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20대 절친이 창업해, 피클 하나로 트렌드를 만든 사업가

틱톡에서 '피클 먹는 여자들'을 발견하고, 매일 창업 과정을 공개하며 커뮤니티를 먼저 만든 Good Girl Snacks 공동창업자, 리아 마커스 & 야사만 박티아르

2026.10.22 | 조회 1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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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있는 제품인데, 내가 뭘 바꿀 수 있을까?'

혹시 이런 생각,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하고 싶은 사업은 있는데, 막상 들여다보면 이미 비슷한 제품이 매대에 가득합니다.

'오래된 대기업 브랜드가 꽉 잡고 있는데.'
'식품은 경험 없으면 못 한다던데.'
'광고비 없이 누가 알아봐 주겠어.'

오늘 소개할 두 사람은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되고 졸린' 매대를 골랐습니다.

바로 피클입니다.

대학 동기이자 절친인 리아 마커스(Leah Marcus)와 야사만 박티아르(Yasaman Bakhtiar)는 2023년 여름, 스물셋의 나이에 첫 직장을 그만두고 피클 회사를 차렸습니다. 둘 다 식품 업계 경험은 없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굿걸 스낵스(Good Girl Snacks). 첫 제품은 핫 걸 피클(Hot Girl Pickles)입니다.

그리고 2년 반이 지난 지금,

· 아무도 맛보지 않은 상태에서 연 사전 주문이 첫 두세 달 만에 품절됐고
· 첫해 온라인에서만 약 1만 병을 팔았고
· LA의 고급 마트 에러원(Erewhon)을 시작으로 50곳 넘는 매장에 들어갔고
· 2026년 3월 300만 달러(약 42억 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고
· 2026년 9월에는 미국 전역의 스프라우츠(Sprouts Farmers Market) 전 매장에 입점했습니다.

놀라운 건 이 모든 과정에서 2026년 9월 인터뷰 직전까지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광고를 한 번도 돌리지 않았어요. 아무것도 안 했는데, 실제 매장 선반에서 제품이 팔리고 있었어요."

이번 파운시스에서는 세 가지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오래된 카테고리에서 빈자리를 어떻게 찾았는지.
'매일 창업 과정을 공개하는 것'이 어떻게 오프라인 매출로 이어졌는지.
그리고 식품 경험 없는 두 사람이 유기농, 유리병, 리테일이라는 현실의 벽을 어떻게 넘었는지.


이 글은 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 이미 포화된 것처럼 보이는 카테고리에서 기회를 찾고 싶은 분

✅ 광고비 없이 SNS로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초기 창업자

✅ 내 얼굴과 과정을 공개하는 게 망설여지는 분

✅ 식품·소비재를 만들며 생산과 리테일 입점을 준비하는 분

✅ 친구와 공동창업을 고민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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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걸 스낵스를 만든 두 사람

리아와 야사만은 대학에서 만난 뒤로 늘 붙어 다닌 친구입니다. 둘 다 중동 출신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페르시아, 이집트, 튀니지 문화가 섞인 두 사람의 집에서 피클은 거의 모든 식사에 오르는 음식이었습니다.

굿걸 스낵스 공동창업자 리아 마커스 & 야사만 박티아르 (출처: Good Girl Snacks 공식 홈페이지)
굿걸 스낵스 공동창업자 리아 마커스 & 야사만 박티아르 (출처: Good Girl Snacks 공식 홈페이지)

졸업 후 리아는 테크 스타트업에서 그로스 마케팅을, 야사만은 미술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1년쯤 지나자 둘 다 일에 지쳐 있었습니다.

"둘 다 정말 불만족스러웠어요. 하루 종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었죠."

그렇게 하루 종일 틱톡을 넘기던 두 사람이 이상한 패턴 하나를 발견합니다.


'피클은 Z세대의 아보카도'

틱톡 피드에 피클이 계속 나왔습니다.

여자들이 피클을 먹는 영상, 피클로 만든 레시피, 그리고 "핫 걸은 피클을 먹는다(Hot girls eat pickles)"는 말까지.

