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레터🏐 인디 음악 마케팅 사례 살펴보기 - 선결, DTSQ, 장미여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인디 음악가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콘텐츠를 전하는 윌슨레터 여덟 번째 시간입니다. 저는 90년대 한국에 홍대를 중심으로 인디 음악 신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디 음악을 소비하고 생산하고 있어요. 신의 변화를 지켜 보며 지금이 전보다 좋아진 건지 나빠진 건지 갸우뚱할 때가 있습니다. 좋아진 건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탄생 덕분에 전보다 음악을 만들고 알리기 훨씬 쉬워졌다는 거고요. 나빠진 건 그 덕분에 인디 음악 신에 '데뷔'한 음악가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었다는 겁니다. 얼마 전 영기획과 함께 일하는 김새녘이 카페 아이다호에서 공연을 했는데요. 그 참에 카페 아이다호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의 SNS에 일일이 들어가 본 적 있습니다. 이쪽 일을 하는지라 수시로 체크하는데도 모르는 음악가가 대부분인 데다가 마치 짜기라도 한 듯 대부분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더라고요. 새삼 세상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1,000명대의 인디 음악가가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영국의 사례를 다룬 미디어리서치의 기사 'Music fandom’s problem is TV’s opportunity'에 따르면 이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닌 듯합니다. 음악 소비가 스트리밍으로 바뀌며 사람들은 수많은 음악을 아주 손쉽게 오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음반 한 장을 구입해 일주일 내내 들으며 누군가의 팬이 되는 일은 예전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소비는 풍부한데, 팬덤은 부족합니다. 해당 기사에서는 소비를 위한 서비스인 스트리밍 밖에서 아티스트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그게 가능한 플랫폼으로 여전히 TV가 유효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슈퍼스타K'의 성공 이후로 무수히 많은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힙합 장르는 '쇼미더머니'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부흥하기도 했죠. 하지만 TV를 통한 성공은 해당 미디어에 맞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견디며 경연을 견뎌내는 것과 같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음악가에게만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은 각자의 방식에 맞는 마케팅 방법을 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보고 겪었던 것 중 참신했던 마케팅 사례를 소개합니다.

(참고로 미디어리서치의 기사 'Music fandom’s problem is TV’s opportunity'는 아래 링크에서 한국어 요약본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선결 <급진은 상대적 개념> 한정 할인 판매 - 희소성 편향

아마 한두 번쯤은 이러한 온라인 클래스 광고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번 달까지만 최저가격! 다음 달부터는 가격이 오릅니다!'. 그 외 펀딩 서비스에서 '슈퍼 얼리버드', '얼리버드' 같은 이름이 붙여 놓고 먼저 구입한 이에게 저렴한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를 본 적도 있을 겁니다. 이는 시간과 수량을 한정해 놓고 구매를 유도하는 '희소성 편향'을 이용한 마케팅 기법입니다. 누구나 '한정 특가!'같은 말에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산 적이 있을 거예요.

음반 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난 카탈로그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레이블의 경우 박스셋 형태로 카탈로그를 모아 저렴하게 판매하기도 하고요. 실제로 음반의 가격이 크게 내려가면 전에 없던 수요가 발생해요. 저희도 얼마 전 2003️⃣년 3️⃣월 3️⃣일을 맞아 영기획 3️⃣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컴필레이션 <3️⃣ Little Wacks> 시디를 3️⃣일동안 3️⃣,3️⃣00원에 판 적이 있는데요. 운명인 것처럼 총 3️⃣3️⃣장을 판매했고, 샵에 있는 음반이 함께 판매되는 효과도 거뒀어요. 무엇보다 즐거웠던 건 사람들이 이 음반이 얼마나 좋았는지 소셜 미디어에서 이야기하며 다시 음반이 생명력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선결은 한국 인디 음악 신에서 이를 구작이 아닌 신작 홍보에 이용한 밴드입니다. 2015년에 발매한 자신들의 첫 정규 앨범 <급진은 상대적 개념> 발매 후 시디를 한 달 동안 정가에서 절반 가격인 5,000원에 판매했어요. 그리고 (스트리밍이 활성화된 지금은 큰 의미 없지만) 다운로드 코드를 동봉해 음반을 구입한 이들도 시디를 리핑하지 않고 편하게 음원을 다운로드 받아 들을 수 있게 했어요.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온통 선결 이야기로 가득했어요. 재밌었던 건 시디를 5,000원에 판매하니 한 장이 아닌 두 장을 구입해 친구에게 선물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예요. 한 장을 구입하든, 두 장을 구입하든 배송료는 같으니까요. 덕분에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자연스럽게 선결의 음반은 바이럴 됐습니다. 나중에 특정한 계기가 생겨 음반이 크게 화제가 되지 않는 한, 음반이 가장 화제 될 때는 발매 직후입니다. 선결의 5,000원 한정 세일은 이 순간을 100%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 DTSQ의 스티커 플레이 - 서브리미널 효과

서브리미널 효과는 인간의 잠재의식을 이용한 마케팅 기법입니다. 미국의 한 극장에서 코카콜라와 팝콘의 영상을 1/3,000초로 쪼개 영화 상영 중간에 삽입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당연히 1/3,000초로 지나가는 장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실험을 행한 후 극장에서 콜라와 팝콘의 매출이 증가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의식하지 못하는 자극이라도 우리의 잠재의식은 자기도 모르는 새 콜라와 팝콘에 반응하고 있는 거죠. 

