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x 🎶 음이온 라디오 - 음악 신의 순환을 만들고 싶은 영기획 대표 '하박국'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윌슨레터 와 음이온 라디오가 함께 한 '함께 하는 마음, 성장하는 관계' 마지막 에피소드입니다. 이번 편은 음악 신의 마중물의 역할을 하며 순환을 만들고 싶은 영기획의 하박국 님을 모시고 인디 레이블 운영과 윌슨레터, 음이온 라디오, 암페어 등 그가 만드는 다양한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참고로 하박국은 바로 저고요. 제가 출연해 혼자 진행하니 조금 민망하네요. 지금까지 윌슨레터 x 음이온 라디오를 아껴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윌슨레터와 음이온 라디오는 각각 다음 시즌으로 다시 찾아 오겠습니다. 후원해 주신 서울라이브와 차우진의 tmi.fm 에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게스트가 선곡한 곡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팟빵

🕵🏻‍♂️ MC 하박국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영기획 하박국

이거 무슨 메타인지 실험 같은 건가요? 왜 제가 진행을 하고 게스트로 나오고 있죠?

🕵🏻‍♂️ MC 하박국 

음이온 라디오 첫 시즌은 원래 12부로 예정이 되어 있었고요. 저희 방송 목적이 인디 음악 신 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거잖아요. 그래서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촘촘히 짰어요. 당연히 계획대로 되진 않았고요. 마지막 회차가 중요하잖아요. 마지막화로 딱 맞겠다 싶은 분이 있어 기획 초기부터 섭외했고요. 근데 결국 섭외에 실패했습니다. 이후에도 마지막 화에 어울리는 분을 찾아 계속 섭외했는데 다 사정이 있어 출연할 수 없더라고요. 마지막화 뿐 아니라 전체 화를 진행하면서도 섭외가 전반적으로 쉽진 않았어요. 계속 불발되니 저도 좀 지치더라고요. 원래 영기획은 세 번 거절의 룰이라고, 아티스트에게 세 번까지 제안을 해도 되지 않으면 더이상 제안을 하지 않는다는 룰이 있거든요. 그래서 하박국 님이 나오게 된 겁니다.

🤮 영기획 하박국

아... 그렇군요. 이번 일도 그냥 제가 하는 일 답네요. 뭐든 하려 하면 사람도 돈도 없어 결국은 제가 몸으로 때우게 되더라고요. 원래 저는 12화까지 에피소드를 진행하고 사람들이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비하인드 편으로 출연하려고 했거든요. 결국 12편의 마지막을 제가 장식하게 되었군요. 

💬 한국에서 멋진 인디 레이블이 많았어요. 카바레, 비트볼, 일렉트릭 뮤즈 등...

🕵🏻‍♂️ MC 하박국 

진행하면서도 굉장히 민망한데요. 한번 잘 마무리 해보겠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영기획 하박국

저는 20년 넘게 음악 글을 써왔고, 10년 넘게 인디 레코드 레이블 영기획 영기프티드앤왝 레코즈를 운영하고, 최근엔 지금 여러분들이 들으시는 음이온 라디오와 윌슨레터 등을 운영하며, 일렉트로닉 음악 페어 암페어도 만들고 음악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통틀어서 음악 콘텐츠 만드는 하박국이라고 합니다. 

🕵🏻‍♂️ MC 하박국 

지금 하는 일 대부분이 영기획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그 이야기부터 해보죠. 영기획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 영기획 하박국

저는 원래 음악 레이블을 좋아했어요. 전에는 음반을 사지 않으면 음악을 들을 수 없었잖아요.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다 보면 알아서 알고리즘이 취향의 지도를 만들어 주잖아요. 그때는 스스로 음반을 구입하고 지도를 그려야 했죠. 그때 길라잡이가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레이블이었어요. 당시에는 영국의 4AD, 비스티 보이즈가 운영했던 그랜드 로얄, 코넬리우스가 운영한 트라토리아, 피치카토 파이브의 코니시 야스하루가 운영했던 레이디메이드 같은 레이블을 정말 좋아했어요. 최근에는 XL 레코딩즈를 가장 좋아하고요. 

