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x 🎶 음이온 라디오 - EP11.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엔지니어 '천학주' 님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이번 에피소드는 머쉬룸 레코딩의 천학주 님을 모시고 음악가가 엔지니어와 어떻게 잘 소통할 수 있는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윌슨레터 x 음이온 라디오 컬래버레이션 시즌은 이제 한 에피소드만 남겨두고 있는데요. 마지막까지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본 프로그램은 팟캐스트에서 더욱 자세히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편은 역대 최장 러닝타임을 기록해, 뉴스레터에서는 내용을 많이 편집했습니다.) 후원해 주신 서울라이브와 차우진의 tmi.fm 에 감사드립니다.

애플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게스트가 선곡한 곡을 함께 들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팟캐스트

팟빵

🕵🏻‍♂️ 하박국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천학주 

저는 천학주라고 하고요. 머쉬룸 레코딩이라는 스튜디오를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 하박국 

네 저희가 그럼 엔지니어님이라고 부르면 되는 건가요?

🎚️ 천학주 

호칭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 하박국 

예전 스튜디오에서는 기사님이라는 표현을 썼잖아요. 

🎚️ 천학주 

지금도 그렇게 부르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그렇게 부른다고 해서 그분들이 저를 지칭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그런가 보다 하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 마스터링까지 넘어가도 마음에 안 드는 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 부분은 프로듀서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 하박국 

지금까지 어떤 앨범들을 작업했는지 알려주시겠어요?

🎚️ 천학주 

저는 주로 인디 뮤지션, 그중에서도 밴드 작업을 많이 하고 있어요. 밴드 작업을 하면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쭉 작업을 이어오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최근에는 보수동 쿨러, 라쿠나, 지소쿠리 클럽 같은 밴드를 작업했어요. 

🕵🏻‍♂️ 하박국 

어떻게 엔지니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 천학주 

그게 저도 좀 신기해요. 고등학생 때 대학 학생 때까지만 해도 레코딩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대한 인식 자체를 못하고 있었거든요. 대학에 가보니 과 선배 중에 레코딩 엔지니어를 하는 분이 계셨어요. 직업에 대한 인식을 그때 아마 처음 했던 것 같아요. 원래 음악을 좋아했는데, 관련된 일 중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근데 돌이켜 보니까 제가 인식을 못 했을 뿐이지, 어릴 때부터 그런 작업을 계속 하고 있었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제가 방송반 동아리를 했었거든요. 그때도 내가 방송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기보다 그냥 음악이 좋아 활동했던 거였어요. 근데 방송반 하면 교내 방송도 해야 하고 조회도 하고 제가 그때 마이크 세팅부터 음향 세팅 일을 이미 했더라고요. 그때 배운 기술로 힙합 동아리 친구들 믹스테이프 만드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공연하는 친구가 있으면 음향적인 부분을 도와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보다는 조금 쉽게 접근할 수 있었어요.

군대를 갔다 오고 나서 대학다닐 때 친한 친구가 '나 레코딩 배우러 가고 싶은데 같이 갈래?'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같이했죠. 근데 적성도 맞고 하다 보니 그 뒤로 쭉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 하박국 

처음으로 음반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에게 머쉬룸 레코딩이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천학주 

저희가 음악을 만드는 데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일단 곡이 완성된 상태에서 편곡까지 완성이 되어 있어야겠죠. 편곡이 완성된 상태에서 연주자들도 구해져 있어야 하고요. 밴드라면 나눠서 연주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 상태에서 악기를 연주하거나 또는 가상 악기나 전자악기들을 사용해서 만들어져 있는 소리를 기록하고 정리하고 필요하다면 편집도 하고요. 그런 걸 담아 마스터를 하는 분께 넘기는 과정까지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박국 

처음에 작업을 하러 와서 되게 당황하는 것 중의 하나가 본인이 평소에 모니터 하던 환경과 스튜디오 환경이 다르잖아요. 처음 거기에 적응하는 것부터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 천학주 

