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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만족스러운 소비는 무엇이었나요?

저는 집을 사 본 경험이 가장 만족스러웠어요.

2024.03.06 | 조회 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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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슨한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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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미의 모닝페이지 예시 답변

 집을 사게 한건 돈이 아니라 불안이었다.

어린 시절의 불안,

남자친구의 근무지에 대한 불안.

내가 아프게 될까봐 불안.

내가 원하는 삶의 형태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콱 붙잡아서 내 옆에 두고 싶었다.


집을 사고 나서 드는 생각 중 하나는 평온이다. 욕망이 작아지고 삶이 만족스럽다. 짐을 줄이고 남편과 쓰지 않는 물건을 당근에 내다 팔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오는 산뜻함. 꼭 입을 옷이 아니면 버리고 있다.

 한동안은 다음 이사를 걱정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적게는 5년에서 많게는 15년까지 이곳에서 이사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정감. 아이를 키울 수 있겠다는 희망.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욕망은 소유함으로서 작아진다. 벌써 권태롭기까지하다. 집을 구매한 직후에는 이곳을 쓸만한 곳으로 만들어내야겠다는 강박관념. 집을 사기 전에는 집을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는데. 집이 예쁘게 꾸며지고 살 만해지기까지 하니까 이젠 더 이상 나에게 해야 하는 일 목록이 사라졌다,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 인지만 남은 것이다. 

아이를 낳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 미션을 보류하고 다른 꿈을 더 도전할 것인지. 내게는 더 의무가 남아있지 않다. 생존을 위한 노력은 일단 끝이 났다. 집을 샀고, 이곳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둘 이서 각자 월 이백 오십만원씩 정년까지만 벌면 된다.

이번 달 내가 쓴 용돈은 20여만원, 남편이 쓴 용돈은 40여만원이다. 우리 둘이서 돈을 쓰지 않고 모으면 방 하나를 더 얻어서 더 큰집으로도 갈 수 있다. 술 약속이며 외부 친구를 거의 만나지 않고, 친구들이랑 놀 때에도 집에 함께 모여서 홈파티를 하니 돈이 들어갈 일은 더 적다. 3만원짜리 아롱사태 한 덩이에 야채 한 묶음이면 그럴듯한 소고기 수육을 만들어내는 내 솜씨 덕분일테다. 캬캬.

그러니까 결국은 대단히 도전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생활수준을 유지하면서 늙어 죽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다. 우리는 이 작은 용돈으로 영화도 보고, 연극도 보고, 외식도 하고, 뮤지컬에 클래식 공연도 보고, 다른 사람에게 밥도 가끔 사준다. 

돈을 적게 쓰니 돈에게 덜 메인다. 그게 우리의 비결이라면 비결이 되었다. 남편은 내 요리 솜씨를 자랑하며 온 동네 사람들을 불러 집에 온다. 나는 친구들에게 집안에서 모이자고 한다. 우리집은 파티 장소가 된다. 나는 이마트에서 오만원으로 장을 봐 열 두명을 먹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집을 매매한 이후로 온화한 마음이 절로 피어난다. 

 

너무 긍정적이라고?

아직 하락장을 안 겪어봐서 그렇다. 좀 봐 주세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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