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x 🎶 음이온 라디오 -현실적인 인디 레이블 스톤쉽의 '똘배'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이제 밤에는 조금 선선한 게 가을이 얼마 남지 않은 게 느껴지네요. 이번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봄부터 녹음을 시작했는데 어느덧 여름 지나 가을이 오고 있는 걸 보니 조금 신기합니다. 윌슨레터 시즌2는 하박국의 음이온 라디오와 컬래버레이션으로, '함께 하는 마음, 성장하는 관계'라는 주제로 서울라이브와 차우진의 tmi.fm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인디 음악 신 구성원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이 시리즈의 여덟 번째 에피소드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디 레이블 스톤쉽의 대표 '똘배' 님 편입니다.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게스트가 선곡한 곡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팟빵

🕵🏻‍♂️ 하박국

대표님을 어떻게 부르면 좋을까요?

🛳️ 똘배

본명은 석찬우고요. 편하게 부르시면 됩니다. 똘배라 부르셔도 좋고요.

🕵🏻‍♂️ 하박국

그럼, 똘배 대표님이라 부를게요. 스톤쉽 레이블과 똘배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힙합 쪽에서는 유명한 레이블인데 뉴스레터를 보는 분 중엔 모르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쇼미더머니도 출연했고, 백앤포스도 오래 진행했고 똘배 티가 염따 티 나오기 전 가장 많이 팔린 티셔츠 아닌가요?

🛳️ 똘배

한정판이라 많이 팔진 못했어요. 그냥 조금 이슈몰이가 된 거죠. 백앤포스는 파티를 만드는 크루인데 12년째 막내로 함께 하고 있어요. 유명하다 하시니 감사하긴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힙합 신에서도 크게 성과를 낸 것 같지 않고 아직 인디 신에서도 그렇고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음악가가 음악을 만드는 건 1인 스포츠지만, 이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활동하는 과정은 팀 스포츠라 팀워크가 중요해요.

🕵🏻‍♂️ 하박국

가볍게 레이블과 대표님 소개를 한다면요?

🛳️ 똘배

스톤쉽은 2014년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지향한다고 하지만 아이돌을 만들 것 같진 않은 기획사 개념이죠. 처음엔 에이전시 영역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음반 제작에 집중을 많이 해 레이블이라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다양한 인디 음악 음반을 제작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고, 저는 그냥 그걸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 하박국

에이전시에서 레이블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 똘배

처음에는 다른 레이블과 차별을 두고 좀 더 오프라인 활동을 기획하고 집중하기 위해 시작했어요. 근데 음반을 제작해야 좀 더 확실히 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레이블과 에이전시를 병행하는 형태로 갔어요. 레이블이라 해도 일반적인 개념과는 조금 달랐고요. 힙합 쪽은 전속 계약을 하고 패밀리에 가까운 느낌이잖아요. 저흰 그런 거 없이 계약 기간이나 비율을 유연하게 하고 아티스트와 회사 간 페어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진행했어요. 

🕵🏻‍♂️ 하박국

요즘 레이블과 함께하기보다 혼자 일하는 걸 선호하는 아티스트가 많아졌어요. ema처럼 큰 규모의 에이전시도 생겼고요. 그런데도 레이블이 필요한 이유는 뭐가 있을까요?

🛳️ 똘배

스톤십이 하려고 했던 것도 ema 같은 역할이었거든요. 지금 시대에는 더 맞아떨어지기도 하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 에이전시를 시작한 건데 너무 일찍 시작해 조금 타이밍이 안 맞았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해보니 안 맞는 것 같아서 전속 형태로 계약을 맺어 오르내림, 히피는 집시였다 같은 팀을 제작했고요. 다른 힙합 레이블과 다르게 집단성을 가지는 걸 배제 했는데 그걸 3년 해보니 또 한계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코로나도 왔고 지금은 좀 유연하게 많은 아티스트와 가벼운 계약을 맺었어요. 함께 하는 음악가가 많아져 올해는 확장보다 정리를 하게 될 것 같아요.

