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 헬로코니

지난 <수의사의 수의사들>에서는 부산 최초로 고양이 전문병원을 열고, 국내 최초로 고양이 친화병원 인증을 받은 부산 다솜동물메디컬센터 김성언 원장님의 이야기를 전해 드렸는데요. 김 원장님께서 다음 인터뷰이로 대전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계신 ‘숲 동물의료센터’ 김종만 원장님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청주에도 있는 MRI가 왜 대전엔 없지?"
대전 반려인들을 위해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6억 원대의 대담한 모험을 강행했던 김종만 원장님.
1인 병원 시절 대기실을 늘 북적이게 만든 뜻밖의 영업 비밀부터, 삶의 태도를 배우게 한 보호자와의 에피소드까지! 대전을 너무 사랑한 한 수의사의 솔직하고 감동 깊은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Part 1. 일본에서 시작된 '대전 최초의 2차 병원'의 꿈
Q. 1인 병원으로 시작해서 지금의 '숲 동물의료센터'가 되기까지 긴 변천사가 있었을 것 같아요. 원장님은 어떤 수의사, 어떤 병원을 꿈꾸셨나요?
1996년에 수의사 면허를 따고 한창 일하던 중, ‘나는 어떤 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확실한 계기가 생겼어요. 1998년 일본 홋카이도 오비히로 대학으로 공부를 하러 갔을 때 한 개인 병원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요.
당시 우리나라 동물병원 실정은 혈액검사 장비도 거의 없을 때라 백혈구, 적혈구도 일일이 염색해서 카운팅하던 시절이었거든요. 초음파 장비도 중고를 놓는 게 다반사였고요. 그런데 그곳의 개인 병원은 4층짜리 전용 건물에 주차장, 진료실, 수술실, 원장실까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더라고요. 단순히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진료를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곳이었죠. '이게 진짜 병을 치료하는 병원이구나’ 싶었죠. 한국에 돌아가면 꼭 이런 병원을 차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어요. 저 포함 세 명이 의기투합해 개원했지만 경영이 어려워 1년 만에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13년 동안 1인 병원을 운영하다가, CT와 MRI를 갖춘 2차 병원의 꿈을 더는 미루지 말자고 결심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전에 MRI가 있는 동물병원이 단 한 곳도 없었어요. 사실 자존심이 좀 상했죠. (웃음) "청주에도 있는 MRI가 왜 '대전광역시'에는 없는가!" 말이 안 된다 싶어 결단을 내렸는데, 막상 준비하려니 주변에서 모두 말렸습니다.
당시 CT와 MRI를 도입하려면 6억 원 정도는 필요했거든요. 장비와 건물 확장, 부속 장비까지 마련하려면 더 들고요. 지금도 큰 액수인데 11년 전이면 더했죠. 선배들은 "보호자들이 MRI를 얼마나 찍겠냐, CT만 해라"라며 말렸어요. 하지만 무모할 수도 있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그런데 결정을 내리고 나니 주변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시더라고요. 전에는 대전에 장비가 없어 MRI가 필요한 아이들을 서울이나 대구로 보냈었는데, MRI가 필요한 환자들을 저희 병원에 보내 주시더라고요. "이 병원 망하면 안 된다"면서요. (웃음) 그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참 운이 좋았죠.

Part 2. 별명이 '30분'이었던 수의사
Q.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찾아주는 보호자들의 신뢰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인데요. 원장님만의 경쟁력은 무엇이었나요?
1인 병원 시절 제 별명이 ‘30분’이었어요. 환자와 보호자를 만나면 기본 30분씩 진료를 본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죠. 다음 보호자가 올 때까지 이것저것 알려 드리다 보니 진료 시간이 길어졌던 건데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게 경영의 비결이었더라고요. 본의 아니게 대기실이 늘 북적였고, 보호자들 사이에서 "그 병원 엄청 바쁘다더라." 소문이 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찾아오시게 된 거죠.

