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부쩍 더워진 날씨에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됨을 느낄 수 있는 한 주였는데요, 다음주부터는 남쪽 지방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니 더위를 견딜 마음가짐을 더욱 단단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 나오는 위스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이었던 2022년 6월,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그 때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 감독 중 하나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한 남자의 변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가 유력한 용의자인 변사자의 아내를 수사하다가 그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전개 되는 이야기인데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190만명의 관객을 모으고 많은 사람들이 올해의 영화로 꼽을 만큼 작품성도 좋다는 평을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저는 헤어질 결심이 개봉했을 시기에 친구와 함께 이 영화를 보았는데요, "헤어질 결심"이라는 제목을 보고서 박찬욱 감독이 안어울리게 '슬픈 로맨스 영화 찍었네'라고 생각하며 보러 갔다가 전혀 다른 내용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ㅎㅎ
(넷플릭스 재생 기준으로) 이 영화의 38분 23초 즈음에는 1초를 온전히 한 위스키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습니다. 변사자의 아내 "서래"의 집을 둘러보던 형사 "해준"의 시선에 위스키가 담기는 장면이지요.
이 위스키는 영화 속에서 "서래"의 남편이었던 기도수가 즐겨 마시는 위스키로도 등장합니다.
헤어질 결심의 조연으로 등장했던 위스키, 서래의 집에 놓여있었던 그녀의 남편 기도수가 즐겨 마시던 위스키는 바로 대만의 위스키 "카발란(KAVALAN)" 입니다.
카발란 위스키는 위스키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들 알고 계실만큼 유명한 위스키인데요, 그 인기가 코로나를 통해 또 급상승하여 한 때 상당히 구하기 힘든 위스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헤어질 결심 속의 카발란은 영화 속 기도수의 허영을 보여주는 장치로 등장하는데요, 왜 이 위스키가 카발란이었냐하면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위스키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005년에 시작된 카발란 증류소는 대만의 한 음료 회사 회장님이 대만에 제대로된 위스키 증류소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며 세운 증류소로 그 당시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근무했던 "짐 스완"과 그의 수제자 "이안 창"을 중심으로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낸 위스키 증류소 입니다.
카발란이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유명 위스키 증류소가 되는 데에는 2010년 파리에서 있었던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가 기점이 되었습니다. 이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에서 무명의 카발란이 1위를 차지하게 되면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는데요, 이 때 참가했던 위스키가 3년 정도밖에 숙성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더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3년 밖에 되지 않은 위스키가 고숙성연한의 스카치 위스키를 제치고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만의 고온 다습 기후에서 숙성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후 덕분에 비록 숙성 과정에서의 증발량은 많지만 숙성 속도가 훨씬 빠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를 계기로 카발란은 전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영화 드라마에 나오는 것은 물론 셀럽들을 비록하여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박찬욱 감독 뿐만 아니라 BTS의 리더 RM이 가장 좋아하는 위스키로 카발란 위스키를 꼽아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게 되기도 했습니다.
카발란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하나 또 소개 하자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 중 하나인 "빌리언스"라는 드라마에서 카발란이 등장하는데요, 헤지펀드 계의 전설적인 인물과 이를 노리는 검사장의 대결 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드라마의 시즌 1, 6화에서 카발란 위스키가 등장합니다. 주인공 중 하나인 검사장과 아내가 마시는 위스키가 바로 카발란입니다.
이 장면이 나오기 전 검사장은 아내에게 위스키를 권하고 아내는 위스키를 한모금 하고서는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그리고선 검사장은 아내에게 아래와 같이 이야기 합니다.
"The Taiwanese do it better than the Scots these days"
요즘은 스코틀랜드 위스키보다 대만 위스키가 낫더라 하는 말인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대사를 통해 카발란의 위상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카발란 위스키 중 가장 유명한 라인은 바로 "솔리스트(Solist)" 입니다. 헤어질 결심에 나온 위스키도 자세히 보면 왼쪽 아래에 "Solist"라고 써있는 것을 볼 수 있지요.
카발란 솔리스트에서 솔리스트가 의미하는 것은 "싱글 캐스크 위스키"라는 의미입니다. 즉, 하나의 캐스크에서 나온 원액으로만 구성하는 위스키라는 의미로 캐스크 원액으로만 구성했기 때문에 캐스크 스트렝스라고도 볼 수 있으며, 그래서 도수가 상당히 높습니다. 또한 하나의 캐스크에서 나온 위스키를 병입한 것으로 캐스크에 따른 맛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요. 그래서 솔리스트 바틀에는 캐스크 넘버와 바틀 넘버가 표기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카발란 솔리스트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위스키를 고르자면 저는 단연코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를 꼽습니다. 이 위스키가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온 위스키이기도 하고, BTS RM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쉐리캐스크에서 숙성했기 때문에 특유의 달달함을 기본으로 깔고 있으면서 건과일의 느낌과 함께 약간의 탄닌감을 가지고 있는 이 위스키는 안주 없이 물과 마시기 좋은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맛과 향이 묵직하고 좋아서 굳이 안주를 챙기지 않고 온전히 이 위스키만으로도 만족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워낙 좋은 위스키라 요즘은 구하기가 쉽지 않은 위스키가 되어버렸습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에 마셔보고 한동안 마셔보지 못해서 어디선가 본다면 꼭 마셔야지 생각하고 있는 위스키 입니다.
그 외에도 "카발란 솔리스트 비노바리끄"도 굉장히 유명한데요, 이 비노바리끄의 경우에는 세계 위스키 대회에서 여러차례 1등을 수상한 위스키로 카발란의 전반적인 퀄리티와 명성을 높여줬다고 평가 받습니다. 아메리칸 빈티지 와인 배럴에서 숙성한 이 위스키 또 진하고 묵직한 맛에 단+짠+스파이시가 묘하게 어우러져있다고 하는데요, 저도 아직 시음을 해보지 못해본 위스키 입니다.
언젠가부터 카발란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정말 보기 힘든 위스키가 되었는데요, 꼭 솔리스트가 아니어도 카발란은 한번쯤 꼭 경험해보실만한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어디에서든 보이신다면 한번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오늘의 위스키 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재밌게 읽으셨나요? 제가 위스키를 좋아하게 되면서 영화나 드라마에 위스키가 나오면 더욱 유심히 보게되었는데요, 앞으로도 종종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여러 위스키들을 소개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장마를 앞둔 이번 주말 구독자 여러분 모두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저는 또 다음주도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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