레이블이 필요한 이유를 스톤십의 경우로 한정 지어 말하자면, 저희는 현실적인 소통을 해요. 신인 음악가와 함께 일하다 보니 우리 회사가 처음일 때가 많거든요. 그래서 몰라서 안 하거나 못하는 게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이야기를 많이 하고요. 음악가가 음악을 만드는 건 1인 스포츠지만, 이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활동하는 과정은 팀 스포츠라 팀워크가 중요하다. 아무리 메시라도 혼자서는 골 못 넣는다. 근데 팀워크라는 건 선수가 못하는 건지 팀이 못하는 건지 알기 어렵거든요. 그냥 서로가 잘 맞느냐 아니냐의 개념이에요. 

저희가 지금은 계약 조건이 1년 반에 앨범 2장이거든요. 예전에는 앨범 2장을 1년 반에 내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보통 첫 앨범의 경우는 음악가들이 자기 뜻대로 내고 싶어 해요. 그럼 그걸 인정하고 내서 잘되면 좋겠지만,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럼 두 번째 앨범은 좀 더 팀워크를 맞춰 앨범을 내고 그게 잘 맞으면 계속하고 아니면 계속할 필요가 없겠죠. 계약이 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에요. 예전에는 회사가 음악가를 잡아 둔다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도 잘 안 맞는 음악가와 길게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손해거든요. 이런 상대적인 입장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최선을 다합니다.

💬 다 맞다 맞다 한 다음에 사이 나빠지는 것보다는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주는 게 낫죠.

🕵🏻‍♂️ 하박국

인디 레이블로서 스톤쉽의 업무가 정확하게 어떻게 되나요?

🛳️ 똘배

음악가와 계약하고, 계약한 음악가의 앨범을 제작하고요. 앨범을 기반으로 플레이어로서 활동할 것을 지원하고, 매니지먼트를 해요.

🕵🏻‍♂️ 하박국

아티스트 별로 투입되는 자원과 지원이 다르기도 하나요?

🛳️ 똘배

롤은 똑같지만 성과에 따라 비용이나 지원은 다르게 책정되기도 하죠. 저희가 음악가 수만큼 직원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모든 음악가를 똑같이 지원할 수 있는 레이블은 세상에 없을 것 같네요.

🕵🏻‍♂️ 하박국

음악가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똘배

근데 그걸 냉정하게 현실이라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없이 잘해달라는 건 그냥 떼쓰는 거잖아요. 저도 예전엔 거기에 많이 동요됐는데, 지금은 좀 냉정해졌어요.

🕵🏻‍♂️ 하박국

아무래도 레이블을 운영하다 보면 음악가가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 똘배

그런 마음은 지금도 있어요. 당연히 애정이 있으니까 서로 계약을 맺고 신의를 지키려고 열심히 하는 거고. 근데 저희가 하는 일이 음악을 만드는 건 인간이고 그 후에도 인간을 상대해야 하는 일이잖아요. 감정 노동이 클 수밖에 없는 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떼쓰는 걸 현실화하고 정리해 주는 것도 회사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새로 계약하는 신인에게 그런 얘기를 더 명확하게 해주는 게 좋은 회사라 생각해요. 다 맞다 맞다 한 다음에 사이 나빠지는 것보다는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주는 게 낫죠.

🕵🏻‍♂️ 하박국

음악가가 레이블과 함께 일하려 할 때 명확하게 이런 것만큼은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 똘배

음악가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점인 것 같아요. 음악가마다 욕심도 다르고 일에 집중하는 정도도 다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본인 스스로가 레이블과 일할 때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고요. 회사가 할 수 있는 영역과 음악가가 원하는 영역이 같아야 하잖아요. 그걸 명확하게 알려주고 상대가 뭘 원하는지 먼저 이야기를 하게 해요. 그게 없으면 그냥 뜬구름만 잡다가 나중에 회사가 해준 게 없다고 말하다 끝나거든요. 

'좋은 앨범을 내고 싶다' 이런 건 너무 추상적이고요. 한국대중음악상을 타고 싶은 건지, 연예인이 되고 싶은 건지 물어보고 거기에 맞게 조언해요. '잘 되고 싶어? 그럼 너 박재범만큼 부지런하게 할 수 있어? 지금 나와 미팅 시간도 벌써 10분 늦었는데?' 그걸 다 말해줘요. 그런 게 명확하지 않으면 서로 멀어지더라고요. 

친구처럼 지내고 시작하더라도 결국 계약서를 썼고, 누군가는 돈을 썼고 그걸 정리해야 하는 일이 생겨요. 이걸 명확하게 하지 않았던 이들과는 갈등이 생기더라고요. 

