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 EPK 오픈될 확률 10배 높이는 법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전에 ‘신인 아티스트가 첫 음원을 발매하며 꼭 해야 할 3가지’ 편 보셨나요? 이편이 업로드된 이후 윌슨레터 채팅방에서 EPK 잘 만드는 법을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러겠다고 했는데… ‘과연 EPK를 잘 만들면 만사형통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미 전에 ‘당신의 음악이 소개되지 않는 이유’ 편에서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고요. 가끔은 하아컨 때 싱글을 발표하는 신인 밴드에게 ‘EPK를 돈 주고 맡겨야 할까요?’ 같은 질문을 받기도 합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절대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요. 자신을 알리는 데는 EPK를 잘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거든요. 그건 바로... 자신이 보낸 EPK를 상대가 확인하게 하는 겁니다.

EPK는 일렉트릭 프레스 킷Electric Press Kit의 약자입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 아티스트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직접 우편으로 프레스킷을 만들어 보냈어요. 프레스킷에는 보통 음반과 (역시 믿기지 않겠지만 전에는 모든 아티스트가 피지컬 음반이라는 걸 제작했답니다) 음반 소개 글 그리고 경우에 따라 가벼운 선물을 넣기도 합니다. ‘인디 음악 마케팅 사례 살펴보기 - 선결, DTSQ, 장미여관’ 편에서 장미여관이 어떻게 프레스킷을 만들어 배포했는지 볼 수 있습니다. EPK는 앞에 붙은 ‘일렉트릭’이라는 표현대로 디지털로 만들어진 프레스킷입니다. 구글 드라이브나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드 폴더에 고화질의 커버와 프로필 사진, 음원, 보도자료 등을 넣은 후 링크를 공유합니다.

아래 해당하는 문항이 많을수록 여러분의 EPK는 오픈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 신인 아티스트다.

⭕️ 크게 튀지 않는 음악이다. 

⭕️ 발매하는 포맷이 디지털 싱글이다.

⭕️ 전에 발매한 음악이 미디어에 소개된 적 없다.

⭕️ 프레스킷을 배포할 관계자의 수가 50명 이하다.

아마 처음 음원을 발매하는 신인 밴드라면 여기에 대부분 해당할 겁니다. 네, 여러분의 EPK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은 99%가 넘습니다. 저는 아티스트가 보내는 EPK를 대부분 확인하고 답신을 보내려는 편이지만 일이 바쁘면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라도 확인하고 답신을 보내자니 너무 늦은 것 같고 결국 ‘계속 음악 잘하면 언젠가 보겠지’ 생각하고 넘어가는 EPK가 종종 있습니다. 결국 EPK를 잘 만드는 것보다 EPK를 읽게 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EPK를 읽게 할 수 있을까요?

📮 전에 제가 받은 EPK 소개 메일입니다. 여러분도 읽고 어떤지 생각해 보세요. (보낸 분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ChatGPT에게 냥냥체로 바꿔 달라 했습니다)

하투리님냥, 안녕하세요옹~ 저는 싱어송 라이터냥냥이라고 합니다냥~ 갑자기 이렇게 메일을 드리게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옹, 오늘 발매된 제 곡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서냥~ 혹시나 들어봐주시고 괜찮다고 느끼신다면냥, 하투리님 플레이리스트에 실어주실 수 있을까옹?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냥, 이렇게 메일 드려봅니다냥~~

이 메일은 무척 예의바르게 쓰여졌지만 EPK를 확인하게 되지 않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하투리는 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지 제 이름이 아닙니다. 

둘째, 하투리는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아닙니다.

즉, 이 메일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고 보낸 게 아닙니다.

참고로 위 메일을 보낸 분께는 답신으로 이 점을 말씀드리고, 윌슨레터를 권해 드렸습니다. 지금쯤 보고 계시겠죠? 일을 하다 보면 이런 메일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같은 내용을 복사 붙여 넣기해 보내느라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경우.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메일 주소만 구해 보내는 경우. 아무런 설명 없이 ‘제 음악 한 번 들어봐 주세요’하고 링크만 보내는 경우.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고 싶다는 열망에 이 음악을 모두 체크하는 이도 있겠지만, 저나 제 주변 관계자들은 이미 이런 메일을 이미 너무 많이 받습니다. 모두 확인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요. 우리도 받는 메일을 읽고 우선순위를 나눠 체크할 건 체크하고 아닌 건 그냥 넘길 수밖에 없습니다. 