"갑자기 틱톡 영상 두 개 중 하나가 피클이었어요. 밀레니얼 세대에게 아보카도가 있었다면, 우리 세대에게는 피클이 그런 존재가 된 거예요."

그런데 막상 마트에 가 보니 피클 매대는 전혀 달랐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 마트의 피클 코너를 직접 걸으며 무엇이 빠져 있는지 살폈습니다.

"전부 초록색이었어요. 검은색도 많았고요. 색이라는 게 아예 없었어요."

브랜드 이름은 대부분 '할머니의 50년 전 레시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조사해 보니 유기농 피클 브랜드는 하나도 없었고, 색소나 정제당, 인공 첨가물이 없는 제품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온라인에서는 Z세대 여성들이 피클에 열광하고 있는데, 매대에는 그들에게 말을 거는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야사만이 리아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우리 피클 회사 차리는 거 어때?"

며칠 뒤, 두 사람은 도메인을 샀습니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트렌드를 봤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일과 오프라인 매대에 놓인 것 사이의 간극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피클을 원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들이 사고 싶은 피클이 없었을 뿐입니다.


'핫 걸 피클'이라는 이름

두 사람은 이름부터 다르게 가기로 했습니다.

"섹시하고, 눈썹이 살짝 올라가게 하고, 대화를 시작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 이름을 찾자고 했어요."

'핫 걸 워크', '걸 디너'처럼 온라인에서 쓰이던 표현을 피클에 가져왔습니다. 브랜드 설명에 따르면 '핫 걸'은 외모가 아니라 일상을 더 낫게 만드는 에너지와 태도를 가리킵니다.

'핫 걸이 ~한다'는 말 자체를 처음 만든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피클, 나아가 식품에 쓴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반응이 오는 걸 확인하자 두 사람은 출시 전에 곧바로 상표 출원을 시작했습니다.

"실패는 선택지에 없었어요. 그래서 제품을 내기도 전에 상표 등록을 했어요."

패키지도 같은 원칙으로 만들었습니다. 초록과 검정뿐인 매대에서 눈에 띄도록, 밝은 색과 손그림 낙서를 넣었습니다.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피클 제품에서 본 적 없는 디자인을 목표로 했습니다.

핫 걸 피클 제품 라인업 (출처: Good Girl Snacks 공식 홈페이지)
핫 걸 피클 제품 라인업 (출처: Good Girl Snacks 공식 홈페이지)

집 주방에서 만든 첫 피클은 '오이 샐러드' 맛이었다

이름과 디자인은 자신 있었지만, 제품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처음에는 각자 집 주방에서 피클을 만들어 봤습니다.

"맛이 끔찍했어요. 오이 샐러드 같은 맛이 났어요."

피클은 생각보다 과학이었습니다. 오이가 제대로 절여지려면 적절한 산도(pH)를 맞춰야 했고, 마트에서 파는 일반 오이가 아니라 피클용 오이를 써야 했습니다.

두 사람은 일찍부터 식품 과학자와 함께 일했습니다. 기본 딜 피클에는 강황(터메릭)을 넣어 더 상큼하고 밝은 맛을 냈고, 매운 맛은 흔한 할라피뇨 대신 북아프리카 고추 페이스트인 하리사에 꿀을 더했습니다. 두 사람의 중동 뿌리가 맛에 그대로 들어갔습니다.

식품 과학자이자 전직 COO 출신인 두 명의 컨설턴트는 제조를 맡길 위탁 생산업체를 연결해 주는 일도 도왔습니다.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출시하지 못했을 거예요."

야사만은 이렇게도 말합니다.

"식품 업계를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오히려 선물이었어요. 새로운 시선으로 들어올 수 있었으니까요."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아는 사람을 빨리 찾는 것. 경험 없는 창업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입니다.


트렌드 영상은 조회수를 주지만, 팔로워는 주지 않는다

제품을 개발하는 동안 두 사람은 또 하나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 얼굴을 내걸고 해야 해."

리아는 전 직장에서 그로스 마케팅을 하며 소셜미디어의 힘을 배웠습니다. 광고비가 없는 두 사람에게 사람들 눈앞에 무료로 설 수 있는 방법은 매일 올리는 것뿐이었습니다.