🕵🏻‍♂️ 하박국

음악가들도 그걸 알아야 레이블에게 맞는 요구를 할 수 있겠죠. 저도 음악가와 술자리를 가지면 회사 욕하는 걸 듣고, 업계 관계자를 만나면 음악가 욕하는 걸 듣는 일이 생기거든요. 저도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음악가도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마추어처럼 일하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 똘배

제가 9년이나 레이블을 운영했지만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직장생활을 한 게 아니라 바로 사회초년생부터 사업을 시작해 모르고 실수한 게 많거든요. 지금 돌아보면 부끄러운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런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이제는 알려줄 수 있는 거죠. 

🕵🏻‍♂️ 하박국

저는 요즘 누가 저를 좀 혼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좋은 관계를 위해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솔직하게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 똘배

그거 해주는 사람이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무조건 비난하고 욕하는 사람이 좋다는 뜻은 아니고요. 정말 나를 위해서 해주는 말과 아닌 건 본인이 들을 줄 알아야 해요.

🕵🏻‍♂️ 하박국

꼰대라는 말을 듣더라도 어쨌거나 저희는 미리 경험하고 경험치가 있는 상태에서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으면 원하는 목표에 더 빨리 갈 수 있으니까.

🛳️ 똘배

저는 음악가 하나하나와 연애하는 마음이라 생각하거든요. 근데 연애라는 것도 불완전하잖아요. 좋아하는 감정으로만 가는 건데, 이별할 수도 있고. 그래서 이별하더라도 좋은 이별하는 법을 전보다 알게 된 것 같아요. 

💬 음악이 너무 많다는 건 그만큼 똥도 많다는 이야기거든요. 역설적으로 좋은 음악은 살아남고, 언젠가는 알아주는 것 같아요.

🕵🏻‍♂️ 하박국

스톤쉽이 원래는 힙합, R&B 같은 흑인음악 베이스로 일해왔잖아요. 근데 최근에 87댄스라는 밴드와 함께 일하시더라고요. 계기가 뭔가요?

🛳️ 똘배

저는 87댄스도 충분히 흑인 음악의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힙합 신에서 시작한 것도 맞고 여전히 힙합을 가장 좋아하지만, 앨범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음악을 정말 넓게 듣고 다방면의 음악에 관심이 많아요. 좋은 음악은 좋다는 주의인데요. 좋은 음악을 한다면 장르와 상관없이 그냥 좋아해요. 그래서 음악이 좋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영역을 바꿔볼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에요. 

🕵🏻‍♂️ 하박국

밴드 제작을 하며 어떤 부분이 가장 큰 차이라고 느껴지던가요?

🛳️ 똘배

저는 별 차이를 못 느꼈어요. 최근에 낸 정규 앨범 <Color Paper Hotel>은 아티스트와 함께 욕심내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투자를 많이 해 제작비가 많이 들긴 했는데, 음악만 볼 때는 크게 차이가 나진 않았어요. 물론 랩 하나만으로 낼 수 있는 앨범보다는 좀 더 제작비가 들긴 했지만요. 

🕵🏻‍♂️ 하박국

시퀀싱 음악은 수정이 쉬운데, 밴드의 경우는 녹음하다 잘못되면 다시 녹음하고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계속 비용을 태우며 작업해야 하잖아요.

🛳️ 똘배

밴드 멤버 중 비더블루라고 음악 총괄을 맡은 친구가 음악을 잘 만들고요. 멤버들도 말을 잘 따라 그렇게 까다롭거나 어렵진 않았어요.

🕵🏻‍♂️ 하박국

계약하기 전 그런 부분까지 다 파악하고 하시나요?

🛳️ 똘배

그것까지 다 파악하려면 호구조사를 해야 하는데 그러진 못하고요. 근데 계약할 때도 그렇고 후에도 많이 소통하려 해요. 87댄스 앨범 제작할 때도 제가 생각했던 MC를 피쳐링으로 섭외하기도 하고 앨범 포맷도 정규로 발전시켜 내놓았고요. 

🕵🏻‍♂️ 하박국

87댄스가 2019년부터 활동하던 팀인데 2022년 스톤쉽과 계약한 후 확실히 신에서 전보다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 똘배

감사합니다. 늘 부족한 것 같아 이거 잘하고 있는 건가 맨날 이런 생각만 하는데.

