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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리뷰

2023.01.17 | 조회 1.1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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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영화

영화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요

'왼손은 거들 뿐',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에요.'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던 유명한 대사들. 그런데 이 대사들이 모두 하나의 만화에, 그것도 한 에피소드에서 나온 대사들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바로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만화, <슬램덩크>의 이야기인데요. 최근 이 <슬램덩크>를 영화화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에요. 관객 수는 어느덧 100만을 향하고 있고, 서점에서는 특별판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트렌드 하면 빠지지 않는 주간 영화에서도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바로 관람하고 왔어요.      


현실에서도, 영화에서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나는 슬램덩크의 인기를 함께한 세대는 아니지만, 슬램덩크의 파급력을 체험한 세대다. 넷플릭스도, 티빙도 웨이브도 없던 시절. 우리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OTT 서비스였던 만화방에서도, 학원에서도, 심지어 학교 도서관에서도 <슬램덩크>의 빛바랜 표지는 어딜 가나 볼 수 있었다.

먼지 쌓인 낡은 책꽂이 구석 사이에서도 묵묵하게 앉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슬램덩크>의 표지는 덕분에 지금까지도, 심지어 곰팡내와 눅눅한 냄새가 섞인 그 체취마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비록 누군가가 꺼내서 그 책을 읽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당당하게 그 좁은 책꽂이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름대로 화려했던 과거가 있었던 만화였구나'라며 짐작해 볼 뿐이었다.

누군가의 추억이자, 누군가의 10대였을 <슬램덩크>의 첫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무려 26년 만에 다시 코트를 밟게 된 이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대신, 과거의 영광을 재구현하는 방식을 택한다. 아직까지도 두터운 원작의 팬층을 생각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모두가 알고 있는 그 빨간 머리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이라는 점은 의외다.   

우락부락한 피지컬의 채치수, 불꽃남자 정대만, 외모와 실력에서 이미 많은 팬들을 보유한 서태웅, 그리고 명실상부 주인공 강백호에 비하면 원작에서 송태섭의 역할은 어딘가 애매한 포지션이다. <슬램덩크>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직접 밝힌, 송태섭이 주인공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캐릭터의 서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그 부족했던 서사를 채워 넣을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발휘될 기회가 많다는 뜻이다.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된 케이스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송태섭은 이 경기장에서 두 가지를 증명해 내야 한다. 하나는 선수로서의 가치, 또 다른 하나는 아들로서의 가치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선수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낸다는 것은 팀의 사령탑인 포인트 가드로서 산왕 공고를 상대로 자신의 팀을 승리로 이끄는 것. 그리고 형에 대한 죄책감을 늘 안고 살았던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형보다 뛰어난 선수가 되어 어머니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그래서 영화는 송태섭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는 액자식 구성을 통해 경기 장 안과 밖을 수도 없이 오간다. 어떻게 보면 1시간이 넘는 시간을 농구 경기로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농구 경기를 꼼짝없이 앉아 지켜보고 있어야 하는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새로 유입된 관객들에게는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구태여 서사를 설명하는 대신, 송태섭의 시선을 따라 인물의 관계성을 추측해 볼 수 있는 유용한 장치가 되기도 한다.  

