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x 🎶 음이온 라디오 - 씬어송라이터로 공감의 장면을 그리는 '도빛'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이제 윌슨레터와 음이온 라디오 컬래버레이션 기획 '함께 하는 마음, 성장하는 관계'도 몇 에피소드 남지 않았습니다. 아홉 번째 에피소드는 신인 음악가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윌슨레터 오픈채팅 방에서 모집해 한 분을 선정해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씬어송라이터로 공감의 장면을 그리는 '도빛' 님입니다. 본 프로그램은 서울라이브와 차우진의 tmi.fm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게스트가 선곡한 곡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팟빵

🕵🏻‍♂️ 하박국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도빛

안녕하세요. 저는 씬어송라이터 도빛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선배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정신없이 앨범 준비하고 나면 기억이 안 나. 네가 어떻게 했는지 다 추억이고 좋은 자양분이 될 테니 그런 건 남겨 두는 게 좋아.'라고. 

🕵🏻‍♂️ 하박국

씬어송라이터라는 표현이 독특해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 도빛

인생에서 명장면을 제 음악으로 남겨드리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신(scene)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신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제게 음악이 좋은 게 어떤 음악을 딱 들었을 때 그 음악을 같이 들은 사람이나 순간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경험을 듣는 분들께 전달해 드리고 싶기도 하고요. 음악 작업할 때도 머릿속에 장면을 떠올려 작업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표현을 넣어 보고 싶어 씬어송라이터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좀 튀고 차별화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했고요.

🕵🏻‍♂️ 하박국

도빛 님이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은 장면(Scene)은 어떤 건가요?

✨ 도빛

대단한 장면이 마음에 박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과 같이 있었는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가 같은 게 장면을 기억하는 요소라 생각해요. 근데 우리가 거기서 대단한 말을 주고받진 않잖아요. 평범한 단어나 일상에서 오는 감정을 음악으로 만들어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하박국

도빛 님이 그려내고 싶은 일상적으로 빛나는 순간이 있다면요?

✨ 도빛

3년 정도 활동하고 2022년 처음 음원이 나왔어요. 경인 방송국에서 했던 우리말 창작가요제에 나가며 발매된 음원인데, 그 곡의 제목이 '나의 오랜 친구에게'이고 부제는 '엄마에게'예요. 저는 엄마와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고, 학창 시절에 해외에 있다 보니 엄마와 둘이 있을 기회가 많았어요. 친구처럼 오래 지내 그런 순간이 기억에 많이 남고 나이를 먹어가며 엄마도 나이가 드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그런 순간을 마음에 담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저는 해외에 있어 한국의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와 소중한 대화를 할 수 있고 제가 느낀 점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친구를 소수 정예로 만나는 편인데, 그 친구와 있는 순간을 남기고 싶어요. 

🕵🏻‍♂️ 하박국

도빛 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이 정말 많더라고요.

✨ 도빛

최근에 고민이 너무 많이 돼요. 오늘 이야기할 내용을 관통할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세상에 음악을 만들고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잖아요. 어떻게 해야 몇 명이라도 내 노래를 더 듣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내 이야기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앨범 작업기로 브이로그를 올리고 있어요. 전에 홍보 일을 해서 뭔가 기획하고 글 쓰고 이런 건 익숙하거든요. 영상을 찍는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초창기엔 열정이 넘쳐 일주일에 3개씩 올리고 그랬어요. 근데 앨범 작업이라는 게 사실 반복 작업이잖아요. 그래서 지금은 일주일에 하나 정도 올리고 있어요. 

🕵🏻‍♂️ 하박국

앨범 발매 후 많은 분이 다시 그 영상을 찾아볼 것 같아요.

✨ 도빛

저는 지금 녹음 연습도 하고 있어요. 공연 때와 녹음 때와 저의 역량이 다르게 표출이 되잖아요. 한 마디를 하루에 50번도 넘게 부르곤 하거든요. 그런 걸 가감 없이, 이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는 걸 남겨두고 싶었고요. 선배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정신없이 앨범 준비하고 나면 기억이 안 나. 네가 어떻게 했는지 다 추억이고 좋은 자양분이 될 테니 그런 건 남겨 두는 게 좋아.'라고. 그래서 하고 싶은 말도 많은 김에 영상으로 남겨 라디오처럼 내레이션을 입혀 올리고 있어요.