당연히 그럴 수 있죠. 우리 쓰던 이어폰만 바뀌어도 다르게 들리잖아요. 그리고 같은 이어폰으로 듣더라도 소음이 많은 공간에서 들을 때와 조용하게 밤중에 집에서 들을 때, 또 사운드에 대한 경험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환경과 장비가 바뀌면 모니터링하며 마음가짐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건 사실 답이 없어요. 저도 그래요. 다른 스튜디오에 가 작업하게 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저도 그때는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곤 해요. 대신 저희는 시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활용하고요. 피크 미터, 스펙트럼 애널라이저 이런 것들. 너무 믿으면 안 되지만 참고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저희는 경험이 많으니 나름 보정치를 얻고 설정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분이 대부분이잖아요. 결국 경험치가 쌓이는 것 말고는 크게 해답이 없는 것 같아요.

🕵🏻‍♂️ 하박국 

머시룸 레코딩과 일하기 전에 음악가가 준비를 어느 정도까지 확실히 해두는 게 좋을까요? 예를 들어서 본인이 추구하는 사운드의 색이 확실하지 않아요. 근데 레코딩 스튜디오에 가서 엔지니어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답이 나올 거로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 천학주 

절대 그런 생각 하시면 안 됩니다. 녹음하면 멋진 음원이 나오겠지. 녹음을 했어요. 뭔가 이상하지만 믹스를 하면 멋진 사운드가 나오겠지. 좀 애매해요. 마스터링해야 결국은 완성된 음원이 나오겠군. 그래서 마스터링까지 넘어가도 마음에 안 드는 소리가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그 부분은 프로듀서의 부재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의 언어가 있어요. 이후 이걸 상품을 만들기 위해 기술자를 만나야 하는데 기술자의 언어는 완전히 다를 수 있거든요. 중간에 그걸 해석해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프로듀서거든요. 근데 프로듀서가 부재하고 예술가는 예술가의 언어로 얘기하고 기술자는 기술자의 언어로 얘기를 해 서로 원활한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중간에 잘 변환해 줄 사람이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선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한 경우 트러블이 생기고 엔지니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 정보를 빨리 보내주면 작업을 편안하게 좀 더 퀄리티에 신경 쓰며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하박국

커뮤니케이션할 때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것들이 있나요?

🎚️ 천학주 

많죠. 저는 사실 피드백은 어떤 식으로 들어와도 크게 상관없는 편이기는 해요. 디테일하게 '몇 분 몇 초부터 혹은 이제 몇 번째 마디에 나오는 어떤 연주 몇 박까지의 어떤 멜로디 진행을 0.5db만 올려주세요.' 아니면 '이퀄라이저로 어떤 부분에 몇 헤르츠를 한 3db만 부스트 해 주세요.' 이런 디테일한 피드백이 오기도 하거든요. 그럼 '잘 정리가 돼 있군' 생각하며 그냥 그대로 진행하는 편이에요. 반대로 되게 추상적인 피드백이 오더라도 그냥 추상적이군 하고 생각하고 저도 한번 생각해 보는 거죠. 진짜 새 떼가 날아가는 느낌이라고 한다면 저 나름대로 해석하는 거예요. '그럼 그 새가 큰 새일까 작은 새일까? 작은 새라면 크기가 작으니까 날개짓이 크진 않겠군. 날개짓이 크지 않다면 거기서 느껴지는 소리는 좀 가벼운 느낌이겠구나. 빠르고 가벼운 느낌.' 이런걸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빠르고 가벼운 게 날아가는 듯한 이펙팅을 하게 되는 거죠. 시도해 보고 그게 아니라고 하면 피드백 듣고 또 하는 거고 맞으면 넘어가는 거죠. 그래서 피드백의 내용보다는 전달하는 방식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수동적인 분이 있어요. 저는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걸 더 선호하거든요.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탁탁 얘기해 주시는 게 좋고 그런 부분이 이렇게 말고 이런 식으로 개선되면 좋겠다. 밑도 끝도 없이 이게 아니라고 하는 것만 아니면 저는 크게 피드백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아요. 

