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레터🏐 당신의 음악이 소개되지 않는 이유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인디 음악가의 생존 친구 윌슨레터 아홉 번째 시간입니다. 🏐

스티비의 2023 이메일 마케팅 리포트에 따르면 전체 뉴스레터의 평균 오픈율은 15.1%라고 합니다. 윌슨레터의 평균 오픈율은 60%가 넘습니다. 아직 구독자 수가 많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본 뉴스레터가 꼭 필요한 이에게 잘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그래도 가끔 메일을 읽지 않는 40% 정도의 사람이 야속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요번 편은 일부러 제목에서 '어그로'를 끌어 봤습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꼭 많은 인디 음악가가 읽었으면 좋겠고, 제목처럼 조금 매운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이번주부터 윌슨레터의 캐치레이즈를 '인디 음악가의 생존 친구'로 바꿨는데요. 생존 친구가 좋은 말만 할 순 없겠죠. 그럼 윌슨레터 마라 맛 버전,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 혼자 음악 하신다고요? 여러분은 음악가가 아닙니다.

저는 지금 윌슨레터에서 추천곡 신청을 받은 후 받았던 한 음악가의 이메일을 찾고 있습니다. 보통 처리하지 않은 이메일은 핀으로 고정해 두거나 투두리스트 앱으로 보내놓지만, 이 메일은 그러고 싶지 않았거든요. 다시 찾으려니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습니다. 본 메일에는 아티스트의 이름도 윌슨레터에 보낸다는 내용도 적혀 있지 않아 검색어를 정할 수가 없어요. 그냥 음원을 발매했는데 들어봐 달라는 얘기가 전부입니다. 혹시나 음악이 정말 좋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으로 듣긴 했습니다만 기자, 평론가, 기획자 등 메일을 받는 대부분의 대상은 음악도 듣지 않고 메일을 지워버릴 겁니다. 이미 자신의 음악을 소개해 달라는 메일을 너무 많이 받고 있거든요.

혼자 음악 하신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은 음악가가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라는 음악가가 속한 하나의 회사입니다. 그 회사에는 PR 에이전시도, 마케터도, 매니저도 있겠죠. 여러분은 음악을 할 때만 음악가입니다. 그 역할을 해야 할 때는 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어 행동해야 합니다. 많은 클라이언트가 회사가 아닌 프리랜서와 일하기를 꺼립니다. 일을 맡길 때는 신뢰가 필요한데, 혼자 일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회사보다 안정적이지 않아 보이니까요. 회사와 일할 때는 각 영역의 전문성을 갖춘 이와 일할 수 있습니다. 혹시 그가 일을 못 하게 되더라도 백업할 수 있을 만한 직원이 있죠. 아닌데? 나는 혼자 활동하고 있는데도 많이 연락받는데? 축하합니다.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일 겁니다. 당신의 음악이 너무 좋고, 당신이 동원할 수 있는 팬의 수가 많으며, 나머지 일도 프로처럼 잘 처리할 때. 그게 아니라면 클라리언트가 혼자 일하는 음악가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것. 같은 조건의 회사에 속한 음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당신을 쓸 수 있기에 찾는 겁니다.

🏐 여러분의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

구독자님이 혼자 음악을 만든다면 누구나 알 만한 음악가가 되지 않는 이상, 아니 그런 음악가가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기본적인 발매 보도자료 보내는 법은 익혀야 합니다. 음악가로 산다는 건 지뢰를 심는 일입니다. 어느 순간 지뢰 하나가 터질 때 나머지 지뢰가 함께 터질 수 있도록 꾸준히 지뢰를 심어둬야 합니다. 보도자료를 보내는 것도 그런 일입니다.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씁니다.

❇️ 리드: 아티스트의 새 앨범(혹은 싱글) 발매에 대한 간략한 소개. 리드에서 괜히 멋 부릴 필요는 없습니다. 리드는 기자가 읽고 바로 자기 기사에 옮겨 적을 수 있을 만큼 정보만 담고 있으면 됩니다.

-예: 2023년 6월 6일 인디 팝 음악가 하박국의 디지털 싱글 <윌슨윌슨>이 발매된다.

❇️ 본문 첫 단락: 아티스트에 관한 간략한 소개

-예: 하박국은 2021년까지 데스메탈 밴드 '윌슨윌다이'의 멤버로 활약하다, 2022년 발표한 정규 앨범 <윌슨레터를 구독하는 당신이 아름다워>를 통해 솔로 음악가로 데뷔했다. 이후에도 '윌슨레터 주변에 홍보도 부탁해요', '윌슨레터 공유도 해줘요' 같은 디지털 싱글을 발표했고, 윌슨뮤직페스티벌 무대에 서기도 했다.