🕵🏻‍♂️ 하박국

레이블에서 이런 걸 잘해 이렇게 된 거다 공치사할 만한 부분 같은 건 없나요?

🛳️ 똘배

일단 밴드가 우리 회사와 계약해 낸 게 첫 앨범이 아니거든요. 그 전에 두 앨범을 스스로 냈고 저도 그때 알게 된 거예요. 스스로 4명이 회사 역할까지 하며 음악을 해본 거잖아요. 직접 경험을 해봐서 그런지 소통하기 좀 편했어요. 멤버들에게는 현실적으로 합주실을 빌리는 것부터 다 돈이잖아요. 그런 부분을 회사가 해주니 자기들도 안 불편하고 거기에 대한 인정과 고마움을 표현하니까 잘 맞더라고요.

🕵🏻‍♂️ 하박국

1월에 발매한 정규 앨범 <Color Paper Hotel>을 기준으로 앨범을 발표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 똘배

일단 계약하고 빠르게 <Soldout Smile>이라는 EP를 준비했어요. 원래 87댄스는 정규를 내고 싶어 했는데, 제가 듣기에 정규로서는 좀 힘이 없어 보이더라고요. 시간을 더 들여 발전시켜야 한다 생각해 EP로 바꿨죠. 그리고 이들이 혼자 할 때는 비용도 비용이고 스타일링, 사진 촬영 등 그런 것들을 자기 인적 네트워크에서 해결해야 해 한계가 있잖아요. 그런 걸 회사 네트워크를 통해 만든 게 <Soldout Smile>인데 반응도 좋았고, 멤버들도 바뀐 환경을 좋아하더라고요. 저도 반응이 좋았으니 앨범에 더 투자를 하게 되었고요. 

🕵🏻‍♂️ 하박국

제가 이 일을 처음 하던 때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일단 음악가가 너무 많아진 것 같아요. 발매되는 앨범도 전에는 앨범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싱글 위주니까 발매되는 음원의 수 자체가 많아졌고 전보다 음악가를 알리기가 많이 어려워진 것 같거든요. 스톤쉽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음악가를 홍보하고 있나요?

🛳️ 똘배

저도 동감해요. 그냥 음악 하나에 집중하는 시간도 줄었고, 보고 들을 게 많아졌으니까요. 근데 음악이 너무 많다는 건 그만큼 똥도 많다는 이야기거든요. 역설적으로 좋은 음악은 살아남고, 언젠가는 알아주는 것 같아요. 우리를 어떻게 알리는가가 우리 안에서의 고민이지, 세상은 많아지든 적어지든 좋은 건 듣더라고요. 

💬 음악이 뭐라고요. 당연히 음악은 소중하고 우리가 그걸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인 건 맞는데, 그게 왕이 될 벼슬은 아니잖아요. 

🕵🏻‍♂️ 하박국

스톤쉽이 음악가와 계약하는 기준은 음악인가요?

🛳️ 똘배

음악이 커요. 저도 데모를 많이 받는데요. 데모를 통해 계약하는 경우도 있고. 87댄스처럼 제가 좋아 음악을 공유했는데 DM이 와 연락을 주고받다 계약하게 된 경우도 있고요. 꼭 데모가 아니라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듣는 경우도 있고. 제가 좋다고 느끼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 하박국

저는 요즘 음악가도 레이블을 안 찾지만 레이블 역시 신인 음악가와는 잘 일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요. 

🛳️ 똘배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 더 메리트 있겠네요. 우리는 늘 신인이 많았던 회사거든요. 신인이라면 부담 안 되게 투자하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자고 소통해야 할 것 같아요. 계약한 신인이 아무것도 없이 '나한테 이만큼 투자해 줘야 하지 않느냐?' 이런 태도면 전 계약 안 해요. 

저는 데모를 받으면 보통 세 단계를 거쳐요. 그냥 별로인 거. 이건 답변도 안 하고요. 나쁘진 않은데 만나기엔 애매하고 좀 더 자기 색을 가졌으면 좋겠다 싶은 음악가는 답변을 해줘요. 다음에 또 좋은 거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죠. 근데 궁금한 음악가는 번호를 남기고 연락해 만나봐요. 만났는데 괜찮으면 계약하고 만나면 별로인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은 아까 얘기했던 것들 다 설명해 주고 그게 안 맞으면 그냥 '열심히 하세요' 하고 헤어지죠.

