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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
팀원을 잃었다
팀원을 잃었다. 한 명은 건강 때문에 떠났다.
다른 한 명은 속도가 나지 않아 재미가 없다며 떠났다.

프로토타입이 나왔어야 할 시기였다.
앱 출시는 계속 미뤄졌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법인을 낸 것도 아니었다. 월급을 주는 고용 관계도 아니었다.
나는 그들을 붙잡을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멈췄다.
상실감. 그보다 더 거대한 무력감.
창업 직전, 나는 그렇게 안팎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그때, 문득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의 오랜 버킷리스트. '히말라야'
단어만 들어도 두근거리면서도 숨막히는 듯한 극한을 연상시키는 그 곳.
이런 곳이, 아버지의 이 오랜 버킷리스트가, 하필 왜 그 때 생각이 났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아빠, 저랑 같이 히말라야 가실래요?"

아버지의 나이는 예순여섯, 혼자 보내기엔 망설여지는 길이었다.
"아빠, 저랑 같이 가실래요?"
어쩌면, 십 년 전의 보답이었다.
내가 대학생일 적, 회사를 운영하시던 아버지께 나는 한 달간의 로드트립을 요청했다.
아버지는 흔쾌히 회사를 다른 경영진에게 맡기고, 한 달간 나와 떠났다.
지금 회사를 운영하며 생각해보니, 그 결정에는 엄청난 결단이 있었으리라.
그 고마움이 오래 남아있다.
나는 곧 창업으로 바빠질 것이다.
가장 치열하지만, 시간상으로는 가장 여유로운 지금.
함께 호흡하던 팀원들은 떠나고, 모든 것이 무너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은 지금.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버지는 더 오르기 힘든 나이가 될 것이다.
이때가 아니면 아버지께 이런 시간을 내어드리기 어려울 것 같았다.

사실, 이 여행은 나에게도 절실했다.
극한의 자연 앞에서, 창업에 대한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
‘극한의 자연과 이를 만드신 이의 위엄 앞에서, 어쩌면 나에게 말씀하실지도 모른다.’
그런 절박함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
우리는 이상하게 기간부터 정했다. 2주.
그래도 '좀 특이한 것'을 해보고 싶다는 우리 부자의 성향이 맞았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코스(ABC)는 너무 많이 알려져 피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뜻.
안나푸르나를 가운데 두고 빙- 도는 서킷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코스(EBC) 중에 고민하던 우리에게
하나의 조언이 마치 계시처럼 우리에게 다가왔다.

"ABC 가지 말고, 서킷이나 EBC를 가봐요."
내가 사업을 준비하며 인터뷰했던 한 세계 여행자의 말이었다.
그렇게, 기간에 맞으면서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조금은 특이한 곳,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갯길' 이라는 별명을 가지기도한, 토롱라 패스*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떠났다.
창업을 앞둔 아들. 65세의 창업가 아버지.
이 여행이 세대간의 바톤을 넘겨받는 의식이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1부 마침. 2부에서 계속)
- 저자주: 토롱라 패스는 안나푸르나 서킷 코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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