💬 다른 일을 시작하면 모든 걸 다시 처음으로 시작하는 거잖아요. 근데 두렵지 않았어요.

🕵🏻‍♂️ 하박국

음악 하기 전 어떤 일을 했나요?

✨ 도빛

아버지 일로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홍콩에서 6년 정도 지냈어요. 마케팅을 전공했고요. 음악은 좋아했는데 효도하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요. 그래서 공부 열심히 하고 한국에 돌아와 홍보대행사에 취직했어요. 9년 정도 일 하다 음악 하려고 다 그만뒀어요. 

🕵🏻‍♂️ 하박국

어떻게 그렇게 하던 일을 다 그만두고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나요?

✨ 도빛

우리가 일할 수 있는 연령이 60세에서 65세 정도라면 한다면 10년마다 다른 일을 하고 살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 있는 분야가 많고, 음악, 그림, 글 쓰는 거 다 좋아해 다 해보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품에 안고 살다 회사에 다니던 도중 작곡을 너무 배우고 싶은 거예요. 근데 제가 다룰 수 있는 악기가 없었어요. 홍대 상상마당에 클래스가 좀 있거든요. 거길 뒤지다 싱어송라이터 최고은 님이 하는 작곡 작사 클래스가 있길래 이거다 싶어 거길 찾아갔죠. 제가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라 쭈뼛쭈뼛하고 있었는데 그때 최고은 님과 지금 ctr 사운드 대표인 황현우 pd님이 같이 수업을 하셨어요. 거기서 나는 대화와 수업하는 이들의 조화가 저한테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수업이 총 8주였는데 마치고 나니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따로 찾아갔어요. 더 하고 싶다고. 그러면서 최고은 님이 급하게 가사가 필요할 때 제가 좋은 기회로 투입돼 처음 작사한 곡을 최고은 님이 불러주게 됐고요. 2018년에 유럽 투어를 가게 됐거든요. 제가 그 소식을 듣고 영어도 하고 보도자료도 쓸 수 있고 홍보대행사 경험이 있으니 밴드 매니저로 쓰라고 제안했어요. 그때 또 오케이를 해주어서 20여일 정도 7개 도시를 돌았어요. 그러며 라이브 공연의 맛이라고 할까요. 에너지가 다르다는 걸 피부로 느끼고, 업계 용어도 배우다 보니 재미있더라고요. 그래서 원래 있던 꿈을 다시 실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다른 일을 시작하면 모든 걸 다시 처음으로 시작하는 거잖아요. 근데 두렵지 않았어요. 주변의 반대가 있기도 해 회사와 음악 작업을 병행했는데, 음악 작업을 더 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로 이석증이 생기더라고요. 그걸 보고 어머니도 허락해 주셔 본격적으로 연습에 매진할 수 있게 됐어요. 측근의 합주실에 상주하며 손님 받으며 매일 연습했죠.

🕵🏻‍♂️ 하박국

회사를 그만 두고 음악을 시작한지 어느 정도 됐나요?

✨ 도빛

19년에 그만뒀으니 4년 정도 됐어요.

🕵🏻‍♂️ 하박국

앨범은 어느 정도 준비됐나요?

✨ 도빛

싱글을 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EP 안에 넣고 싶었던 곡인데, EP의 분위기나 색깔을 먼저 보여줄 수 있게 곡을 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 내고 싶어 준비하고 있어요. 음이온 라디오 요조 님 편 들으며 인상 깊고 위로받았던 부분이 있는데, 저도 의무적으로 제가 작사, 작곡과 모든 걸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작업도 느려지고 한계도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작곡을 도와주는 프로듀서를 만나 같이 작업하고 있어요. 

🕵🏻‍♂️ 하박국

발매 일정은 잡혔나요?

