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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20대 금융권 애널리스트가 회사를 나와 체육관을 창업한 이유

"큰 돈을 벌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찍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2025.04.01 | 조회 5.8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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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섹시 비즈니스

화려하지 않은 비즈니스들을 소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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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를 지나다 ‘운동 독립’ 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0년 가까이 허약 체질로 살아온 저는 요즘 운동에 관심이 많아졌거든요. 책 날개를 펼쳐보니 금융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직장인이 트레이너로 전향하며 쓰신 책이더라고요. 어떤 여정 끝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직장을 나와 트레이너가 되신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책도 사고, 수업도 듣고, 인터뷰도 했어요. 잘 나가던 사모펀드를 나와 체육관을 운영하게 된 구현경 선생님의 이야기를 공유드려요.

 

하이라이트


“큰 돈을 벌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찍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내 일이 아닌, 남을 위한 일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운동을 전업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지 고민해보니, 돈과 같은 주변적 이유 밖에 없더라고요. 시트를 열고 최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계산해 봤어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임대료는 내면서 약소한 생활비는 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창업 초기에) 팔로워 4만명 정도 있는 소형 인플루언서 분에게 무료로 피티를 해드리겠다고 DM을 보냈어요. 어차피 서비스에 만족하면 자연스레 주변 지인이든, 소셜미디어 포스트든 공유를 하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한평생 성장을 추구해왔다보니 오히려 성장에 대한 염증 내지는 권태가 생긴거에요. 수익이 연간 최소 얼마 이상 되어야 하고, 신속하게 규모를 키워야겠다는 목표는 따로 세우지 않아요”

 

배경 설명

어떤 운동을 하는 체육관 인가요?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개개인에 다치지 않는 운동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룹 PT를 받는 것처럼 수업이 진행됩니다. 스트레칭도 배우고, 근력 운동도 하고, 호흡법도 배워요.

팀버 모듈러 인스타그램.
팀버 모듈러 인스타그램.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 경복궁이 보인다. 다른 체육관과 다르게 머신이 없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공간. 경복궁이 보인다. 다른 체육관과 다르게 머신이 없다.

 

창업가 인터뷰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체육관을 시작하는게 불안하지 않았나요?


사모펀드 일이 재미없는 건 아니었어요. 수백, 수천억원의 돈이 왔다갔다 하니까 사회에 끼치는 임팩트도 크다고 느꼈고요. 그렇게 대학 졸업하고 나서 2년 만에 1억 연봉을 받게 되었어요. 당시에 연봉 1억이면 굉장히 큰 지표처럼 여겨졌거든요.

어쨌든 제 나름 호사스럽게 20대 초중반을 보낸거죠. 남들이 동경하는 삶을 얕은 체험판으로 살아본건데요. 저도 처음에는 내가 이런 삶을 살고있다는 흥분에 휩쓸렸지만, 결국 저에게 솔직하게 이런 삶을 원하냐고 질문했을 때 그렇지 않았어요 . 남들에게 보여지기엔 화려한 삶인데 내가 남의 인정을 위해서 살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사모펀드 다니면 부유한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대부분 소송 하나씩 걸려 있고(농담)아무튼, 지켜보니 삶의 기쁨과 슬픔은 크게 다르지 않고, 부유함에 부대된 그 특유의 골치 아픈 일도 엄청 많더라고요.

그래서 큰 돈을 벌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찍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일하다가는 5년 뒤에 암 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농담). 무엇보다 내 일이 아닌, 남을 위한 일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았어요.

 

왜 다음 커리어로 운동을 선택했나요?


즐거우면서도 보람있는, 그리고 내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즐길 일로써 삼을 어떤 것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운동이 그렇더라고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되게 좋아했어요. 운동을 전업으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지 고민해보니, 돈과 같은 주변적 이유 밖에 이유가 없더라고요. 내가 하고싶은 일 하면서도 먹고 사는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겠죠. 엑셀 시트를 열고 최고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계산해 봤어요.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임대료는 내면서 약소한 생활비는 벌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제가 잠시 IT 회사에서 일할 때가 있었어요. 점심시간이 2시간이었는데요. 옆팀에서 일하시는 분이 점심 시간에 운동 가르쳐 달라고 요청을 했었는데, 당시 그분이 임신 준비 중이셔서 체중을 조절해야 되었던 상황이었거든요.

가르치는 게 우선 적성에 맞았고 배우는 분과의 연결감이 좋았어요. 저보다 직급이 높은 분이었는데, 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었죠. 그건 참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어디가서 선생님이라는 말을 들어볼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전업으로 해도 되겠다는 결심이 섰어요. 회사 다니면서 트레이너 자격증 따고 바로 창업했어요.

