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잠들고 깨어나면 그는 농담을 뱉고 싶다. 얼굴에 난 자국을 문지르면서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이불을 더욱 붙들고서는 그렇다. 잠에 들고 12시간이 지나 깨어났는데도 여전히 잠이 쏟아지는 상태를 무엇이라 말하면 좋을까. 게을러서 그래. 그의 연인은 그의 상태를 자주 그렇게 말했고 그때마다 그는 연인에게 어떤 지독한 농담으로 응수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지금 방금은 창밖으로, 멀리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양이가··· 그는 운다는 것과 짖는다는 것 중 어느 말이 더 어울릴까를 고민하다가 갑자기 꿈이 생각난다. 꿈은 매번 이런 식이다. 오늘은 어떤 물건으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의 도입부를 꿈에서 보았던 것 같다. 잠에서 깨면 일기장에 그걸 써야겠다고 혼자 생각하면서 잠에서 깨더라도 당장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처럼 그랬던 것 같은데 어렴풋하다. 꿈은 매번 이런 식이고, 기다란 것 / 볼펜 / 아예 동그란 것 / 빨간 색 / 윤택이 돌고 광이 나는 것, 그리고 "나는 이걸로 사람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목소리까지. 그런 꿈이었던 것 같다. 그 시작이 어떤 이야기로 흘러갔을지 어떤 이야기가 그에게 가능했을지 그는 가늠해보려 하지만 그의 현실과 상상력은 빈약하다. 그는 기억나는 만큼만 자신이 이해하고 쓸 수 있는 만큼만 일기장에 쓴다. 하루의 절반을 잠을 자는 데 쓰는 그의 일기장에는 꿈에 관한 단상들이 빼곡히 적혀 있지만 모두 미완성이다. 글은 언제나 '오늘 나는 꿈을 꾸었다'로 시작된다.
오늘 나는 꿈을 꾸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걸로 사람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꿈에서 나는 그걸 기다란 볼펜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꿈에서 보이는 그것은 동그랬다. 가운데에는 빨간 점이 있었고···.
오늘은 합창부에서 노래를 부르는 꿈을 꾸었다. 그곳에는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목소리만 아는 사람이 있었고 꿈에서 그 사람은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합창부 선생님이 되어서 우리를 지휘하고 있었다. 그전에는 다른 선생님의 꿈을 꾸었다. (갑자기 예전에 꾸었던 꿈이 생각났다) 맞다, 그랬다. 선생님이 나를 설득했다. (무엇을?) 꿈에서 나는 조마조마해했다. 선생님이 나의 불온한 마음을 결국 모두에게 말해버릴까 봐(무엇이 탄로 날까 봐 걱정했는지)···.
어린 시절 꿈을 꾸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나는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엄마 아빠 손을 세게 잡았다. 온몸에 잔뜩 힘을 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다른 장면이 된다. 문 앞에 상자가 도착했다. 상자에는 커다란 빵이 있다. 나는 쟁반을 꺼내 커다란 빵을 소분하려고 한다. 그런데 부엌에 도마가 없다. 과도는 빵을 썰기에 충분하지 않다. 나는 어떤 유혹에 계속해서 시달리다가 잠에서 깼다.
오늘도 꿈을 꾸었다. 산책을 하고 있었다. 손을 뒤로 감추고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 손에 든 도넛을 아주 강경하게 먹는 사람도 있었고, 한 손에 1.5L 사이다 페트병을 들고서 사이다를 입에 가득 털어 넣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무섭게 무언가를 먹거나 무섭게 무언가를 감추고 있었고 내 손에는···.
이를테면 이런 식으로, 그의 일기장에서 꿈은 매번 적당히 시시해진다. 그러니 그가 뱉는 농담 또한 시시하고 아무도 놀라워하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언제나 그렇듯 그는 뱉어내고 싶은 목소리를 삼키고, 한편 그는 자신이 꾸는 꿈에서 어렴풋이 반복되는 것을 알아차릴 것도 같지만, 아무래도 지금 당장은 잠이 들고 싶다. 졸음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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