❇️ 본문 두 번째 단락: 앨범 수록곡에 대한 간략한 소개

-예: <윌슨윌슨>은 하박국이 챗GPT와 윌슨레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윌슨레터가 꾸준히 인디 음악가의 사랑을 받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꿈결 같은 사운드의 인디 팝이다.

❇️ 마지막 단락: 공연, 방송 출연 등 향후 계획 소개

-예: <윌슨윌슨> 발표를 기념해 하박국의 단독 공연 '영기획 흥망성쇠 10년 - 하박국이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것 케이스 클래스'가 4월 24일 저녁 9시 줌미팅을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이건 예 이지만 실제로 합니다. 궁금하신 분은 레터를 끝까지 읽어 주세요)

🏐 보도자료 보낼 때 함께 알아두면 좋은 팁

❇️ 음원은 어떤 형태로든 들을 수 있게

html을 다룰 줄 안다면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를 임베드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안 된다면 링크를 걸어도 괜찮고요. 1.음원을 바로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는 링크 2.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링크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메일에 파일로 음원을 직접 첨부하는 건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메일함 용량이 모자라 정리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첨부파일 용량이 큰 메일이 가장 먼저 삭제당하거든요.

❇️ 내용은 어떤 형태로든 받아볼 수 있게

기자 중에는 보도자료 문서를 직접 보관한 후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워드, PDF 정도면 충분합니다. 보도자료+음원 커버+아티스트 프로필 사진+음원 등을 한데 모아 온라인 프레스킷을 만들어 클라우드에 올린 후 링크를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기사를 쓸 때 텍스트로만 쓸 순 없으니까요.

❇️ 보도가 되지 않더라도 이슈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보내기

처음 보도 자료를 보낼 때 실어주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보도자료가 실린다는 이유만으로 '뉴*와*어' 같은 서비스를 유료로 쓰는 경우도 있는데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보도자료 게재 실적 같은 걸 보고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절대 말립니다.) 하지만 꾸준히 보도 자료를 보내면 상대도 이름이 익기 마련입니다. 기자는 항상 일정 이상의 기사를 써야 하는 직업입니다. 유난히 기삿거리가 없는 날 기자는 어떤 보도 자료를 찾게 될까요? 아무래도 익숙한 이름을 찾게 될 겁니다. 미리미리 지뢰를 심어 두세요.

❇️ 받는 이에게 관심 표하기

보도자료를 받는 이도 사람입니다. 먼저 관심을 보여주면 아무래도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보도자료 받을 이의 글이나 작업을 살피고 좋았던 점을 이야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대신 이 방법은 평소에도 상대의 작업에 관심이 있었을 경우에만 쓰라고 하고 싶습니다. 없는 관심을 억지로 끄집어내는 건 여러분의 자존감에도 좋은 일이 아닐뿐더러, 받는 이 역시 금세 눈치채게 될 겁니다.

🏐 보도자료 보낼 때 절대 피해야 할 것

❇️ 받는 이의 이름은 확실하게

가끔 메일이나 메시지를 복붙해 보내느라 다른 곳에서 쓴 이름이 그대로 적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본문에서 상대의 이름을 두 번 이상 적을 때, 앞의 건 수정해도 뒤의 건 수정 안 하고 보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 경우는 누구나 하는 실수라 그러려니 하지만... 그래도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긴 어렵겠죠.

❇️ 첨부하는 파일의 이름도 확실하게

저는 제가 보내는 원고의 파일명을 '클라이언트_제목_제이름(하박국)_날짜.확장자' 이렇게 정리해 보냅니다. 나중에 찾기도 편하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좋은 인상을 심어주거든요. 가끔 첨부하는 파일의 이름이 엉망인 채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원의 경우 미리 음악 앱에서 태그를 정리해 주면 가장 좋고요. 그렇게까지 못하겠다면 제목만이라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해 주시면 좋습니다. 저는 발매하는 시디를 미리 CDDB에 등록해, 자동차에서 틀면 곡의 제목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도 웹진에 음반이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요즘 발매되는 다른 CD는 그걸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상대의 불편을 미리 파악하고 배려해서 나쁠 건 없습니다.

