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박국의 노답인디 | 영기획 & 오소리웍스 합병 실패기 (2)

💀 TMI.FM의 DJ 하박국(HAVAQQUQ) | 90년대부터 홍대 언저리에서 무언가를 해 왔다. 2002년 전설의 힙스터 음악 잡지 MDM의 컨트리뷰터로 일을 시작한 뒤 GQ, 한겨레, 웨이브, 아이즈, 네이버 뉴스 등에 음악 글을 써왔다. 2012년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이란 인디 레이블을 만들었고... 수천만 원의 빚을 졌다. 지금은 배수의 진을 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콘텐츠 워커'로 정의하고 영기획 운영 외에 다양한 콘텐츠를 만든다. 티빙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의 스토리 프로듀서로 일했고, 인디 음악가를 위한 서바이벌 가이드 '윌슨레터'와 유튜브의 동기 탐구 채널 '사람들은 왜?'를 운영한다.

어쩌자고 영기획 & 오소리웍스 합병 실패기 같은 소소하고 대단한 거 없는 이야기를 두 편으로 기획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모르지 않습니다. 미래의 제게 다음 편을 맡겨둔 채 쓰던 글을 짧게 마무리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 (TMI.FM 연재는 정해진 원고 분량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지난 회보다 적은 분량을 적는 건 염치가 없을 것 같아,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것과 같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으로 원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이것도 한계가 있으니, 슬슬 원고를 시작해 볼까요?

영기획(YOUNG,GIFTED&WACK Records)과 오소리웍스의 차이

영기획은 인디 레코드 레이블이고, 오소리웍스는 인디 음악 프로덕션이다. 둘은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지만 하는 일에 차이가 있다. 둘의 차이를 적자면 다음과 같다.

A. 인디 레코드 레이블 | 영기획의 경우

인디 레코드 레이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음반을 '제작'하는 것. '제작'에서 가장 큰 부분은 투자다. 비용을 들여 음반에 투자하고 함께 좋은 음반을 만든다. 대신 저작인접권을 가진다. (모두 가지진 않고 발생한 수익을 아티스트와 나눈다) 이 일을 반복하면 '카탈로그'라는 게 생긴다. 일종의 포트폴리오랄까. 이를 바탕으로 브랜딩하고 시너지를 내 수익을 극대화한다.

대부분의 인디 레코드 레이블이 여기에 매니지먼트를 함께한다. 인디 레코드 레이블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메인스트림의 기획사와 다를 바 없는 일을 하게 되는 거다. 매니지먼트를 함께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인디 레코드 레이블에서 제작하는 대부분의 음반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더라도 크게 히트하지 않는 한, 음원 + 음반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다.

매니지먼트를 함께해 행사 수익이라도 나누지 않으면 답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매니지먼트한다고 해서 비약적으로 수익이 늘어나진 않는다. 보통 인디 레코드 레이블은 수익이 적은 클럽 공연 수익은 아티스트에게 모두 주고, 일정 금액 이상의 행사만 매니지먼트의 대가로 수익을 나누는데 이 역시 아티스트가 일정 이상 반응을 얻지 못하면 섭외가 들어 오질 않으니까.

초기 국내 인디 레코드 레이블은 매니지먼트도 하긴 했지만 대부분 음반 제작에 중점을 뒀다. 그래도 CD가 팔리던 때고, 인디 음악을 하는 음악가의 수가 많지 않아 어느 정도 좋은 음반을 제작하면 인디 신에서 CD 판매만으로 손익분기점은 넘길 수 있었으니까. (물론 못 넘기는 경우도 많았다.)

지금은 매니지먼트를 중심으로 하는 곳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붕가붕가 레코드에서 매니지먼트를 전담하기 위해 세웠던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는 현재 독립 후 음악뿐 아니라 전반적인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회사로 거듭났고. 유어썸머나 EMA처럼 음악가를 클라이언트로 대하는 매니지먼트 에이전시도 생겨났다.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유어썸머는 모두 음반 제작도 함께하고 있고, EMA 역시 EMA 레코딩즈라는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로 힙합 신 정도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인디 레이블의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는 크지 않은 편이다.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를 함께 하는 건 시너지를 낼 방법이기도 하다. 음악가를 하나의 IP로 이해하고 일관된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하려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이 모든 영역에 신경을 쓰는 편이 아무래도 효율적일 테니까. 국내 메인스트림 기획사가 이런 방식을 취하고, 해외 역시 라이브네이션을 중심으로 '360 딜(360 deal)' 같은 걸 시도했던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일 거다. 하지만 음원 및 음반 제작과 매니지먼트는 일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 나처럼 혼자 레이블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두 역할을 오가는 게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B. 프로덕션 | 오소리웍스의 경우

인디 음악 신에서 프로덕션이라는 게 제대로 자리 잡힌 개념은 아니다. 하나뮤직의 경우처럼 레코드 레이블을 운영하는 조동진 같은 음악가가 자기네 레이블의 프로듀싱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영기획이나 일렉트릭 뮤즈 같은 인디 레코드 레이블도 대표가 자체적으로 프로듀싱을 한다.

프로덕션은 음반 제작에서 엔지니어링이나 세션처럼 프로듀싱 영역만 따로 떼어 운영하는 개념이다. 대부분 잘 만들어진 음반 뒤에는 좋은 프로듀서가 있다. 비틀스가 위대한 밴드가 될 수 있던 데는 조지 마틴의 역할이 컸고, 너바나의 [Nevermind] 역시 부치 빅의 프로듀스로 탄생할 수 있었다.

