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윌슨레터 🏐 그들이 무료 쇼케이스를 여는 이유

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최근 재미난 일이 생겼어요.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셋이 연달아 무료입장 공연을 기획했더라고요. 저는 셋을 모두 알지만 셋은 서로와 친분이 없거든요. 제가 다른 아티스트도 이런 걸 한다더라 이야기하니, '엇 그 아티스트도 무료 공연 열어?' 같은 반응을 보였어요. 모두 서로가 무료 공연을 기획한다는 걸 모르고 기획한 거죠. 제 직업 중 하나는 칼럼니스트라 같은 일이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발견되면 현상으로 간주하고 이를 분석하려 하는 편입니다. 대체 왜 이들은 무료 공연을 여는 걸까요?

✳️ 일시: 2024년 10월 20일 일요일 오후 5시 (입장 시작 4시 반)

✳️ 장소: 고라니 특공대

✳️ 공연시간 120분(인터미션 포함) | 총 2부

✳️ 100명 한정 (사전 예약자 우선 입장) 자율기부제 (현재 사전예약이 끝났습니다)

단편선 순간들의 <음악만세>는 회기동 단편선, 단편선과 선원들로 활동하고 오소리웍스를 운영하는 단편선이 7년 만에 결성해 발표한 정규 앨범입니다. 오랜만의 정규 앨범 발표인 만큼 그에 따른 프로모션 활동도 활발히 해왔는데요. 앨범 펀딩을 위한 텀블벅을 진행하고, 앨범 발표 전 모든 곡을 들을 수 있는 리스닝 세션이 포함된 전시를 열었으며, 음반은 CD(후원자용)와 바이닐(판매용)로 제작했습니다. 뮤직비디오도 세 편이나 발표했고요. 

'모두를 위한 음악만세'는 <음악만세> 프로모션의 정점에 있는 이벤트입니다. 음반의 세계를 무대에서 펼치고 앞으로 활동할 라이브를 쇼케이스하는 자리이기도 하죠. 그는 대체 왜 이 공연을 무료로 만들었을까요?

👨🏻‍🎤 단편선: 정확히 무료 쇼케이스는 아니고 자율기부제입니다. 단편선과 선원들 2집 <뿔> 발매 후에도 자율기부제로 쇼케이스를 열었었어요. 큰 생각이 있다기보다는 보고 싶은 사람이 자신의 재정에 구애받지 않고 공연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에 열게 됐어요. 교회에서도 십일조 걷으면 자신의 경제 수준에 맞춰 걷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상호호혜적 세계를 아주 잠깐이라도 구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랄까요? 이런 건 이렇게 뭔가 계기(음반 발매) 같은 게 없으면 마음먹기 어려운 거니까요.

✳️ 일시: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오후 4시 (관객 입장 3시 30분)

✳️ 장소: 고라니 특공대

✳️ 오프닝: 이랑

✳️ 무료입장 자율 기부 (사전 예약자 우선 입장)

✳️ 예약 페이지: http://bit.ly/welcometomeeroochoi

최미루는 신인 아티스트라 아직 모르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제 감상을 섞어 소개하자면, 최미루의 <nEwCHAt>은 올해 가장 인상 깊게 들은 포크(+ 약간의 일렉트로닉 음악) 장르의 데뷔 음반입니다. 이는 정제된 표현이고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이 앨범에 정말 반했어요. 앨범에 담긴 주제 의식과 이를 사운드로 풀어내는 능력과 아이디어도 훌륭하고요. 무엇보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좋습니다.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꼭 들어 보세요. 이날 공연은 이랑이 오프닝을 합니다. 저도 아직 최미루의 라이브를 보지 못해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 너무 궁금한데요. 그에게도 왜 무료 공연을 여는지 물어봤습니다.

🧒🏻 최미루: 저는 더 많은 분들이 제 음악을 들어 주시기를 바랐는데요. 이때 (아무리 소액일지라도) 티켓 비용이 약간은 진입 장벽이 될 것 같았어요. 지금의 저에게 중요한 건 당장 공연에서의 이익보다 ‘제 이야기와 음악에 호기심을 가지는 사람들’이에요. 특히 요즘은 누구나 언제든 음악을 감상하고 또 손쉽게 꺼 버릴 수 있는 시대고, 그렇기에 라이브 현장까지 직접 와 주시는 관객분들은 무척 의미 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관객의 규모를 수요 조사하고, 그분들의 시간과 마음이 아깝지 않을 공연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쇼케이스 입장이 무료인 대신 MD도 판매하고, 자율 기부도 받을 예정입니다.