한국에서 멋진 인디 레이블이 많았어요. 오!브라더스, 볼빨간,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등의 음반을 만든 카바레, 라이너스의 담요, 몽구스, 피들밤비, 무키무키만만수, 얄개들을 만든 비트볼, 강아솔, 빅베이비 드라이버, 이아립, 김목인, 다정, 홍갑 등의 앨범을 만든 일렉트릭 뮤즈 같은 레이블을 보고 그곳에서 발매한 음반을 모았어요. 그렇다고 제가 레이블을 만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제가 2011년에 아는 분이 알려 주셔 청년 등 사회적 기업이라는 지원 사업을 지원하게 됐어요. 음악 서비스 아이디어였는데요. 텀블벅이 저희와 동기예요. 둘 다 가장 많은 지원금인 2,000만 원씩 받았죠. 근데 음악 서비스를 만들려니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처음에 막연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해보니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고 팀원과의 관계가 와해하기도 하며 어려움을 겪었어요. 서비스가 뾰족한 방향을 못 찾고 있었는데, 당시 친하게 지내던 로보토미라는 아티스트가 있었어요. 얘가 음반을 낸다 낸다 하면서 계속 안 내는 거예요. 저는 그 친구의 팬으로 새 음반을 너무 듣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다른 건 다 할 테니 너는 음악만 만들어라" 해서 레이블을 만들게 됐어요.

💬 저와 제 친구들 말고는 아무도 그 음반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그걸 보며 더욱 미디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MC 하박국 

영기획이 독특했던 게, 미디어로 먼저 시작했어요. 1세대 일렉트로닉 음악가를 인터뷰하고 컴필레이션 발매와 파티를 진행한 리본 프로젝트도 있었고요, 단편선과 무키무키만만수의 리믹스 컴피티션도 기획했고요. 처음에 어떻게 이런 걸 만들게 되신 건가요?

🤮 영기획 하박국

지원 사업이 1년 안에 무조건 결과물을 내야 하잖아요. 근데 로보토미 앨범이 완성이 안 되는 거예요. 사실 음반이 나와도 좀 막막하던 게 있긴 했어요. 그때 로보토미가 하던 음악이 칠웨이브 쪽 음악이었거든요. 저는 당시 그런 음악을 너무 좋아했는데, 그 음악을 듣는 커뮤니티 같은 게 없었어요. 제가 당시 좋아하던 해외 레이블 매드디센트를 보니까, 이 친구들은 음반만 제작하지 않고 자기네 사이트에서 새로운 음악과 경향을 소개하더라고요. 그렇게 특정 장르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든 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관련 음반을 발표하는 거죠. 저도 그런 걸 보면서 한국에서 그런 걸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제가 원래 음악 글을 쓰던 사람이었잖아요. 매체 기고는 그쪽에서 주제를 정해주거든요. 제가 쓰고 싶은 글은 개인 블로그에 따로 썼는데, 이걸 본격적으로 미디어를 만들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요게 최근에는 다 하는 콘텐츠 마케팅이었어요. 당시에는 서브 컬쳐를 다루는 미디어가 정말 없었어요. 비즐라와 피카소가 저희와 같은 해에 태어났고요. 최근에는 그래도 많이 생겼는데, 라이센스 미디어가 많죠. 음악만 다루기보다 대부분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고. 이런 면이 아쉽긴 한데 그래도 미디어가 많이 생겨 기쁩니다.

제가 당시 좋아하던 레이블 중 파운데이션이라는 곳이 있었어요. 지금은 공중도덕으로 활동하는 휴, 스멜스, EE, 구골플렉스 데미캣 등의 음반을 발매했던 곳이에요. 원래는 피타입, 쿤타&뉴올리언스 같은 힙합을 발매하는 레이블이었는데 대표님 성향이 바뀌며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이 된 거죠. 제가 거기서 나오는 음반을 정말 좋아했어요. 근데 그 음반이 제대로 소비가 안 되는 거예요. 저와 제 친구들 말고는 아무도 그 음반 이야기를 안 하더라고요. 그걸 보며 더욱 미디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저는 당시 해외 미디어를 많이 봤으니까, 거기서 보고 재미있다고 생각한 걸 여기서도 좀 해보고 싶더라고요. 대표적인 예가 리믹스 컴피티션인데, 해외에서는 당시 빈번하게 열리는 이벤트였거든요. 근데 한국은 리믹스 문화도 별로 없고 컴피티션도 없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지 걱정을 갖고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사람이 온갖 기상천외한 리믹스로 참여했어요. 판이 안 깔려 그렇지 판만 깔리면 다들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무튼 덕분에 영기획은 굉장히 빨리 이름을 알리게 됐습니다. 신에 나름 충격을 준 거죠.