그냥 안 좋은데 뭐가 안 좋은지 모르겠고 안 좋다는 그런 피드백도 꽤 많이 받거든요. 그럼 이 사람이 어디가 마음에 안 드는 걸까 계속 생각해야 하는데, 사실 작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첫 번째 믹스에 온 힘을 쏟아 이 정도면 고객님께 보내드려도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보내는 거거든요. 저희 입장에서는 그냥 그 상태로 결과물이 나와도 크게 상관없을 정도로요. 그다음부터는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취향이 크게 안 맞으면 많이 갈아엎어야 하겠지만 디테일한 부분들에서 안 맞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죠. 그런 건 서로 의견을 조율하며 맞춰가면 되는 거고요. 사실 조율이라기보다는 통보해 주시면 수정해 드리죠. 

🕵🏻‍♂️ 하박국 

만약 음악가의 피드백대로 할 경우 음향적으로 좋지 않은 사운드가 나을 것 같다고 판단이 될 때도 일단은 그걸 따르는 편인가요?

🎚️ 천학주 

저는 오디오적으로 나쁜 사운드라는 건 딱 짚어 얘기하기가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고 생각해요. 결국은 프로듀서가 세팅한 콘셉트대로 사운드를 만들어 나가는 거기 때문에 프로듀서가 그렇게 하기로 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안 정도는 해볼 수 있겠죠. 그걸 좋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고요. 그렇지 않다면 원안으로 작업을 진행하죠.

🕵🏻‍♂️ 하박국 

저는 대부분 인디 음악가의 모니터 환경이 좋지 않고 사운드에 관한 본인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처음 엔지니어와 함께 작업을 할 때 어드바이스를 구해도 될까요?

🎚️ 천학주 

충분히 그런 부분들에 대한 도움을 요청하셔도 돼요. 보컬의 경우 녹음하며 보컬 디렉터가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본인이 안에서 부르며 감이 안 서는 부분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때 '이 테이크와 이 테이크의 뉘앙스가 좀 다른데  어떤 게 더 괜찮게 들리느냐' 물으면, '이 부분은 이렇게 밴딩이 됐고 이 부분은 이렇게 밴딩 됐는데 뒷부분하고 이었을 때는 이게 좀 나은 것 같다.' 이런 정도는 말씀 드려요. 물론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지만요. 우리 음악 만들면 친구들한테 막 들려주잖아요. 그런 과정의 연장선 정도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근데 굉장히 많은 부분이 결국은 프로듀서가 해야 하는 영역이거든요. 그런 것까지 하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없고, 레코드 엔지니어는 그 곡을 태어나 30분 전에 처음 듣는 경우가 태반이거든요. 그래서 피드백하는 게 직관적인 내용 말고는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 하박국 

머쉬룸 레코딩에에서 레코딩하는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나요?

🎚️ 천학주 

먼저 녹음 스케줄을 잡겠죠. 무슨 요일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 무슨 악기 몇 프로 녹음이 가능한지 문의가 와요. 그럼 스케줄을 확인하고 되는지 안 되는지 회신을 드려요. 그리고 작업을 진행합니다. 이후엔 템플릿처럼 정해져 있는 내용이 있어요. 드럼 녹음 같은 경우면 가이드로 사용할 음원은 미리 메일로 전달해 주시고 BPM 정해져 있으면 그거 알려주고 변박이나 템포가 변하는 구간이 있으면 가이드 작업하실 때 썼던 미디 파일 같은 걸 보내달라 하면, 거기에 템포 관련된 정보도 싹 전송이 되잖아요. 미리 세팅해 놓을 수 있으니 그런 걸 요청해요. 근데 당일에 오셔서 주는 경우도 많고 당일날 아침에 주시는 경우도 많고. 그러면 시간상으로 준비할 시간이 좀 부족하기는 해요. 그래서 좀 가능하면 정보들은 빨리 주시면 좋은데 아무래도 가이드 작업을 당일 전날 밤까지 하고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이해는 됩니다만 그래도 정보를 빨리 보내주면 작업을 편안하게 좀 더 퀄리티에 신경 쓰며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최악의 경우에는 작업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작업을 맡길 때 이 사람의 작업물에 대한 그동안 기록을 검토를 해봤다면 이런 경우는 잘 안 생기긴 해요. 