✨ 도빛

발매 일정은 내년이 되기 전에 곡을 다 추려내고 싶었는데, 제가 이것도 하박국 님께 초보 인디 음악가로 질문을 드리고 싶었어요. 공연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반응이 좋은 걸 추려 앨범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앨범을 명함처럼 만들고 클럽에 뿌려 제가 이런 노래 하는데 무대에 서도 될까 묻는 게 맞는지. 

🕵🏻‍♂️ 하박국

어떤 게 맞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 음악가는 전에 공연을 해본 적 없다가 앨범을 발매하며 공연하게 된 경우가 많았어요. 그러면 전에 공연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확실히 음반에서 보여준 것만큼의 역량을 공연에서 보여주기 어렵더라고요. 예전처럼 클럽에서 열심히 활동해 자신을 알리고 그걸 바탕으로 음반을 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자신을 트레이닝하고 경험을 쌓는다는 측면에서 계속 활동하고 자신의 곡이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보는 건 의미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확실히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공연을 잘해야 하는 시대잖아요. 그쪽 시장이 커졌으니까요. 커리어 유지를 위해서라도 공연 능력이 중요한데, 합주실에서 연습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무대 경험도 확실히 필요하다고 봐요. 만약 음반이 너무 잘 되면 하고 싶어도 작은 공연을 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생기거든요. 경험 측면에서 클럽 공연을 많이 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활동하다 보면 컨디션이 완전하게 좋은 곳에서만 공연하기 어렵거든요. 최근에는 카페나 바 같은 곳에서도 공연이 자주 열리는데 그런 곳은 모니터 시스템이 안 좋기도 하고요. 그런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에도 분명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초보 인디 음악가는 하루에 종이 한 장씩 옮기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 하박국

음반 준비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건가요?

✨ 도빛

저는 전에 나온 싱글이 제 의지로 냈다기보다 대회에 나가 나오게 됐어요. 이후 강백수 님이 듀엣을 하고 싶다 제안해 주셔 피쳐링한 음원이 하나 나와 있고요. 저는 저를 상품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캐릭터를 가져가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에요. 노래는 어떻게든 부를 수 있는데 그걸 어떤 캐릭터로 담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것에 관해 고민하고 있어요. 녹음 하면서도 다양하게 불러 보고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을 것 같으면 곡을 엎어요.

🕵🏻‍♂️ 하박국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캐릭터나 이미지가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 도빛

예전에 행복 바이러스가 뿜어져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하더라고요. 그런 분위기를 가져가며 지금 제 음악에 장르 같은 게 정해져 있진 않거든요. 여러 가지를 시도하며 세상에서 유일한 캐릭터를 갖고 차별화된 앨범을 만들려면 나를 닮으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니까요. 밝은 에너지를 가져가며 우리가 마음속에 낭만적인 부분이 다 있잖아요. 그런 멜랑콜리함을 섞어 정서상으로 그런 모습을 담으면 지금 타깃으로 하는 한국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리드미컬하고 밝으면서도 조금 멜랑콜리한 느낌을 섞어보려고 해요.

🕵🏻‍♂️ 하박국

원래는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 도빛

8, 90년대 발라드도 좋아하고요. 최근에는 브라질 음악에 빠져 있어요. 제가 유튜브에 올리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개사 프로젝트라고 뉘앙스를 알 것 같은 팝 음악 말고 알기 어려운 언어로 되어 있는 음악을 들었을 때 머릿속으로 상상되는 장면으로만 개사를 해 부르는 프로젝트예요. 그때 브라질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멜로디 흐름이 너무 신기한 거예요. 송폼도 예측할 수 없고 이런 쪽으로 공부를 더 한다면 새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하박국

지금 음반에도 지금 듣는 음악이 반영되나요?

✨ 도빛

반영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요.

🕵🏻‍♂️ 하박국

평소 창작 활동을 위한 루틴이 있나요?