몇 주 동안 연습한 뒤, 2023년 10월 1일 첫 영상을 올렸습니다. 로고가 생겨 프로필 사진을 걸 수 있을 만큼 '보여줄 것'이 생긴 시점이었습니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매일 영상을 올렸습니다.

첫 영상은 유행하는 트렌드를 따라 한 영상이었습니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트렌드 영상도 조회수가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팔로워가 늘지 않았습니다.

"트렌드는 조회수를 주지만, 팔로워를 주지는 않는다는 걸 금방 알았어요. 사람들에게 아무 가치도 주지 않으니까 커뮤니티가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방향을 바꿨습니다. 두 사람의 하루를 보여주기로 한 것입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피클 회사를 차린 절친 둘', 이 문장 자체가 말이 안 되잖아요.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어요."

퇴사했다고? 친구랑 창업을? 1년 뒤에 둘이 원수가 되는 거 아냐? 그런데 하필 피클?

이 시리즈를 사람들은 마치 TV 드라마처럼 챙겨보기 시작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을 해설한 영상 하나로 5일 만에 팔로워 1만 명

두 사람을 처음 크게 알린 영상은 의외로 패키지 해설이었습니다.

"이 낙서는 왜 여기 있는지, 이 색은 왜 이 색인지 하나하나 설명했어요. 우리가 모든 걸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다는 걸 보여준 거죠."

이 영상으로 5일 만에 팔로워가 1만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사람들은 브랜드 뒤에 있는 얼굴을 알고 싶어 해요. 그 과정을 알고 싶어 하고요. 그게 구매를 결정하게 만들어요."


아무도 맛보지 않은 제품이 사전 주문에서 품절되다

2024년 2월, 두 사람은 사전 주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오픈을 알리기도 전에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웹사이트를 막 열고 있는데, 이미 기다리던 사람들이 주문을 넣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무도 제품을 먹어본 적이 없었어요. 우리가 누군지도 몰랐고요. 그런데 주문이 쏟아졌어요."

주문이 들어오는 걸 보며 울고 소리 지르는 두 사람의 반응 영상은 그 자체로 가장 큰 바이럴 영상이 됐습니다. 첫 물량은 출시 두세 달 만에 품절됐습니다.

그 뒤 두 사람은 고객 피드백을 받아 레시피를 다시 다듬어, 2024년 8월 새 포뮬러로 재출시했습니다. 32온스(약 950ml) 유리병에 담긴 피클은 첫해 온라인에서만 약 1만 병이 팔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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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핵심은 '출시 전에 이미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은 제품이 나오기 넉 달 전부터 매일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출시일은 처음 고객을 찾는 날이 아니라, 이미 모인 사람들이 처음 지갑을 여는 날이었습니다.


실패담이 커뮤니티를 만든다

굿걸 스낵스의 영상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브이로그, 비하인드, 그리고 '이번 출시에서 잘못된 것들'입니다.

초기에 가장 반응이 좋았던 영상 중 하나는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생산하러 매사추세츠까지 날아갔는데, 오이를 실은 트럭 한 대가 통째로 얼어버렸어요. 가장 중요한 원재료가 없어진 거예요."

야사만은 이렇게 말합니다.

"초기에 일어난 사고들로 커뮤니티를 많이 만들었어요."

매일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왜 매출이 될까요? 리아의 설명은 단순합니다.

"사람들이 나를 안다고 느끼기 때문에 응원하고 싶어지는 거예요. 우리가 매일 어떤 에너지를 쏟는지 다 보여주니까요."

다만 그냥 하루를 찍는 브이로그와는 다르다고 강조합니다. 영상 속 내레이션에서 '왜 그렇게 했는지'를 설명합니다. 왜 이런 화보를 찍었는지, 왜 앰배서더 프로그램을 하는지. 보는 사람에게 작은 창업 조언이 하나씩 남는 구조입니다.

물론 반응이 늘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출시 1년도 안 돼 포브스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된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영상을 올렸을 때는 악성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둘이 1년도 못 가서 갈라설 것"이라는 댓글도 많았습니다.