🕵🏻‍♂️ 하박국 

그럼 믹싱을 의뢰할 때는 어떤 프로세스를 거치나요?

🎚️ 천학주 

믹싱은 녹음부터 같이 진행했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되고요. 믹스만 의뢰하는 경우도 많은데, 연락이 오면 가장 먼저 마감일 체크를 해요. 발매일, 마스터링 일정은 잡았는지. 그럼 작업할 수 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 판단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 그 가운데서 스케줄을 확인하는 거죠. 안 맞으면 못 하고 시간이 맞으면 1차 믹스는 언제까지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체크해 보내고, 이후 트랙을 받아 작업을 하게 됩니다.

🕵🏻‍♂️ 하박국 

레코딩과 믹스를 같이하는 경우에는 그래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면서 진행하다 보니까 믹스에 대한 방향이 명확하게 잡힐 것 같은데 그냥 믹스만 맡기는 경우에는 정확하게 디렉션을 주지 않으면 좋은 작업이 나오기 어려울 것 같아요. 어떻게 디렉션을 주면 좋을까요?

🎚️ 천학주 

가장 좋은 건 저희가 작업했던, 꼭 저희뿐만 아니라도 어떤 스튜디오의 어떤 엔지니어에게 믹스를 맡기고 싶다고 하신다면 그 스튜디오 혹은 그 사람이 작업했던 작업물을 한번 쭉 보시는 걸 먼저 추천해 드리고요. 그 작업 중에서 이런 느낌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것들을 판단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번에 작업했던 음악가의 이 사운드가 마음에 들고 이런 느낌으로 곡을 작업하고 싶다는 내용을 전달해 주시면 작업하는 사람들로서는 그게 가장 베스트고요. 그게 아니라면 곡을 만드는 과정 동안 어떤 곡들을 레퍼런스로 삼아서 작업했고 진행하다 보니 이런 부분들은 또 어떤 곡에서 조금 참고를 했고. 이런 내용을 상세하게 적어주시거나 말씀해 주시면 파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죠.

🕵🏻‍♂️ 하박국 

레코딩 같은 경우는 보통 비용이 프로 단위로 책정이 되잖아요. 근데 믹스는 경우가 다를 것 같거든요. 곡이 길다던가 아니면 트랙 수가 엄청나게 많다던가 이럴 땐 어떻게 가격이 책정되나요?

🎚️ 천학주 

스튜디오나 작업자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저와 지인 엔지니어를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단은 밴드 셋을 기준으로 잡아요. 드럼, 베이스, 기타, 건반 악기들, 신시사이저들, 메인 보컬, 코러스 트랙 이렇게 쭉 나열하고요. 드럼은 악기가 여러 개로 나뉘잖아요. 저희는 보통 녹음할 때 13개를 기본으로 사용하거든요. 더 늘어나기도 하고요. 그럼 기본적으로 13트랙에, 베이스는 한두 트랙 여기서 일렉트릭 기타, 보컬까지 가면 보통 30~50트랙 정도가 나와요. 이건 적은 편이에요. 그렇지만 음악적으로 표현하기에 부족한 트랙 수는 또 아니고요. 이걸 기준으로 잡아놓고 가격 책정을 해놔요. 디지털 소프트웨어만으로 작업하는지, 아날로그 장비를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도. 안 하는 분도 계시는데 저는 공시를 해 놓아요. 이 구성을 기준으로 비용은 줄 수도, 늘 수도 있다는 것도요. 20분짜리 곡이다 이러면, 시간이 좀 더 들어가기 때문에 적당히 비용 조정을 하고요. 포크는 트랙 몇 개 없잖아요. 그때는 어느 정도 차감을 하고요.

🕵🏻‍♂️ 하박국 

수정 요청은 몇 번까지 가능한가요?

