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겨울, 한 잔의 차를 생각하다

에디터의 «공예트렌드페어(12.12-12.15)» 위시리스트

2024.12.10 | 조회 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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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 방문하고 보이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

롬아카이브의 Cotton Wool Cup 02 / 백자 / 105 x 75 x 65mm / 35,000원
롬아카이브의 Cotton Wool Cup 02 / 백자 / 105 x 75 x 65mm / 35,000원

구독자 님, 간밤 안녕하셨습니까. 세월이 하수상하여 아침마다 서로 안부를 묻곤 하는 겨울의 초입입니다.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 라고 말하는 우리들이지만 이맘 때에는 따뜻한 한잔의 차가 절로 생각나고는 합니다. 사실 차에 관한 문헌을 보면 옛날 사람들은 여름에 차를 즐겨 마셨다고 해요. 그래서 오히려 '여름에 많이 마시고 겨울에 적게 마시는 것은 차를 올바로 마시는 것이 아니다[夏興冬廢非飮也]'라고 말하고는 했지요.

육우의 『다경(茶經)』을 보면 「육지음(六之飮)」, 여섯번째 장에서 차 마시기의 아홉가지 어려움[茶有九难]을 토로합니다. 그 옛날 물끓이는 법까지 세세하게 기록한 페이지를 읽다보면, 한겨울에 좋은 찻물을 구해 알맞게 끓이고 즐기는 일이 여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오늘, 훈훈한 방 안에 앉아 책장을 넘기며 한 잔의 차를 생각하는 밤. 이번 주 열리는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만날 수 있는 차와 어울리는 공예품과 함께 아침을 열어봅니다.


날빛 | 김예린

다기 세트(teapot set) / 백자토, 산화물 / 133x133x60mm / 230,000원
다기 세트(teapot set) / 백자토, 산화물 / 133x133x60mm / 230,000원

햇빛을 받아서 나는 온 세상의 빛을 뜻하는 '날빛'은 주로 편히 사용될 수 있는 차도구를 제작하는 신생 브랜드입니다. 작가는 기물의 표면에 맺혀진 결정을 통해 빛의 일차원적인 형상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형화된 차도구의 형태에서 벗어나 찻물의 베어듬과 흠에 강하며 견고하게 제작된 날빛의 기물들은 어느 자리에서나 편히 다가갈 수 있습니다.

날빛은 수공예의 가치를 담고자 흙의 정형부터 자체적인 실험을 통해 선별된 유약으로 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기 세트에 사용된 유약은 핑크와 보라의 그 어딘가, 조화로이 섞이는 색감으로 마치 하늘에 일렁이는 오로라를 연상하게 합니다. 올해 공예트렌드페어에 처음 선보이는 날빛의 더 많은 찻그릇을 페어 현장에서 만나요. 

www.instagram.com/nalbit_official


이정현 | 백자일상

백자 청화 상감 파초문 다관 / 합천 백토, 청화 안료 / 150 x 150 x 120mm / 190,000원
백자 청화 상감 파초문 다관 / 합천 백토, 청화 안료 / 150 x 150 x 120mm / 190,000원

백토를 활용해 차도구를 만드는 '백자일상'은 경남 밀양에서 작업하는 이정현 작가가 운영하는 브랜드입니다. 주로 합천, 하동의 백자토를 사용하는 작가는 전통적인 기법을 따르며 선조들의 방법을 경험하고 노동을 가치를 배운다고 해요. 전국 각지의 백토는 흙 상태일 때부터 색깔의 차이가 있고, 완성된 후에도 마냥 희거나 차갑지 않은 한국 백자의 묘미를 드러냅니다.

도자기를 만들 수록 백자일상은 쓰임이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자기를 쓰는 즐거움이 일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 이름을 붙였지요. 작가가 직접 만드는 도자기 유약은 장석유 계열의 투명한 유약으로, 백자 흙의 미묘한 변화를 잘 드러내도록 고심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미세한 철분이 남기도 하고, 따뜻한 상아색을 내기도 하는 백자 다구를 직접 만나보세요.

www.instagram.com/dl_jeong_hyun


정완완 | 사모 티하우스

경전부광합 / 아크릴 / 170 x 170 x 4.80 / 310,000원
경전부광합 / 아크릴 / 170 x 170 x 4.80 / 310,000원

희미한 불빛 속의 난초를 연상시키는 정완완 작가의 아름다운 아크릴 합을 소개합니다. 작가는 현대적인 소재인 아크릴을 사용해 전통적 주제인 다구를 모던한 느낌으로 재해석하였습니다. 창덕궁 옆 사모 티하우스와 함께 이번 공예트렌드페어에 참가하는 작가의 다구는 한잔의 뜨거운 차와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매력적인 순간을 선사합니다. 