Q. 무엇을 그렇게 알려주셨어요?
지금이야 유튜브나 블로그에 발톱 깎는 법, 귀 청소, 배변 훈련법이 잘 나와 있지만, 그때만 해도 보호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궁금해 하시는 걸 잘 알려 드렸어요.
예를 들어 아이가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혼내면, 아이는 '대소변을 보면 혼나는구나'라고 오해해서 보호자 눈을 피해 다른 곳에 실수를 하거든요. 이럴 땐 패드에 제대로 볼일을 보았을 때 폭풍 칭찬을 해 주는 게 맞죠. 이러한 행동 교육부터 홈케어 방법까지 알려드리다 보니 자연히 진료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요. 게다가 어느 한 분에게만 그렇게 해 드리면 다른 분들이 서운해하시니까, 다른 보호자분께 똑같이 정성을 들이게 된 거고요. 의식해서 한 행동이라기보다는 진심으로 다 알려 드리고 싶었던 마음이었기에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때 보호자분들과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시간들이 지금 우리 병원을 지탱하는 튼튼한 기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Part 3. 나를 성장시켜 준 인연들
Q. 그럼 그동안 수많은 보호자를 만나셨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으신가요?
사모예드를 키우시던 대학 교수님이 계세요. 인연을 맺은 지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그분은 대형견을 키우며 그 매력에 푹 빠지셨는데, 그러다 학대받고 유기된 대형견들을 하나둘 거두기 시작하시더니 결국 사비를 털어 유기견 보호소까지 차리셨어요. 본인 월급을 전부 거기에 다 쓰셨죠.
사실 좋은 의도로 시작했다가도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 본질이 흐려지거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잖아요. 하지만 그분은 전혀 그렇지 않으셨어요. 정말 순수한 진심이었죠. 한때는 100마리 가깝게 데리고 계셨는데, 계속 입양을 보내시면서 지금은 60마리 정도 돌보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진료비를 할인해 드리는 게 고작이었던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참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저렇게까지 하지 못하는데…' 싶어 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그분을 보며 수의사로서, 또 사람으로서 더 정직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진정한 희생과 헌신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분입니다. 저를 인간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성장시켜 주신 고마운 분이고요.
Q. 원장님께서도 특별한 반려견이 있으시잖아요.
저희 병원의 마스코트이자 할아버지 강아지 '바우' 말씀하시는군요. 바우는 숲 동물의료센터 전신인 아프리카 동물병원을 할 때 만난 아이예요. 구청에서 광견병 주사를 맞은 뒤 갑자기 뒷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 상태로 병원에 왔죠.
열심히 침 치료도 해 봤지만 호전되지 않자, 보호자께서 안락사를 말씀하시더라고요. 겨우 두세 살 남짓한 어린아이였고 참 영리했는데, 안락사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너무 착잡했습니다. 보호자분도 아이가 깡충깡충 뛰며 뒤따라오는 행복한 반려 생활을 꿈꾸셨을 테니 그 마음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었죠.
사실 저는 평소 굉장히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입니다. 그런데 바우의 안락사만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보호자분께 "제가 알아서 책임질 테니 두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훗날 숲 동물의료센터를 오픈하고 MRI가 들어왔을 때 바우를 검사해 보니 원인은 척수염이었어요. 그에 맞는 치료를 열심히 해 주었죠.
뒷다리가 조금 불편할 뿐, 다른 곳은 너무 건강한 바우는 벌써 저와 함께한 지 15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바우를 얼마나 예뻐하고 챙기는지 몰라요. 자기 강아지가 아닌데도 때 되면 밥과 간식을 챙기고, 산책시키고, 대소변을 치워 주는 모습이 경이롭죠. 정말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동안 우리 곁을 지켜 주는 바우나, 대가 없이 동물을 아끼고 사랑해 주는 직원들을 보면 존경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Part 4. 여전히, 대전을 위해 일하는 수의사
Q. 한 병원의 원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대전시수의사회 회장으로도 활약하고 계시잖아요. 대전의 반려인들을 위해 준비 중인 소식이 있을까요?
올해 10월 25일에 '대전동물사랑큰잔치'가 열립니다. 제가 학창 시절부터 이어져 온 역사 깊은 행사인데요. 올해는 대전시청 앞에서 충남대 수의과대학 학생회, 대전시 유기동물보호소팀, 그리고 대전시수의사회까지 세 단체가 힘을 합쳐 최대 규모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보호자분들이 풍성하게 즐기실 수 있도록 예산도 넉넉히 확보했고, 수의사 건강검진 코너도 외과·내과·영상진단팀으로 세분화해 한층 전문적인 진료 상담을 받아보실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대전의 많은 반려인분께서 관심 가져 주시고 찾아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원장님께서 다음 인터뷰이를 지목해 주셔야 하는데요. 어떤 분을 소개해 주실 건가요?
임상 경력 3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학구열을 태우시는 분이 계십니다. 매년 국내외 학회와 연수 일정을 묵묵히 소화하시는 모습은, 단순히 개인의 성취나 발전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 마리의 동물이라도 더 살리고, 선진화된 치료를 임상 현장에 전달하고자 하는 사명감 때문이죠.
"진정한 공부란 무엇인가"를 몸소 증명해 주시는 분이자, 수의사로서 제 삶의 이데아이기도 한 4u동물메디컬센터, 동물은 내친구 동물병원 김은태 원장님을 다음 인터뷰에서 꼭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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옘미
좋은 인터뷰 잘 읽었습니다. 특히 '30분 진료'라는 별명이 단순히 진료 시간이 길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보호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고 신뢰를 쌓아 온 시간이었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한 주변의 만류에도 대전 지역 반려동물 의료의 발전을 위해 CT와 MRI를 도입하신 결단과, 바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던 이야기를 보며 원장님의 진료 철학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전의 반려동물 의료 발전을 위해 오래도록 좋은 영향력을 이어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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