❇️ 곁다리로 하는 이야기

아무래도 제가 클라이언트가 될 일이 많다 보니 음악가들의 주민등록증/통장 사본을 수집하는 일이 잦습니다. 그때마다 '이것만 해주면' 줘야 할 돈을 두 배로 보내려고 했는데... 아무도 하지 않아 결국 그러지 못한 일이 하나 있어요. 그건 바로... 보내는 파일의 이름을 주민등록증/통장사본_음악가이름(또는 음악가이름_주민등록증/통장사본).jpg로 정확하게 표기해 보내는 겁니다. 대부분 IMG0378.jpg나 images.jpeg 같은 파일명으로 보내주더라고요. 요즘은 모바일로 자료를 주고받아 더 그렇게 된 것 같고요. 받는 이가 수정해도 되지만, 보내는 사람이 파일명을 한 번 제대로 해 놓으면 이후 그 파일을 받을 모든 사람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음악가로 활동하면서 주민등록증/통장 사본 보낼 일이 자주 있을 겁니다. 미리 파일명을 정리해 클라우드에 올려 놓고 상대가 요구하면 바로 공유 링크를 보내면 여러분도 편할 거예요.

윌슨레터. 이번 편 얼얼하게 잘 보셨나요? 혼자 음악을 하면 아무래도 다양한 실수를 하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건 실수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수하고 난 후 그게 실수라는 걸 깨닫고 다시 하지 않는 겁니다. 저 역시 10년 동안 많은 실수를 하고, 성공도 하고 또 그에 취해 다른 실수를 하며 지내왔는데요. 혹시라도 그 경험이 필요한 분을 위해 케이스 클래스를 만들었습니다.

['영기획 흥망성쇠 10년: 하박국이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것' 신청하기]

* 유료 온라인 클래스입니다.

💁🏻‍♂️ 클래스 소개

10년 동안 인디 음악 레이블을 운영한다는 건 어떤 일일까요? <영기획 흥망성쇠 10년 - 하박국이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것>은 하박국이 10년 동안 혼자 인디 레이블을 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디 음악 신의 역사와 현재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음악 비즈니스의 인사이트를 나누는 케이스 클래스입니다.

📝 커리큘럼

성공할 땐 좋았지

- 2021년 6월 영기획 미디어 파트 런칭 - 정석적인 콘텐츠 마케팅의 효과

- 첫 샘플러 <SELECTED WACK WORKS VOL.1> - 희소성이 불러온 바이럴

- 첫 컴필레이션 <3 Little Wacks> - 압도적인 퀄리티로 확실한 인상 남기기

- 국내 최초의 일렉트로닉 음악 페어 '암페어(Amfair)' - 판을 벌리니 일어난 일

- 신해경 <나의 가역반응> - 노골적인 타겟팅이 가져온 성공

실패는 정말 쓰더라

- 2023 51 플러스 페스티벌 - 평판 관리의 중요성

- 미디어 파트 포기 - 평판 관리에 신경 쓰지 말아야 할 필요성

- 영기획 레이블 쇼 Do Wack Vol.1 - 처음으로 에버노트에 쓴 사과문

- 신해경 계약 해지 - 하이브가 압도적인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려는 이유

- 시장 변화 - 인디 레이블은 이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데?

영기획은 앞으로 ***가 될 겁니다

Q&A

* 실제 클래스에서는 시간순으로 성공과 실패 사례를 번갈아 가며 이야기합니다. 발표(80 분)+Q&A(40분) 구성입니다.

👀 이런 분을 위한 클래스입니다

- 인디 음악 아티스트 또는 관련 비즈니스를 직접 해보고 싶은 분

-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영역을 만들고 업으로 이어가고 싶은 분

- 영기획을 중심으로 한국 인디 음악 신의 역사와 현재가 궁금한 분

- 자신이 만드는 일로 최소 10년은 버티고 싶은 분

🛸 클래스는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일시: 2023년 4월 24일(월) 저녁 9시

4월 23일까지 신청한 분들의 이메일과 휴대폰 번호로 줌 링크가 발송됩니다.

모쪼록 많은 구독자 님과 많은 윌슨레터 친구들 클래스 때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

밴드기린 - 도망쳐

부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팝펑크 밴드 밴드기린이 4월 1일 발매한 싱글 '도망쳐'입니다. 밴드기린은 빠른 템포의 스트레이트한 기타 사운드와 다이나믹한 보컬이 인상적인 그룹인데요. 요즘 일본의 팝펑크 음악이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한국에도 이런 훌륭한 팝펑크 밴드가 있으니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받은 보도자료에서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네요.

도망? 괜찮다.

네 낙원이 펼쳐진 그 길을 따라,

달에 닿을 때 까지 도망치자.

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에 구독자님의 음악이 소개되고 싶다고요? 인스타그램 @havaqquq 계정으로 DM 또는 ceo@naverdaumnate.com 으로 메일 주세요. 들어보고 본 코너에 소개하겠습니다. 윌슨레터는 다음 주에 열 번째 레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윌슨윌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