아름다운 빛이 투과되는 장면과 달리, 어쩌면 아크릴이라는 물성이 차와 맞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전에 산수화티하우스와도 함께 했던 작가의 이력과 티하우스의 후기를 통해 이런 고민을 잠재우게 됩니다. '청자도 올리고 조선백자도 올리고 명나라 청나라 골동다구도 함께 씁니다. 현대 도예작가들의 작품은 물론이고요.'

www.instagram.com/wanwannder


김재경 | 애호

애호 손잡이 컵 / 슬립 / 73 x 103mm / 26,000원
애호 손잡이 컵 / 슬립 / 73 x 103mm / 26,000원

일상에서 항상 차도구를 갖춰서 사용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만, 가볍게 티백을 우릴 수 있는 머그컵에 손이 더 자주 가곤 합니다. 여러 머그 중, 모던하면서도 차와 어울리는 다양한 컬러의 애호 손잡이 컵을 소개합니다. 독특한 손잡이가 포인트로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꾸준히 '애호'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유약을 시유한 머그 컵을 선보여왔어요.

백자 흙에 검은 점박 무늬를 입힌 흑임자 컵, 점박 무늬와 함께 노란빛을 띠는 율무 컵, 은은한 블루 결정이 매력적인 빈티지 블루 컵 등 다양한 색깔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핸드메이드 수공예품만의 장점입니다. 오랜만에 새 옷을 입는 애호 시그니처 컵, 소장가치 높은 하나뿐인 색상들을 페어 현장에서 만날 수 있어요.

www.instagram.com/ae__ho


오띠오 | 윤예진

하트음각 플레이트 / 자작나무 합판, 옻칠, 토분, 찹쌀풀 / Ø200 x 15mm / 110,000원
하트음각 플레이트 / 자작나무 합판, 옻칠, 토분, 찹쌀풀 / Ø200 x 15mm / 110,000원

저는 차도구와 함께 자주 옻칠 플레이트를 사용하는데요. 다관이나 잔을 받치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다식을 함께 낼 때 쓰기도 합니다. 오띠오는 올해 처음 공예트렌드페어에 참가하는 신규 옻칠 브랜드입니다. 이처럼 페어 현장에서는 종종 현대적이고 새로운 해석이 눈에 띄는 다양한 옻칠 브랜드를 만날 수 있어 전시장을 찾는 즐거움을 더하는 것 같아요.

사진 속 오띠오의 옻칠 접시는 빨간 색에 열지어 콕 박힌 하트 모양이 연말 느낌을 물씬 살리는 것 같아요. 가넷 색상이 돋보이는 옻칠 하트음각 플레이트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이즈라고 하네요. 온라인에 미처 다 올라가지 않은 더 큰 사이즈의 테이블 매트도 다양한 색상으로 준비되어 있으니, 현장에 가면 꼭 들러보시길.

www.instagram.com/_ottio


이상, 프리뷰(라고 쓰고 장바구니 위시리스트라고 읽는 글을) 마칩니다. 더 많은 브랜드와 작가님을 공예트렌드페어 홈페이지에서 살펴보세요(www.kcdf.kr/craftrendfair). 저는 아마 주말에 슬쩍 다녀올 것 같아요. 보이는 것에 대해 말하는 뉴스레터 에디터답게 곧 올라올 예쁜 그릇 후기도 기대해주세요, 생생한 사진은 비지터씨 인스타그램에서 만나요!

www.instagram.com/visitor.see

첨부 이미지

 

비고

메인 이미지로 쓰인 예쁜 목화솜 손잡이 컵은 롬아카이브 제품입니다 :)

www.instagram.com/loam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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