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기

히말라야 오디세이 (5/6)

가장 높은 곳을 향한 제의(祭儀)

2025.11.28 | 조회 9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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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조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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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크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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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넘으면 끝이다.

그 사실 하나가 틸리초 호수를 오를 때와는 다른, 마지막 한 줌의 힘을 짜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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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000미터를 넘어섰다.

산소 농도는 평지의 절반.

평소 연료의 절반 밖에 얻지 못한 탓인지, 한 걸음을 뗄 때마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 헐떡 거렸다.

숨이 턱 끝까지, 아니 머리까지 차올라 이내 멍해지기 시작했다.

 

내 앞에는 아버지가 걷고 계셨다.

거친 숨소리가 풀무질하듯 들려왔다.

걸음은 느려졌고, 다리는 금방이라도 풀릴 듯 휘청거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멈추지 않았다.

사실 이 지점부터는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리가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멈춰있던 게 아니었을까.
사실 이 지점부터는 어떻게 걸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머리가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멈춰있던 게 아니었을까.

 

예순여섯. 안락한 소파에 앉아 쉬어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을 나이.

그러나 아버지는 스스로 이 고통의 길을 선택했고, 자신의 한계와 처절하게 싸우고 있었다.

그 뒷모습에서 나는 인간 가장 본연의 나약함, 그리고 반대편에 있는 무언가를 동시에 보는 듯 했다.

무슨 단어에 가장 가까울까. 그래, 경외감.

 

평생 기업을 일구며 숱한 위기를 넘겨왔을, 내가 존경하는 창업가의 투지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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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은 곳. 그 곳을 향한 의식

마치 이 자체로 고대의 성스러운 의식 같은 장면.

모든 에너지를 태워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뒤,

다음 세대에게 불씨를 넘겨주려는 숭고한 몸짓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지금 온몸으로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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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이 한계였다.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

사실 머리가 멍해서 못느끼던 것이지 감당할 수 없는 통증에 가까운 것이었다.

이대로 주저앉아버리고 싶었던 그때,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아빠, 할 수 있어요! 다 왔어요. 조금만 더 힘냅시다!"

 

그것은 아버지를 향한 응원이었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향한 다짐이지 않았을까.

마치, 나에게 거는 주문같이 되뇌이는 것.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것

우리는 누가 누구를 끌어주는 보호자가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아버지는 나의 젊은 의지를 붙잡고, 나는 아버지의 노련한 투지를 붙잡고.

서로의 호흡에 기대어 걷고 또 걸었다.

 

사실 내려오면서 찍은 것이다. 오르면서는 이럴 정신이 없었다. 가방에 걸린 수건 때문에 슈퍼맨 같이 나온 아버지.
사실 내려오면서 찍은 것이다. 오르면서는 이럴 정신이 없었다. 가방에 걸린 수건 때문에 슈퍼맨 같이 나온 아버지.

거센 칼바람이 불어왔다.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바람은 우리를 밀어내려 했다.

우리는 고개를 더 깊이 숙이고, 바람을 뚫고 나아갔다.

마치 영적인 바톤을 주고받기 위해, 세상과 단절된 그들만의 성소(聖所)로 들어가는 사람들처럼.

 

그리고 마침내,

오색의 룽다(Lung-ta)가 미친 듯이 펄럭이는 곳. 표지판의 숫자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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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rong La Pass, 5416m

우리는 그곳에 서 있었다. 함께.

(5부 마침. 6부에서 계속)

 

 

* 월요일에는 <특별편 : 20년 지기를 보내고, 요코하마에서 노래하다> 가 발행됩니다.

세계 여행자의 소소한 여행기와 인사이트

매주 월금 발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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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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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ore의 프로필 이미지

    gore

    0
    5 days 전

    감동입니다. 생생하네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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