💬 못하는 사람은 이기려고 하고 잘하는 사람은 잘하려고 해요. '내가 쟤보다 잘 나가', 이건 상대가 조금만 잘 되더라도 흔들릴 수 있는 자존감이잖아요.

🕵🏻‍♂️ MC 하박국 

당시 영기획을 운영하며 이건 내가 정말 잘못했다 싶은 게 있나요?

🤮 영기획 하박국

가장 큰 건 일단 제가 너무 건방지게 됐어요.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거죠. 제가 원래는 플레이어가 아니라 평론가 포지션이었잖아요. 바깥에서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이니까, 아무래도 비판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요. 밖에서 이러쿵저러쿵하다 내가 하면 더 잘하겠다고 생각하고 와서 했는데 정말 그게 너무 잘 풀린 거예요. 그래서 왜 다른 사람들은 지금까지 이걸 못했지? 내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덕분에 건방진 행동도 많이 하고 적도 많이 만들었어요. 우리가 최고라 생각하고 잘 나가는 음악가들 뒷담도 많이 했고요.

제가 이런 순간을 지나오고 뼈저리게 깨달음을 얻고 나서 보니 이런 경험을 하는 분이 많더라고요. 특히 아티스트 분들. 갑자기 성공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럼 인스타 팔로우부터 정리하고. 근데 그러면 주변에서 안 좋은 말이 돌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이쪽은 정말 누가 언제 어떻게 잘 될지 모르잖아요. 성공하고 안 하고를 떠나 사람 사이에 기본적인 예의가 필요한데, 다들 성공하더라도 너무 도취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매우 위험하고 언제라도 그로 인한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덕분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요.

일을 자존감을 채우려는 목적으로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냥 일을 잘하기 위해 해야죠. 결국 남는 건 결과물이잖아요. 좋은 결과물을 남기는 게 우리의 목적이란 말이에요. 근데 그보다 일하며 상대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걸 확인하며 자존감을 채우려는 경우가 있어요. 일이 잘될 수 없겠죠. 못하는 사람은 이기려고 하고 잘하는 사람은 잘하려고 해요. '내가 쟤보다 잘 나가', 이건 상대가 조금만 잘 되더라도 흔들릴 수 있는 자존감이잖아요. 그냥 내가 잘하고 그 결과로 잘 나가는 거에만 포커스를 맞추는 게 본인도 행복하고 남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을 수 있는 거로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일은 정말 어떤 것도 혼자 할 수 없어요. 다른 이가 미리 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투성이고요. 메타인지가 중요하다고 말을 많이 하잖아요. 메타인지는 기본적으로 감사함을 느끼는 힘인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일이 잘됐는데 자기가 잘해서 잘 됐다고 생각하는 건 메타인지가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나중에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겠죠. 최근에도 이런 걸 잘 못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일명 '나락'에 떨어지더라고요

💬  1회 암페어에 관객으로 왔던 이들이 10년 만에 열린 암페어에 아티스트로 참가했어요. 그들도 1회 암페어 때 처음 만나 교류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 MC 하박국 

영기획은 미디어도 만들고 암페어도 하고 일반적으로 다른 레이블이 잘 하지 않는 걸 해왔잖아요. 어떻게 이런 일을 하게 된 건지 궁금해요.

🤮 영기획 하박국

제가 명반을 만들었어요. 하지만 그 음반을 사람들이 명반이라 불러주지 않으면 명반이 안 되잖아요. 좋은 음반을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가기까지는 정말 많은 과정이 필요해요. 제가 일렉트로닉 음악 레이블로 영기획을 만들었을 때는 그 중간 단계가 거의 없었어요. 신이라고 할 만한 게 없던 거죠. 그래서 미디어도 만들고 음반을 팔기 위해 암페어도 만들었고요. 지금은 피지컬 음반을 못 만들고 있어 부끄러운데, 원래 레이블을 만들며 가장 하고 싶은 건 내가 만들고 싶은 음반을 손에 쥐는 거였어요. 그래서 최소수량이지만 음반을 찍었는데, 정말 안 팔리더라고요. 당시가 과도기라 유독 피지컬 음반이 안 팔렸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당시 서울레코드페어가 열렸는데요, 이걸 패러디해 레코드폐허도 열리고 언리미티드 에디션도 자리를 잡아가는 등 페어라는 형태의 이벤트가 유행하고 있었어요. 저는 서울레코드페어와 레코드폐허에 참가하기도 하고, 나중에 언리미티드 에디션도 참가하게 됐는데 그게 정말 많이 자극되더라고요. 추상적인 존재인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게 흥분되고 기쁜 경험이었어요. 그래서 주변 분께 요런 걸 만들어 보자고 했는데 대부분 경험이 없어 잘 이해 못하고 이게 왜 필요한지 공감대가 안 만들어지더라고요. 결국 다 거절해 혼자 암페어를 만들게 됐는데, 이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외로웠던 시기 중 하나예요.

