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레터🏐 길을 잃은 인디 음악가에게 필요한 도구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인디 음악가의 생존 친구 윌슨레터 열세 번째 시간입니다. 벌써 윌슨레터를 연재한 지도 3개월이 지났네요. 본래 윌슨레터는 시즌제로 3개월마다 2주 휴식한 뒤 다음 시즌이 시작되는 형태로 진행하려 했는데, 쉰다고 이야기할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 윌슨레터 1 시즌은 다음 주까지만 14회 연재하고 2주 휴식 후 인디 음악 관계자와의 인터뷰로 진행되는 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얼마전 알프스 매거진을 통해 새소년의 황소윤과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전체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제가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다음 구절이었습니다. 

👀  소윤 씨는 먼저 큰 그림을 그린 다음 거기에 무엇을 채우는 형태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소윤: 맞아요. 근데 판을 키우는 건 비이성적으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진짜 동물적인 감각으로, 모험이고 도전이니까요. 그 뒤로부터는 정말 성실하고 집요하게 고민해요. 그러다 실패하면 그걸 바탕으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거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하면 거기서 또 다음 스텝을 걷는 거죠.

저 또한 최근 이런 방법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영기획을 처음 만들던 시기의 저는 특별한 목표나 계획이 없었습니다. 세상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데 거기서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당장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한 후 그 후 생기는 관계나 인프라를 바탕으로 새로운 일을 만들어 해왔습니다. 이 방법의 좋은 점은 가볍게 시작할 수 있고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거예요. 하지만 오래 일하며 여기에 한계를 느끼게 됐습니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실패가 찾아왔을 때, 무엇을 기준점으로 어디서부터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 알기가 어렵더라고요. RPG 게임에서 좁은 시야로 복잡한 던전을 헤매는 기분이랄까요.

결국 몇 차례 실패를 겪은 후에는 일과 삶의 방향을 잃고 한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는데요. 바닥을 치고 올라와 다시 한번 제가 하는 일을 점검하고 목표를 세우고 지금은 그에 맞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최근에는 황소윤처럼 제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고 한계를 두지 않고 목표를 먼저 세우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어요.

장점은 전보다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 저는 전에도 일하는 걸 좋아했어요. 그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좋아하는 일만 찾아 했기 때문입니다. 근데 살면서 그런 일만 할 순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즐겁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올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은 즐겁지 않은 일을 해도 즐겁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를 통해 목표에 다가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목표에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라도 정말 즐겁지 않거나 제 신념에 어긋나는 일은 여전히 하지 않습니다. 😇) 일의 기준이 생겼기에 전보다 일의 속도가 빨라지고, 바로바로 해야 할 일이 보여 낭비가 주는 것도 좋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이 있기에, 꼭 이 방법을 따르라 말하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뭘 할지 모르겠다면 먼저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맞춰 일을 진행해 보는 건 어떨까요? 목표가 뭔지 모르겠다고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오늘 윌슨레터를 준비했습니다.

❇️ 목표 찾기

목표는 누군가 세워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과 대화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걸 원하는지 질문하고 답을 구해야 합니다. 저는 올해 초 모닝 페이지를 쓰기 시작했어요. 쓰면서 막막하기만 했던 마음에 하나 둘 그림이 그려지고 어느새 그 그림을 따라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닝 페이지는 줄리아 카메론이 <아티스트 웨이>에서 제안한 '창조성 회복 도구'입니다. 저는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명상법의 일종이라 생각합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트의 3페이지를 글로 채운다. 잠에서 깬 직후는 무의식이 의식으로 넘어가는 시간이죠. 당연히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생각의 흐름에 따라 엉망진창으로 쓰인 글은 그 어떤 글보다 진솔한 글일 수 있습니다. 모닝 페이지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 내려가는 겁니다. 그렇게 쓰인 글은 8주 후에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제가 쓴 글씨는 저도 읽을 수 없기에... 다시 읽기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 다시 읽으면 새로운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당장은 매일 하루의 시작을 모닝 페이지로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생각만 하는 것과 그것을 글로 적는 것은 많이 다른 일입니다. 신기하게도 부정적인 감정을 쓰면, 해소가 됩니다. 긍정적인 감정을 쓰면, 확산이 됩니다. 우리는 매일 하루 너무 많은 정보를 접하며 살아갑니다. 그중 상당수는 우리가 직접 선택한 게 아닌, 알고리즘이 정해준 것이죠. 과연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들여 볼 수 있을까요? 모닝 페이지는 하루 30분 이상 온전히 자신에게 잠재되어 있던 생각을 꺼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목표를 정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 구체적인 방법 만들기

목표를 세웠으면 이루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당연히 하나의 방법만 사용할 수 없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세부 목표가 필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여러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를 정하고 시각화하기 위한 툴로 저는 만다라트 차트를 권합니다. 일본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작성해 유명해졌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해야 할 일 64개와 달성해야 할 세부 목표 8개 그리고 최종 목표 하나가 생깁니다. 막상 해 보면 81개의 칸을 채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금 세부 목표를 8개 만들 수 없다면 당장 이뤄야 할 것 같은 세부 목표라도 적어 보세요. 나머지 칸은 나중에 채워도 되고, 필요하지 않으면 채우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렇게 일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전에는 막연했던 목표가 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 우선순위 정하기

갑자기 여러분에게 해야 할 일 64개가 생겼습니다. 이걸 다 하며 살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 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 우선순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해야 할 일 64개를 만들라 해 놓고, 다시 이런 방법을 제안하기 민망하지만... 그럴 때 저는 <원씽>에 나온 방법을 씁니다.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하나를 정해 놓는 거죠.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에 정해진 하나의 일만 하라는 게 아닙니다. 단계별로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한 가지를 미리 생각하고 과정을 시각화하는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선순위를 정하면, 지금 내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좀 더 명확하게 알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게 어렵다면 첫 단계- 자신의 분명한 목표를 찾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목표가 분명하지 않으면 자신이 단계별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제대로 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때는 자신의 목표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또는 자신이 정말로 바라는 게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게 좋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위 방법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방법이 있고 그게 맞는다면 그 방법을 계속 쓰면 돼요. 그래도 위의 방법을 다들 한 번쯤은 시도해 봤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것도 경험하기 전에는 그게 자신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잖아요. 열린 마음으로 시도해 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 있으면 쓰고 아니면 말고, 또는 저 중 한 두 개 정도만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어디로 갈지 모르겠는 분은 위의 방법을 따라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방법을 찾고 우선순위를 정해 보세요. 부디 여러분이 하는 일에 불안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길 기원합니다.

음악 산업 뉴스레터 차우진의 tmi.fm에 '영기획 & 오소리웍스 합병 실패가 (2)'가 업데이트 됐습니다. 인디 레이블이 어떤 일을 하는지, 프로덕션은 어떤 형태로 운영 되는지 궁금한 분은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

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은 영기획과 합병 실패한 오소리웍스에서 얼마전 발매된 전유동의 '호수'입니다. 전유동은 목가적이면서도 다이나믹한, 모순되는 두 표현을 쓰게 되는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입니다.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가진 이가 좋은 스태프를 만나 정확한 형태로 구현된 음악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좋은 여행 되길 바랍니다. 🫧

🏐 윌슨레터는 인디 음악가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전하는 뉴스레터입니다.

👉🏻 시즌 3부터는 비정기적으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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