"처음엔 신경 쓰였어요. 그런데 이것도 참여(engagement)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심각한 일도 아니잖아요. 그냥 피클인데요."


매일 1개, 금요일은 쉬기: 굿걸 스낵스의 콘텐츠 운영법

마케팅을 맡은 리아는 인스타그램 기능마다 역할을 나눠서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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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 게시물은 '브랜드'를 만듭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올립니다. 매장 입점 소식, 신제품 출시나 이벤트 사진, 레시피 같은 것들입니다.

릴스는 '커뮤니티'를 만듭니다.
브이로그, 비하인드, 잘못된 일들. 하루에 한 번, 매일 올립니다. 단, 참여가 가장 낮은 금요일은 피합니다.

스토리는 '소통'입니다.
고객이 태그한 스토리를 공유하고, 어느 매장에 입점했는지 알립니다.

업로드 시간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특정 시간에 올려야 한다는 건 미신이에요. 새벽 2시나 토요일 저녁 7시처럼 다들 자거나 밖에 있을 때만 피하면 돼요."

콘텐츠 계획은 보통 매주 월요일에 세웁니다. 지금 유행하는 것과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대형 입점이 몰린 달처럼 큰 일정이 있을 때만 미리 계획합니다.

2026년에 브랜드를 시작한다면

리아가 지금 시작하는 브랜드에 주는 조언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반응을 만드세요.

"화나게 하든, 기쁘게 하든, 웃게 하든, '이게 뭐야?' 하게 만들든, 반응을 만들어야 해요."

굿걸 스낵스는 실제로 콘돔 속에 피클을 넣은 화보처럼 일부러 눈썹이 올라가게 만드는 이미지를 씁니다.

둘째, 모든 게시물에 제품을 넣지 마세요.

"제품을 계속 보여주는 건 브랜드를 만드는 게 아니에요. 제품을 파는 거예요. 사람들은 제품을 사기 전에 세계관을 먼저 사요."

초기에는 패키지조차 없었기 때문에, 담배처럼 피클을 손가락에 끼운 여자나 피클을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페디큐어를 하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제품 사진은 없었지만, 굿걸 스낵스의 세계는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굿걸 스낵스 캠페인 이미지 (출처: Good Girl Snacks 공식 홈페이지)
굿걸 스낵스 캠페인 이미지 (출처: Good Girl Snacks 공식 홈페이지)

사진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조언을 덧붙였습니다.

"화보 촬영에 돈 쓰지 마세요. 전부 아이폰으로 찍어서 여러 장 묶어 올리세요. 대신 대충 찍은 것처럼 보이려면, 오히려 공을 들여야 해요."


왜 틱톡보다 인스타그램이었을까

굿걸 스낵스는 틱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성장은 인스타그램에서 더 크게 일어났습니다. 2024년 9월 기준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4만 명을 넘었고, 틱톡은 1만 명 수준이었습니다.

리아는 이유를 세 가지로 봅니다.

· 틱톡은 하루에 10개씩 올리는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아직 '정돈된 피드'를 신경 쓰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덜하다.
·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조금 더 나이가 많고, 창업의 비하인드에 관심이 많다.
· 틱톡은 '팔로우'가 아니라 '스크롤'의 공간이라 커뮤니티를 만들기 어렵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팔로워에게 지역별로 DM을 보내는 도구도 씁니다. 예를 들어 마이애미에 새로 입점하면, 마이애미에 사는 팔로워들에게 "이제 근처 매장에서 살 수 있어요"라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갑니다. 이메일 구독자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AI로 콘텐츠 아이디어를 만드는 건 잘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 마케팅이 잘된 이유는 진짜이고,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기술은 그걸 너무 매끈하게 만들어요."


SNS로 오프라인 매장을 움직이다

흥미로운 점은 굿걸 스낵스의 매출 대부분이 온라인이 아니라 매장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음식이나 간식을 온라인으로 사는 건 소비자 습관과 반대예요. 그래서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들을 매장으로 가게 하는 거예요."

매장에서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라며 두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 영향력은 리테일러와의 협상에서도 무기가 됐습니다.