근데 막상 열리고 나니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암페어의 특징은 참가자의 만족도가 높다는 건데요. 이번에 7년 만에 암페어를 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그걸 느꼈어요. 그간 이런 이벤트가 필요했는데, 없었기 때문 아닐까 싶어요. 음악 신이라는 게 아티스트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말 다양한 구성원이 있잖아요. 그들이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는 게 정말 좋은 경험이 돼요. 감정이라는 게 아무래도 에너지인데 누구라도 여기에 좋은 에너지가 가득하다는 건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1회 암페어에 관객으로 왔던 이들이 10년 만에 열린 암페어에 아티스트로 참가했어요. 그들도 1회 암페어 때 처음 만나 교류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순간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 MC 하박국 

암페어가 7년 만에 열렸잖아요. 그리고 영기획을 보면 중간에 활동이 좀 없던 것 같은데요.

🤮 영기획 하박국

그래도 매년 음반은 꾸준히 발매했어요. 함께 하던 플플달이 스위스로 가기도 하고 사람12사람도 당시 활동을 중단하고 더 이상 같이 일을 안 하게 된 아티스트도 있고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요. 2015년이 영기획 3주년이 되는 해인데, 3주년 기념 앨범인 <3 Little Wacks>를 만들며 음반/공연/파티 3개의 콘텐츠를 동시에 만들었어요. 그걸 혼자 만들고 나니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그리고 음반이 너무 안 팔려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골든두들과 75A의 음반을 각각 소설책과 사진집으로 냈어요. 그걸로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갔는데, 둘 다 크게 적자를 봤어요. 2017년엔 신해경의 <나의 가역반응>이 신드롬이 일 정도로 잘됐죠. 근데 그 때문에 오히려 힘든 일이 많이 생겼어요. 저희가 할 수 없는 사이즈의 일이 된 거죠. 저희도 처음 그런 일을 겪고 아티스트도 처음 그런 일을 겪으며 둘 다 혼란스러웠고요. 결국 같이 일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고요. 그때 음악 일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

그 외에도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이건 팟캐스트에만 공개할게요.) 더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 음악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테크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어요. 근데 굉장히 잘 됐거든요. 6개월 만에 구독자 2만 명을 넘겼어요. 근데 항상 비슷한 사람들과 있다가 온갖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몰려들어 피드백이 날아 오니 감정적으로 감당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전부터 우울증 치료는 계속 받고 있었는데, 정말 못 견디겠다 싶었어요. 카메라를 보는 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글도 어쩔 땐 기고 받은 후 무서워 못 쓰겠다고 못 보내기도 했고요. 그 외에도 다시 이런저런 일을 해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어요.  결국 최소한의 일만 하며 우울하게 시간을 보냈고요. 매일 혼자 술을 마시고 체중이 30kg이 늘었죠. 

💬 음악 신에서 제 역할은 마중물이라 생각해요. 끊임없이 신의 순환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MC 하박국 

그래도 최근에는 활발하게 다시 일을 하고 계시는데요. 계기가 뭔가요?