✨ 도빛

일어나 지압 볼을 30분 정도 밟아요. 일어나면 개운하지 않고 한참 두들겨 맞은 것 같아서 좀 풀어주려고요. 이후 힙 브릿지를 100개 하고 플랭크를 2분 정도 하는 루틴을 따르고 있어요. 직장에 다녔을 때는 출근 시간에 출근하고 일 다하고 퇴근 시간이 되면 퇴근하잖아요. 지금은 아무도 저에게 뭘 시키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스스로 하루를 끌고 가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면 죄책감에 고통받는 스타일이라서요. 

초보 인디 음악가는 하루에 종이 한 장씩 옮기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아무도 시키지 않고 하루 딱 한 장만 옮길 수 있는데, 거기에 뭘 써놓고 무슨 색을 칠할지는 본인만 결정할 수 있겠죠. 근데 하루에 한 장씩만 옮기다 보니 눈에 안 보여요. 시간이 오래 지나서야 내가 이만큼 했는지 보이는데, 그걸 들춰봤을 때 알맹이가 있는 내용이 있을지 아니면 그냥 빈 종이를 옮겨 놓았을지는 모르는 거죠. 

그래서 하루에 운동을 그만큼 하고, 베이스 연습을 강제적으로 하기 위해 관종기를 활용해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프랙티스 윗 미'라는 제목을 붙여 매일매일 연습을 하고 있어요. 근데 층간 소음 문제로 저만 헤드폰으로 베이스 소리를 듣다 보니 방송 보는 분은 메트로놈 소리밖에 안 들리거든요. 그래서 목탁 치는 거 아니냐 하시기도 하는데, 그렇게라도 저는 증거를 남기고 무언의 압박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해요. 하루 연습한 게 한 장의 종이에 디폴트 값으로 쓰여 있으면 다음 날로 안심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한 거죠. 그렇게 저를 몰아붙이고 있어요. 

작사에도 루틴이 있는데, 저는 무조건 종이와 연필을 써요. 마인드맵부터 시작하고요.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를 스스로 들으면 위로가 많이 되더라고요. 박주연 작사가님이 워드로 작사하면 지웠다가 다시 쓰게 돼 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단어를 떠올렸는지 모른다고, 그래서 무조건 수기로 쓴다고 하더라고요. 거기에 공감해 저도 따르고 있어요. 여러 장 다 쓰고 난 공책을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들춰보면 과거로 돌아가 추억을 살펴볼 수도 있고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고요. 그게 좋아 많은 분에게 손으로 쓰는 걸 추천해 드리고 있어요. 

🕵🏻‍♂️ 하박국

제게 상담받고 싶다고 질문지를 보내셨어요.

✨ 도빛

너무 궁금한 게 많아요.

🕵🏻‍♂️ 하박국

투어 매니저도 해보셨고 홍보하는 법도 알고 계시는 것 같고 본인의 루틴도 갖고 계시고. 음반만 안 나왔다 뿐이지 거의 중년 아티스트 같으신데....

✨ 도빛

중이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고 하잖아요. 전에는 음악 하는 분이 소수라고 생각했는데, 업계에 들어오고 나니 세상에 음악 하는 사람이 정말 많더라고요. 매일매일 음악이 쏟아져 나오고 전공자도 많고 매일매일 놀라며 살아요. 저는 언제 음반을 발매해 팬이 생겨 나를 압박해 줄까, 그런 생각 하며 매일 종이를 옮기며 지내고 있어요.

💬 제일 위에 제가 써놓은 말이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자'거든요. 근데 그 준비도 즐겁게 하자.

🕵🏻‍♂️ 하박국

직접 활동을 해 보니 전에 생각하던 것과 무엇이 달랐는지 궁금해요.

