에요. 내 상품을 팔고 있거나, 컨텐츠를 만들려고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한달에 30만명 모여있거든요. 좁은 타겟이 모여있다면 날카로운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다고 봐요.
Q. 어떤 생각으로 판다랭크를 만들어가고 있나요?
점점 이르게 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에요. AI의 발전 속도가 정말 빠른데, 앞으로 반복 노동을 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대체가 될 거란 말이에요. 그럼 그 사람들이 나와서 새로운 사업을 해야 된단 말이죠. 현 시점에 치킨 장사를 하거나 김밥 장사와 같은 오프라인 사업은 추천하지 않아요. 오프라인 시장 규모는 계속 작아지고, 온라인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온라인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초보자들이 망하지 않게 도와줄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어요.
사업은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돈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가치를 돈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트래픽이 필요하죠. 아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도 안 살테고, 아는 사람이 10명이면 한명쯤 구매할 수도 있는 거고, 1천명이면 100명이 구매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몇년 전만 해도 큰 트래픽을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가져올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판매자가 너무도 많아져서 퍼포먼스 마케팅 가격이 너무 비싸졌어요. 가격 대비 효율이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트래픽을 가져올 수 있는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3대장은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이고요. 이것들을 키워서 트래픽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에요. 이렇게 자체 미디어를 키워야 할 때, 초보자들이 도움받을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있어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 추천’을 가장 많이 검색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어디인지 예상 가시나요? 실제로 40대가 제일 높아요. 넷플릭스 추천하는 블로그를 만들려는 분은 40대가 좋아할만한 말투를 사용해서 컨텐츠를 쓸수록 유리한 거죠. 그동안 넷플릭스 관련 게시글 중에서 바이럴이 되었던 글을 살펴보면서 참고할만한 패턴이 있는지 확인하고요. 이 모든걸 판다랭크에서 확인이 가능하게 해놓았어요.
Q. 초기 창업자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가능하면 처음부터 VC 기관 투자를 받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초창패, 청창사 같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 많아요. 판다랭크도 착실히 정부 지원 받으면서 성장했거든요. 그리고 투자보다 저렴한 돈이 대출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쉽고 좋아보이는 돈은 그만큼의 값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신중하게 천천히 생각해보시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하시든 유료 마케팅으로 유저를 데려오는 비용은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거예요. 다른 방법으로 유저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셨으면 좋겠고 그 과정을 판다랭크가 진심을 다해 도와나가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배운 점을 정리해 봤어요.
1. 시기별로 마케팅의 황금 땅은 변한다.
박재현 대표님이 루무드를 판매할 때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황금 땅이었어요. 퍼포먼스 마케팅 초기에는 페이스북에 광고비를 쓰고 물건을 파는 것의 ROI가 높았고요. 지금은 페이스북 페이지, 퍼포먼스 마케팅 모두 비싸졌어요. 시기마다 ROI가 높은 마케팅 필드가 변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2024년 현재, 마케팅의 황금 땅은 어디일까요?
2. 집요하게 연구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사업을 기획할 때, 지금 내가 잘해왔던 것을 기준으로만 생각해 왔던 것 같아요. "개발자가 아니였으니, 개발이 중요한 사업은 하기 어려울 거야. 디자이너가 아니였으니, 디자인 프로덕트는 어렵겠지" 같은 생각이요. 디자이너였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성공적인 SaaS를 만든 재현님을 보면서 "과거에 해왔던 일들이 아주 중요한 변수는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 투자의 무게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하자.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을 축하하는 뉴스는 많이 보았어요. 하지만, 투자를 받는 것의 맹점을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죠. 오늘 이야기를 통해 투자를 받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가 자료.
판다랭크 홈페이지 : https://pandara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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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iframe
좋은 내용 잘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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