영화는 플래시백 기법을 활용해 쉴 새 없이 송태섭의 과거를 오간다. 그 과거는 송태섭 개인의 과거이자, 동시에 함께 경기를 뛰고 있는 인물들의 과거이기도 하다. 사랑, 열정, 열등감 등등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이 모든 이야기가 서로 만나는 교차점은 바로 '농구'다. 한 마디로 농구는 이들에게 삶 그 자체이자, 모든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전체적인 스토리의 감상을 방해한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플래시백 기법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과거는 단순히 비어있는 서사를 채우고 완성하는 기능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장치다. 송태섭에게 있어 삶 그 자체가 '농구'였던 것처럼, 이 영화의 주제는 바로 '우리의 삶', 인생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북산고 멤버들이 걸어왔던 삶을 돌아보며, 그들과 함께했던 과거의 추억뿐만 아니라 관객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강백호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정대만처럼 방황하기도 하며, 송태섭처럼 잊고 싶은 과거의 상처를 마주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연출은 특히 <슬램덩크>와 함께 자라온 세대, 즉 3040 세대에게는 더 큰 울림을 준다. 영화는 26년 동안 여전히 변치 않고 코트에서 뛰고 있었던 북산고 농구팀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이 치열하게 살아왔던 그 시간들은 절대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고 위로를 건넨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CG와 3D를 활용해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애니메이션이 미처 채우지 못한 부분은 모션 캡처를 통해 완성해낸다. 단순히 '추억 보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관객 층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한 시간들이 마침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킨 '사운드'를 짚고 넘어가고 싶다. 영화가 시작되면 어린 태섭이 농구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농구공을 튀기는 소리를 듣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실제로 바람이 가득한 농구공을, 그것도 실내가 아닌 야외의 바닥에서 튀기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관객을 <슬램덩크>의 세계로 안내하겠다는 제작진의 각오가 느껴졌다. 

캐릭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과거에도, 지금 봐도 이미 완성형인 충분히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이제 1020 관객들에게 '덕질의 대상'이 된다. 

무엇보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잘 만든 하나의 스토리, 하나의 콘텐츠는 시공간과 세대를 뛰어넘어서도 여전히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낸 작품이다.   

연재 종료된 지 20년도 더 지난 지난 농구 만화가 여전히,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줄 누가 알았을까. 우정, 노력, 승리. 복잡한 세상일수록 오히려 이런 단순한 것들의 가치가 더욱 빛난다.  

에디터 혀기
에디터 혀기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재벌집 막내아들>이 끝나고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드라마를 찾는 중. 


🍿 이번 주 볼거리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그리고 <나이트메어 앨리>가 만난듯한 영화. 이번 주 소개할 영화는 데미안 샤젤 감독의 최근작 <바빌론>이다.

감독의 전작인 <라라랜드>와는 결이 다르지만, 비슷한 지점들이 많아서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작품이 <라라랜드>보다 덜 인상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욕심이 과하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모든 것이 과하다. 특히 영화의 미술은 거의 모든 장면에서 과해서 오히려 <라라랜드>의 극장씬, 부둣가씬처럼 눈에 띄는 장면이 없다. 중간중간의 카메라 워킹도 과하다. <라라랜드>의 키스씬 또는 미아의 오디션 장면같이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 구도도 없다.

무엇보다 플롯이 과하게 많다. 영화 네 편 정도는 만들 수 있을 분량의 스토리라인을 영화 하나에 담으려고 한다. 전작 <라라랜드>는 미아와 세바스찬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전개되는 반면에, <바빌론>은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한 인물의 이야기에 몰입하려면 금방 다른 인물로 넘어가 버려서 기억에 남는 인물의 서사가 없다. 씬들을 개별적으로 뜯어보면 훌륭하지만, 이 과함이 연속되다 보니 오히려 작품에 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세 시간 가량의 러닝 타임 동안 젤 감독 특유의 재빠른 커팅과 교차 편집 등의 기교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영화를 멱살 잡고 끌고 간다.

웬만한 영화들, 특히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블록버스터들이 '무난함'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바빌론>은 개성이 넘치면서도 상당히 실험적인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주고 싶다.

에디터 우기
에디터 우기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여운을 찾아 헤매다 여기까지 도착했다.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그래도 승리를 향한 집념만큼은 여전하다. <슬램덩크>처럼 영화 <퍼펙트게임>역시 과거의 같은 순간을 공유했던 이들이라면 누구보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이야기를 다룬다. 

선동열과 최동원. 경상도와 전라도, 연세대와 고려대, 롯데와 해태. 세상의 모든 신들이 작정하고 라이벌로 만든 듯한 이 둘의 서사를 다루는 <퍼펙트게임>은 최동원의 직구처럼 거침없다. 이 둘의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해 조금씩 뜯어져 나오는 실밥 같은 빈틈들은 조금 아쉽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달려가는 한 편의 시원한 경기를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에디터 혀기
 에디터 혀기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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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거금을 들여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해 

남 부럽지 않은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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