회사 다니면서 공부했던 트레이너 공부. 해부학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회사 다니면서 공부했던 트레이너 공부. 해부학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한다.

 

다른 체육관에서 일을 배우다가 체육관을 오픈할 생각은 없으셨나요


당시 크로스핏을 중심으로 기능적 몸 사용과 힘, 파워가 커지는 스스로의 모습이 자랑스러웠었어요. 그런데 크로스핏을 계속하기엔 내 몸에 너무 부담이 컸었고요. 그래서 더 좋은 대안을 찾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어요. 당시 한국의 피트니스 지형에에서는 몸에 대한 외적인 요소들, 그러니까 거의 다이어트에만 집중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특히 여자들에게 힘든 근력운동을 가르쳐주는 곳도 잘 없었고요. 운동 지식이 뛰어난 선생님들이 많았지만, 마음이 동하는 곳이 없었습니다.

또, 아무리 허드렛일을 하더라도 내 일을 하는 거랑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거랑 완전 다르거든요. 남을 위해서 하는 건 아쉬울 것 같았어요. 첫 체육관은 이태원에 있는 5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었어요. 임대료도 저렴했고요.

체육관 인테리어 전과 후의 모습.
체육관 인테리어 전과 후의 모습.
소박했던 운동 도구들과, 화려한 창문 시트.
소박했던 운동 도구들과, 화려한 창문 시트.

 

처음에 고객은 어떻게 모으셨어요?


당시가 2018년 말이었는데, 막 인플루언서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어요. 팔로워 4만명 정도 있는 소형 인플루언서 분에게 무료로 피티를 해드리겠다고 DM을 보냈습니다. 홍보 포스팅을 올려주어야 한다는 조건은 따로 걸지 않고요. 어차피 서비스에 만족하면 자연스레 주변 지인이든, 소셜미디어 포스트든 공유를 하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PT 이후에 포스팅을 해주셨고, 그렇게 한 초기 고객 모집분이 가장 컸었습니다.

저는 창업할 때 무조건 6개월 안에 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상 늘어지면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거나 기회비용을 곱씹으며 후회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거든요. 다행히 4개월 만에 모든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어요.

 

중간에 다른 일을 할까 싶은 생각은 없으셨어요? 코로나도 있었잖아요.


있었죠. 어쨌든 코로나 당시에는 운영에 정책적 제약이 생기니 뭘 해야되나 고민은 했던 것 같아요. 다녔던 회사에서 다시 들어오라고 연락을 주기도 해서 재취업을 할까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진짜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선택하지 않았어요.

 

혼자서 운영하시면 특유의 외로움이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우선 외로움에는 적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단, 여기서 말하는 외로움이란 혼자 모든 의사결정을 하고 모든 책임일 져야된다는 것에 가까워요. 어떻게 보면 팀을 늘리지 않는게 비겁한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리스크 테이킹을 안 하는 거죠. 누구를 고용하지 않고, 사업을 확장하지 않는 게으름이기도 하고요.

일반적인 외로움의 의미에서는...제가 하는 일의 속성이 사람을 대면하는 서비스업이다보니 거기서도 외로움이 해소되기도 하고요. 또, 자영업 하면서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이 생기기도 합니다. 업장 인테리어를 계기로 친구가 된 분, 같이 자격증을 공부한 다른 운동 선생님들, 동네 다른 자영업 사장님들요.

 

성장이나 확장을 원하지 않으시나요?


세간에서 말하는 성장이나 효율에 대한 피로감이 있기도 해요. 한평생 성장을 추구해왔다보니 오히려 성장에 대한 염증 내지는 권태가 생긴거에요. 수익이 연간 최소 얼마 이상 되어야 하고, 신속하게 규모를 키워야겠다는 목표는 따로 세우지 않아요. 과거에는 저도 수많은 회사원들처럼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고, 더 중요하고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맡는 것을 쫓았었어요.

제가 요즘 추구하는 성장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원하는 방식으로 하루를 충만하도록 사는 것, 시간의 여유 속에서 하루를 낭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운동하고, 책 읽고, 글쓰고,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만나서 커피 한잔하고 헤어지는 것, 개별 하루의 충만함을 유예하지 않는 거죠. 어떤 의미에서 저는 젊을 때 남들이 은퇴해서 꿈꾸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은퇴한 사람처럼만 사느냐...그건 또 아닙니다. 저도 프로젝트성으로 마감기한이 촉박하게 있는 일들이 생겨요. 그런데 모두 내 성장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게 되는 마인드셋으로 대하면 일에 수반되는 고통은 성장통이 됩니다. 제가 사무직이 아니다보니 요즘은 이메일 하나만 와도 너무 즐거워요.