🎚️ 천학주 

그것도 사람마다 달라요. 저 같은 경우는 횟수를 정해놓고요. 그 횟수 안에는 완성이 돼야 작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보통 3회 정도 제안을 해요. 한 번 정도는 스튜디오에 와 직접 확인을 하셔도 좋거든요. 그 후 본인 모니터 환경에서 듣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수정하고 그럼 보통 3회에 끝나더라고요. 레퍼런스를 반영해 믹스해 보냈는데 방향이 너무 다르다, 1부터 다 갈아엎어야 한다고 하면 처음에 결정이 나고요. 최악의 경우에는 작업자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요. 어떤 작업을 맡길 때 이 사람의 작업물에 대한 그동안 기록을 검토를 해봤다면 이런 경우는 잘 안 생기긴 해요. 

💬 음악보다는 소리를 듣는 훈련을 어느 정도 해보시면 많이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즐기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번 음악을 들어보는 거죠.

🕵🏻‍♂️ 하박국 

자신이 원하는 엔지니어와 스튜디오를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 천학주 

경험해 보는 거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람의 성격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근데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성격을 판단하는 거는 어려운 부분이라 결국은 경험을 해보는 방법이 가장 좋고요. 경험하자고 결정하면 몇 군데를 추려야 하는데 결국 엔지니어의 작업물을 계속 체크하고 듣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대형 스튜디오의 경우는 엔지니어가 한 명이 아닌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걸 디테일하게 체크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믹스라는 부분이 최종 결과물이 아니라서 더 어려운 부분이 있거든요. 마스터링을 거쳐야지 우리가 비로소 듣는 음원이 되는 거고요. 마스터링을 하더라도 우리가 스트리밍으로 들을지 바이닐을 들을지 혹은 카세트 테이블 들을지 알 수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떤 사운드가 나왔는데 그게 마스터링으로 완성된 사운드인지 믹스 단계에서 완성된 사운드인지를 판단하는 건 사실 엔지니어에게도 좀 어려움이 있는 부분이에요. 어느 정도는 운에 맡겨야 할 것 같기도 해요.

🕵🏻‍♂️ 하박국 

엔지니어링은 기본적으로 사운드의 영역이잖아요. 그럼 작업할 때 사운드에 관한 본인의 기준과 개념이 있어야 할 것 같거든요. 이를 위해 음악가가 스튜디오와 작업하기 전에 스스로 하면 좋은 게 뭐가 있을까요?

🎚️ 천학주 

음악보다는 소리를 듣는 훈련을 어느 정도 해보시면 많이 도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감정을 갖고 즐기며 듣잖아요. 원래 그렇게 듣는 게 맞고요. 근데 즐기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번 음악을 들어보는 거죠. 지금 이 드럼 소리가 어떻지? 스네어 소리가 어떻지? 스네어에 리버브가 얼마나 걸려 있는 거지? 이렇게 걸려 있네? 근데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 이거 내 취향이 아닌데? 일렉트릭 기타 톤이 어떻지? 디스토션이 어느 정도 어떤 질감으로 걸렸지? 이런 것도 고민하며 들어보고 정보도 계속 찾아보면서 '이런 느낌으로 소리를 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내가 만든 이 곡에서는 이런 사운드가 어울릴 것 같은데' 이런 고민을 계속하면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 재미는 없죠.

🕵🏻‍♂️ 하박국 

훈련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거죠?

🎚️ 천학주 

어느 정도의 훈련은 필요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해요. 무조건 그렇게 해야 된다기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들어보고 환경을 바꿔서도 들어보고 그러면서 사운드가 어떤 식으로 변화되는지, '이 밴드의 첫 앨범은 이런 느낌의 사운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두 번째 앨범은 곡은 비슷한데 느낌이 다르네? 왜 그렇지?' 이런 고민을 하며 듣는 경험을 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하박국 

모니터 환경은 어떻게 조성하는 게 좋을까요?

🎚️ 천학주 

대답드리기 애매한 게 뭐냐 하면 한국이라는 특수성을 좀 고려해야 해요. 다 콘크리트 건물이잖아요. 다 이제 두부 썰듯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각지게 썰어놓으니 음향적으로 굉장히 안 좋은 환경이거든요. 그렇다고 환경을 바꾸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헤드폰 쓰시라고 이야기합니다. 안 좋은 환경에서 음악을 계속 들어야 한다면 스피커를 쓰는 것보다 취향에 맞는 헤드폰, 아무래도 비용은 좀 들여야 하지만요. 그게 좀 어쩔 수 없어요. 비용을 들여서라도 좋은 헤드폰으로 모니터링하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엔지니어도 애매하면 자기 헤드폰 들고 다니는 분도 많거든요.

