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아빠가 아시아고양이수의사회 회장?

태반 달린 채로 구조된 길냥이 '누룽지'의 기적같은 스토리

2026.06.25 | 조회 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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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차가운 바닥에 버려지게 되는 생명들이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누룽지’ 역시 탯줄과 태반이 떨어지지도 않은 채 어두운 지하주차장에서 죽음을 맞이하던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1분 1초가 급박했던 그 순간, 누룽지의 묘생을 통째로 바꾼 기적 같은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시아고양이수의사회 회장이자 누룽지의 든든한 아빠가 된 김지헌 원장님과 누룽지의 이야기, 지금 들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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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가운 주차장 바닥에서 구조된 아이

2024년 10월 1일. 태어난 지 불과 몇 시간도 되지 않은 듯한 아주 작은 길고양이가 주차장 바닥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어미에게 버려진 것인지, 탯줄은커녕 핏기 어린 태반조차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바닥에 있는 것을 한 구조자가 발견한 것이죠. 조금만 늦어도 지나가는 차에 치이거나 차갑게 식어버렸을 절체절명의 순간. 구조자의 손길이 아이의 생명을 향해 뻗어왔고, 아이는 품에 안겨 황급히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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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직감으로 느껴진 묘연

사실 저는 오랫동안 고양이 임상 수의사로 일해왔지만, 역설적이게도 고양이 알레르기가 너무 심해 집에서 고양이를 반려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반을 달고 가느랗게 숨을 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본 순간, 머릿속에 섬광처럼 한 가지 생각이 스쳤습니다.

'아, 이 아이 우리 집으로 가겠구나...'

그동안 수많은 보호자분들께서 말씀하시던 운명 같은 '묘연'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거구나 싶었습니다.

구조 당시 누룽지는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해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탯줄에 매달린 태반 때문에 치명적인 감염 위험에 노출된 위태로운 상태였습니다. 응급 처치로 태반을 분리하고 탯줄을 소독하는 수술을 마친 뒤, 인공 포유 사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인공포유 했을 경우, 생존율은 50%도 안되지만 아이를 살리기 위한 일념으로 의료진은 24시간 동안 매달려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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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아이를 매일 케어하는 동안, 저는 제 알레르기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조심스레 아이에게 얼굴도 비벼보고 만져보았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이 아이에게만큼은 신기할 정도로 알레르기 증상이 심하게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소식을 들은 가족들도 너무 보고 싶어해 병원에 몇 번씩 와서 아이를 만났는데, 다행히 가족 모두 알레르기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우리 집 막내가 될 준비를 마치고 있었습니다.

 

#3. 병원 스태프들과 치열한 입양 경합, 그리고 반전의 투표

하지만 누룽지를 집에 데려오기까지는 예상치 못한 큰 고비(?)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병원의 온 스태프가 서로 이 아이를 데려가고 싶어 치열한 입양 경합이 붙어버린 것입니다. 다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누룽지에게 푹 빠져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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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병원 식구들과 공정한 서바이벌을 치르기로 했습니다. 이름 공모전을 열어 '블라인드 투표로 이름이 결정되면, 그 이름을 지어준 사람의 집으로 입양을 보낸다'는 룰을 만들었죠. 누가 어떤 이름을 지었는지 철저히 숨긴 채 긴장감 넘치는 투표가 진행되었습니다.

개표 결과, 최종 당첨된 이름은 아이의 털 색깔과 똑 닮은 ‘누룽지’였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이름을 지어준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저의 '큰딸'이었고요. 정말 기적처럼 온 우주가 누룽지를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려고 도운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치열한 경합 끝에, 누룽지는 우리 집 정식 막내딸이 되었습니다.

 

#4.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막내딸의 반전 근황

어느덧 시간이 흘러 우리 누룽지는 중성화 수술도 씩씩하게 마치고, 아픈 곳 하나 없이 건강한 미묘로 잘 자라고 있습니다. 비록 얼마 전 심한 설사로 병원에 잠시 입원하는 소동이 있긴 했지만요. 재미있는 건, 태어난 첫날부터 자란 고향 같은 병원인데도 이제는 병원에만 오면 그렇게 싫다고 하악질을 해대는 귀여운 '진상 고양이'가 됩니다. "나 이제 다 커서 건강하니까 참견 마세요!"라며 시위라도 하듯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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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의 누룽지는 그야말로 영리하고 깜찍한 똑순이입니다. "까까 줄까?"라는 말 한마디면 쏜살같이 달려와 얌전하게 '앉아'까지 해내는 천재적인 개인기를 선보이곤 합니다.

무엇보다 제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얼굴을 맞추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요. 누룽지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현관문을 들어설 때면 하루의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고 절로 행복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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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에게 찾아온 변화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우리 집 막내 누룽지는, 특히 사춘기를 지나며 예민해진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가장 큰 힘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것, 그것이 누룽지가 우리 가족에게 선물한 가장 큰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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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행복한 고민도 생겼습니다. 누룽지를 두고 멀리 여행을 떠나기가 어렵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온 가족의 여행길이 막히게 된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워야 할 때면 지인들이 돌아가면서 집에 와 누룽지와 놀아주곤 하는데요. 다행히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인싸' 성격이라, 새로운 삼촌이나 이모들이 오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반겨주어 얼마나 기특한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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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의 차가운 바닥에서 태반을 단 채 외롭게 울고 있던 유기묘 '누룽지'는 이제 없습니다. 매일 우리 가족에게 넘치는 웃음과 치유를 선물하는 최고의 복덩이, 제 사랑스러운 딸 '누룽지'만 있을 뿐입니다.

처음 손을 내밀어 준 구조자의 따뜻한 마음과, 알레르기도 뛰어넘게 만든 누룽지와 저희 가족의 특별한 인연을 앞으로도 많이 응원해 주세요.

누룽지! 아빠 품에서 까까 많이 먹고,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자.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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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적멍냥 스토리의 주인공

아시아고양이수의사회 회장이자 잠실ON동물의료센터 김지헌 원장 & 누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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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의 운명 같은 첫 만남부터,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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