✳️ 일시: 2024년 11월 2일 토요일 VIP 오후 4시 / 일반 오후 6시

✳️ 티켓 가격: VIP 44000원 / 일반 무료

✳️ 장소: EQL 성수점 2층

✳️ VIP 티켓 예매: forms.gle/XbBquaHQ6ZmynSGP8

✳️ 무료 입장 티켓 예매: forms.gle/RfHKHZAi8pjcC69x8

씨피카는 일렉트로닉 음악 아티스트입니다. 2016년에 데뷔해 여러 장의 싱글과 두 장의 EP,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어요. 한국대중음악상 댄스/일렉트로닉 노래 부문에서 두 번 수상하기도 했고요. 이번 공연은 11월에 발매되는 그의 세 번째 정규앨범 <Bonfire>를 위해 밴드셋으로 준비된 쇼케이스입니다. 일렉트로닉 음악은 디제이셋, 솔로셋, 밴드셋 등 다양한 형태로 공연 세팅이 나뉘는데요. 밴드셋은 준비하기 어려워 드물게 볼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합니다.

씨피카의 공연은 위의 두 공연과 달리 VIP 티켓을 따로 마련해 유료로 공연을 볼 수 있어요.  VIP는 사운드 체크와 티켓, 공연 포스터, 방석, 그리고 앞좌석 자리가 제공되고요. 당연히 무료로 공연을 볼 수도 있습니다. 위와 마찬가지로 모두 사전 신청을 통해 예약을 받습니다. 씨피카는 왜 무료 공연을 열까요?

🧑🏻‍🦰 씨피카: 단순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이번에 무료로 했어요. 음악 즐기는데 돈이 부담되는 것이 싫고 또 무료라 들어왔다가 씨피카라는 뮤지션을 발견하면 서로에게 이득일 거로 생각해서요. 돈만 많으면 계속 무료 공연을 열고 싶어요. 돈 받으면 팬들만 오고 무료면 아닌 사람들도 오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사실 무료 공연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관 대관료, 세션비, 게스트 비용 등 당장 지출해야 할 비용이 큰데 입장료 수익을 기대할 수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무료 공연을 여는 이유는 뭘까요? 많은 아티스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이 재정적 상황에 상관없이 자신의 공연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특히 씨피카의 말처럼 단독 공연이라면 팬들만 오고 새로운 관객이 잘 유입되지 않는 편이거든요. 

클럽 공연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최근 소규모 클럽 공연의 관객이 전보다 확 준 게 체감됩니다. 흥행이 확실한 밴드의 단독 공연이나 페스티벌 무대 말고는 평소 열리는 클럽 공연을 보는 이의 숫자가 많이 줄었어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작년 소규모 공연의 매출 규모는 40% 줄었다고 합니다. 집계된 것만 이 정도니 집계되지 않는 공연은 더 줄었겠죠.

유료 관객 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그 관객 대상으로 입장료를 받는 것보다 무료입장으로 관객 수를 늘린 후 굿즈 판매나 자율기부 받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선 더 나은 수익, 또는 장기적 이득을 가져올 수 있고요. 퍼널 마케팅이라고 이미 다른 분야에서는 자주 쓰이는 기법입니다. 결국 투자의 관점에서 무료 공연은 충분히 고려해 볼만한 전략입니다. 

무료 공연도 단점은 있습니다. 사전예약 공연의 경우 무료다 보니 쉽게 '노쇼'가 발생할 수도 있고요. 돈을 쓰지 않았기에 돈을 썼을 때보다 관객이 공연에 집중하지 못하고 덜 만족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쇼는 어쩔 수 없겠지만 관객의 집중도를 끌어올리고 이들을 장기적인 팬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티스트는 더욱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들어야 겠죠. 

얼마 전 윌슨레터 채팅방에서 아티스트분들께 공연을 많이 보러 다니느냐 물어봤더니 티켓값이 부담돼 많이 못 본다는 답이 돌아오더군요. 인디 아티스트 대부분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게 현실이니까요. 저는 함께 일하는 아티스트에게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을 많이 보길 권하는 편입니다. 며칠전 열린 일렉트로닉 음악 공연도 초대권이 여러 장 생겨 함께 하는 아티스트와 주변 아티스트와 나눴는데 다들 너무 좋은 영감과 자극을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다들 무료니 부담 없이 공연장 오셔서 좋은 자극 받고, 무료 공연의 전략에 대해서도 직접 경험하고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세 공연 모두 갈 예정입니다. 공연장에서 보면 반갑게 인사 건네주세요!

인디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정말 많은 내용이 윌슨레터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있다고요? 그렇다면 하아컨의 문을 두드려 보세요. 하아컨은 인디레이블 영기획 대표이자 오래 음악 콘텐츠와 이벤트를 만들어 온 하박국이 아티스트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드리는 컨설팅 프로그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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