🤮 영기획 하박국

작년 초 연애를 하면서 감정적으로 많이 좋아졌어요. 자연스럽게 작년 8월에 단약을 했고요. 그리고 제가 그때 <케이팝 제너레이션>이라는 다큐멘터리의 스토리 프로듀서 일을 했는데, 올해 초 일이 끝나며 당장 돈 들어올 곳이 없게 된 거예요. 그러다 사기꾼이 쓴 돈 버는 전자책 같은 걸 샀다가 내가 이런 걸 사다니 내가 정말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깨닫는 일이 있었어요.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모닝 페이지 쓰는 걸 시작으로 삶의 패턴을 찾아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전에 유튜브 채널을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유튜브 채널을 해보기로 했고요. 음악 채널은 안 된다 생각했는데 우키팝님이 활약하신 걸 보고 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윌슨레터는 도빛 님 편에서도 밝혔는데 클럽페이 사건 때 좀 충동적으로 만들었고요. 음이온 라디오는 제가 원래 영기획에서도 그렇고 캐스퍼 라디오 '하박국의 박국박국해'도 그렇고 인터뷰를 정말 좋아해요.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깊은 음악 이야기하는 거요. 마침 최근 해외에서 비디오 팟캐스트 포맷이 성장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좀 하고 싶어서 파일럿으로 윌슨레터 컬래버레이션으로 서울라이브 지원을 받아 첫 시즌을 만들게 됐습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은 걸 배웠어요. 암페어는 곰사장 님 통해 서울대문화예술원에서 파워플랜트라는 공간과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해 다시 하게 되었고요. 

우울증으로 한동안 음악 일을 전처럼 하지 못했고 나름 경력 단절이 된 거죠. 그래서 제 존재를 다시 드러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을 좀 많이 벌였는데 지금은 조금 일단락이 됐고 저도 조급함이 좀 사라졌어요. 기존의 일들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려 하고 있습니다. 

🕵🏻‍♂️ MC 하박국 

지금 하는 일을 통해 궁극적으로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나요?

🤮 영기획 하박국

이 일을 오래 해왔다면 오래 해왔는데, 그러면서 느낀 게 생각보다 사람들이 음악을 깊게 안 좋아하더라고요. 근데 뭐든 그렇겠지만 음악이라는 게 알고 깊게 들으면 더 재밌거든요. 제가 일을 하면서도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어요. 저희가 아무리 사운드적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실험해도 이걸 몰라주면 한계가 되는 거잖아요. 저는 최근 들어 이걸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기로 했어요. 사람들이 음악을 깊게 듣지 않는 건 한계가 아니라 풀어야 할 과제인 거죠.

제가 하는 일은 아티스트 사이드와 청자 사이드 둘로 나뉘어요. 전에는 아티스트 사이드에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 더 좋은 음반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아티스트의 커리어가 더 좋아질까. 최근에는 음악을 듣는 청자의 사이드에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이 사람들이 우리 음악을 좀 더 쉽게 접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을까. 올해부터 음악 신에만 머무르지 않고 외부 사람을 많이 만나려 하고 있어요. 그것도 그런 것 때문이고요.

저는 궁극적으로 음악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아티스트 사이드에서 좋은 음악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지금은 청자 사이드에서 더 즐겁게 들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음악 신에서 제 역할은 마중물이라 생각해요. 호객행위를 하는 거죠. 저는 90년대 일렉트로닉 음악 신이 어떻게 생기고 망했는지 바로 옆에서 봤어요. 가장 큰 이유는 순환을 만들지 못하고 게토화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영기획을 만들 때부터 그걸 계속 의식하고 있었어요. <3 Little Wacks> 컴필레이션도 일렉트로닉 음악을 모르는 이가 첫트랙부터 마지막트랙까지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운드를 접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요. 제가 최근 운동하며 건강이라는 걸 많이 생각하고 있는 데, 심장이 잘 뛰고 혈액이 잘 순환되는 게 건강이더라고요. 이번에 암페어에 방문한 윤상 님께서 지금 세대 음악가에게도 관심을 갖고 부스도 둘러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끊임없이 신의 순환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음악이 제게 준 것 덕분에 지금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 MC 하박국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 영기획 하박국

아직 빚을 다 갚지 못했어요. 우울증 치료는 끝났지만 여전히 힘든 순간이 찾아오고요. 번아웃이 재발율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슬렝텡(Sleng Teng) 리딤 만든 직원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이 곡이 450곡이 넘는 곡에 쓰였는데 저작권료를 받지 않았거든요. 그분이 '레게가 수년 동안 나에게 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줄 수 있다면 아무것도 나를 더 행복하게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도 힘든 순간이 많았지만 음악이 제게 준 것 덕분에 지금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계속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항상 감사함을 느끼며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도 잘살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다들 힘들더라도 좋은 음악 듣고 거기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듣고 봐주신 분 모두 고맙습니다. 곧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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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3부터는 비정기적으로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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