✨ 도빛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처음 생각하게 됐어요. 음악을 전공으로 하고 잘하는데도 연습실에서 못 나오는 분들이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남들에게 보여주기 두려운 거죠. 사실 무대라는 것도 한정되어 있잖아요. 기회를 얻는 것도 흔치 않은데, 저는 주변 사람을 잘 만나 버스킹 외에도 다른 밴드 보컬 세션도 하고 재즈 보컬을 해 재즈 행사도 가끔 불려 나가거든요. 경험해 볼 수 있는 것들을 빨리 경험해 운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 하박국

이야기를 들으며 도빛 님이 되게 적극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고은 님 수업을 신청한 후 자처해 투어 매니저를 하기도 하시고, 유튜브 채널도 열심히 운영하시고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 도빛

예전에 연습만 할 때 처음 뵌 인디 음악가를 보며 이렇게 잘하고 오래 했는데 메인스트림만큼 돈을 못 벌까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직장인의 마인드로 잘하면 연봉이 오르듯이 그게 왜 똑같지 않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때는 잘해서 많이 버는 사람이 되려 했어요. 처음 그런 생각이 저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오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저를 이끄는 것 같아요. 

최근 마르코스 발레와 아지무스 공연을 봤거든요. 올해가 60주년이었대요. 다들 노익장을 보여주며 공연하는데 그 얼굴에 행복함이 있는 거예요. 최근에 본 영화 <한여름 밤의 재즈>에서도 뭉클했던 게, 나오는 음악가 모두가 너무 행복하고 집중된 얼굴로 음악 하는 모습이었어요. 저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래 하려면 제가 재미를 찾아야 할 것 같더라고요. 근데 재미라는 게 좀 잘해야 생기잖아요. 못하는 걸 자꾸 하면 스트레스가 생기니까 잘하는 걸 찾으며 내 것과 엮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는 글 쓰고 영상 찍는 걸 좋아하니 유튜브로 음악을 알려야겠다, 말하고 무대에 오르는 걸 좋아하니 진행을 해도 좋겠다, 아니면 글 쓰고 영어를 좀 할 줄 아니 가사를 영어로 번역하고. 이런 식으로 자꾸 내가 재미있는 게 뭔지 찾아내는 게 제게는 계속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 하박국

지금 도빛 님이 활동하며 가장 고민되는 건 어떤 건가요?

✨ 도빛

어떤 분께 제 음악을 주로 들려드려야 하는지 고민이 돼요. 제 나이대의 분들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경험했을 테니까요. 그분들께 제 노래를 중점적으로 노래를 들려 드려야 하는지, 인디 음악에 갓 관심을 갖게 된 사회 초년생분께 이런 음악도 있다고 들려드려야 하는 건지.

🕵🏻‍♂️ 하박국

그건 음반 발매 후 데이터가 생길 거로 생각해요. 멜론의 파트너 센터나 스포티파이의 아티스트 페이지에서 어느 연령대의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음악을 듣는지 볼 수 있고, 유튜브 채널 역시 데이터가 다 나오잖아요. 장르 음악 하는 분은 장르 음악 팬을 처음에 공략하면 되니 한편으로 쉬운데, 그보다 넓은 타깃을 대상으로 음악 하는 분은 여기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 같더라고요. 

✨ 도빛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느낌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을 만들어 음반을 내놓고 반응을 보는 것과, 나다운 것을 내놓고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자의 차이랄까요. 그 선을 잘 집어 타이밍에 그걸 내놓는 작업이 쉽지 않더라고요. 

🕵🏻‍♂️ 하박국

그래서 빨리 앨범을 발매하셨으면 좋겠고요. 저는 처음에는 그런 걸 많이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에 집중해 내놓고 그다음에 생각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음반을 발매한다는 건 어느 순간 손을 놓는 일이거든요. 여기서 뭔가를 더 넣어야 할지 작업을 더 해야 할지, 이걸 처음에 가늠하기가 힘들고 그래서 더 작업하고 더 작업하고 하다 결국 못 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보다 결정을 내려 어느 순간 딱 내려놓고 앨범을 발매한 후 다음에 오는 피드백을 통해 자신이 어떻게 활동할지 가늠하고 생각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도빛

제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며 모든 변수를 예상해 어떻게 사고를 방지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삶을 9년 정도 살았거든요. 음악을 시작하며 하는 일은 달라져도 뇌 구조를 다시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리나 봐요. 

