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주간 묘사 제 11호]

서혜정 짧은 소설

2023.07.12 | 조회 4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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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에 그는 여느 때처럼 한 칸짜리 집 안의 불을 끄고 누웠다. 날이 더워 그는 바로 잠들지 못했다. 그는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다가 윙윙 모깃소리가 들리면 손을 몇 번 휘저어 대강 날려 보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그가 이제 막 잠이 들려 할 때였다. 별안간 집 안에서 파다다다닥 소리가 들려왔다. 집 안에서 들리기에는 다소 생소한 소리였다. 그리고 너무 가까이에서 들렸다. 몸집이 결코 작지 않은 무언가가 날개를 움직이는 소리. 그 소리가 들려온 순간에 그는 몸이 굳은 채로 잠깐 가만히 있었고, 다음으로는 아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핸드폰 조명을 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불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집 안에서 보리라곤 상상하기 힘든 게 있었다. 사마귀였다. 그의 집에 돌연 사마귀가 들이닥쳤다. 사마귀는 그가 몸을 눕혔던 매트리스 옆, 액자 모서리 끝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가 불빛을 비추는 바람에 사마귀 뒤로 검고 커다란 그림자가 졌다. 그 장면이 마치 히치콕 영화의 어느 한 장면처럼 그로테스크하고 비장해서 그는 이게 정말 사실인가하고 검고 커다란 사마귀의 그림자를, 거기에 있는 날갯죽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사마귀는 사실이었다.

그는 사마귀, 하면 이런 장면들이 떠오른다. 작은 수컷이 커다란 암컷 위에 있다거나, 커다란 암컷이 작은 수컷의 머리와 몸통, 다리를 분절해서 오도독 씹어먹는다거나. 혹은 사마귀에서 기다란 연가시가 빠져나와 꿈틀대는 장면 같은 것들.

그렇게 이질적인 것, 게다가 움직이기까지 하는 것이 집 안에 명백히 있다. 이 상황에서 그는 여느 때처럼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는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처럼 빳빳이 몸을 세운 채로 계속 사마귀를 주시했다. 1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고 어느새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 사마귀는 천천히 액자 모서리에서 움직였다. 사마귀는 창틀과 벽을 타고 위로, 계속 위로 올라갔다. 사마귀가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사부작사부작 발소리가 들렸다. 그는 발소리가 들릴 정도로 사마귀가 아주 커다랗다는 사실에 조금 겁이 났다. 그는 이제 천장에 붙어있는 저 사마귀를 어떻게 몰아내야 할지 고민했다. 방심하고서 섣부르게 건드렸다가는 그것이 날개를 움직일지도 모른다. 철두철미하게 방법을 모색해 접근하여야 했다. 수건, 책, 모자, 봉지, 기다란 자와 옷더미들.... 그는 사마귀를 몰아내기 위해 필요한 도구를 강구하다가 어느 방법으로든 사마귀가 날아버린다면, 날개를 움직이며 집 안을 휘젓는다면 더욱이 최악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며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사마귀가 날 수 있는 곤충인지 아닌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지금까지 사마귀는 단 한 번도 날개를 움직여 이동하지 않았지만, 가장 처음에 집 안에서는 파다다다닥 소리가 났다. 그리고 사마귀가 매트리스 옆 액자 모서리에 존재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사마귀는 날개를 움직여서 날 수 있는 곤충인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사마귀가 집 안에 들어왔을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생각해 보아도 사마귀가 들어올 만한 마땅한 곳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보통 창문을 살짝 열어두긴 하지만 창문 바깥으로 방충망이 하나 더 있었다. 화장실 창문 쪽일까? 며칠 전에 화장실 쪽에서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 소리의 출처를 찾지 않은 채로 그냥 둔 적이 있었다. 사마귀가 집 안에 들어온 게 그때였을까? 하지만 화장실 창문에도 방충망이 있었다. 커다란 사마귀가 들어올 만한 데가 마땅치 않았으므로, 결국 그는 집 안 어딘가에 있지만 아직 발견하지 못한 구멍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그가 모르는, 하지만 그의 집에 분명하게 있는, 커다란 사마귀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의 검은 구멍.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 구멍으로 밀려 들어오는 수많은 이물들이 떠올랐다. 그는 구멍을 찾고자 집 안 구석구석을 둘러보았지만 책장과 책상, 옷장, 매트리스, 싱크대, 그리고 며칠 전에 배송받은 택배 상자, 사놓고 놓아두기만 한 물건들이 바닥과 벽을 잔뜩 두르고 있었다. 그는 검은 구멍을 찾을 수 없었다. 이내 곧 사부작사부작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시간은 2시간가량이 더 흐르고 있었다. 몸을 빳빳이 세우고 사마귀와 대치했던 그는 이제 매트리스에 눌러앉아 사마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금까지 사마귀는 커다란 움직임 없이 천장에서 오른쪽 왼쪽으로 이동하기만 했다. 천천히 다리를 움직이면서, 사부작사부작 소리를 내면서. 창밖에서는 새파랗게 동이 트고 있었다. 이상한 안정감과 평화로움이 집 안에 깃들었다. 그는 이제 눈을 붙이고 잠에 들고 싶었다. 한숨 자고 눈을 떴을 때도 사마귀는 저 천장에, 바로 저기에 있을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에 그의 얼굴에 날아들거나 집 안을 온통 휘젓고 다니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사마귀를 믿고 싶었고 그렇게 믿기로 했다. 그는 사마귀가 있는 천장을 두고 조금 떨어진 바닥 위로 몸을 눕혔다. 약간의 허기를 느끼다가 그는 눈을 감고 잠들었다.

그가 잠자는 동안 사마귀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후 그는 늦은 아침에 눈을 떴다. 그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런데 사마귀가 보이지를 않았다. 그는 어제 사마귀가 맴돌았던 자리를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그때 어디선가 사부작 소리가 났다. 익숙한 그 소리는 뒤편에서 나고 있었다. 사부작사부작, 사부작, 사부작.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는 알았다. 어제는 저기에 있던 게 오늘은 여기에 있다. 그리고 그것은 움직일 준비를 한다. 파다다다닥, 처음에 냈던 그 소리처럼. 무시무시한 크기와 검은 깃털로 뒤덮인 채로. 그리고 어느 공사장에 있는 접근 금지 테이프는 바람이 불 때마다 스산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날갯짓하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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