🕵🏻‍♂️ 하박국

대화를 나눈 후 함께 일하고 싶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있나요?

🛳️ 똘배

수능등급처럼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전체적인 느낌과 대화가 되는지가 중요하죠. 몇 번 대화만 해도 계속 대화하고 싶은 사람이 있고 1시간만 대화해도 빨리 갔으면 좋겠는 사람이 있잖아요. 근데 제가 오르내림이라는 음악가와 계약할 때는 대화가 잘 안됐거든요. 근데 그래도 그게 더 귀여워 보이고 관심이 가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몇 개의 음악을 더 들어보니, 이런 음악가고 앞으로 이런 음악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계약하게 됐죠. 

🕵🏻‍♂️ 하박국

저는 최근 들어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는 많은데, 그걸 꾸준히 만들며 자신의 활동까지 잘하는 음악가는 드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레이블이 음악가를 성장시키는 역할도 함께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 똘배

저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책임을 레이블이 다 지는 건 아니에요. 같이 지는 거죠.

🕵🏻‍♂️ 하박국

저희가 하는 일을 낭만적으로 표현하자면 음악가를 정말 좋아하고 그 사람과 좋은 추억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하거든요. 길이길이 남을 추억을 만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요. 그때 내가 이런 걸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같은. 똘배 대표님은 일하며 그런 경험이 있나요?

🛳️ 똘배

지나고 나면 다 미안하죠. 뭔가 부족했던 것 같고. 근데 이걸 다르게 생각하면 저만 미안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같이 일했고 같이 미안해야 해요. 저는 그것도 이제는 애기해 줘요. 우리가 미안해하는 건 처음에 너무 낭만적으로 일을 시작해서 그래요. 음악이 뭐라고요. 당연히 음악은 소중하고 우리가 그걸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인 건 맞는데, 그게 왕이 될 벼슬은 아니잖아요. 마치 신이 된 것처럼 착각하는 음악가도 있잖아요. 그런 음악가에게는 미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죠. 

🕵🏻‍♂️ 하박국

음악가가 레이블과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내기 위해 어떤 게 가장 필요할까요?

🛳️ 똘배

저도 누가 그걸 제게 알려주면 좋겠네요. 결국은 설득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레이블의 입장에서는 설득할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하박국

이런 케이스는 어떻게 하나요? 음악가는 a를 하고 싶어 해요. 근데 제작자 입장에서는 손해도 볼 것 같고 아티스트의 커리어에서도 a보다는 b가 맞을 것 같단 말이에요. 근데 음악가는 a를 하고 싶다고 고집해요. 그런 경우 어떻게 하나요?

🛳️ 똘배

a를 하게 하죠. 그래서 두 장을 계약하는 거예요. 그런 앨범은 거의 첫 앨범이니까 해서 안 되면 이제 b로 가자고 하기 위해 두 장인 거죠. 그리고 a는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걸 알기 때문에 큰 투자를 약속하지 않고요. 전에는 음악가만 믿고 가보자고 투자한 적이 많았는데요. 그래서 잘된 것도 있긴 하지만, 안 된 것에 대한 책임을 저 혼자 지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런 걸 저도 다 경험했으니 아까 말한 설득을 하는 거죠. 나한테 네가 말한 건 이정도밖에 안 되니까 나는 이만큼만 투자하고 진행한다. 그게 싫다면 그만해야죠. 

💬 스스로 무언가를 디깅하고 직접 만들려는 심리 자체나 태도가 음악가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모든 이들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 하박국

지금까지 스톤쉽이 경험한 가장 큰 성공과 실패는 무엇인가요?

🛳️ 똘배

일단 앨범을 200장 넘게 냈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것 같고요. 다 흑자 앨범은 아니지만 그걸 9년간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함이 있어요. 초기 시절로 따지면 딥플로의 <양화> 앨범을 잘 만들어 한국대중음악상 탄 것과, 이후에도 넉살이 <쇼미더머니> 출연으로 인기를 얻어 앨범에 실린 '작두'도 다시 잘 됐거든요. 그 외에는 개인 사업자로 2014년에 시작했다가 2017년에 투자사에서 투자받아 법인 전환을 했거든요. 그 순간 성공이었다면 성공인 것 같아요.

