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

고디터｜쉽게 입을 떼기 어려운 주제네. D는 이제 20살인데 벌써 경제적 독립을 한 거야? D｜90퍼센트 정도. 월세, 학비, 생활비까지… 사실상 내가 다 내지.💵 고디터｜대학 들어오자마자 바로 경제적 독립을 하고 싶었어? D｜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야. 그전까지는 경제적 독립까지는 아니어도 용돈은 스스로 번다 정도? 근데 1학년 말 즈음 독립을 해야만 하는 계기가 생겼어. 집안 문제로... 고디터｜그렇다고 해도 그렇게 곧바로 돈을 모으기 쉽지 않았을 텐데.😯 D｜애초에 고등학생 때부터 엄마가 말씀하셨거든. 네가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는, 네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그때부터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 같아. 고디터｜돈을 벌기 위함이라니.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D｜내 꿈이 패션 쪽이잖아? “솔직히 패션 업계는 학력이 중요하지 않다. 실무 경험이 중요하지. 그럼에도 네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 네가 과외라도 해서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늘 대놓고 말씀하셨어. 고디터｜과외를 한다 할지라도 학비에 월세, 생활비까지 모두 충당하려면 과외를 꽤 많이 돌려야겠는 걸.😵 D｜응. 과외를 보통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해. 그럼 4시간씩 5일이잖아. 근데 학교를 다니면 그게 쉽지 않더라고. 학교에서 과외하는 동네까지 편도 2시간은 기본이고. 그래서 웬만하면 10시간씩 이틀에 몰아서 해. 주말만 되면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과외를 도는 거야. 왜냐하면 평일엔 대학 수업도 듣고 학생회장 일도 해야 하고 동아리도 해야 하니까…🤦 고디터｜말만 들어도 쉽지 않다. 버겁지는 않았어? D｜버겁지. 사실은 항상 아침 10시에 있는 과외 (아파트 단지의) 벤치에서 많이 잤어.🥱 고디터｜벤치에서…? D｜왜냐면 새벽 5시까지 아예 잠을 못 자니까. 예를 들어 학생회장이면 밤새 MT 자리를 지켜야 해. 근데 주말 과외 시간을 조정할 수가 없는 거야. 매주 20시간을 채워야만 하니까. 그럼 잠을 아예 안 자고 첫차로 과외 장소로 가. 그럼 오전 6시쯤 도착해. 3-4시간 정도 남잖아? 그 시간에 찜질방을 가자니 돈이 아까운 거야. 돈 벌려고 여기까지 온 건데. 그럼 그냥 벤치에서 쪽잠을 자는 거지. 그래서 항상 가방에 담요를 들고 다녀.😴 고디터｜넌 정말 뭐가 돼도 되겠다. 20살 대학생이 이렇게 살 수가 있구나. D｜하하, 고마워. 근데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 믿고 기댈만한 윗사람이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 동갑내기 친구들에게는 이런 걸 더 이상 못 털어놓겠더라고. 아직 나만큼의 삶의 고난을 안 겪어봐서 공감을 못 해줘. 무작정 ‘대단하다’, ‘힘들겠다’ 이렇게만 말하는 친구들보다, 나보다 더 많은 고난을 겪어본 멘토 같은 사람에게 내 힘듦을 털어놓고 싶어.🥺 고디터｜지금 인터뷰도 그런 바람의 일종이겠네. 그럼 이런 현실 때문에 너의 꿈(패션)을 미뤄두고 있는 상황인 거야? D｜응. 근데 그게 과연 현실 때문일까, 내 열정이 부족하고 재능이 부족해서는 아닐까 싶기도 해. 고디터｜왜 그렇게 생각해? D｜나는 과외를 열정적으로 해. 돈 때문이 아니었으면 선생님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솔직히 나 수업 준비도 열심히 하고, 수업도 잘하거든. 학생들 성적 무조건 올려줄 수 있어. 반대로 내가 의류학에 열정을 못 가지는 이유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고디터｜’자기 몸이 있는 곳이 자기 마음이 가는 곳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르네. 과외를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거라는 의미지? D｜응. 학생이 성적이 오르는 게 보이니까 나도 여기에 자꾸 열정을 쏟게 돼. 근데 패션 쪽은 (아직) 안 그렇잖아. 내가 재능이 없으니까 그만큼 간절하지 않고, 욕심이 덜 나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이 드는 거지. 근데 생각해 보면, 시작도 안 해놓고 내가 재능이 있다 없다를 판단하는 것도 웃긴 것 같아.🙄 고디터｜맞아. 뭐라도 시작해 봐야지. 정말 하고 싶다면 제대로 끝장을 봐야지. 패션 쪽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 D｜나는 보세 브랜드 쪽에서 일하고 싶어. 솔직히 의류학 전공하는 친구들은 대부분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꿈이 있거든? 이쪽에서 소위 ‘(회사) 잘 갔다’, ‘성공했다’ 하는 분야는 다 명품 쪽이니까. 근데 난 이해가 안 돼. 같은 품질의 옷인데 로고 하나만으로 높게 평가된다는 것 자체가. 난 대중성 있는 쪽을 더 좋아하거든. 근데 이 학과에 오니까 다들 브랜드에 대해서 엄청 많이 알고, 나보다 의류에 진심인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조금 위축되는 것도 있어.😥 고디터｜그 사람들이 더 진심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은 진심이고, 보세 옷을 생각하는 너는 진심이 아니다, 그건 아니라 생각해. 난 D의 이야기를 듣고 D의 철학이 되게 확고하다고 생각했거든. D｜맞아. 내 철학은 ‘보편성’에 있어. 옷 자체가 화려하고 예쁜 것보다, 입은 사람에게 그 옷이 어울려야 그 옷도 빛난다고 생각해. 그러려면 옷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어울리게 만드는 쪽이 좋잖아.👚 고디터｜그런 일에서부터 작게 시작해 보면 좋지 않을까. 음… 학생회 쪽에서 기회를 찾아보자! 예를 들면 넌 지금 학생회장이니까, 공동구매를 주관하는 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어울릴 만한 디자인을 만들고, 품질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기 위해 도매 업체를 찾아다니고… 이런 작은 경험을 토대로 네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확인해볼 수 있을 거야. 현재의 책임을 다하면서도 말이지.✨