💬 사람과 교류하며 내가 가진 생각이나 취향 같은 걸 계속 전달하고 전달받고 상호작용을 거쳐야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 하박국 

인디 음악가가 항상 예산이 부족하잖아요. 이걸로 돈 버는 분께 무례한 질문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저희 입장에서 가능한 예산을 아끼며 엔지니어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천학주 

저는 일단 오픈을 해 주시는 게 좋아요. 저희가 어느 정도 규모의 음반 혹은 음원을 계획하고 있는데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에 필요한 예산이 이 정도라고 오픈해 주셨는데 그게 터무니없을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터무니없다고 얘기를 해드리고 조정 가능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그냥 깎아드린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여기서 세이브를 할 수 있고 절약된 금액을 여기에 배분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도와 드릴 수 있어요. 마스터링 같은 경우는 여러 곳이 있잖아요. 비용이나 스타일을 체크해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쪽을 알아볼 수도 있고 오히려 외국에 맡기는 게 저렴할 수도 있어요. 

🕵🏻‍♂️ 하박국 

최근에는 DIY로 레코딩하고 믹스까지 하는 분도 많이 계시잖아요. 근데 아무리 예산이 부족해도 이 부분만큼은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면 퀄리티가 확 올라간다 싶은 부분이 있나요?

🎚️ 천학주 

사실 요즘 집에서 작업하시는 분들이 되게 잘해요. 최근 소프트웨어의 퀄리티가 많이 올라왔거든요. 그래서 꼭 스튜디오에서 해야 하는 작업은 찾기 어려운 것 같고 어쿠스틱 드럼이 그나마 거의 최후의 보루였거든요. 근데 최근엔 어쿠스틱 드럼 샘플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드럼도 퀄리티가 좋아서요. 어떤 가상 악기는 잘만 찍으면 어지간한 스튜디오에서 녹음 받은 것보다 훨씬 더 하이파이 한 어쿠스틱 드럼 사운드를 낼 수 있거든요. 하지만 그게 좀 어렵다면 드럼 정도는 좋은 결과물을 내는 스튜디오에서 받아 보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해요.

🕵🏻‍♂️ 하박국 

반대로 예산이 엄청나게 풍부하다면 스튜디오를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요?

🎚️ 천학주 

거대한 스튜디오를 한 달 정도 빌리세요. 저는 작업하면서 아쉬운 점이 그거거든요. 저도 음악가가 좋은 결과물을 내야 해요. 저와 작업한 음원이 좋은 결과물로 탄생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크레딧에 제 이름이 들어가니까요. 근데 원하는 연주,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건 결국 시간이거든요. 거대한 스튜디오를 한 달 동안 마음대로 쓰는 건 외국의 거대한 음악가들이 하는 방식이에요. 그 사람들이 그렇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거든요. 넉넉한 기간 동안 좋은 환경에서 계속 시험해 보고 피곤하면 이틀 쉬다 내가 하고 싶을 때 나와 연주해 보고. 

제가 작업하며 아쉬운 점도 그거예요. 이 사람들한테 시간이 더 있다면 뭔가 더 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을 텐데, 예산이 없어 기타 연주를 두 프로 안에는 끝내야 하고. 저도 다음 작업을 해 계속 수익 활동을 해야 하니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항상 그게 늘 아쉽더라고요. 

🕵🏻‍♂️ 하박국 

이걸 보는 분 중에 엔지니어를 꿈꾸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이 필요한가요?