"타깃(Target)이든 어떤 리테일러든 우리와 이야기하는 이유는 우리의 소셜 존재감 때문이에요. 사람들을 매장으로 데려오고 물량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거니까요. 리테일러들도 Z세대를 원하고요."

리테일 입점: 자연식품 매장부터

두 사람은 출시 몇 달 뒤인 2024년부터 영업 브로커와 일했습니다. 업계 지인들의 추천으로 만난 브로커들은 이미 여러 리테일러 바이어와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략은 분명했습니다. 유기농이라 일반 피클보다 가격이 조금 높기 때문에, '유기농에 가치를 두는 손님이 오는 매장'부터 공략했습니다.

그렇게 2025년 1월 에러원에 입점했고, 4월 브리스톨 팜스(Bristol Farms)에 들어갔습니다. 창업자 측은 에러원에서 '1위 피클'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2026년 9월, 미국 전역 스프라우츠 전 매장에 입점했습니다. 두 사람은 이 달을 '가장 큰 달'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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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큰 병, 그리고 1년 치 재고

콘텐츠는 두 사람의 강점이었지만, 운영은 늘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식품·음료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건 언제나 운영이에요."

"유리병은 하지 마"

출시 당시 주변 사람들은 모두 유리병을 말렸습니다. 비싸고, 무겁고, 배송 중에 깨진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유기농 피클을 살균하는 제조 방식상 플라스틱 용기는 맞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유리병을 택하고, 대신 깨지지 않도록 맞춤 배송 상자를 만들었습니다. 그 덕분에 파손율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선반에 안 들어가요"

처음 만든 32온스 병은 온라인 판매를 기준으로 만든 크기였습니다. 홀푸드(Whole Foods)에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병이 너무 커서 선반에 안 들어가요. 더 작은 병을 만드세요."

리테일을 처음부터 고려했다고 생각했지만, 매대 규격까지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름에만 자라는 유기농 오이

가장 큰 제약은 원재료였습니다. 피클용 유기농 오이는 여름에만 자랍니다. 그래서 1년에 몇 달 안 되는 기간에 사실상 1년 치 재고를 한꺼번에 만들어야 합니다.

"1년 치 재고를 한 번에 만드는 건 정말 비싸고, 현금 흐름에도 좋지 않아요."

새로 낸 휴대용 피클 파우치(Grab & Go)를 만들 때도 시행착오가 이어졌습니다. 병 피클과 맛을 맞추기 어려웠고, 포장 파일을 잘못 보내 3개월이 지연됐고, 해외 생산과 해상 운송 지연까지 겹쳤습니다.

리테일 입점에도 생각지 못한 비용이 따라왔습니다. 마트에서 시식 행사를 하려면 브랜드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도 입점 후에야 알았다고 합니다.


투자: '이야기'로 시작해 '숫자'로 증명하다

두 사람은 처음에 자기 자본으로 시작했습니다.

"돈이 없으니까 아주 보수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돈이 없는데 어떻게 매출을 만들지? 결국 소셜미디어가 유일한 길이었어요."

하지만 리테일에 들어가려면 큰돈이 필요했습니다. 컨설턴트와 브로커 비용, 더 큰 생산 물량, 그리고 1년 치 재고까지.

첫 투자(프리시드)는 콜라보레이티브 펀드(Collaborative Fund)가 주도했습니다. 올리팝, 스위트그린에 투자한 곳입니다. 두 사람은 일부러 에러원 매장 판매 데이터가 3주 치 쌓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투자자를 만났고, 몇 주 만에 투자를 마감했습니다.

"'우리 제품이 에너지 드링크만큼 빨리 선반에서 팔리고 있다'고 보여줬어요. 투자자들은 우리가 사람들을 움직이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다는 데 투자한 거예요."

2026년 3월에는 스트랜드 에쿼티(Strand Equity)와 리버파크 벤처스(RiverPark Ventures)가 주도한 300만 달러(약 42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받았습니다. 두 번째 투자는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두 번째 라운드는 데이터가 더 많아서 오히려 어려웠어요. 첫 라운드는 꿈을 파는 거라면, 두 번째부터는 숫자를 파는 거니까요."


