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수의사들

집요한 수의사가 심장에 미치면 일어나는 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한 수의사의 심장 정복기

2026.09.03 | 조회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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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헬로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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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인터뷰에서 대전 ‘숲 동물의료센터’ 김종만 원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다음 인터뷰이는 바쁜 일정이신 관계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따라서 에디터는 어떤 분을 소개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최근 수의계에서 가장 뜨거운 활약을 보여주신 분이 떠올랐어요. 

국내 최초 이첨판폐쇄부전증 개심술 성공 팀 출신이자, 현재 가장 활발하고 성공적으로 심장 수술을 이어나가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는 수의사. 또 다른 도약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신 엄태흠 원장님 만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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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한 분야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결단


Q. 새로운 병원을 준비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개원을 결심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심장 수술을 시작한 지 벌써 3년이 되어갑니다. 수술을 마치고 나면 보호자분들과 처음 3개월은 매일 긴장을 놓지 못해요. 그러다 아이가 약도 끊고 심장병에서 완전히 '졸업'하는 시기가 오면, 보호자분들께서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꺼내시더라고요. 솔직히 고난도 수술인데 서울이 아닌 지역까지 오기가 고민이 많았다고요. 저는 잘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었는데, 여러 보호자분이 입을 모아 말씀하시니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유로는 기존 종합병원 체제에서의 딜레마였습니다. 제가 심장 수술에 집중한다고 해서 종합병원 전체의 방향성을 마냥 심장 전문으로만 포지셔닝하기엔 한계가 있었죠수의사로서 한 분야에 확실한 방점을 찍고 싶었고, 가장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영역에서 가장 전문적인 병원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로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독립 개원을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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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렇다면 새 병원에서는 오로지 개심술만 진행하시는 걸까요?

아니에요. 심장 수술을 하려면 내과적인 관리도 필요하니 내과 진료도 함께 진행합니다. 다만, 내과적 진료만 필요한 환자라면 일반 병원에서 편하게 진료받으시는 것을 권할 예정이에요. 

또한 심장 수술이 ‘개심술’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선천성 심장병 치료부터 중재적 시술, 그리고 수많은 개흉 수술 경험에 기반한 고난도 흉부외과 수술까지 심장에 관한 모든 옵션을 다룹니다. 아이가 '이 치료는 이 병원에서, 저 치료는 저 병원에서' 찾아다니는 난감한 상황 없이, 모든 치료 가능성을 한곳에서 판단받을 수 있는 병원이 되는 것이 목표이죠. 물론 고양이 HCM(비대성 심근증)처럼 아직 수술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도 있지만, 이 역시 반드시 도전하려고 합니다.

 

Part 2. 멈추지 않는 도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동력은


Q. 이미 안정적인 위치에 계심에도 계속해서 한계에 도전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질환은 일정 단계에 다다르면 ‘생명 유지’ 정도에 만족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산책도 안 되고, 흥분하면 위험하니 짖는 것조차 못하게 해야 하죠. 아이의 삶의 질이 눈에 띄게 떨어지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저 "사는 동안 밥 잘 먹고 예쁨 받으며 살자."가 최선이었죠.

하지만 거기서 그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계에 부딪힌 질병을 완전히 극복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한계를 하나씩 넘어서며,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성향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상태가 악화된 환자들을 마주하면 반드시 살려내고 싶은 마음에 온 신경이 곤두서며 깊이 몰입하게 됩니다. 비유하자면 마치 스쿠버다이빙 같아요. 물밑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위험해지듯, 수술실 역시 제가 집중하지 못하면 생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거든요. 하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 무조건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중압감이 저를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렇다 보니 4~5시간이 넘는 수술을 진행해도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것 같아요.