🎚️ 천학주 

이 산업 안에서 공식적인 직업군으로서의 엔지니어 레코딩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라고 한다면 왜 되고 싶은지 일단 저는 궁금하고요. 직업에 대한 이해를 조금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레코딩 엔지니어 크게 보면 이제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레코딩 스튜디오라는 곳은 단기 임대업, 장비 대여업, 기술 서비스업 이 세가지가 합쳐져 있는 업종이라 생각하거든요. 그럼 이 세 가지를 수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시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을 해요. 이게 특수한 직업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직업이 아니잖아요. 저희 부모님은 아직도 제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세요. 소수의 음악가나 멀티미디어 관련 일하는 분들 정도가 알고 있는 직업이지 대중적인 직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 직업의 특성에 대한 부분도 고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술을 배우고, 콘솔 앞에 앉아 사운드를 만드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내가 엔지니어를 할 건데 대형 스튜디오에 직원으로 들어갈 거냐 아니면 대형 엔터사의 직원으로 들어갈 거냐 그것도 꽤 다르거든요. 혹은 인디신에서 작업자로 활동 할 거냐. 그런 선택지가 다양하게 있는데 그러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건지 고민도 해봐야 하고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배우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막상 일을 하려고 하면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굴러가는 부분이 생길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먼저 고민을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해보고 싶다면 배우는 건 어렵지 않아요. 루트가 지금은 정말 다양하거든요. 

🕵🏻‍♂️ 하박국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 천학주 

녹음 믹스 마스터로 이어지는 이 과정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고요. 이게 왜 어렵냐면 기본적으로 협업이라 그런 것 같아요. 농담 삼아서 조별 과제 같다고 얘기하잖아요. 결국 여러 사람이 모여 자기 의견을 내고 자기 역할을 하고, 그런 게 다 합쳐져야 결국은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렵거든요. 협업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의사소통인 것 같아요. 의사소통은 되게 많은 걸 포함해요. 이 사람한테 내가 원하는 바를 전달하는 것도 의사소통이고요. 이 사람의 상황이나 감정 상태 같은 걸 파악해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 이런 것들도 의사소통에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데이터를 전달할 때 얼마나 이 사람이 알아보기 편하게 정리를 하는지, 이것도 결국 의사소통이거든요. 사람과 교류하며 내가 가진 생각이나 취향 같은 걸 계속 전달하고 전달받고 상호작용을 거쳐야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는 사실을 깊이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 최초, 유일의 일렉트로닉 음악 페어, 암페어(Amfair)가 9월 9일 서울대학교 파워플랜트에서 7년 만에 열립니다. 김도언, 텐거, 넷갈라 등 쇼케이스 아티스트 10팀과, 사운드서플라이 서비스, 헬리콥터 레코즈, 링고샵 등 20개의 부스 그리고 윤상과 이준오의 프로젝트 노이스의 토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5회 암페어는 무료입장이며, 선착순으로 쇼케이스 아티스트의 미발표곡이 수록된 컴필레이션 CD를 증정합니다. 일렉트로닉 음악 좋아하는 분은 놀러오세요.

제 5회 암페어, 일렉트로닉 뮤직 페어

2023.9.9.SAT 12pm - 10pm

파워플랜트 Power Plant @powerplant.seoul

서울시 관악구 관악로 1 서울대학교

08826, 1 Gwanak-ro, Gwanak-gu, Seoul 08826

+

쇼케이스 아티스트 Showcase Artists

문수 moonsu

리비게쉬 Livigesh

더 글래스 The Glass

휘 HWI

김도언 Kim Doeon

텐거 TENGGER

오딘 oddeen (with 이지마인드 Easymind)

워나 Wona

넷갈라 NET GALA

시스타일 systile

+

토크 프로그램 Talk Program

노이스(윤상X이준오) Nohys(yoonsangXLeeJunoh)

+

마켓 부스 Market Booth

KONTRAJELLY 콘트라젤리

Holocene Electronics 홀로씬 전자

seoulartcrews 예술의잔당

Ringo Shop 링고 샵

khc/moribet

🪼🪼🪼

guinneissik 기나이직

TENGGER 텐거

DESHELTER 디쉘터

Hue Live 휴라이브

Helicopter Records 헬리콥터 레코즈

Soundsupply_service

No Slack Records 노슬랙 레코즈

Extra Noir 엑스트라 느와르

북부 소상공인 연합

Lost Air 로스트에어

QH(QuispiamHabilis)

Neutune 뉴튠(주)

DWYWD

Amfair 암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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