 

왜 다치지 않는 운동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나요?


크로스핏 같은 강도높은 운동을 하면서 부상을 많이 당했어요. 부상당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왜 내가 그 운동을 굳이 그렇게 했을까, 그 때 뭐뭐만 하지 않았더라면' 과 같은 후회가 엄청 들거든요. 부상을 회복하고 나서는 다시는 그런식으로 운동하지 않겠다는 결심도 강해집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내 몸에 맞는 운동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그렇게 공부한 지식들이 너무 유용하더라고요.

처음 운동을 할 때 부터 이런 것들을 알고 있었다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거죠. 일례로, 트레이너 자격증 따면서 기능해부학을 배우고 눈이 탁 트인 느낌이었어요. 데드리프트는 100kg 들고 벤치프레스도 60kg 씩이나 하면서, 등 근육이나 가슴 근육이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볼 생각조차 안 했다는 게 미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지식들을 누구나 기본적으로 알고 운동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몸 다치고 시간도 낭비되고 돈도 낭비 되고, 후회 하고. 다치고 나서 사후적으로 병원만 가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차라리 예방이 훨씬 더 말이 되는 게 아닐까요?

팀버 모듈러 수업 시간표
팀버 모듈러 수업 시간표

 

한국 사회에서 과소평가 되어 있는 운동법은 뭐라고 생각하셔요?


우선 호흡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호흡은 자세, 성격, 감정 상태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호흡을 잘 못해서 불안감이 더 높아요. 불안감이 높아지면 목이 짧아지고, 가슴이 짧아지면서 자세가 틀어지기 쉬워요. 자세 교정을 계속해도 호흡법이 바뀌지 않으면 원위치가 되는 거죠. 모든 사람들이 제임스 네스터가 쓴 <호흡의 기술>을 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호흡 수업 자료의 일부
호흡 수업 자료의 일부

 

그리고 질적인 삶을 위한 필수 과제로 운동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물론 외모를 위해 운동하는 것도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요. 우리 몸은 아직 원시적이잖아요. 옛날에는 케익 한조각이 주는 열량을 얻기 위해서 하루 종일 달려야 했을 거예요. 지금은 너무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으니 몸에 탈이 나는 거죠. 헬스장 가서 하루 한시간만 운동하는 게 끝이 아니라,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해요.

 

선생님은 하루 종일 어떻게 움직이셔요?


집중해서 하는 운동시간 외에도 계속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녀요. 부모님 집이 6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부모님 집 갈 때는 뛰어가고요.

 

최근에 책도 내셨어요. 책을 내는게 사업에 도움이 되나요?


지역 기반의 사업이다 보니, 사업적인 임팩트는 거의 없어요. 그래도 사상적인 임팩트가 있다는게 느껴져요. 원래는 체육관에 등록하신 몇명에게만 내 철학을 알려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수백명, 잠정적으로는 수천 수만명이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아요.

올해 책이 나왔다.
올해 책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팀버 모듈러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은 것이 있나요?


책에 복잡한 문제는 복잡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적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저는 운동을 어떻게 해야 될까요?” 라고 질문하세요. 답은 복잡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희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스스로 익히실 수 있게 구성하려고 노력했어요. 호흡도 배우고, 다치지 않게 상하체 쓰는 법도 배우고, 일반적으로 근력을 키우는 법도 배우고요. 프로그램이 복잡하다 보니 한마디로 필라테스 센터다, 헬스장이다, 이렇게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이고요.

복잡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복잡하진 않아요. 상식선에서의 복잡성이니 많이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참고 자료


01. 팀버모듈러 대표님이 쓴 책은 여기서 찾아보실 수 있어요.

제목 : 운동 독립 (내 몸을 스스로 책임지는 운동 설계법)

 

02. 체육관 경복궁역 근처에 위치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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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피

    0
    7 days 전

    '어차피 서비스에 만족하면 자연스레 주변 지인이든, 소셜미디어 포스트든 공유를 하게 되리라 생각했어요. 실제로 PT 이후에 포스팅을 해주셨고, 그렇게 한 초기 고객 모집분이 가장 컸었습니다.' '저는 창업할 때 무조건 6개월 안에 투자 비용을 회수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 이상 늘어지면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거나 기회비용을 곱씹으며 후회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봤거든요.' 해당 부분이 소규모로 비즈니스하는 것을 잘 보여준 것 같아 좋았습니다. 혼자 하면서 터득한 운영 노하우 같은 것도 더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ㅋㅋ, 건강에 많은 분들이 관심이 있는데, 이번 스토리는 보편적으로 다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네요. 과소 평가된 운동인 호흡법에 대해서 더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임스 네스터가 쓴 <호흡의 기술>을 사러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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