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 [주간 묘사 제 37호]

한쪽 다리가 없는 비둘기를 보았다. 비둘기는 절름거리며 한 발로 움직였다. 곧 사냥당할 테지. 길고양이에게, 아니면.. 다른 포식자에게, 다른 포식자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비둘기들이 날아오르는 데에, 날개가 있으니 다리 하나뿐인 비둘기도 분명 날아오를 수 있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비둘기는 가만히 서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빤히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나 알 수 없어서, 나는 몹시 당황했다. 당황스런 일들이 그렇게 벌어졌다.

나는 공원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는 일은 나쁘지 않았다. 날씨가 춥거나 덥지 않았다. 불쾌하거나 유쾌하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기분으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과 풍경이 조금씩 바뀌는 와중이었다.

사람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비둘기들도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는 고개를 들어 비둘기들의 무리를 찾았다. 비둘기들은 몇 남지 않았다. 다리가 하나뿐인 비둘기를 찾기 위해 비둘기들의 다리가 무사한지 황급히 확인해야만 했다. 비둘기들에겐 다리가 모두 정상적으로 붙어 있었다. 그렇지 않은 비둘기는 어디에 있을까.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람을 기다렸다. 그런데 비둘기, 다리가 한쪽이 없는 그 비둘기는 다시 나타났다. 사람은 오지 않았다.

내가 기다리던 사람은 나의 오랜 친구였다. 친구는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으나. 나의 몇 번의 물음 끝에 나와 만나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약속에 나오는 친구의 마음도, 기어코 불러낸 나의 마음도 알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어째서 나는 그를 만나고 싶어서, 굳이 연락을 계속했을까.

다리가 한쪽이 없는 비둘기는 이제 내 눈앞에 명명백백하게 서서 한 다리로 열심히 광장을 거닐었다. 그러다 비둘기는 그 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비둘기의 존재는 뭐랄까. 수수께끼들 중 하나였다. 내가 마주한 수많은 수수께끼들 중 하나...

삶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키우던 선인장이 말라 죽어버렸다. 서서히 선인장이 마르는 동안 나는 작은 식물이 죽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선인장은 사막에 있어야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물을 너무 많이 준 것일지도 몰랐다. 죽은 선인장은 아직 화분에 담겨 있을 테고, 죽은 채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다리가 하나뿐인 비둘기는 마침내 날아가 버렸다. 비둘기가 날 때까지, 나는 비둘기가 날 수 있다는 것을 꽤 의심했었다. 그런데 날아가고 나니, 내가 의심했다는 사실이 우습게 느껴졌다. 광장에는 남아있는 비둘기가 없고, 석양이 지고 있었다. 벤치 사이로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많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수수께끼. 어제 같이 있던 사람이 오늘은 뭘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나는 지나간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동안에도 기다리던 친구는 오지 않았고, 나는 광장을 하염 없이 바라봤다. 선인장이 천천히 죽어 가듯이 나는 그렇게 벤치 위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