마케팅이라는 게 사람이 친해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주 보면 싫든 좋든 정이 드는 것처럼, 상대의 눈에 자주 띄는 것만큼 좋은 홍보는 없습니다. 정기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업데이트 하고, 팔로워를 늘리려는 것 역시 많은 이에게 자주 노출이 되기 위함이고요. 거리를 기반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야 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경우 자신의 이름 또는 슬로건을 곳곳에 남기고 다닙니다. '나나는 진짜야'를 남기고 다니는 나나나 '지알원왔다감'의 지알원처럼요. 거리를 기반으로 하는 스케이트보드 펑크 밴드 DTSQ도 이 방식대로 정말 무식할 정도로 곳곳에 자신들의 로고로 만든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습니다. 스티커를 나눠준 친구들도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 붙이고. 외국인 친구들이 자국으로 돌아가서, 또는 밴드가 해외 투어를 돌면서도 스티커를 붙여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DTSQ 로고가 남겨졌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바이럴까지 이어졌습니다. '설마 여기에?' 싶었던 곳에 있는 DTSQ 스티커를 발견한 사람들은 이를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렸고, 자연스레 밴드를 향한 호기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에이, 겨우 로고 스티커를 자주 본 것뿐인데 음악까지 듣게 된다고요? 사람은 영화관에서 1/3000초 동안 등장한 콜라와 팝콘도 먹고 싶어지는 동물이라니까요. 아래 김밥레코즈의 트윗 캡처를 첨부합니다.

❇️ 장미여관의 프레스킷 -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윌슨레터를 보는 구독자님은 프레스킷을 보내본 적 있나요? 프레스킷은 미디어나 클라이언트에 보낼 목적으로 음반과 음악가의 정보를 묶음 형태로 만든 걸 말합니다.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진 프레스킷을 받으면 기분부터 좋아집니다. 아무리 냉정한 평론가나 기자라 할지라도 성의 있는 프레스킷을 받으면 마음이 흔들릴 겁니다. 밴드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특별한 형태로 프레스킷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미여관의 <장가가고 싶은 남자, 시집가고 싶은 여자> 프레스킷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장미여관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실제 여관에서 쓸 법한 세신도구를 모아 프레스킷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장미여관은 탑밴드와 무한도전에 연달아 출연하며 큰 인기를 누리던 때입니다. 그런데도 미디어에 확실히 어필하기 위해 프레스킷을 별도로 제작한 겁니다. 덕분에 본 프레스킷은 음반과 별개로 기자의 블로그에 실릴 만큼 화제를 모았고, 장미여관의 인기도 꾸준히 이어졌습니다.

자신의 음반을 크게 홍보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아이디어를 발휘해 색다른 프레스킷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요? 분명 많은 미디어에서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아마 많은 인디 음악가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케팅하고 있을 텐데요. 온라인 밖에도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오프라인 마케팅 사례만 모아 봤습니다. 위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마케팅 아이디어를 만들어 보세요. 모두 화이팅! 💪🏻

✨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

윌슨레터 구독 시, 가능하면 음악가 이름을 적어달라는 요청을 드리고 있는데요. 가장 큰 이유는 제가 듣고 싶어서입니다. 좋은 음악가를 발견하는 건 이쪽 일을 하며 얻는 가장 큰 즐거움이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의 이름이 뉴스레터 구독자의 이름에 있으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요. 한국의 매스 록 밴드 다브다는 후자에 속하는 음악가입니다. 너무 좋아하는 밴드인데 레터를 구독하고 있다니 기뻐서 ✨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에 가장 최근에 발매한 싱글 '정글짐'을 뽑아봤습니다. 가장 최근이라고 했는데 벌써 2년 전 작품이 됐네요. 새 앨범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나 좋은 음반이 나올지 벌써 기대됩니다!

금주의 윌슨레터 추천곡에 구독자님의 음악이 소개되고 싶다고요? 인스타그램 @havaqquq 계정으로 DM 또는 ceo@naverdaumnate.com 으로 메일 주세요. 들어보고 본 코너에 소개하겠습니다. 윌슨레터는 다음 주에 여덟 번째 레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윌슨윌슨! 🫡

P.S: 차우진의 TMI.FM에 '하박국의 노답인디'라는 제목으로 한 달에 한 번 레이블 운영기를 연재합니다. 인디 생활 희망편과 절망편을 함께 맛보고 싶은 분은 이쪽도 체크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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