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열한 번째 음악단어편지입니다. 저는 영기획을 운영하는 하박국이고 구독자 님에게 제 궁금증을 던지려 합니다.
문득 이 뉴스레터를 받아보는 분들이 어떤 분들일까 궁금해졌습니다. 그 분들은 이 뉴스레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도 궁금해졌고요. 저는 이 뉴스레터를 통해 뭘 하고자 하는 걸까도 궁금해졌습니다. 이 궁금증은 뉴스레터를 만들기 전 해결했어야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워낙 이치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보고 계시는 건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라는 인디펜던트 레코드 레이블의 공식 뉴스레터입니다. 뉴스레터를 작성하는 이는 영기획을 운영하는 유일한 직원 하박국이고요. 하나는 기업이고 나머지는 사람이기에 같은 존재로 분류될 수 없음에도 둘은 종종 같은 개념으로 쓰이거나 의미가 엇갈리곤 합니다. 살아 있는 기업 또는 기업화된 사람이랄까요. 기왕 이렇게 된 거 영기획의 뉴스레터지만 잠깐 영기획을 떼어 놓고 ‘음악 단어 편지’의 단어로 취급해 적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기획은 2012년 6월 18일 생겨난 인디펜던트 레코드 레이블입니다. 저는 레이블 앞에 ‘레코드’라는 단어를 꼭 붙여요. 음반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기록’이라는 의미로도 쓰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거든요. 영기획이라는 이름은 정확히 영기프티드앤왝(YOUNG,GIFTED&WACK Records)의 약자입니다. 영기왝이 맞는 표현이지만 빠르게 ‘영기왝’이라고 발음할 때 ‘왝’보다는 ‘획’으로 들려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영기획이라고요?’라고 물으면 ‘아뇨 영기(입을 앞으로 내밀며)왜액이 맞는 표현이에요’라고 일일이 답변하기 귀찮더라고요. 자연스레 영기획으로 줄임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렇다면 영기프티드앤왝은 무슨 뜻일까요?
흑인 음악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 쯤 이 노래를 들어보셨을 거예요. 니나 시몬(Nina Simone)의 버전이 가장 유명한 ‘To be Young, Gifted & Black’이라는 곡입니다. 이 표현은 브로드웨이에서 최초로 자신의 쇼를 올린 흑인 여성 작가 Lorraine Hansberry의 연극 ‘To Be Young, Gifted & Black’에서 따온 것입니다. 제가 이 표현을 처음 본 건 도쿄 넘버원 소울셋의 앨범에서예요. 이들은 이 표현을 패러디해 ‘Young, Gifted & Slack’이라는 앨범을 발표했었죠. 즉, ’YOUNG,GIFTED&WACK’은 ‘Young, Gifted & Black’을 패러디한 ‘Young, Gifted & Slack’이라는 표현을 다시 패러디한 표현입니다. 제가 원래 한 번 꼰 걸 다시 꼬는 걸 좋아하다보니 이런 이름을 갖게 됐네요.
‘WACK’이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로 쓰입니다. ‘형편없는’, ‘매우 이상한’ 같은 의미를 갖고 있죠. ‘Young, Gifted & OOOO’은 부정적인 단어에 역설을 담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ACK’라임이 맞는 단어를 찾다 평소 좋아하던 ‘WACK’이라는 단어를 붙여 ‘YOUNG,GIFTED&WACK’이라는 레코드 레이블 이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모두 대문자로 쓰는 이유는 그냥 예뻐 보여서인데 요즘 빌리 아일리시와 같은 젠Z 세대는 정확히 저와 같은 이유로 대문자를 안 쓰는 추세라 하더라고요.
