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꾸,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 SNS에 올라오는 잘 꾸며진 다이어리 페이지를 보면 늘 부럽긴 했습니다.
다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걸리는 게 두 가지 있었죠.
하나는 비용입니다. 다이어리 한 권만 사면 될 줄 알았는데,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까지 담다 보면 금액이 금방 불어나더군요.
다른 하나는 저 자신입니다. 어차피 며칠 하다가 말 거라는 걸 스스로 잘 아니까요.
그렇게 사놓고 서랍에서 잠들 문구류가 눈에 선해서, 매번 장바구니 앞에서 멈췄습니다.
오늘은 그 두 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지워준 왓더앱을 소개합니다.
'Hibi Calendar'입니다.
Hibi Calendar - 하루 일기

Hibi Calendar는 하루를 종이 한 장으로 다루는 캘린더 앱 입니다.
앱을 열면 탁상 달력처럼 생긴 오늘 한 장이 놓여 있습니다.
그 위에 사진을 얹고, 스티커를 붙이고, 마스킹 테이프를 두르면 오늘 페이지가 완성되죠.
하루가 지나면 위로 넘겨 오늘을 뜯어내고, 아래에서 내일의 새 종이가 나옵니다.
종이 아래에는 그날의 일정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애플 캘린더와 미리 알림을 그대로 읽어오기 때문에, 따로 옮겨 적거나 계정을 만들 일이 없죠.
일과 주, 월 세 가지 화면을 오갈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월 화면이 가장 좋았습니다.
꾸며둔 날들이 작은 카드로 줄지어 남아서, 달력이라기보다 한 달치 앨범에 가까워지거든요.
직접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를 공수한다면

꾸미기에 쓰는 도구는 텍스트와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 그리기 네 가지입니다.
이 앱이 특이해지는 지점은, 스티커와 마스킹 테이프를 직접 만들어 쓴다는 점 입니다.
스티커는 사진첩에서 사진을 하나 고르면, 배경이 사라지고 피사체만 오려져 만들어집니다.
어제 먹은 국수 한 그릇도, 자고 있던 고양이도 그대로 제 서랍 속 스티커가 되죠.
마스킹 테이프는 조금 더 재미있습니다.
'Washi Maker'라는 카메라가 열리고, 눈앞의 아무 질감이나 찍으면 그게 그대로 한 롤이 됩니다.
수건의 결이나 오늘의 하늘, 책상 위 나뭇결 같은 것들이요.
종이의 질감과 줄, 색까지 직접 고를 수 있어서 다꾸에 필요한 준비물을 결국 앱 안에서 전부 만들게 됩니다.
에디터의 주저리
캘린더는 원래 앞을 보는 도구입니다.
다음 주 회의나 다음 달 마감처럼, 아직 오지 않은 날을 확인하려고 여는 것이니까요.
Hibi를 쓰면서 달라진 건, 자꾸 뒤로 넘기게 됐다는 점입니다.
지난 일요일 페이지에는 그날 먹은 국수 사진 한 장과, 오후 1시의 '왓더앱 작성'이라는 일정이 같이 붙어 있습니다.
일정만 남았다면 그냥 일한 날이었을 텐데, 사진이 옆에 있으니 그날이 통째로 떠오르더군요.
제가 기록 앱들을 매번 놓아버린 이유는, '오늘 뭘 했더라'를 문장으로 정리하는 일이 하루의 끝에서는 꽤 큰 노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앱에서 제가 하는 일은 기록이 아니라 꾸미기입니다. 재미있어서 열었을 뿐인데, 결과적으로는 그날의 기록이 남아 있죠.
이 앱을 만든 개발자도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름인 Hibi(日々)는 일본어로 '나날'이라는 뜻이라고 하죠.
아쉬운 점이라면 iOS 전용인 데다, iOS 26 이상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대신 꾸미는 데 필요한 기능은 전부 무료입니다.
저는 여전히 다꾸를 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달 달력에는, 처음으로 다시 넘겨보고 싶은 페이지가 몇 장 생겼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