9시간을 기록했던 대수술
9시간을 기록했던 대수술

Q. 국내 수의학계에서 드문 개심술을 어떻게 배우고 준비해 오셨나요?

우리나라 최초로 개심술에 성공했던 수술팀의 일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사람 의학 논문과 수술 과정을 철저히 분석했고, 해외 수의학 논문은 없을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었죠. 하나에 빠지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나무위키 하나를 켜도 새벽 5시까지 찾아보는 편이거든요. (웃음) 수술팀 시절 쌓은 귀중한 경험과 개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2024년에 성공을 거둘 있었습니다.

 

Part 3.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Q. 지금까지 수술했던 환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다면요?

일본에서 개심술을 받고 온 아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수술 부위가 다시 좁아져 상태가 악화한 케이스였죠. 보호자가 일본 병원에 문의했으나 "약물 치료 외에는 재수술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 상황이었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도 타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를 재수술한 전례는 없었기에 부담과 걱정이 엄청났죠. 내가 직접 집도한 수술이어야 구조와 설계도가 머릿속에 명확히 그려지니까요.

하지만 10살이라는 나이와 "방법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해 보자" 보호자님의 간절한 마음에 재수술을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지금은 약조차 먹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전례가 없다고 해서 포기해야 하는 생명은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고마운 환자입니다.

 

Q. 개심술의 높은 비용과 리스크 때문에 고민하는 보호자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해 주시나요?

동물용 심장 수술 소모품은 따로 생산되지 않아서 전부 사람용 수술 자재를 가져다 씁니다. 수술 한 번에 쓰이는 일회용 소모품비만 수백만 원에 달하죠. 사람 수술이라면 국민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으니 환자 본인 부담금이 훨씬 적어지지만, 동물병원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다 보니 그 비용은 온전히 보호자 몫으로 돌아가요. 게다가 심장 수술은 일반 수술과 달리 수의사를 중심으로 약 8명의 전문 인력이 투입되어 4~5시간 동안 집중 수술을 진행합니다. 그렇다 보니 사회적 구조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수술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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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현재 수술의 안전성은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제가 곧 수의외과 분야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수의외과학회(ACVS)에서 반려견 53마리의 연속 수술 결과를 구두 발표할 예정인데요. 심장병 환자의 마취 및 수술 성공률이 98%에 달한다는 성과를 공유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심장병이 있는 환자들이 4~5시간 수술하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제가 수술한 환자들의 대다수는 D단계, C단계 환자들이었거든요. 그러니 이제 대한민국에서도 심장 수술은 매우 안전한 치료법이라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100% 안전한 수술은 없으며, 투입하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할 있다는 점은 보호자께서도 반드시 인지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병이 진행 중이라면 증상이 너무 악화되기 전, 그러니까 건삭 파열이나 폐수종이 왔다면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가장 적극적이고 확실한 치료법이 있습니다

 

Part 4.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Q. 개원을 앞둔 지금의 심경과 함께, 앞으로 어떤 수의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이미 보장된 길을 두고 왜 자꾸 위험한 도전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포기해야 했던 생명을 이겨내게 돕고,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한 수의사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길을 개척해 두면, 그다음 누군가는 조금 더 쉽게 따라올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나둘 쌓이다 보면 심장 수술에 대한 대중과 수의계의 인식도 자연스럽게 바뀔 거예요. 저는 심장 수술이 특별한 치료법이 아닌,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당연하고도 다양한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솔직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은 듭니다. 새로운 길을 가는 것 자체가 많은 것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동물들은 저를 힘들게 하지 않아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아이들을 보며 힘을 냅니다. 키우던 반려묘가 떠나고 아직은 새 반려동물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지만, HCM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살려내다 보면 언젠가 저에게도 다시 최고의 반려동물을 만날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때를 위해 꺾이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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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흠 / 뉴하트동물심장센터 대표원장

국내 최대 이첨판 폐쇄부전증 수술 이력을 보유한 동물 심장수술 전문가!

경북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충남대 수의외과학 석사 과정을 이수 중이며, 여러 대학의 겸임 및 외래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계십니다. :)

2026년 10 중순, 서울 강남의뉴하트동물심장센터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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