(2)편에서 계속
영기획을 처음 만들게 된 건 로보토미라는 아티스트의 <LEMON>을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친구이자 팬으로서 음반을 기다리기 너무 애가 타 제가 제작을 할 테니 음악만 만들라고 했죠. 그리고 이 음반은 아직까지 발매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LEMON>을 제작하기 위해 만든 레코드 레이블인데, <LEMON>을 제작하는데 실패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실패한 레이블 대표입니다.' 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용도로 <LEMON>은 쓰이게 됩니다. 대신 원래 로보토미와 상의 후 <LEMON>을 발표하려다 만 음원을 모아 <protoLEMON>이라는 이름으로 음원을 발표했어요. 그 후 <LEMON>을 발표하고 <postLEMON>까지 총 3부작 <LEMON>을 발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위에서도 밝혔듯 전 실패한 레코드 레이블 대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protoLEMON>에 실린 대표곡 'mybestfiend' 영기획 초창기부터 항상 들었던 곡이라 지금 들어도 그때의 기분이 살아나는 것 같아 좋아해요.
구독자 님은 이 뉴스레터를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혹시 본 뉴스레터를 구독하면서 궁금하거나 의문이 생긴 점은 없나요? 있다면 댓글로 알려 주세요. 한 분을 뽑아 작은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다음주 화요일에 다시 만나요! 🎁
댓글 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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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짧은 스물열 몇 해를 살아보니 기록하는 사람 중 성장하지 않은 이가 없더라고요. 제가보는 박국님은 지식을 수집하시며 정통하시는데에 능하신것 같아요. 중요한것은 소중한 지식을 이렇게 널리 알리고 공유하신다는것이 사회환원차원(?)에서도 참 의미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전공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알기쉽게 설명해주시는 점이 갈수록 흥미롭습니다. 궁금한것1.글을 프린팅하거나 유료화하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2.음악 외에 소개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실까요? 3.뭘드시고 그렇게 멋지신가요. 유익한데 좋은글 읽기쉬운글 행복해지는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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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우
뉴스레터를 알게 된 계기는 너무 뻔해서 하박국씨를 만나게 된 계기를 대신 적을게요. 제가 기타를 치고 있는 멍구밴드는 주로 두리반에서 공연을 많이 했었는데, 두리반 투쟁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니 공연도 별로 없고 덕분에 밴드 활동도 현저히 줄어들게 되자 심심해진 저는 우연히 단편선이란 친구가 밴드 멤버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참여하게 됩니다. 그러고서는 합주가 끝나면 단편선이 홍대에서 술마시러 다니는걸 따라다니며 많은 친구들을 만나곤 했는데 어느날 하박국씨를 (물론 그 전에도 두리반에서 종종 지나치거나 보곤 했지만) 만나서 같이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죠. 그게 아마 2012년 12월 31일에서 2013년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과메기에 소주를 같이 먹었던게 기억에 남네요. ㅋㅋ 뉴스레터는 재미있게 잘 읽고 있답니다. 글쎄 지금은 딱히 궁금한 건 없고 꾸준히 좋은 내용 계속 연재해주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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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환
뉴스레터를 받는 사람중에 50대는 별로 없을듯 한데 하박국님을 알게된건 음악이아니라 다른 인연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작은 원룸에서 무엇을 하시는지 늘 궁금하고 호기심이 많이 있었으나 친해지지는 못한것 같네여 나이를 먹는다는게 배움을 잃어버리는일과 마음의 열정이 사그라드는것과 같이 진행되는 일인듯 합니다 음악을 어려서 많이 듣고 좋아하였다고해서 계속듣기도 새롭고 최신트렌드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저는 헤비메탈듣던 세대였고 가요도 나름 부흥기였던 시절을지나왔습니다 클랙식이든 팝이든 재즈든 어떤 장르든 받아들이는데에 시간과 열정을 보태야 내것이 되는데 그열정이란게 젋음의 축북이져 어렵지만 새로운걸 듣고 알아가는데 재미를 붙이고 싶습니다 예전 스트리밍 방송이나 월드뮤직을 소개하던 minorblue 같은 사이트같은 비주류가 마음이 편합니다 비주류던 언뎌든 인디펜던트던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고 영향주는 실제 예술이든 음악이든 시발점이 되는걸 보아왔고 믿습니다 머리가 굳고 가슴이 식어 잘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맛갈나고 친절한 설명이 많이 도움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내고 글을 쓰셔도 적성이 잘 맞으실듯 합니다 항상 응원하고 감사합니다 열심히 구독할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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