한국 인디 신에도 좋은 프로듀서들이 있다. 최근 윤지영의 [나의 정원에서]를 프로듀스한 실리카겔의 김춘추라든지, 독립 후 발표한 정우의 싱글 '옛날이야기 해주세요'를 프로듀스한 음악가 카코포니 같은 이들.

여기서 ‘프로듀서 단편선’이 아니라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인 이유는 단편선이 프로듀스만 하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 제작에 참여하고 레이블로 기능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레코드 레이블처럼 저작인접권을 일부 나눠 가진다. 음반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 활동을 통해 음원 수입이 계속 발생해야 수익이 생겨날 수 있다.

이를 위해 직접 매니지먼트까지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정도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된다. 현재는 잠시 쉬는 중이지만 음악가들이 한 꼭지 씩 맡아 뉴스레터를 보내기도 하고, 오소리웍스의 이름으로 연말 공연을 만들기도 한다. 레코드 레이블과 유사하게 오소리웍스라는 이름 아래 아티스트가 묶이게 되는 것.

합병 실패의 이유

영기획과 오소리웍스의 비즈니스 구조는 비슷한 듯 다르다. 먼저 영기획은 음반이라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본과 노동력을 함께 투입한다. 이후에도 음반 수익을 극대화하고 추가 수익을 만들기 위해 매니지먼트를 함께해야 한다. 오소리웍스는 음반이라는 결과물을 내고 음악가와 함께 일을 하긴 하지만, 투입되는 자원의 종류와 우선 순위가 인디 레이블과 다르고 직접 매니지먼트를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주 다른 일을 하는 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음악가들과 대화해 정리하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영기획의 경우, 모든 아티스트에게 같은 리소스가 들어가지 않는다. 음반의 대부분을 만들어 오면 발매 정도만 해 주는 경우도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붙어 자본과 노동력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영기획과 오소리웍스를 합친 후 아티스트가 원하는 것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로 계약하고 그에 맞는 기능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결국 합병하지 못한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된다면 굳이 합칠 이유가 없다. 각자 하나로 기능하는 게 오히려 위기관리와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더 나을 수도 있다. 결국 둘이 합쳐 둘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비즈니스 구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단편선은 음악가와 레이블이 만족스러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의 수익이 발생해야 하는지 직접 표를 만들어 오기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나온 결과는 '우리가 하는 비즈니스가 정말 답이 없다'였다. '청소년은 노담, 인디 레이블은 노답'이라는 티셔츠를 만들게 된 계기다. 노답 비즈니스를 각각 한다면 서로 해당 영역을 다른 일로 채우며 할 수 있는데 함께 한다면 책임 소지가 불분명해지며 서로를 미워할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영기획의 빚 때문이다. 오소리웍스는 현금 자본의 투입이 적기 때문에 빚이 없다. (부럽다) 영기획은 지금까지 제작을 진행하며 적지 않은 빚이 쌓인 상태였다. 이를 깔끔하게 해결하고 서로를 동등하게 합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렇게 합병은 결렬됐다.

C. 도모도모 클럽의 탄생

그래도 기왕 뭘 같이 해보자고 꽁냥꽁냥댔으니 뭐라도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 거 아닐까. 그런 마음에 협업을 중심으로 한 기획 크루를 하나 만들었다. 지난 회 했던 '도모도모 무도회'에서 이름을 따와 도모도모 클럽이라 이름 붙였다. 본래는 영기획과 오소리웍스에서는 낼 수 없는, 히트할 만한 음반을 같이 제작해 보려고 했지만, 여기에 적기에는 너무 복잡한 이유 때문에 무산됐다.

대신 협업 중심의 일을 기획하기로 했다. [케이팝 제너레이션] 스토리 프로듀서로 일한 후 협업의 가치를 깨닫고, 고이지 않고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먼저 인플루언서 m님의 제안으로 다양한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연의 기획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함께 시리즈 공연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 마침 함께 일을 하기로 한 걸 알아채기라도 한 듯 둘에게 나란히 좋은 제안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영기획에서 진행하던 일렉트로닉 음악 페어 암페어를 재개하고, 단편선 역시 페스티벌을 만들 예정이다.

비록 합병이라는 형태로 두 회사가 합쳐지진 못했지만, 이를 계기로 고민한 덕분에 각자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개념도 새로 만들었다. 그랬으면 된 거지. 뭐. 하이브도 SM을 인수하진 못했지만, 위버스에 SM 음악가들이 입점하게 됐잖아. (적절하지 않은 비유) 어떤 형태든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전진한 거다. 💀 DJ 하박국 | YouTube

부록

이후 답이 나오지 않는 인디 음악 레코드 레이블 사업에서 답을 찾기 위해 혼자 고민하다 영기획의 모회사가 되는 콘텐츠 회사를 만들어 영기획을 포트폴리오로 활용하고 다른 사업과 시너지를 만들 구조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당장 혼자 구조의 모든 부분을 채울 수 없어 차근차근 하나하나 일을 만들고 있네요. 전에 영기획의 도피처로 음악과 관련 없는 테크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1년 만에 구독자 2만 명을 만들었지만, 정신건강의 이유로 그만둔 적이 있는데요. 이번에는 자체적으로도 기능할 수 있고 큰 틀에서 영기획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은 왜?'라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습니다.

최근 영상을 임베드 할 테니 케이팝과 대중문화에 관심 있는 분은 한 번 둘러보고 마음에 들면 구독 버튼도 눌러 주세요. 지난 회에 이어 이번에도 홍보로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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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음악 산업 ©TMI.FM |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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