네 명의 팀, 그리고 서로의 영역을 믿는 공동창업

굿걸 스낵스의 내부 팀은 지금도 네 명입니다. 두 창업자와 운영 책임자, 운영 코디네이터입니다. 영업 브로커, 회계팀 등은 외부 파트너로 둡니다.

첫 채용은 마케팅이 아니라 운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제품을 알리고, 사람들이 먹어보게 하고, 매장에 넣는 게 중요했어요. 그 단계를 넘자 마진을 개선하고,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더 좋은 공급처를 찾아야 했어요."

역할은 자연스럽게 나뉘었습니다. 리아는 마케팅, 야사만은 운영과 영업. 브랜드, 화보, 제품 개발처럼 창의적인 일은 함께 합니다.

의견이 부딪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각자 자기 영역이 분명하고, 서로를 엄청 믿어요. 리아가 마케팅에서 '이건 꼭 해야 해'라고 하면, 저는 믿어요. 그게 리아가 제일 잘하는 거니까요."

힘든 날에는 서로를 붙잡아 줍니다.

"한 명이 무너지면, 다른 한 명은 무너질 수가 없어요. 누군가는 버텨야 하니까요."


'피클계의 리퀴드 데스'를 꿈꾸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북극성으로 삼은 브랜드는 리퀴드 데스(Liquid Death)입니다. 물이라는 가장 평범한 상품으로 강렬한 브랜드를 만든 회사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여자들을 위한 피클계의 리퀴드 데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어요. 사람들이 그 캔을 들고 싶어 하고,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잖아요. 브랜드라기보다 정체성이에요."

목표는 Z세대의 '집집마다 있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이름이 '핫 걸 피클'이 아니라 '굿걸 스낵스'인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1년 안에 미국 전역 유통을 마치고, 피클을 넘어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하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주는 조언은 짧습니다.

"첫째, 뭘 하는지 몰라도 괜찮아요. 둘째, 가장 무섭고 어려운 건 시작하는 거예요."

"첫 출시가 완벽해야 한다는 건 오해예요. 우리 첫 피클도 지금만큼 맛있지 않았어요. 완벽은 적이에요. 일단 내놓고, 사람들이 먹어보게 하는 게 더 중요해요."


📌 굿걸 스낵스 이야기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점 12가지

1. 빈자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 있다

틱톡에서는 피클이 유행인데, 매대에는 그 사람들을 위한 피클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이미 원하는 것과 실제로 팔리는 것 사이의 간극을 직접 확인해 보세요.

2. 오래된 카테고리일수록 '다르게 말하는 것'만으로 기회가 된다

제품을 새로 발명하지 않았습니다. 이름, 색, 말투, 그리고 유기농이라는 기준을 바꿨습니다. 졸린 매대는 위험이 아니라 기회일 수 있습니다.

3. 경험이 없다면 아는 사람을 가장 먼저 찾는다

식품 과학자와 경험 많은 컨설턴트 덕분에 피클의 산도부터 위탁 생산까지 빠르게 풀 수 있었습니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속도가 출시 속도를 정합니다.

4. 트렌드는 조회수를, 이야기는 팔로워를 만든다

유행을 따라 한 영상은 잘 봐도 팔로우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계속 따라오는 건 '다음 화'가 궁금한 이야기입니다.

5. 창업 과정 자체가 콘텐츠다

"절친 둘이 퇴사하고 피클 회사를 차렸다"는 한 문장이 가장 강력한 후킹이었습니다. 내 사업의 어떤 문장이 사람들을 멈추게 할지 찾아보세요.

6. 출시 전부터 공개하면, 출시일에 이미 고객이 있다

넉 달 동안 매일 과정을 보여준 덕분에, 사전 주문을 공식 오픈하기도 전에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7. 실패담은 숨길 것이 아니라 나눌 이야기다

얼어버린 오이 트럭 같은 사고가 커뮤니티를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완벽한 브랜드보다 함께 버티는 브랜드를 응원합니다.

8. 채널마다 역할을 정한다

피드는 브랜드, 릴스는 커뮤니티, 스토리는 소통. 모든 채널에서 같은 말을 하지 말고, 각자 맡은 일을 정해주세요.