🕵🏻‍♂️ 하박국

일이라는 게 상수가 확실하고 변수가 적은 게 리스크가 적잖아요. 근데 음악 일은 변수투성이고 리스크를 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제게 상담을 요청하는 분께 확실하게 말씀을 드릴 수 없는 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음악이 반응을 얻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거든요. 본인이 직접 결과물을 내놓고 온갖 변수를 경험하며 자신만의 데이터를 만들어 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요. 

✨ 도빛

집에 커다란 보드판에 한 달 캘린더가 적혀 있어요. 제일 위에 제가 써놓은 말이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 준비를 하자'거든요. 근데 그 준비도 즐겁게 하자. 저는 항상 고민과 생각이 많으니까, 즐겁고 재밌게 묵묵히 이걸 하다 보면 준비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적어놨어요. 

🕵🏻‍♂️ 하박국

앨범을 발매하면 뭘 가장 해보고 싶으세요?

✨ 도빛

단독 공연하는 분들이 너무 부럽더라고요. SNS에서 팔로우하고 있는 음악가분들이 공연 끝나고 팬분과 오손도손 모여 그날의 행복을 나누는 사진을 보면 너무 부럽더라고요. 몇 석이라도 내 음악을 듣기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귀한 분들과 단독 공연을 열어 정말 즐겁고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꿈처럼 계속 갖고 가고 있어요. 

🕵🏻‍♂️ 하박국

그러면 앨범을 빨리 내야 하겠네요. 제가 앨범 안 내는 분들께 앨범 언제 나오느냐 자주 쪼는 편이거든요.

✨ 도빛

많은 분이 너의 최고점이 아니라 지금 너의 상태를 담는 거라고 빨리 앨범 내라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더 잘하고 싶고, 2년 뒤면 더 잘 할텐데... 그러면 영원히 앨범을 낼 수 없겠죠. 너무 욕심내지 않으려고 해요. 욕심을 가지다 보면 그게 음악에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 계속 나다운 음악, 다른 잡념이 들어가지 않고 다른 마음이 포함되지 않은, 그냥 음악을 향한 열정과 사랑만 담은 노래를 내겠다고 다짐하고 있어요. 불순물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뭔가가 나올까 봐 조심하고 있어요. 

🕵🏻‍♂️ 하박국

제가 최근 연기레슨을 받고 있는데요. 몸에 있는 긴장을 다 푸는 훈련을 하거든요. 몸에 긴장을 모두 푼 후 복부에만 힘을 주고 복식 호흡으로 발성하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 힘을 빼고 온전히 자신의 소리를 낸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재밌더라고요.

✨ 도빛

저도 작업하다 쉬려고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하며 바깥 풍경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려져 있더라고요. 내가 이렇게까지 몸에 힘을 주고 있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온몸의 힘을 빼고 소리에만 집중하는 훈련 중요한 것 같아요. 

🕵🏻‍♂️ 하박국

제가 연기레슨을 받으며 음악가들에게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게 생겼는데요. 확실하게 자신의 감정을 복기하고 꺼내놓는 감정이 표현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셀피를 찍을 때도 전에는 잘 나오고 싶다고 생각하고 찍어 어색하게 나왔거든요. 지금은 제 안에서 행복하고 좋은 감정을 끄집어내 웃으니까, 셀피를 찍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 도빛

저도 가사 쓸 때 느껴요. 마인드맵을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쓰다 보면 감추고 있는 제 모습이 있어 저만 보는 노트인데도 솔직한 제 심정을 꺼내놓지 못하는 걸 발견한 거예요. 정말 솔직해져 보고 싶다 .이러면 안 된다. 제가 벽을 갖고 가사를 쓰면 듣는 분들도 그걸 느끼게 될 테니까. 어떤 가사가 제 마음에 와닿았을 때도 어떻게 저런 말을 사람들한테 다 들려줄 수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 때거든요. 그걸 의식하다 보면 조금씩 솔직한 감정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생긴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하는 게 벽은 있지만 살짝 문을 여러 사실은 이래요 하고 보여줄 수 있게, 그 문을 여러 개 만드는 작업이지 않나 싶어요. 

🕵🏻‍♂️ 하박국

열린 여러 개의 문으로 곡이 나와 어서 앨범으로 완성되면 좋겠네요.