📮 제가 받은 다른 EPK 소개 메일입니다. (역시 냥냥체로 바꿔 올립니다)

저도 전자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냥, 영기획, 기술인간, 윌슨레터, 암페어 기획 등으로 예술가들과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옹~ 또 국내 전자음악씬의 멋진 작품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시는 하박국님을 보며, 음악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답니다냥~

(참고로 위 내용은 이 아티스트가 보낸 메일의 1/6 정도 분량입니다) 제가 받았던 가장 인상 깊은 메일입니다. 이걸 보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받는 사람에게 아부하라는 건가?’ 물론 받는 사람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것도 필요하죠. 위 메일을 보고 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이 아티스트는 내가 만든 콘텐츠를 많이 보고 좋아하고 있구나. (뿌듯) 그렇다면 내가 이 사람의 음악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도 크지 않을까?’

우리는 사람을 판단할 때 자신과 잘 맞을지 아닐지를 가장 먼저 판단합니다. EPK가 오픈되기 위해 필요한 건 여러분의 음악을 좋아할 만한 사람에게 여러분이 그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겁니다. 

실제로 이 아티스트의 음악은 올해 가장 인상 깊은 데뷔작 중 하나였습니다. 큰 영향력은 없지만 제 인스타그램 스토리로도 두 번 올리고 주변 사람에게도 추천하고 있어요. 

여러분의 EPK를 받는 관계자는 이를 의무적으로 확인하고 자신의 매체에 싣거나 관심 가져야 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이들 역시 사람이에요. 모두 자신만의 취향이 있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편애하기도 하며, 여러분과 똑같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관심을 주면 기분이 좋아지기도 해요. 

장사를 하려면 고객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고 하죠. EPK를 배포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의 EPK를 받는 관계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세요. 여러분의 음악을 좋아할 것 같은 관계자에게 먼저 다가가 ‘복붙’이 아닌 진심 어린 말을 건네 보세요. 여러분의 EPK가 열릴 확률이 10배는 높아질 겁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음악이 좋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신인 아티스트를 소개해야 할 순간에 가장 먼저 여러분을 떠올릴 겁니다. 

먼저, 여러분과 비슷한 유형의 아티스트를 찾으세요. 이후 해당 아티스트가 다뤄진 글이나 콘텐츠가 있는지 검색해 보세요. 여러분의 음악이 발매된 직후 어디에 실렸는지 찾는 정도의 정성으로 찾으면 찾는 게 어렵진 않을 겁니다. 이후 아티스트를 다룬 글을 쓴 이가 평소 어떤 콘텐츠를 만드는지 찾아보세요. 대부분은 검색으로 찾을 수 있거나 자신의 SNS에 아카이브 해 두었을 겁니다. 이를 바탕으로 해당 관계자가 자신과 '핏'이 맞을 이인지 아닌지 판단합니다. 이렇게 찾은 아티스트와 관계자의 SNS를 팔로우해도 좋겠죠. 평소에도 관심을 두고 계정 태그가 있으면 파도를 타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이들은 앞으로 여러분과 다양한 관계를 맺을 확률이 높은 이들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보다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건투를 빕니다. 

윌슨레터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하아컨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하아컨은 인디레이블 영기획 대표이자 오래 음악 콘텐츠와 이벤트를 만들어 온 하박국이 아티스트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드리는 컨설팅 프로그램입니다. 

윌슨레터를 읽은 후 더 이야기 나누고 싶으면 윌슨레터 채팅방으로 놀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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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기적으로 발송됩니다. 너무 텀이 길어지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 뉴스레터에서 다루길 바라는 내용이나 궁금한 점은 윌슨레터 채팅방 또는 인스타그램 @havaqquq 으로 DM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