9. 제품보다 세계관을 먼저 판다

모든 게시물에 제품을 넣는 건 브랜드가 아니라 판매입니다. 제품이 없어도 '우리다운' 장면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10. SNS 영향력은 리테일 협상의 무기가 된다

리테일러는 사람들을 매장으로 데려올 수 있는 브랜드를 원합니다. 팔로워 수보다 '매장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더 강한 증거입니다.

11. 원재료와 용기가 사업 구조를 정한다

여름에만 자라는 유기농 오이는 1년 치 재고와 투자의 필요로 이어졌습니다. 내 제품의 원재료와 포장이 현금 흐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12. 완벽은 적이다

첫 피클은 지금만큼 맛있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내놓았고, 고객 피드백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시작이 가장 무섭고, 그래서 가장 중요합니다.


이번 주, 내 사업에 던져볼 6가지 질문

Q1. 내가 자주 보는 온라인 트렌드 중, 오프라인 매대에는 아직 없는 것은 무엇인가요?

Q2. 내 사업을 한 문장으로 말했을 때, 사람들이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할 만한 문장은 무엇인가요?

Q3. 이번 주에 공개할 수 있는 실패나 시행착오는 무엇인가요?

Q4. 내 채널마다 맡은 역할(브랜드, 커뮤니티, 소통)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나요?

Q5. 제품 사진 없이도 우리 브랜드다운 장면을 하나 만든다면 무엇일까요?

Q6.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는 출시는 무엇인가요?


졸린 매대를 깨운 것은 '매일'이었다

굿걸 스낵스의 이야기는 '운 좋게 터진 바이럴' 이야기가 아닙니다.

틱톡 피드에서 이상한 패턴을 발견한 이야기입니다.
집 주방에서 오이 샐러드 맛 피클을 만들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2023년 10월 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잘된 일과 잘못된 일을 모두 보여준 이야기입니다.

리아와 야사만이 특별했던 것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온라인과 매대 사이의 간극을 알아본 눈.
모르는 것을 빨리 묻는 겸손함.
얼굴을 내걸고 매일 올리는 끈기.
제품보다 세계관을 먼저 보여준 감각.
그리고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내놓는 용기.

지금 당신이 '이미 다 있다'고 생각하며 지나친 매대는 어디인가요?

어쩌면 그곳이 가장 깨우기 좋은 매대일지도 모릅니다.


파운시스는 결과보다,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 전 어떤 선택과 시행착오가 있었는지를 자세히 기록하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파운시스에서 다양한 여성 사업가의 과정과, 그 안에서 우리가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계속 소개할게요.

오늘 이야기에서 여러분의 사업에 가장 적용해보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장을 통해 여러분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

Fear Less. Found More. 파운시스


출처- 

· Unfinished Business Podcast, "How to Go Viral Repeatedly with $0 Marketing | Hot Girl Pickles' Co-Founders" (2026.09.29, YouTube)

· Female Founder World, "How Good Girl Snacks Built the Viral Hot Girl Pickle Brand Gen Z Is Obsessed With" (2025.07, YouTube)

· Startup to Storefront, "Why Hot Girls Eat Pickles! - Good Girl Snacks" (2025.04, YouTube)

· Brand Baby, "Talking to Good Girl Snacks Co-Founder, Leah Marcus" (2024.09)

· Bristol Farms, "Meet the Founders: Leah Marcus and Yasaman Bakhtiar"

· Food Business News, "Good Girl Snacks gaining momentum" (2026.04) / Nosh, "Good Girl Snacks Brings In $3M" (2026.03)

· Good Girl Snacks 공식 홈페이지 및 링크드인

※ 매출은 공개되지 않아 다루지 않았습니다. 시드 투자 300만 달러는 1달러=1,400원 기준 약 42억 원으로 환산했습니다. '광고비 0원'은 2026년 9월 인터뷰 기준 "몇 주 전까지"를 뜻하며, 현재는 인스타카트·아마존 광고를 테스트 중입니다. '에러원 1위 피클', '에너지 드링크만큼 빠른 판매'는 창업자 측 발언입니다. 프리시드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고, 마감 기간은 인터뷰마다 1~2주로 다르게 언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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