✨ 도빛

열심히 하겠습니다.

💬 관객은 공연을 볼 때 울림을 얻기 위해서 가는 거지 이 사람이 잘하길 바라는 건 아니잖아요.

🕵🏻‍♂️ 하박국

제게 질문지를 보내주셨어요.

✨ 도빛

궁금한 게 정말 많습니다. 제가 팟캐스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그거였어요. 저 자신을 보여주는 것도 있지만, 초보 인디 음악가들이 도움을 받으려고도 많이 보잖아요. 제 수준에서 궁금한 걸 물어보면 그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질문을 준비해 봤어요.

(도빛 님이 질문하고 제가 답변한 내용은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 하박국

음악하며 가장 좋았던 기억과 후회되는 기억은 뭔가요?

✨ 도빛

음악 하기 전 많은 반대에 부딪혔거든요. 어느 날 엄마가 계시는 곳에 가서 TV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그때 제가 처음 프로필 사진을 찍었던 때였거든요. 제가 준비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하는 사람이다 보니 엄청 많은 걸 찾고 준비해 프로필 사진을 찍었단 말이에요. 그걸 엄마에게 재잘재잘 말을 한 거죠. '엄마 나 프로필 사진 처음 찍으러 갔는데, 연예인들 되게 많이 찍어보신 분인데 준비 많이 해왔다고 칭찬받았어' 신나서 얘기했나 봐요. 그랬더니 엄마가 가만히 듣다가 '네가 쉽지 않은 곳에 갑자기 들어가게 돼서 외롭고 힘들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엄마 아빠가 그냥 뒤에서 조용하게 너를 응원할 테니까, 너 지금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 그대로 열심히 했으면 좋겠어'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예능을 보고 있었는데 서로 얼굴을 못 보고 TV만 보며 엉엉 울었던 기억이 있어요. 이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고요.

후회되는 건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작년에 우리말 창작 가요제에 나갔어요. 예선은 영상, 본선은 라디오 생방송에서 노래하고, 이후 큰 공연장에서 심사위원과 관객 앞에서 라이브로 경연하는 거였거든요. 근데 제가 그때 아주 맛있게 말아먹었어요. 평소 잘 나지 않던 음이탈이 났어요. 긴장을 정말 많이 하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나 봐요. 그러다 보니 큰 실수를 하게 된 거죠. 저는 그 영상을 아직도 못 봐요. 못 보겠어요. 정말 무서워서. 

그때도 얻은 건 있었던 게, 같이 갔던 프로듀서가 말하길, '긴장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네가 너의 노래를 보여주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 이 음악을 만들기 위해 함께 작업한 사람을 책임진다고 생각해라. 그들을 대표해 나가는 거로 생각해라.' 그리고 관객은 공연을 볼 때 울림을 얻기 위해서 가는 거지 이 사람이 잘하길 바라는 건 아니잖아요. '포커스를 자신에게 너무 맞추지 않고 듣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 같이 하는 사람들의 책임자가 된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르면 조금 긴장감을 낮출 수 있을 거다.'라고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무대는 말아먹었지만 하길 잘했다고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런 생각으로 마인드 콘트롤 하는 법을 배웠어요. 

🕵🏻‍♂️ 하박국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 도빛

빨리 앨범을 준비해 여러분께 저란 음악가가 이런 음악가라고 전달해 드리고 피드백을 얻고 싶어요. 오래오래 행복하고 즐겁게 이걸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계속 재밌는 순간을 찾아갈 거고요. 이건 저의 소망인데, 제가 씬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보니 OST 작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 기회가 있으면, 없으면 제가 만들어서라도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 하박국

방송 듣는 분께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 도빛

제가 하박국 님께 조언을 얻고 싶어 이자리에 온 게 가장 크지만, 듣는 분들께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요. 인디 음악 신과 관계 없더라도 '이 업계 안에서 이런 고민이 오가고 있어 이런 음악이 나오고 있구나. 더 즐겨봐야지' 하고 마음을 열고 들어줄 수 있는 청중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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