실패는 음악가들이 떠난 것도 실패라면 실패고. 코로나 기간 앨범을 많이 제작했는데 잘 안된 앨범이 많아요.

🕵🏻‍♂️ 하박국

레이블이 어려운 게 투자할 때는 한꺼번에 목돈이 나가는데 회수는 늦잖아요. 유동성 위기가 생기기 쉬운데 스톤쉽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 똘배

빚을 계속 지고 있죠. 저 빚쟁이입니다. 

🕵🏻‍♂️ 하박국

스톤쉽의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뭔가요? 가장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요?

🛳️ 똘배

지금 상황에서는 구보 음원 매출이 커요. 앨범을 200장 넘게 발매했으니까요. 매출 비중이 적은 건, 코로나도 있었고 저희 음악가 대부분 신인이다 보니 공연이나 행사 수익이 많이 줄었어요.

🕵🏻‍♂️ 하박국

레이블이 음악가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레이블도 브랜딩이 잘 돼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 똘배

제가 그런 걸 너무 못한 것 같아요. 근데 레이블의 브랜딩이라는 건 역사와 레이블에서 발매된 음악이 해주는 거잖아요. 힙합이 브랜딩이 잘 되는 건 대표가 대부분 음악가라 그런 것 같고요. 저는 음악가가 아니고 원래 처음부터 저희는 그걸 지향하지 않는 레이블이기도 했거든요. 힙합 레이블은 마음이 안 맞더라도 음악가들끼리 억지로 친해져야 하는 분위기도 있을 수 있잖아요. 저는 그걸 안 좋게 봤어요. 그리고 회사의 브랜딩이라는 게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음악가가 나가면 위기가 생기잖아요. 미국의 스톤쓰로우같은 곳은 역사가 있거든요. 제이딜라가 계속 있지 않아도 스톤쓰로우예요. 저도 그렇게 시간이 알아서 만들어 주길 원했어요. 레이블 자체가 색이 되기보다 저희가 발매한 음악이 시간이 흘러서 색깔이 되는 거죠. 

🕵🏻‍♂️ 하박국

10년 가까이 일하며 처음 했을 때와 지금 가장 많이 바뀐 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 똘배

다 바뀌었네요. 직원도 다 바뀌고 음악가도 바뀌고. 와이프도 생겼어요.

🕵🏻‍♂️ 하박국

바뀌는 상황에 어떻게 적응하는 게 좋을까요?

🛳️ 똘배

일단 수긍하고 대안을 생각해야죠. 받아들이는 게 큰 것 같아요. 근데 그런 건 있어요. 요즘 알고리즘이라는 게 소비자를 포함해 다 수동적으로 만들고 있거든요. 스스로 무언가를 디깅하고 직접 만들려는 심리 자체나 태도가 음악가뿐 아니라 현대사회의 모든 이들에게서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어떻게 우리 음악을 알려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지점인데 아직 저도 해답은 모르겠고 공부하는 중이에요. 

🕵🏻‍♂️ 하박국

스톤쉽의 목표가 어떻게 되나요?

🛳️ 똘배

상장하고 싶어요. 20년 뒤에도 이런 인터뷰를 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그냥 계속 멈추지 않고 잘 굴러가기만 해도 좋겠어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물론 그게 잘 되려면 어떤 거창한 지점이 한 번 있긴 해야겠지만. 

🕵🏻‍♂️ 하박국

마지막으로 홍보라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 똘배

저희는 음반이 늘 나오고 있거든요. 그냥 잘 많이 들어주세요. 남경운, MBA, 브라운, 예예빈 등 다 너무 뛰어난 음악가고 한 번씩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계약이 끝나더라도 저희와 일했던 음악가들이 계속 음악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계약이 끝난 음악가들과도 이야기하거든요. '네가 계속 음악을 하면 그때도 난 네 덕분에 계속 돈을 벌고 있을 거다'라고요. 계속 음악 활동을 하면 예전 음악도 사람들이 찾아 듣게 돼요. 이건 장거리 달리기라는 걸 명심하고 스프린터가 아닌 마라토너처럼 꾸준히 작업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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