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지난 주말에 친구 부부와 함께 캠핑에 다녀왔습니다. 예전에는 자주 갔었는데, 작년에 아이가 태어나서 2년 만의 간 캠프였습니다. 핸드폰도 안 터지는 곳에서의 모처럼의 캠프는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친구 부부는 카셰어로 전기차를 빌려서 갔었는데요, 이게 앱을 통해 문을 여는 방식이었습니다. 다 좋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지 않는 문제가 생겼고, 핸드폰도 안 되는 곳이어서 고객센터에 전화도 할 수 없는 해프닝이 벌어졌습니다. 게다가 전기차였기 때문에 중간에 배터리가 방전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결과적으로는 2시간 정도 걸려서 어찌어찌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이런 일을 겪어보니 차가 한대 밖에 없는 사람들은 전기자동차는 역시 약간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제가 운영하는 GREE LP Fund US의 포트폴리오 VC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한 곳에서 디너를 호스트 했습니다. 대형 패밀리 오피스 운용사부터 수십조 원 펀드를 운용하는 대형 세컨더리 운용사까지 몇몇 투자자 (LP)들만 참가한 소규모 프라이빗 디너였는데요, 최신 AI 기술부터 마크로 시장 트렌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저는 VC의 성과와 관련된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예전에 "#135 VC 투자 성과에 대한 차가운 진실"을 통해 VC의 운용실적에 쓰이는 몇 가지 중요한 지표에 대해서 설명드렸듯이, VC의 운용실적에 있어서는 DPI가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이는 한마디로 VC펀드에 투자를 한 투자자 (LP)들에게 실질적으로 반환된 금액의 배수입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00달러를 투자하고 DPI가 3배라면 투자자는 300달러를 돌려받은 것입니다. 이 지표는 더 이상 논쟁의 여지가 없는 아주 심플하고 가장 중요한 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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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VC 업계에서는 TVPI 또는 MOIC가 더 널리 사용됩니다. 이 지표에는 실현된 가치 (DPI)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많은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는 미실현 가치도 포함됩니다. 간단히 말해, 어떤 펀드가 주당 100달러의 밸류에이션으로 10개 기업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5년 후 10개 기업의 가치가 모두 주당 300달러가 되었다면, 이 펀드의 MOIC는 3배가 됩니다 (TVPI는 이보다 낮아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 회사들이 실제로 주당 300달러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이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재무 정보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즉 공정시장가치 (Fair Market Value)를 알기가 힘듭니다. 특히 요즘은 스타트업이 아직 비상장일 때 VC나 스타트업이 책정한 밸류에이션과 실제 IPO후의 공개 시장에서 밸류에이션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즉, 위의 예로 돌아가면 주당 300달러는 검증되지 않은 가치가 됩니다.
VC가 의미 있는 밸류에이션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그들 VC에 투자를 하는 LP (Limited Partners) 들의 책임입니다. 즉 10개 스타트업의 가치가 정말 주당 300달러라는 데 동의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LP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은 회계 감사 보고서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물론 이 숫자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다른 제삼자가 감사를 하는 숫자이기 때문에 보지 않는 것보다는 당연히 낮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모든 LP가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투자처 스타트업이나 공동투자자와 같은 주변인들에게 전화를 하여 해당 VC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한 확인을 하는 레퍼런스 콜 (reference call)은 잠재적 LP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입니다. 저는 투자를 하기 전에 여러 차례 레퍼런스 콜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잠재적 LP가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너 테이블에서 제 바로 맞은편에 앉아 계셨던 LP로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한 분은, 모든 LP가 VC에 대한 충분한 수준의 평가를 하지 않아 결국 돈을 받지 말아야 할 펀드에도 돈을 주고 있다고 한탄했습니다. 당연히 저는 이러한 일이 미국보다 덜 성숙한 VC 시장을 갖고 있는 한국에서는 더욱더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VC의 고객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스타트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LP입니다. VC업계가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VC가 투자를 하는 스타트업 자체도 레벨업을 해야 하지만, VC에게 돈을 주는 LP도 레벨업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하고, 마땅히 해야 할 평가를 해야 합니다. LP가 충분한 소양을 갖추지 못한 채 돈을 투자하면 VC의 질은 향상되지 않습니다. 정말 실력 있는 VC가 아닌 그냥 그런저런 VC들에게 돈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고퀄 LP가 더 많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VC시장이 더더욱 성숙해지는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GREE LP Fund도 앞으로 조금이나마 그러한 흐름에 공헌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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